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3.
세종시에 위치한 신청와대.
서신우 대통령은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뱉어 냈다.
정신없는 나날들이다.
미국에 벌어진 테러, 중국의 내전.
하나만으로도 벅찬 이슈들이 터지고 있는 이 상황.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북진 작전을 잠시 중지시킬 정도로 엄청난 파도였다.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던 게이트들을 성공적으로 토벌한 덕분에 한반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서신우 대통령은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불안감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언제라도 저 파도들이 이 한반도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서 대통령이 창문 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똑똑똑.
누군가 그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집무실 안으로 한 노신사가 들어왔다.
서 대통령은 들고 있던 커피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다음,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우리 유선호 장관님. 어쩐 일로 이렇게 직접 오셨습니까? 오늘 쉬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급히 보고드릴 사항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마침 세종시 주변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급한 보고요? 그러면 비서실장에게 연락을 따로 하시지.”
“그럴 경황이 없어서 말입니다.”
“일단 앉아서 말씀 나누도록 하시죠.”
서 대통령은 유선호 장관에게 의자에 앉는 것을 권했고, 유선호 장관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우린 커피입니다.”
“감사합니다.”
유선호 장관은 대통령이 직접 따라 준 커피를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부산시에 사고가 터졌습니다.”
“……게이트입니까?”
“아닙니다. 김시우 교황입니다.”
서신우 대통령의 얼굴이 문제의 원인이 김시우 교황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심각하게 굳었다.
김시우 교황이 직접 움직이는 경우는 하나다.
신경 쓰이는 빌런을 발견했을 때.
서신우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유선호 장관을 바라보았고, 유선호 장관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부산에 리멘 교단을 사칭해서 비밀리에 신도를 모으던 집단이 하나 있었던 모양입니다. 리멘 교단 측에서 넘겨준 정보에 따르면 마약 거래, 성착취 등 최소 14가지 이상의 범죄 행위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사실입니까?”
“리멘 교단 측에서 우리를 속일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딴 흉악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왜 우리 쪽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그 가설들 중에서 유력한 가설을 골라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신우 대통령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말했다.
“비리?”
“맞습니다.”
“이런 썅놈의 새끼들이 진짜!”
서신우 대통령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는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쥔 채로 유선호 장관에게 말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좋지 않습니다. 여당 국회의원 둘, 야당 국회의원 하나. 이렇게 셋이 회동하는 자리에 김시우 교황이 직접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직접 찾아간 김시우 교황이 어떻게 움직였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서신우 대통령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렇게 내가 헛짓거리를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었는데…… 이 씹어 먹어도 모자랄 새끼들!”
“김시우 교황이 먼저 전화를 걸어 그들에 대한 처분을 내려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어떻게 답하셨습니까?”
“허락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이레귤러의 당연한 권리라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유선호 장관님 덕분에 그나마 숨을 돌립니다.”
김시우의 도움으로 정부의 힘을 되찾은 후, 서신우 대통령이 가장 먼저 실시했던 건 비리 척결이었다.
세상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생하고 있는 버러지들.
그들 대부분을 싸그리 긁어 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바뀐 게 없었다.
오히려 강화된 공권력을 이용해서 더 해 처먹을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서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우리들이 여태껏 그것을 몰랐다는 건, 그쪽의 행정기관들도 관련되어 있다는 소리입니다. 유선호 장관님.”
“일본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본의 빌런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사키 총리와 간만에 전화를 해야겠군요. 비서실장!”
서 대통령이 큰 목소리로 비서실장을 호출했고,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실장이 다급하게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예, 대통령님.”
“부산시장,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검찰청장, 경찰청장. 당장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전달하세요.”
비서실장은 서 대통령의 목소리에 엄청난 분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1시간입니다.”
비서실장은 다급하게 집무실 밖으로 나갔고, 서 대통령은 다시 유선호 장관을 바라보았다.
“유선호 장관님.”
“말씀하십시오.”
“이능관리부 측에서도 수사팀 편성해 주십시오. 강채아 각성자의 소속을 일시적으로 이능관리부로 변경합니다. 강채아 각성자를 중심으로 수사팀을 편성하겠습니다.”
유선호 장관은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래서야 체면이 살지 않습니다.”
서신우 대통령은 다시 한번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가 여태까지 정치인들을 건드리지 않았던 건, 정부 측을 배려해 주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여태까지 우리를 배려해 준 셈인데, 이번에 우리가 그의 호의를 저버린 셈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답답했다.
모두 힘을 합쳐서 이 재앙을 이겨 내도 모자랄 마당에, 자기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는 그 몰상식한 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거래였다.
고작 찰나의 욕심에 이끌려, 더 큰 미래를 포기하는 그자들이 한심했다.
하지만 서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돈과 권력의 속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저지르는 멍청한 짓이었다.
눈앞이 욕심에 물들어, 정확한 판단을 못 하는 자들.
“이번 사건으로 김시우 교황에게 그 어떠한 피해도 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김시우와 좋은 관계를 이어 왔다.
그리고 그 좋은 관계는 어디까지나 김시우의 배려로부터 시작한다고, 서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했다.
고작 탐욕에 물든 쓰레기들의 실수로 인해 그 신뢰 관계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
서 대통령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긴급회의가 끝나면 제가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할 겁니다.”
큰 균열은 언제나 작은 불신으로부터 시작되는 법.
