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6.
「속보) 제3회 세계 각성자 포럼 현장, 테러에 당하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우리의 분노가 한계에 다다랐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물의 잔해, 중국의 것으로 밝혀져. 이번 테러의 배후에 중국이?」
「중국 외교부, ‘배후에 있는 조직은 정화자. 우리도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범죄 조직.’」
디멘션 오프닝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던 미국.
그런 미국의 배를 단검으로 쑤시면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겠나.
중국의 외교부가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중국 외교부의 반응을 듣고 터져 나온 미국의 답도 이례적이었다.
“중국이 정화자를 처리할 능력이 없다면, 우리 쪽 각성자들을 받아들여라.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니온을 직접 색출해 낼 능력이 없다면, 우리에게 일임해라. 시원하게 들이받네요.”
지금 이곳은 대한민국으로 귀국하는 전세기.
각성자 포럼은 당연히 흐지부지 끝났다.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모두 구속하였고,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빠르게 귀국하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말이 권유였지,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눈이 돌아 버린 미국 측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다들 불똥이라도 튀길까 봐 먼저 돌아가더라.
아, 참고로 우리 가족은 쫓겨난 거 아니다.
나는 마지막까지 빌런들을 감별해 주다가 왔다. 그래서 그런가, 나에게만 유독 대접이 융숭했다.
“우리 보스가 그래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서요. 아쉽군요. 에이든 군까지 같이 한국으로 왔으면 좋았을 것을.”
내 옆좌석에 앉아서 창문 밖을 지켜보고 있던 라파엘이 한마디 툭 던졌다.
라파엘의 말대로 한국에서 이곳에 왔을 때와는 멤버가 좀 바뀌었다.
엠마 여사님과 에이든이 빠졌고, 그 자리를 그레이스와 라파엘이 대체하게 되었다.
비행기의 승객 숫자는 같았지만, 구성이 확 바뀐 셈.
구성이 바뀌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위기도 심각할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조용해진 시연이와 시연이에게 계속해서 머리를 부비는 백설이까지.
할머니와 인욱이는 그런 시연이의 옆에 앉아서 계속해서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합니다.”
“……어쩔 수 없죠. 최선의 판단이었으니까요.”
우리가 시연이의 눈을 가리려고 노력은 했지만, 모든 걸 가려 주지는 못했다.
참혹했던 테러 현장.
시연이는 그곳을 눈에 담았다. 평범한 어린아이였다면 진작에 기절했을 상황이었지만, 시연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신을 붙잡고 있더라.
“귀국하는 대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 보는 쪽이 어떻겠습니까?”
라파엘이 그렇게 말을 꺼냈을 때, 가만히 앉아 있던 시연이가 좌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와서 멈춰 섰다.
“큰오빠.”
나를 조용히 부르는 시연이.
나는 그런 시연이의 손을 맞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시연아.”
“큰오빠는 항상 그런 곳에 가는 거야?”
갑작스럽게 날아든 질문.
나를 질책하는 투의 목소리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물기에 젖은, 걱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오빠. 오빠가 그렇게 슬픈 곳만 다니는 줄도 모르고…… 나랑 안 놀아 준다고 막 섭섭한 티 내서 미안해.”
시연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말없이 얼굴을 부볐다.
나는 내 품속에서 울고 있는 시연이의 머리를 그저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동생.
그런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내 생각을 해 줬다는 게 어찌나 소중하고 사랑스럽던지.
그렇게 시연이는 한참 동안을 말없이 울었고, 곧 퉁퉁 부은 눈으로 고개를 올렸다.
“오빠가 그 나쁜 놈들 없애 줄 거지?”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안 할 거야?”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쎄잖아. 오빠가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거 아니야?”
“그렇지.”
“내가 오빠를 붙잡으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 되는 거잖아. 나는 나쁜 사람 되기 싫어.”
시연이는 코를 훌쩍 삼켰다.
그러고는 눈을 닦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 그렇지 오빠?”
“우리 시연이 어른 다 됐…….”
그때였다.
우우우웅.
시연이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따뜻한 기운이 피어올랐다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나만 느낀 게 아니었다.
가만히 나와 시연이를 지켜보고 있던 레오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했다.
“성하, 방금…….”
“……나도 알고 있어.”
시연이의 몸속에 작은 씨앗이 하나 생겨났다.
부정할 수 없는 신성력의 씨앗.
원시적인 형태였으나, 조금만 건드리면 신성력으로 발아하게 될 씨앗이었다.
나는 그 씨앗을 보면서 볼을 긁었다.
“일이 좀 복잡하게 꼬였네.”
잠시 후, 그것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이 내 눈앞에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하아.”
하필이면 왜 우리 시연이냐고.
7.
출국은 인천국제공항이었지만 귀국은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이었다.
원래는 국가 원수나 귀빈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공항이라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부에서 우리 비행기에 서울공항을 안내해 주더라.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반쯤 마비된 상태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검문검색을 강화했으며, 해외에서 들어오는 항공편들을 일단 보류시켜 둔 상황.
이야기를 듣자 하니 유니온에서는 대한민국에도 테러를 예고했다더라.
아마도 각성자 포럼 현장에서 내가 유니온 놈들을 싸그리 청소해 버린 게 원인이었던 듯싶었다.
대한민국도 비상 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나는 결국 신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지의 분위기도 썩 좋지는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그것은 아마 유니온 측에서 리멘 교단을 상대로도 테러를 예고했기 때문이겠지.
