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55.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1.
리멘 교단의 2기 교육생, 카시미 시게지.
‘정신 차려야 돼.’
카시미 시게지는 코끝을 찔러 오는 역한 피 냄새를 맡으면서 왼손의 방패로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교육생, 긴장하지 않습니다. 앞에 제가 있습니다.”
“예!”
시게지는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뱉어 냈다.
그의 앞에서 철퇴와 방패를 든 채로 서 있는, 기껏해야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
그는 시게지의 담당 교관이자, 사실은 중학생에 불과한 오재민이었다.
원래는 미성년자들이 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언제나 예외의 경우가 존재한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C급 헌터 이상으로 판정될 경우에만 레이드에 참여가 가능한데, 오재민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교관님…….”
시게지는 부끄러웠다.
아무리 눈앞의 오재민이 자신의 교관이라고 한들, 결국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아이다.
다 큰 성인이 학생으로부터 보호를 받다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액티브 스킬 신념의 방패 Lv.2>를 시전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당신의 방패에 신성력이 깃듭니다!]아까 전부터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
흔히들 늑대인간이라고 부르는 ‘웨어울프’들의 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리멘 교단의 견습 성기사들은 힘을 합쳐서 방어진을 형성하는 중이었다.
시게지 역시 방패를 들어 올리면서 그 방어진에 합류하고자 했으나, 오재민이 곧바로 그를 밀어 냈다.
“저도…… 저도 할 수 있습니다!”
항상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자신이다.
리멘 교단에 들어오고 나서야 자신감을 되찾았는데, 동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게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앞에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제발 좀 정신 좀 차리라고! 이격해! 방어진에서 제발 이격하라고! 너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고!”
콰아아아아앙-.
웨어울프들 중에서도 유난히 거대한 개체가 방어진을 들이받았고, 그 순간 1기 교육생들이 구성한 방어진이 순간적으로 밀려 났다.
순간적으로 벌려진 틈.
그 틈 사이로 웨어울프 한 마리가 시게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웨어울프는 먹이를 포착했다는 듯, 가차없이 시게지를 향해 파고들었다.
‘막아야 되는…….’
방패를 움직여 본다.
그러나 방패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팔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웨어울프가 뿜어내는 진득한 살기에 의해 전신이 마비된다.
1초.
30m는 앞에 있던 웨어울프가 순식간에 아가리를 벌리면서 달려든다.
‘죽…….’
콰지지지직-.
웨어울프의 누런 이빨이 그의 목을 물어뜯으려던 순간, 앞쪽에서 나타난 작은 체구의 성기사가 어깨를 대신 들이밀었다.
그러자 곧 허공으로 피가 솟구쳤다.
“교육생, 교관 지시 불이행으로 벌점입니다. 알겠습니까?”
오재민이 이를 악물면서 들고 있던 철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곧바로 웨어울프의 대가리를 움켜쥐었다.
콰드드드득.
웨어울프의 두개골이 함몰되면서 녀석이 몸을 축 늘어뜨렸고, 오재민은 곧바로 손에 신성력을 끌어 올리면서 환부에 가져다 대었다.
“교육생이 말을 제대로 안 들을수록 동료만 힘들어집니다. 알겠습니까?”
“괜찮으십니까?”
“이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뒤로 물…….”
그때였다.
“재민아!”
“뚫린다! 새끼야, 빨리 좀 와!”
오재민이 이탈하면서 일어난 균열로 웨어울프들이 밀고 들어온다.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한 방어진.
오재민은 이를 악물면서 철퇴를 다시 들었고, 곧 앞으로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갑니다, 갑니다!”
하지만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시게지가 보기에도 전열은 크게 무너져 있었다.
자꾸만 밀고 들어오는 웨어울프들.
전열 틈 사이로 들어온 웨어울프들에게 포위당해 전멸할 것만 같은 상황.
‘나 때문이야.’
