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3.
연회에 참석한 인원들의 총숫자는 69명.
그중 8명이 본색을 숨기고 있었다면, 그 비율은 1할이 넘는다는 소리다.
연회는 당연히 중지되었고, 미국 측의 요원들이 싸그리 연회장 내부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2명 사망. 6명 생포. 작전 보고 마칩니다.”
“고생했다. 유니온에 소속된 놈들이라고 하니까 각별히 조심하도록. 녀석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뭔 짓이든 감행할 놈들이다.”
“상부에 보고를 해 두었습니다.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라파엘 님도 현재 LA로 이동 중이십니다.”
“그 미친놈이?”
“예,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불러 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바스티앙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의 이름은 유니온이라고 한다.
유니온.
각성자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정화자에 소속되어 있던 놈들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우리가 왜 각성도 못 한 버러지들이랑 부대껴 살아야 하냐고.
참으로 토 나오는 선민의식이었지.
정화자 놈들은 그 선민의식을 마기를 통해서 배설하는 거였고, 이 유니온이라는 놈들은 마기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마력 사용자들로 구성된 조직.
몇 귀환자들까지 섞여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시우, 네 수사관이 꽤 능력이 출중한 것 같다.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는 않던데, 굉장해.”
“아, 우리 성 수사관? 장난 아니지. 너도 한번 맛볼래?”
“사양한다. 불은 질색이야.”
“에이든의 약점은 불…… 확인. 야, 그렇게 쫄지는 마. 우리 성 수사관은 나쁜 놈들한테만 유용하거든. 너, 나쁜 놈 아니잖아?”
화르르륵-.
내 손에 끼워져 있는 너클에서 성화가 피어올랐고, 에이든은 그 성화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을 말지. 시우, 유니온은 위험한 조직이다. 명심해.”
“나만큼 위험하진 않잖아.”
“그렇지. 녀석들이 그냥 미사일이라면 너는 핵탄두 미사일이야.”
“내가 이겨. 걱정하지 마.”
대한민국의 청소를 끝내니 이번에는 범국제적인 청소를 도맏게 된 기분이다.
하지만 악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우리 교단의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너클을 빼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너, 나쁜 놈 아닌 거 알아.”
“……갑자기 칭찬?”
“나쁜 놈이 아니란 게 칭찬이냐? 착하다고는 말 안 했어.”
사연이 많은 놈이다.
여태까지 할머니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들을 든든하게 지켜 주기도 했고.
그래서 밉지는 않다.
나는 녀석의 등짝을 다시 한번 후려친 다음, 어느새 냉기가 줄줄 흐르기 시작한 연회장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연회는 이렇게 끝인가?”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 진짜 연회가 시작되는 거지. 연회는 계속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우리 할머니가 하루에 한 번씩 하시는 말씀이지. 잘 배웠네.”
“우리들을 도와줘서 고맙다. 하마터면 우리 안방에서 모욕을 당할 뻔했다.”
그래도 에이든이 이렇게 대놓고 감사를 표시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나름 에고가 강한 녀석이라 감사 인사는 쉽게 안 하는데 말이지.
나는 손을 내저으면서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던 샴페인 잔을 다시 들려고 한 순간,
우우우우웅.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꺼내서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서신우 대통령.
아무래도 상황을 보고받은 모양이다.
“여보세요.”
-연회장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고받았습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물론이죠. 스치지도 않았습니다. 저 때문에 곤란해지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당치도 않습니다, 교황님. 오히려 방금 전에 그들이 소속된 국가의 정상들로부터 감사 전화가 왔습니다. 유니온은 그만큼 위험한 단체입니다.
내가 실시간으로 국격을 녹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유니온이라는 이름을 예전에 몇 번 들었던 것 같기는 한데, 이 정도로 위험한 녀석들이었을 줄이야.
어쩐지 내가 사고를 쳤는데도 서 대통령의 목소리가 좋더라.
