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5.
리멘이 직접 선교사를 파견해 주기로 약속한 덕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생했다.
“시우 님. 이곳 게이트는 이미 낙찰이 된 상태라서…… 저희 쪽에서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좀 아쉽네요.”
“협조를 부탁한다는 공문을 보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소유권이 민간 측에 넘어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쪽에서 이미 대금을 지불했습니다.”
이곳은 지난번에 백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 동네의 어느 카페.
이곳에서 김 팀장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본인의 태블릿 PC를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안양에 등장하는 이 C-51번 게이트는 이미 5일 전에 경매가 끝난 게이트입니다. 그걸 이제 와서 갑자기 회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전국각성자연합회에서 강력하게 반발할 수도 있고요.”
“제가 혼자 게이트를 정리하고 부산물도 다 준다고 해도 안 됩니까?”
“아시다시피 소형에 C급 위험도 판정을 받은 카오스게이트는 각성자들의 훌륭한 성장 동력이 되어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대형 길드들에서는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겁니다.”
한 마디로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경매에 뛰어든다는 얘기였다.
시스템을 총괄하는 개념의 레벨>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스킬 레벨>이나 능력치 레벨>은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나 역시 에덴에서 마수와 마족들을 잡으면서 자연스레 레벨이 올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곤란한데요.”
“시우님께서 단순히 게이트를 토벌하고 싶으신 이유라면 저희가 아직 경매가 시작되지 않은 게이트의 토벌권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하아.”
리멘이 나를 위해서 에덴의 선교사를 이쪽 세계를 파견해 주는 것까지는 좋았다.
마침 나도 나 대신 설교를 해 줄 존재가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주인이 있는 게이트를 통해서 배달이 오는 걸까.
“C-51 게이트의 낙찰자인 도깨비 길드는 한국에서 파워 랭킹 4위에 속하는 대형 길드입니다. 해외 파견 업무도 자주 수행할 정도로 국제적인 지명도도 있고, 금성 그룹을 스폰서로 두고 있는 중이라 자금력도 상당하죠.”
김 팀장의 설명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힘이 있는 길드란 뜻이다.
이미 인욱이로부터 길드라는 집단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들었다.
플레이어들이 주축이 되는 이익집단으로서,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재편된 새로운 사회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집단.
물론 길드라고 해서 전부 헌터들만 모여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을 제작할 수 있는 생산 계열 플레이어들이 모인 길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길드들이 있다던가.
그래, 뭐 길드 같은 게 이 세상에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왜 하필이면 그 길드란 놈들 중에서 4위나 되는 놈들이, 내가 가야 할 게이트를 낙찰받았냐는 거다.
재수도 더럽게 없지.
“도깨비 길드가 최근에 공채를 통해서 신입 직원들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마 C-51 게이트를 통해서 신입 교육을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김 팀장은 빠르게 현 상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서 알려 준 다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 왜 굳이 C-51 게이트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김 팀장의 질문에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게이트를 통해서 넘어와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요? 또 다른 귀환자입니까?”
“귀환자는 아닌데, 외계인? 이계인? 그렇게 부르면 될 것 같네요.”
김 팀장은 내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양이다.
눈을 끔뻑거리면서 나를 보기만 하더니, 본인 앞에 놓여 있던 에스프레소를 단번에 비우고 나서야 말을 이어 갔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계인이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에 도착한다. 맞습니까?”
“아주 잘 들으셨습니다. 지구에서의 선교 활동을 위해 에덴에서 선교사 한 명이 이쪽으로 파견될 예정이거든요.”
“……종족은요? 혹시 인간이 아닌 이종족입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모시는 분께서 비밀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
다시 한번 김 팀장이 말을 잃었다.
진짜 모르는 걸 어떻게 해?
나는 할 말을 잃은 김 팀장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지구에도 이종족이 있나 봐요?”
내 질문에 김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당장 차를 타고 2시간만 가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요?”
“휴전선만 넘어가셔도 쉽게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북한에 있나요?”