무거운 책임감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아니, 그건 더 이상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죄책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설레였던 첫 전투가 그의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눈앞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 죄책감이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그의 전신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쯤,
“거 신입 새끼가 벌써부터 빠져 가지고. 정신 안 차리냐?”
그의 뒤에서 순백색의 갑옷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그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면서 걸어 나왔다.
“정신 차려라. 너, 선배들 아니었으면 지금쯤이면 늑대 밥이었어. 알겠냐?”
“루……나 님. 저 때문에…… 저 때문에 교관님들이 위험한…….”
빠아아악-.
시게지의 말에 루나는 이번에는 그의 등짝을 후려갈기면서 짜증을 냈다.
“닥치고 너희 선배들 하는 걸 보기나 해. 게이트가 폭주한 건 맞는데, 고작 늑대 새끼들한테 밀릴 정도로는 안 키웠어. 알겠냐?”
그러나 1분 뒤.
“안 되겠다. 누나 다녀온다.”
“……예?”
“이 새끼들이 요새 좀 빠져 가지고, 고작 저딴 늑대들한테 밀려? 아무리 게이트가 폭주했다고는 해도, 어? 안 그러냐, 시게지야?”
그녀의 손에서 빛이 모여들더니 곧 무식한 크기의 철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성기사들이 사용하는 철퇴보다 최소 3배는 더 커 보이는 크기.
철퇴를 손으로 가볍게 움켜쥔 그녀는 시게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게지, 너에게 2기 교육생들을 임시로 인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예?”
“2기 교육생들을 데리고 지금 당장 성지로 돌아가도록 해. 이곳은 너희들에게 너무 일러. 그리고 지금 여기 통화가 안 되거든. 통화권에 들어가자마자 라파르트 대주교님에게 이렇게 전달해.”
잠시 말을 멈춘 루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게이트에서 마기를 감지했고, 마기의 확산 속도가 심각하다. 이렇게만 전달해도 알아들으실 거야. 알겠지? 중요한 임무다, 시게지.”
“알, 알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시게지는 루나의 말을 듣자마자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런 시게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나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조용히 뇌까렸다.
“성하 직감이 진짜 족집게라니까. 예언의 은총이라도 있나?”
잠시 투덜거린 루나는 곧바로 전장에 합류했다.
2.
내 불길한 직감은 틀리지가 않는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에 동시에 게이트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대피령을 선포하며, 각 지역에 계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절차에 따라 대피를…….」
뉴스에서 긴급 속보가 쏟아져 내린다.
서울을 포함하여 총 4곳.
게이트가 활성화된 장소의 총숫자였다. 이 정도면 내가 지구로 돌아온 이래로 가장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음, 대한민국뿐만은 아니군요.”
어느새 집무실로 들어온 라파엘이 자신의 오른팔을 조작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유럽, 미국에도 제가 따로 관측기를 설치해 뒀는데…… 아무래도 범지구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모든 관측기에서 차원 공명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규모와 강도를 보았을 때, 전부 게이트입니다.”
“라파엘.”
“예! 교황님.”
“지금 당장 우리 동네에 불났는데, 다른 동네도 불났다고 하면 뭐 위로가 될까요?”
“아, 죄송합니다! 이런 게 좀 버릇이라서요. 하하.”
라파엘은 ‘데이비드’를 조작하면서 미소를 짓더니, 곧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관측 이래로 이 정도로 동시다발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건 처음이라서 잠시 흥분했나 봅니다. 오해 마시기를.”
“대한민국에서 추가로 감지되는 게이트들은 없습니까?”
“자료가 들어오는 대로 대한민국 정부 측에 건네주겠습니다. 데이비드, 교황님 말 들었지?”
-확인.
……음성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는 줄은 몰랐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라파엘을 쳐다보았다.
아까 전에 눈앞에 떠올랐던 격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메시지.
그것과 관계가 되어 있는 상황인 듯했다.