-부디 무사히만 돌아와 주십시오. 마음만 같아서는 제가 공항에 가서 직접 배웅을 해 드리고 싶었지만, 일정이 바빠서 지금에야 전화를 드립니다. 대신에 귀국하실 때 꼭 마중을 나가겠습니다.
“그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아, 그리고 이번에 귀국할 때 손님 하나 데려갑니다.”
-그레이스 양을 말씀하시는 거면, 바티칸의 교황님과도 이미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잘 챙겨 주셨으면 한다고,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행동력이 빠른 양반들인걸.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 뭐 더 할 말은 없지.
“알겠습니다. 귀국하고 뵙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시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전화를 주십시오.
그렇게 짧은 전화가 끝이 나고,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내 전화 통화를 듣고 있던 에이든이 한마디 던졌다.
“나도 나름 우리 보스랑 사이가 좋은 편인데, 너를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직장 상사랑 사이가 좋아 봤자 얼마나 좋겠어? 나와 서 대통령은 상하 관계가 아니야.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그건 그렇고, 아까 라파엘? 그 사람 온다는 소식에 너 인상 찌푸리던데, 너도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야?”
“미국의 이레귤러는 총 4명. 라파엘은 그중 하나다. 별명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별명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미친놈이다. 그것도 굉장히 미친놈이야.”
이레귤러라면 귀환자라는 뜻.
에이든도 나름 미친놈인데 그 사람보고 미쳤다는 걸 보면, 진짜 제대로 미친놈인 건가?
그리고 저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별명.
별명부터 아주 살벌하다.
“귀환자는 귀환자인데, 사이킥 에너지라는 걸 사용한다. 뭐라 설명하기 참 애매한데…… 아, 그래. 자신의 신체를 직접 개조하는 놈이다.”
“미친놈이네.”
“그렇지. 만나 보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이야기만 들어도 아찔한걸.
나는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되네.”
“그놈이 요새 너한테 푹 꽂혔어. 신성력을 가지고 뭔갈 하고 싶어 해.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남자냐?”
“당연히.”
왜 이렇게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은 거지?
진짜 너무 싫다.
아무튼.
연회는 계속되었고, 나는 그레이스, 레오, 에이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회를 즐겼다.
참고로 그 뒤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4.
연회는 그렇게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다른 손님들이 우리 테이블에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해 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착한 사람들은 언제나 환영하는 마인드였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신고식치고는 화려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를 만만하게 보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너클을 낀 채로 바스티앙을 성화로 잘근잘근 씹어 줬으니 말이다.
그렇게 도착 첫날 일정을 모두 끝내고, 우리는 원래 있었던 호텔로 되돌아왔다.
이래저래 일이 많았던 하루.
도착하자마자 목욕을 하고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려고 했으나,
“우와, 백설이 엄청 좋아한다. 백설아, 재밌어?”
“공주님을 위한 건 이겁니다. 누르시면 안에 들어 있는 별이 떠올라서 반짝거린답니다.”
“우와아아아아아!”
“아, 그리고 여사님, 이건 제 기술로 직접 만든 무한 동력 안마기입니다. 손목에 착용한 채로 어디를 안마하고 싶다 떠올리기만 하시면 알아서 안마를 해 줍니다.”
“젊은 양반이 능력도 좋구만. 고마워요.”
“별말씀을.”
호텔의 로비에서는 때아닌 선물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백설이는 괴상하게 생긴 캣 휠을 정신없이 타고 있었고, 시연이와 할머니는 흡족한 표정으로 각자 받은 선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나는 하얀색 가운을 걸치고 있는 적색 머리카락의 서양인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딱 보면 안다.
“저 친구가 라파엘?”
“……맞아. 바로 이곳으로 찾아왔을 줄은 몰랐어.”
“과학자한테 뚫리는 주제에 삼엄한 경호는 무슨.”
지난번에 상대했던 왕 웨이 다음으로 만나는 이레귤러.
에이든이 미국의 이레귤러 중 최약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저 과학자가 에이든보다 강하다는 의미다.