덕분에 경찰들을 비롯해서, 우리 교단의 교육생들도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신전에 돌아온 나는 곧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참석 인원은 리멘 교단의 간부들과 리멘 교단의 우방들.
정부 측에서는 이능관리부의 김 실장님이 대표로 참석했다.
“여러분들도 뉴스에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미국에 가서 벌집을 쑤셔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최 대표였다.
“대책이랄 게 따로 있겠습니까? 각자가 조금 더 조심하는 수뿐, 교황님께서는 해야 할 일을 하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최 대표의 말을 라파르트 대주교가 받았다.
“최 대표의 말이 맞습니다, 성하. 조금 더 조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그 이후로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능관리부의 요원들을 추가로 배치하고, 1기 교육생들을 중심으로 성지 내부의 순찰대를 구성하는 것.
동시에 신전을 수호하는 새로운 신성 결계를 만들 것.
내가 귀국하는 동안 이쪽에서도 미리 대책을 준비했는지, 회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신전과 성지의 보안과 안전에 관련된 이야기가 1시간 정도 이어졌고, 그 이야기들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교단의 식구들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었다.
“에이든과 엠마 여사는 미국에 남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대신에 뉴 페이스 둘이 당분간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라파엘, 그레이스, 인사 나누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 미국의 이레귤러 라파엘입니다. 당분간 이곳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레이스 바클리라고 합니다. 있는 동안 열심히 배우고 가겠습니다!”
“라파엘은 과학자입니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교황청에서 보낸 유학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 직속 제자로 대우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시기가 안 좋을 때 도착한 유학생이었지만, 바티칸에서 이미 입금까지 완료한 상황.
돈을 받은 만큼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는 게 예의였다.
“호칭에 혼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로, 앞으로 그레이스는 저를 사부님이라고 호칭할 겁니다. 다들 알고 계셔 주세요.”
이 부분도 비행기에서 합의가 끝난 부분.
그레이스는 나랑 종교가 다른 만큼, 나를 교황이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가톨릭에도 교황이 있으니까.
나를 교황이라고 부를 때마다 아마 신성모독을 하는 기분일 거다.
그래서 그 부분은 배려를 해 줬다.
“그럼 일단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그렇게 하여 시급한 안건은 끝.
“교단의 간부들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돌아가 주셔도 좋습니다. 잃어버린 땅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대표, 민수 씨, 설화는 현재 잃어버린 땅에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내 소집에 응한 셈이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감사하기는. 맹주가 부르면 당연히 오는 게 맞습니다.”
“……맹주요?”
“교황님께서 이 이름 없는 연맹의 맹주는 맞지 않습니까? 하하!”
사부님에, 맹주에.
근래 들어 내 호칭이 너무 다양해지는 것 같다.
최 대표는 털털하게 웃은 다음,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리멘 교단을 공격하는 것은 우리 연맹을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황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올 겁니다. 예전에 교황님이 저랑 제 부하들을 구해 주셨잖습니까.”
최 대표는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희들은 그때 목숨을 빚진 겁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우리도 마찬가지야.”
“저희도……”
최 대표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는 설화와 민수 씨.
듣고 보니 저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저 셋 모두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죽었을 사람들이다.
민수 씨는 도플갱어에게, 최 대표는 몰락한 세계의 신에게, 그리고 설화는 그 기괴한 점액질에게.
하나같이 비참할 최후를 맞이했을 사람들이었다.
“저희 말고도 리멘 교단의 부름에 답할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내가 인생 헛살지 않았구나.
나는 나를 바라보는 그 셋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배웅을 해 주었다.
그렇게 외부 인원들이 돌아가고.
이곳에 남은 건 교단의 간부들과 그레이스, 라파엘.
이제부터는 교단 내부의 일을 해결할 차례였다.
“라파엘.”
“예!”
“지금 바로 작업해 줄 수 있어요?”
LA에서 라파엘이 나에게 말해 줬던 이야기들 중에는 현재 리멘과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들도 들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오른팔 ‘데이비드’를 움직였다.
그러자 곧 라파엘이 아까 전에 내 집무실 안으로 가져온 컴퓨터 본체 크기의 장치 하나가 탁자 위로 옮겨졌다.
라파엘이 지구로 넘어와서 지속적으로 연구했다는 장치 중 하나.
“일단은 연결 증폭기라고 하겠습니다. 사이킥 수정을 곁들인…….”
라파엘의 추론에 따르면 현재 리멘과 연락이 되지 않는 건 지구와 에덴 간의 연결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란다.
이곳 리멘 교단의 신전은 에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
“현재로서는 에덴에서 넘어오는 신호가 지극히 미약합니다. 아까 들어오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리멘님의 신상이 연결의 매개체인 것 같습니다.”
“라파엘.”
“예, 교황님!”
“설명은 괜찮아요. 그리고 해 줄 거면 좀 쉽게.”
“아! 죄송합니다. 이게 직업병이라……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 홈 보이시죠?”
순식간에 잡상인 모드로 변환한 라파엘.
라파엘은 손에 주먹만 한 보라색 수정을 든 채로 장치의 중앙에 파여 있는 홈을 가리켰다.
“여기 홈에 이 사이킥 수정을 집어넣으면.”
딸깍-.
뭔가 아귀가 맞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렇게 작동됩니다. 참 쉽지 않습니까?”
그 장치에서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방출되었다.
집무실에 있는 각종 가구들이 벽으로 날아갈 정도의 파동.
나는 신성 결계로 그 파동을 막아 내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당신의 주신이 신탁(神託)>을 내립니다!]『……시우?』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