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5.
쓰레기들을 김 실장에게 인계한 후, 나는 레오가 피해자들을 데리고 일종의 ‘교육’을 진행 중이라는 도깨비 길드의 부산 지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오가 새롭게 벼려 낸 ‘광신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교황 성하!”
“잘못된 길을 걷던 지난날의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저희들에게는 오직 리멘님뿐입니다!”
“부디 이 죄인을 거두시어, 리멘님의 영광을 위하여 불타오르게 하소서!”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몸속에서는 리멘을 향한 신앙이 정말 불같이 타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레오가 이 사람들에게 어떤 기름을 끼얹은 걸까?
게다가 레오의 옆에 서 있던 이은택 씨가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을 칭찬해 달라고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오셨습니까, 성하.”
레오는 한 손에 성서를 든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레오와 광신도들을 번갈아 쳐다본 다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뭐 하고 있었냐?”
“잘못된 길을 걸었던 불쌍한 자들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래?”
“예.”
리멘 교단의 대주교로서 옳은 길을 제시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말이지, 그 옳은 길이란 게 말이야.
“리멘님의 적을 지옥 끝까지 추적해서 섬멸하겠습니다!”
“다른 이들이 다시는 저희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온몸을 불사르겠습니다!”
“리멘님께 목숨을!”
“리멘님께 영광을!”
저렇게 처절하게 부르짖는 게 정말 옳은 길이 맞는 걸까?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지금 우리 교단에서 양성하고 있는 이단심문관들조차도 살짝 버거울 지경인데, 저 사람들은 거기에서 한술 더 뜨는 것 같다.
리없죽 회원들의 광기?
그들의 광기는 지금 저 사람들이 보여 주고 있는 광기에 비교한다면 가짜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잃고 있을 때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레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저들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지언정, 리멘님을 향한 신앙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저는 그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아 주었을 뿐입니다.”
레오는 자신의 외눈 안경을 벗어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
“한국 속담에 이런 게 있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많이 먹는다고…….”
“속담을 무슨 한국인인 나보다 에덴인인 네가 더 잘 아는 것 같은데?”
“트리위키에서 자주 챙겨 보고 있습니다.”
“다 떠나서, 그 속담이 왜 여기에서 나올까?”
그러자 레오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단에 한번 넘어갔던 자들이야말로 이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들을 이단심문관 양성 과정에 편입시킬 것을 성하께 정식으로 건의드리겠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의 전환이었다.
레오라면 이단에 넘어갔던 이들을 신전의 지하실로 곧장 데려가서 죄를 묻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곳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 냈을 줄이야.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그럴듯한데?”
나 역시 레오의 논리에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나는 손으로 턱을 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세뇌를 당했던 것 같던데, 그 문제는 해결했어?”
“세뇌를 당했던 신도들은 제가 직접 신성력으로 전신을 씻어 주었습니다. 뇌까지 파고든 마력들 역시 신성력으로 꼼꼼하게 제거하였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레오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성하, 저는 이단심문관들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훈련받은 이들이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레오의 말대로 그 모습을 상상했다.
레오와 라파르트 대주교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은 수백의 이단심문관들이 전 세계를 누비는 모습.
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아찔했다.
“대한민국의 주요 수풀 상품 중에 리멘 교단 광신도가 포함되겠네.”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 아니겠습니까?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이단심문관들은 이단을 찾아내는 것 의외에도 각지의 정보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입니다. 에덴에서도 그러했듯, 이단심문관들은 교단의 범세계적인 첩보 조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해.”
“더욱더 다양한 임무를…… 예?”
“하라고.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일을 꾸미는 것보다야 내가 보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게 낫지.”
내 허락 없이 리없죽이라는 광신도 단체도 만들어 낸 전적이 있는 레오였다.
그런 녀석이 저렇게까지 열정을 쏟고 있는데, 하지 말라고 그런다고 안 할 리가 없다.
인간 심리가 원래 그렇거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그런데 저 사람들 중에서 각성자는 몇이나 있냐?”
“총 숫자는 42명. 그중에서 각성자는 다섯 명입니다.”
“수준은?”
“성하께서 예상하시는 대로입니다.”