“정확하게는 ‘북한이었던 곳’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 땅을 ‘잃어버린 땅’, 그렇게 부르곤 합니다. 그곳은 이미 아주 다양한 이종족들에게 점령당했거든요. 따지고 보면 그들도 이계인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굳이 이계의 인간이 아니더라도, 이계에서 넘어온 인격체들이라면 이계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문제는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에 나타났던 인격체 모두가 인류에게 적의를 드러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게이트에서 등장한 인격체는 몬스터로 취급합니다. 그러니까, 시우 님께서 말씀하신 그 ‘선교사’라는 존재는…….”
“도깨비 길드인가 뭔가 하는 친구들이 보면 무조건 전투가 벌어질 거란 뜻이네요?”
“그럴 겁니다. 특히, 인간형 몬스터들은 경험치와 보상이 엄청난 편이거든요.”
이쯤에서 의문점 하나가 고개를 든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김 팀장에게 물었다.
“귀환자들도 따지고 보면 카오스게이트에서 넘어온 인격체잖아요.”
“그건 좀 특수한 경우입니다. 귀환자들이 돌아올 때는 게이트에서 특수한 파장이 감지되거든요. 저희가 시우 님을 모시러 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전조 증상이 있다는 이야기구나.
그 뒤로 나와 김 팀장은 한참 동안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확실히 이계인이 넘어오는 게 맞는지, 그리고 그게 맞다면 그 이계인이 정말 우리 쪽에 호의적일지.
원래 지구인이자 대한민국인이었던 내가 게이트로 되돌아온 것과, 이계인이 지구에 들어오는 건 명백한 차이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이야기를 나눴을까?
마침내 우리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제가 직접 도깨비 길드에 찾아가도록 하죠. 연락은 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당연히 가능합니다.”
복잡해지려고 할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파는 법.
그냥 내일 가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가능하긴 하겠다만, 어디까지나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낙찰받은 게이트라고 한다.
그런 마당에 힘으로 밀어붙였다간 리멘 교단은 더 이상 교단이 아니라 조직폭력단이 되는 거다.
내 말에 김 팀장은 잠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 1분 정도 통화는 했을까?
김 팀장이 잠시 핸드폰에서 얼굴을 떼면서 나에게 물었다.
“괜찮으시다면 현장으로 바로 오시라고 합니다.”
“누가요?”
“도깨비 길드 대표입니다.”
거, 성격 한번 화끈한 사람이네?
나는 김 팀장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지금 간다고 전해 주세요.”
6.
이능관리부의 도움 덕분에 나는 곧바로 도깨비 길드가 레이드를 준비 중인 경기도 안양시의 C-51 게이트 예정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오스게이트의 전조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보랏빛 하늘.
어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 보랏빛 하늘은 그것만으로도 꽤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를 내뿜는다.
그리고 그 배경을 중심으로 수십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누군가는 장비를 점검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부하로 보이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풍경.
나는 도깨비 길드의 직원이 가져다준 의자에 앉아 그 군상을 꽤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많이 기다리셨겠네요. 저희 신입들한테 간단한 요령을 전수해 주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한 남자가 웃음을 지으면서 내가 있던 곳으로 다가왔다.
짧은 스포츠머리, 전체적으로 근육이 다부진 체형.
거기에 셔츠의 목덜미 위로 살짝 드러난 작지 않은 흉터까지.
먼 옛날 내가 현역병으로 복무했을 시절, 운동을 좋아하던 부사관을 연상시키는 그 남자는 바로.
“도깨비 길드의 대표 최서진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시우입니다.”
이곳 C-51 게이트를 총괄하고 있는 도깨비 길드의 대표였다.
일단, 최서진 대표의 첫인상은 상당히 신선했다.
대표라고 해서 온화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었는데, 이건 무슨 마초라는 단어가 살아 숨 쉬는 것만 같다.
30대 후반쯤의 액면가.
190은 훌쩍 넘기는 키에다가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지는 근육질.
그뿐만이 아니었다.
극도로 발달된 신체와 더불어, 은연중으로 느껴지는 마력의 양도 여태까지 내가 봤던 지구의 플레이어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었다.