일단 멸악의 의지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레귤러들 자체가 시스템에 제대로 편입된 상태가 아니라서 작동을 안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미국에 소속된 이레귤러니까 나쁜 의도는 없어 보였다.
나보다 내 가족들을 먼저 보러 온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을 뿐.
“큰오빠!”
시연이는 나를 보자마자 선물을 내려놓고 나에게로 달려와 안겼다.
“잘 놀고 있었어?”
“헤헤, 응. 아까 요리사 아저씨가 와서 맛있는 것도 해 주고 갔어.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구, 엄청 재밌었어. 아! 맞다. 선물 고마워, 오빠!”
“선물?”
“라파엘 아저씨가 저 선물들 전부 오빠가 부탁해서 준비했다고 하셨어. 역시, 큰오빠는 스윗해!”
나는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라파엘을 바라보았다.
라파엘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저 밝은 표정과 어깨를 으쓱이는 자세를 봤을 때, 마치 칭찬이라도 해 달라는 것 같다.
에이든의 말대로 미친놈이 확실하다.
“김시우 교황님! 시키신 대로 선물은 잘 전달했습니다. 하하!”
“그래요?”
미친놈을 상대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한 가지.
절대로 상대방의 페이스에 넘어가지 말 것.
그리고 내가 더 미쳐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
“제 선물은요.”
“예?”
“제 선물도 챙겨 오신다면서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꼼수에는 꼼수.
나는 활짝 웃으면서 당당하게 선물을 요구했는데, 라파엘은 쉬운 남자가 아니었다.
“당연히 챙겨 왔죠. 설마 제가 우리 교황님 선물은 안 챙겨 왔겠습니까?”
라파엘은 품속에서 주먹만 한 보석을 하나 꺼냈다.
보석으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
의심할 여지도 없이 최상급 마정석.
“지난번에 제가 마수 하나 잡고 킵 해 뒀던 놈입니다. 듣자 하니 교황님께서 마정석을 좋아하신다고.”
우리 신전 지하에 있는 광산에서 채굴되는 신성석을 가공하면 손가락만큼 남는데, 저건 이미 가공이 완료된 마정석이었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한 물건.
나는 녀석이 건네주는 마정석을 레오에게 건네주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요.”
“교황님 가족분들에게 드린 선물도 만만치 않게 품이 들어갔는데, 선물 두 번 드렸다가는 패가망신하겠습니다, 하하하! 안 그래요, 에이든 군?”
“돈도 많으신 분이 생색은. 맨손으로 오셨으면 큰일 났을 겁니다.”
“그래서 바리바리 싸 들고 왔잖아요. 오고 가는 선물 속에 피어오르는 우정.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거죠. 흐하하!”
그런데 인욱이는 왜 안 보이지?
“맞다. 교황님의 남동생분께는 제가 호신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계 팔을 선물해 드렸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조작법을 익히느라 정신없을 것 같군요. 솔직히 최첨단 슈트, 기계 팔. 이런 거 싫어하는 사나이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로망이죠, 로망.”
나는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리는 라파엘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레오를 향해 말했다.
“할머니 모시고 산책이나 좀 다녀와라. 시연이도 데려가고. 그레이스, 너도 같이 가. 앞으로 자주 볼 사람들이니까 친해지는 게 좋아.”
“사부님의 가족분들을 사부님처럼 대우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레오와 그레이스가 가족들을 데리고 잠시 산책을 떠났고, 이곳에는 나와 에이든, 라파엘 이렇게 셋이 남게 되었다.
나는 천천히 라파엘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라파엘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자기소개를 할 수 있겠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교황님. 라파엘이라고 합니다. 성은 없습니다. 제가 있던 세계에다가 버리고 왔거든요.”
특이하게 첫인사를 끝낸 라파엘은 물을 마시면서 입술을 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리멘 교단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연구?”
“예, 혹시 교황님이 모시는 신과 최근에 연락이 잘 안 되지 않습니까?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라파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