서 대통령은 그 작은 틈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서 대통령은 곧바로 일본의 총리실과 연결된 핫라인을 들었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사사키 총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서 대통령은 분을 삭이면서 말했다.
“좋은 저녁입니다, 사사키 총리님.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습니다.”
4.
확실히 정부의 행동은 빨랐다.
-……사상 최악의 비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하여 이능관리부, 검찰, 경찰이 함께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쳐, 예외 없는 수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내가 정부 쪽에 연락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서 대통령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여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겠음.
2. 국회의원이고 뭐고 예외 없음.(현행범이므로 불체포특권 없음.)
3. 굉장히 화가 나는 상황. 비리와 연관된 자들에게 자비 따위 베풀 생각 없음.」
나는 TV를 통해 송출된 기자회견을 바라보면서 국밥을 한 숟가락 먹었다.
부산으로 오면서 생각했던 돼지국밥이 아니라 한우가 잔뜩 들어간 특제 한우국밥이었지만, 맛은 아주 굉장했다.
가게에서 오직 나를 위해 끓여 준 국밥이라서 그런가?
고급 한정식집답게 주방에 계신 분들의 실력이 뛰어난 듯했다.
“국회의원이고 뭐고 예외 없다는데? 아저씨들, 어떻게 생각해?”
나는 국밥 위에 갈비찜을 올려서 입으로 집어넣은 다음, 슬쩍 내 앞에서 동상처럼 굳어 있는 양반들을 쳐다보았다.
아까 전에 내가 젓가락을 꽂아 넣었던 양반의 출혈은 이미 멈춰 있었다.
내가 젓가락을 박은 채로 지혈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청소가 참 힘들다.”
지난번의 청소가 빌런들을 겨냥했던 청소라면, 이번 청소는 종류가 달랐다.
빌런, 더 나아가 빌런들과 연관되어 있는 세력들을 겨냥한 청소.
사회가 존재하고 권력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섭리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니까.
탐욕으로 인해 그 어떤 짓이든지 벌일 수 있는 게 인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부패가 당연시되면 안 되는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는 이상 새살은 다시 자라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저씨들 덕분에 쓸 만한 정보를 얻었다. 고마워.”
간단하게 진행된 심문.
각성자도 아닌 놈들이라 그런지, 녀석들은 약간의 고통에도 술술 아는 정보를 내뱉었다.
아까 전에 만났던 그 일본의 각성자들.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욱일회’ 소속 각성자들이었다.
순식간에 일본의 주류 세력에서 밀려난 욱일회의 잔당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범죄에 개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국밥을 국물까지 마신 다음,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박 의원에게 던졌다.
그러자 숟가락이 박 의원의 이마에 정확하게 부딪쳤다.
따아아아악.
“끄으으.”
박 의원이 신음을 흘렸다. 숟가락에 맞은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흘려내렸으나 그는 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범죄자 새끼들이 세뇌시킨 피해자들로 성욕도 채우고, 돈도 받을 때는 좋았잖아. 그 값을 이제 지불하는 건데, 불만을 가지면 안 되지.”
이단들을 심판하기 위해 택했던 부산행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변화였다.
내가 이번에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 주었으니, 다음부터는 이런 짓을 벌이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언제든지 김시우가 움직일 수 있다.
사람들은 나쁜 짓을 벌이기 전에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똑똑똑.
문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곧 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황님, 김 실장입니다.”
“우리 김 실장님, 어서 오세요.”
곧이어 김 실장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김 실장은 나를 보자마자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식사를 하고 계신 중이신 듯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셨다면, 이 범죄자들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나쁜 짓은 이 새끼들이 벌이고, 고생하는 건 우리 김 실장님이고. 생각해 보니까 너무 괘씸하네요.”
서울이었다면 퇴근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김 실장은 나 때문에 강제 야근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솔직히 살짝 미안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칼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거거든.
그러나 김 실장은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고생은 교황님께서 하셨는데, 오히려 저희가 부끄럽습니다. 이런 쓰레기들을 제대로 청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할 뿐입니다.”
김 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뒤쪽을 향해 손짓을 했고, 곧이어 이능관리부의 직원들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바닥에 굳어 있던 세 명의 국회의원들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더니, 그 쓰레기들을 마대 자루처럼 질질 끄며 밖으로 나갔다.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입니다. 수사 장소는 이능관리부의 지하입니다.”
“오, 거기 빌런들 전용 아닙니까?”
“최근에 레오 대주교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김 실장은 끌려 나가는 쓰레기들을 슬쩍 쳐다본 다음, 분노를 삭이면서 말했다.
“저들은 앞으로 편하게 잠들 수 없을 겁니다.”
“무섭네요 좀.”
“무섭기로 따지면 신전의 지하실이…… 아닙니다.”
우리 신전의 지하실에 대한 소문이 벌써 퍼진 건가? 그곳의 정체 역시 영업 비밀인데 말이야.
그렇게 내가 김 실장이랑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쯤이었다.
[대주교 ‘레오 루멘’이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던 신도들을 바로잡았습니다!] [당신의 교단에 새로운 광신도들이 들어옵니다.] [신도 ‘이은택’이 이단심문관>으로서의 재능을 완벽하게 개화합니다!] [숨겨진 업적 신앙으로 대동단결>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달성으로 인해 신성 점수를 획득…….]빠르게 내려가는 메시지창들.
나는 그 메시지창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레오야…….”
……레오를 혼자 두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이번엔 도대체 어떤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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