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5.
북한의 정찰총국 출신이자, 레오의 비공식 수제자라는 이은택 씨의 활약은 기대했던 것 훨씬 이상이었다.
“리멘 교단의 이단심문관 이은택이 교황 성하를 뵙습니다! 리멘께 영광이 있기를!”
“아아, 은택 형제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성과를 금방 내셨네요? 제가 리멘님께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교단에 아주 훌륭한 인재가 들어왔다. 이리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영광입니다, 성하!”
“그래요. 보고는 잘 받았습니다.”
이곳은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어느 빌딩의 지하.
나는 손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이은택 씨가 고개를 숙인 채로 묻는다.
“그런데 성하, 편히 입구로 오셔도 되었을 것 같은데…… 귀하신 옥체에 더러운 먼지가…….”
“이거요?”
그 질문에 나는 손가락으로 반쯤 무너진 계단을 가리켰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누가 닫아 뒀더라구요. 노크를 했는데도 안 열어 주던데요?”
“아하.”
“그래서 그냥 강제로 열었어요.”
“과연, 굉장하십니다, 성하!”
“하하, 뭘 이 정도 가지고.”
도시에서 갑작스럽게 폭탄이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럴 줄 알고 미리 정부 측에 말을 해 두었다.
유선호 장관한테 말하니까 ‘살살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더라.
그는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면 부디 자비를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그렇게 걱정하지 않더라도 내 선에서 알아서 조절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우리 교단의 이름을 팔아 장사를 벌이는 놈들이라지만, 이 안에는 정말 우리 교단이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들도 있을 터.
그런 이들에게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길 잃은 어린 양들에게 길을 왜 잃었냐고 짜증을 부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씨익 미소를 지은 다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근에 인테리어를 다시 했던 모양인지 건물 내부는 깔끔했다.
지하치고는 이곳저곳에 새하얀 조명들을 많이 설치해 두기도 했고, 이래저래 신성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교, 교황님?”
“응?”
내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쯤, 이은택 씨의 옆에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젊은 청년이 무릎을 꿇었다.
“정말 김시우 교황님…… 이게 꿈은…….”
젊은 청년의 몸으로부터 피어오르는 믿음.
내 눈에는 그의 몸속에 자리 잡은 신앙이 정확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신앙에는 무언가 탁한 불순물이 뒤섞여 있었다.
왜곡되고 변질된 신앙.
나는 그것이 이곳에 자리 잡은 이단 놈의 소행이란 걸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일단 멸악의 의지를 통해 감지되는 악행은 없고.
3초 만에 판단 끝.
무고한 피해자다.
“최성재 형제입니다. 사람은 착한데, 교리를 잘못 배운 청년입니다. 부디 교황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보면 압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간부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대부분이 무고합니다.”
“간부들부터 조지면 되겠네요.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레오 대주교는…….”
“이단 놈들답게 비밀 통로가 하나 있더라구요. 그래서 레오보고 그쪽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저런.”
“이런 일은 철두철미하게 해야죠.”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레오가 해 줬던 말이 굉장히 인상 깊다.
-성하, 이단들은 암세포와도 같습니다. 빠르게 적출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자라나서 교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요. 이단들이 등장하는 걸 막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일벌백계.
레오는 평소에는 꽤 얌전하게 지내지만, 이단과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백팔십도 달라진다.
루나조차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의 광기.
이단심문관 출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단들에게만큼은 ‘교황청의 미친개’가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 준다.
솔직히 말해서 아까 헬기 타고 내려오는데 나도 레오랑 눈 못 마주치겠더라.
시비 걸면 그대로 반으로 접을 기세였다.
나는 최성재 청년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신전에 가서 하도록 하고, 일부터 좀 끝내고 오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죠?”
“물, 물론입니다!”
“제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이곳에 리멘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성재 형제님도 그와 관련되어 있으니, 조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주머니에서 너클을 꺼냈다.
그리고 그 너클을 오른손에 끼우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최성재 형제님에게 죄가 없다면, 레오 대주교가 직접 올바른 신앙을 교육해 줄 것입니다.”