방금 전에 유선호 장관으로부터 연락도 왔다. 현재까지는 이능관리부에서 감당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여기에서 추가적인 일이 벌어질 경우에는 자신들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대기를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어째 요새 너무 편하게 넘어가나 싶었다.”
내가 지구로 넘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이트와 던전은 흔한 현상 중 하나였다는데, 근래에는 잠잠해도 너무 잠잠했다.
내 팔자가 뭐 이렇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똑똑똑.
“성하, 라파르트 대주교입니다. 급한 용무가 있어 들어가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내가 라파엘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있는 사이, 라파르트 대주교가 빠르게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광명시 현장으로 파견된 루나 레벤톤 경으로부터 급보가 전해졌습니다. 광명시에 출현한 게이트에서 대량의 마기를 감지하였으며, 확산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마기라.
정화자 놈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자세한 건 더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부 측에는 전달하셨습니까?”
“집무실로 들어오기 전, 이미 정보를 전달해 두었습니다. 수방사에 임시 배치되어 있던 천벌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만들어 두기를 잘했네. 루나에게서 증원 요청은 따로 없었나 봐요?”
“그렇습니다.”
레오까지 붙여 둔 상태니까 오히려 그쪽은 걱정이 없었다. 다른 쪽에 생성된 게이트들이 문제지.
“다소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성하.”
“성지에 남아 있는 나머지 전력도 모두 전투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세요.”
“성하의 명을 받듭니다.”
“뒷맛이 구린 걸 봐서는 절대로 여기서 안 끝납니다.”
보통 일이 벌어지면 차라리 개운한 느낌이 있어야 정상인데, 아직 뒤끝이 남아 있는 기분이다.
마치 쾌변을 못 한 듯한 기분.
이런 경우에는 백 프로 뭔가 더 온다.
내 말을 들은 라파르트 대주교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고, 나는 곧바로 인욱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곧장 신전으로 오라는 말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안전한 장소는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도 마침 우리 집에 계셨으니, 가족들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베스와 백설이가 알아서 잘 데려올 테지.
“가족들에 대한 건 일단 해결했고.”
그다음?
사실 당장 정해진 건 없다.
라파엘이 다음 게이트를 감지해 내는 걸 기다리거나, 아니면 정부의 연락을 기다리거나.
언제든지 나간다는 마인드로 이곳에서 기다릴 뿐.
우우우우웅-.
그때였다.
“어허, 데이비드, 교황님 계시는데 그리 체통 없이 떨어 대면 쓰겠냐?”
잠시나마 조용히 있던 라파엘의 오른팔이 거칠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현상 관측 성공. 다음 게이트 추적 완료.
“오, 역시 데이비드. 교황님께서 궁금해하신다. 빨리 보여 드리렴.”
-의미 없음.
“어허, 너 그러다가 교황님이 고철장에 데려가신다?”
-정말 의미가 없음.
“라파엘, 팔 좀 이리 내 봐요.”
“잠시 진정을…….”
‘데이비드’의 건방진 말투에 내가 발끈하려던 찰나, 나는 그 ‘데이비드’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현 지점에 돌발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거대한 마기가 감지되기 시작합니다!]나는 그 메시지창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에 보라색의 원이 하나 생성되더니, 물감이 도화지에 번져 가듯 빠른 속도로 보라색 빛이 번져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나는 곧 그 마기가 누구의 것인지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음욕의 마왕.”
뜨겁고도 천박한 마기.
저항력이 없는 상대로 하여금 끝없는 성욕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괴물.
내가 하늘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쯤, 옆에서 함께 하늘을 보고 있던 라파엘이 한마디 던졌다.
“알아서 실험체가 와 주는군요. 고맙기도 해라. 저거 잡으면 제가 실험을 좀…….”
“……하는 거 봐서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사람을 정말 믿어도 될까?
어쨌든.
『네가 욕망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사랑스럽고 증오스러운 교황.』
음욕의 마왕, 릴리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