이 사람이 S급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랭커라고 했던가.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갑작스러웠던 연락에도 흔쾌히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성자께서 직접 찾아와 주시겠다는데 저희가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이죠. 오히려 저희가 영광입니다.”
“검은 성자, 하하…… 쑥스럽네요.”
인터넷에서 나에게 붙은 별칭 중 하나였는데 저걸 실제로 들으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끄럽네.
그나저나 이 최서진 대표라는 사람, 참 재밌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저렇게 농담을 던지는 듯하지만.
[상대방의 마력이 당신을 압박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유한 높은 저항력으로 인해 아무런 효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은근슬쩍 마력을 방출하면서 나를 자극한다.
방금 전에 군인 같다고 평가한 건 취소다. 이건 뭐 군인이 아니라 야수에 가까운 기세다.
나는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그의 마력을 흘려보내면서 입꼬리를 쓰윽 올렸다.
“환영인사가 제법 맵네요.”
“이렇게 보면 종교인이 아니라 저와 같은 부류이신 것 같습니다. 점점 흥미가 생기네요. 혹시 새로운 신도는 받습니까? 안 그래도 요새 의지할 곳이 필요한 기분입니다.”
“새로운 신도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돈이 많고 유명인이라면 특히요.”
“하하! 위트가 있으신 교주님이셨구만. 자자, 편하게 앉읍시다. 저도 병아리들에게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와서 목이 칼칼합니다.”
최서진 대표는 가볍게 손짓을 했고, 그러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이 빠르게 그가 앉을 의자를 펼쳐줬다.
그리고 한 직원이 주황색 액체가 담긴 병과 잔 두 개를 쟁반 위에 올려서 가져왔는데, 그건 누가 봐도 술이었다.
최서진 대표는 능숙하게 병을 들어 크리스탈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더니 곧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교주님? 검은 성자? 뭐라고 불러 드리는 게 편하겠습니까?”
“그냥 편하게 시우 씨라고 불러 주시죠.”
“시우 씨도 한잔하시겠습니까? 이래 보여도 꽤 괜찮은 술입니다. 아,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안 드시려나?”
“금주하라는 교리는 딱히 없습니다만, 제가 저녁에 동생이랑 놀아 줘야 하거든요. 술은 괜찮습니다.”
“교리가 갈수록 마음에 듭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잔에 반절 정도 차 있던 양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참 재밌는 그림이다.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고등학교의 운동장에서, 터질 듯한 양복핏의 소유자가 대낮부터 양주를 마시는 모습이라니.
이거야말로 부조화의 극치가 아닐까.
“크으.”
단숨에 술을 목구멍으로 넘긴 최서진 대표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갔다.
“이곳으로 오면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듣자 하니 이 게이트에 용건이 있으시다고.”
“이곳에서 찾아야 할 게 좀 있습니다.”
“구로구에서 기적을 보여 주신 분이 직접 찾으시는 거라…… 뭔지는 몰라도 참 귀한 것인 모양입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아까부터 이 남자의 말에는 호의란 게 담겨 있지 않다. 대신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까 본인의 마력을 튕겨 낸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불쾌감.
그래, 그건 분명히 불쾌감이었다.
그리고 나는 잠시 후 그 불쾌감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뭐, 좋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이레귤러께서 원하신다는데 못 해 드릴 것도 없지. 고작 C급 게이트니까.”
최서진 대표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짙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는.
까드드득-!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크리스탈 잔을 움켜쥐었고, 크리스탈 잔은 가루가 된 채로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런데 기분이 좀 나쁩니다. 무시당한 기분이에요. 저희가 이래 봬도 대한민국에서 한가닥하는 길드인데, 찾아와서 달라 그러면 줄 거라 생각한 겁니까?”
이곳에 오기 전에 김 팀장이 나에게 해 줬던 조언이 문득 생각난다.
「최서진 대표는 상당히 충동적인 인물입니다. 급발진을 조심하십시오.」
표현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진짜로 급발진을 할 줄은 몰랐지.
나는 잠시 고민한 다음,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최서진 대표를 향해 말했다.
“싫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방법이 있죠.”
난 스릴을 즐기는 편이거든.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