“……아.”
“이은택 씨는 가서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두세요.”
“알겠습니다, 성하.”
“그럼 이따가 봅시다.”
이은택 씨는 최성재 청년을 데리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라서 그런가, 온몸에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다.
레오의 극찬이 얼추 이해가 간다.
아마 레오가 직접 내려왔어도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정보를 수집하진 못했을 것이다.
현대의 정보 수집은 에덴에서의 정보 수집과는 분야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멀어지는 이은택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재야, 인재.”
정말 만족스러웠다.
이제 더 이상 에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구에서 키워 낼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에덴의 상황도 넉넉하지 않은데 계속 인재를 빼 오는 게 마음에 걸렸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급자족이 제일이지.
라파엘의 연구가 계속되면 나중에 지구의 인재를 저쪽 세계에 파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뭐, 일단 지구의 상황이 안정된 후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침입자부터 찾아!”
“애새끼들 못 나가게 막고! 아직 교육이 제대로 안 끝난 놈들이 대부분이야.”
“도대체 이게 무슨…….”
내 잡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안쪽에서부터 각성자로 보이는 인원들이 달려 나왔기 때문이다.
B급 헌터 정도쯤으로 보이는 놈들.
요새 대한민국 각성자 평균이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B급 헌터가 고작 동네 사이비에 몰려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은택 형제님이 말한 그놈들이네.”
보고서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던 내용.
의문의 각성자들이 이 사이비 놈들의 센터 내부에서 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
종교 집단에 저렇게 인상 험악한 놈들이 있을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겠어?
이미 저 자체만으로도 이곳이 나쁜 의도로 만들어진 장소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멸악의 의지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봐서는 하나같이 빌런 놈들.
빌런 놈들이 본인들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던 것도 아닐 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산이라더니 진짜였잖아?”
일본어를 내뱉는 B급 헌터들이 한국의 사이비 단체에 합류할 이유 같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안 떠오르거든.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기분 좋게 말했다.
“안녕.”
그제야 내 얼굴을 확인한 걸까?
기세 좋게 몰려들던 열댓 명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 중 반짝이는 대머리가 인상적인 놈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브라꾸…… 포프?”
“나 알아?”
“모를 리가 없-.”
콰아아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다가가서 녀석의 몸을 후려쳤다. 그러자 대머리의 몸이 벽을 뚫고 깊숙하게 박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얼어붙는 공기.
나는 그 공기를 만끽하면서 팔을 활짝 벌렸다.
“알아줘서 고맙다. 사실, 심심해서 물어봤어. 다들 그냥 가만히 있어라. 반항만 안 하면 내가 깔끔하게 기절시켜 줄게. 알겠지? 서로 귀찮게 하지 말자고.”
빨리 끝내고 국밥이나 한 그릇 하고 싶네.
내가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국밥집이 이쯤에 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장사하겠지?
6.
나는 그놈들 모두를 사이좋게 벽에다가 처박아 버린 다음, ‘선지자’라는 놈이 있다는 영접실을 향해 걸어갔다.
도대체 ‘선지자’라는 직분은 어떻게 생각해 낸 걸까?
우리 교단의 ‘선지자’와 비슷한 느낌이라 심히 불쾌했다.
콰아아아앙.
지하에 진입 후, 떨거지들을 정리하고 영접실로 들어가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총 2분.
진입 10초. 이야기 50초. 정리 1분 되시겠다.
‘영접실’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패시브 스킬 신성 불가침 Lv.Max>가 환각을 억제합니다.]왜냐하면 방 안의 공기가 굉장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곳곳에 배치된 그릇 안에서 흰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마약인 듯했다.
영접실이 리멘님의 말씀을 영접하는 장소라는 의미라던가?
영접은 무슨.
마약을 통해서 세뇌를 진행하는 장소였던 것 같다.
“지하인데 환기는 좀 시키고 살아라, 새끼들아.”
지하치고는 꽤 넓은 장소.
나는 그곳의 가운데 원탁에 앉아 있던 네 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분위기 속에서 회의라도 하고 있던 걸까?
녀석들은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고, 나는 녀석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상석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의 옆에서 멈췄다.
“비켜 봐.”
“예?”
“비켜 보라고.”
“예, 예.”
중년 남성은 다급하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나는 그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선지자라는 놈이냐?”
“예…….”
“나 누구인지 알지?”
“그렇……습니다.”
“옆에 앉아 봐. 다들 한 칸씩 옆으로.”
내 말에 따라 녀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선지자라는 놈의 자리를 위해서 한 칸씩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목숨 아까운 줄은 아는 놈들이었다.
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어떤 미래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 같다.
나는 손에 끼고 있던 너클을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녀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내가 오늘 여기에 왜 왔을까? 맞히는 사람한테는 특별상이 있다. 대답은 선착순이다. 늦으면…….”
내 문제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건 다름이 아니라 ‘선지자’ 놈이었다.
녀석은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제가…… 제가 대답해 보겠습니다.”
“적극적인 게 아주 보기 좋아. 그래, 대답해 봐.”
“저희들에게 죄를 묻기 위해서…… 오신 것 같습니다.”
“죄? 너희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데.”
그러자 선지자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리멘님의 성서를 함부로 왜곡하고, 리멘 교단의 이름에 먹칠을 했습니다.”
“정확해. 스스로의 죄를 돌아볼 줄 아는 놈이었구만. 특별상을 줘야겠어.”
“감사…… 끄아아아아아아악!”
우드드드드득.
“특별상은 오른팔 롤리팝이야. 어때, 마음에 좀 들어? 달콤하지?”
나는 녀석의 오른팔을 동그랗게 말아 버렸다.
롤리팝 사탕처럼 원으로 말려 들어간 녀석의 오른팔.
어깨에 롤리팝이 달려 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 꽤 진기했다.
신성력을 통해 출혈량을 억제해서 그런가, 롤리팝 모양이 꽤 그럴듯했다.
“일본 출신 범죄자들을 데리고 사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오늘 너희들한테 궁금한 게 참 많아. 나는 그냥 단순히 우리 교단 이름 팔아서 장사하는 놈들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좀 크네?”
나는 새하얗게 질린 나머지 놈들의 얼굴을 감상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이왕 나쁜 짓을 할 거면 스케일 크게 벌이는 게 맞긴 하지. 어차피 걸리면 뒈질 텐데, 안 그래?”
그래도 그놈 중에 용감한 놈이 한 놈 있었다.
아까 전부터 이 ‘영접실’의 한쪽 벽을 흘긋거리던 스포츠머리의 남자.
어디서 주워 온 건지는 모르겠다만, 녀석은 검은색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그놈을 향해서 넌지시 말했다.
“너는 이 새끼야, 비밀 통로가 있다고 그렇게 티를 내면 어떻게 하냐? 그래도 내 앞에서 도망치려는 용기가 가상하다. 그러니 특별히 기회를 줄게.”
“기, 기회 말씀이십니까?”
“도망가 봐. 나는 너 안 쫓을게. 리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
그러자 녀석이 눈알을 굴리면서 머리도 함께 굴렸다.
그리고 고민을 시작한 지 30초 후.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대뜸 일어난 녀석이 눈 깜짝할 사이에 비밀 통로로 들어가 버렸다.
콰아앙.
얼마나 급했던지 그냥 벽을 뚫고 도망치더라.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은 다시 영접실 안으로 되돌아왔다.
그것도 ‘인간 공’이 되어 버린 채로 말이다.
그 ‘공’이 누구의 작품인지는 뻔했다.
“레오 녀석, 지난번의 내 작품이 인상적이었나 보네.”
청출어람이라고, 내가 지난번에 인종차별주의자를 사용해서 만들어 낸 공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다.
저 자세로도 사람이 목숨을 유지할 수 있구나.
역시, 생명은 위대하다니까. 아주 끈질겨.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놈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슬슬 심문을 시작해 볼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