세뇌에 당할 정도라면 수준이 높은 각성자는 아니다. 그리고 마약 따위의 저급한 수단에 당하지도 않을 테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을 수습하러 왔다가 혹덩이를 붙이고 가는 기분인데.”
“그럴 리가요. 성하, 저들은 교단의 큰 복입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
이단 출신의 이단심문관.
뭔가 이상하면서도 그럴듯하다.
이단 하나만큼은 제대로 잡아 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나는 나를 향해 계속해서 부르짖는 예비 이단심문관들을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광신도를 조심하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역시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은택 씨의 표정도 아까부터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왜 저 광신도들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지?
이런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이은택 씨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단심문관의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이 얼마나 뿌듯한 장면입니까? 제가 찾아낸 이단들이 회개하여 리멘님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결심을 하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아 주신 성하와 리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무리 봐도 내 주변엔 정상이 없어.
리멘 교단, 이대로 흘러가도 되는가?
6.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신전에 돌아왔다.
나는 먼저 헬기를 타고 돌아왔고, 레오와 이은택 씨는 새로운 신도들과 함께 KTX를 타고 오는 중이었다.
돌아오면서 봤는데 성지의 바깥쪽에 기자들이 진을 세우고 있더라.
성지 내부에서 진을 치는 건 우리 교단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거다.
아마도 내가 오늘 국회의원 셋을 손봐 줘서 그런 거겠지.
기자들에 관한 문제는 서태호 기자 쪽에 소스를 흘려 주면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교단의 언론 대응은 대부분 서태호 기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편이다.
내가 직접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기자들까지 상대하기에는 오늘은 좀 피곤했다.
“오셨습니까, 교황님!”
헬기에서 내린 나를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건 다름 아닌 라파엘이었다.
라파엘은 방금 전까지 뭔갈 하고 있던 모양인지, 그의 주위에는 반짝거리는 드론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 하고 있었어요?”
“아! 아무래도 성지 주위의 방공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아서, 광산에다가 방공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밥값은 해야지 않습니까? 천벌이랑 이것저것 해서 대강 방공 시스템을 구축해 뒀습니다. 지난번처럼 성지 바로 위에 적들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해 주는 라파엘.
워크홀릭의 기질이 다분해 보였다.
처음에는 미친놈을 데려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찝찝했는데, 그래도 밥값 이상을 해 주는 사람이다.
“내려가서 한바탕 시원하게 하고 오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그 소식은 또 언제 들으셨대?”
“작업 중에 데이비드가 말해 줬습니다. 그런 재밌는 일을 혼자서 하시다니. 저도 데려가 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그러면 외교 문제인데?”
“아, 그게 그렇게 됩니까? 하하!”
미국의 이레귤러가 한국의 정치인을 위협했다.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기사 제목이다.
라파엘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교황님께서 돌아오시는 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마 교황님의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함께 가시죠.”
“퇴근하려고 했는데.”
“일이 좀 생겼습니다.”
아, 무슨 또 일이야.
퇴근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일이 생겼다는 말에 다시 스트레스가 끓어올랐다.
부패한 정치인들을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할 일은 다 끝낸 건데, 진짜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쯤 평화로운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라파엘과 함께 신전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성하.”
집무실 안에는 라파르트 대주교를 비롯하여 루나, 오준우 씨, 거기에 도깨비 길드의 최 대표와 설화, 민수 씨까지.
우리 교단의 간부들과 우호 세력의 대표들까지 한곳에 모여 있었다.
뭔가 일이 생기긴 생긴 모양이다.
“이 늦은 시간에 모여서 제 뒷담화라도 하고 계셨나요? 연락도 없이 이리 모여 계시니 당황스럽네요.”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피곤한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위해 비워 둔 상석에 앉았다. 그리고 해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작합시다.”
“예!”
내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라파엘이었다.
라파엘은 TV를 켜더니 곧바로 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높은 화질로 녹화된 영상.
영상 속에서는 드높은 요새를 배경으로 듀라한을 비롯한 상위급 언데드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황님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셨던 죽은 것들의 요새를 촬영해 봤습니다. 3시간 전 강력한 차원 공명 현상이 일어났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3시간 전이라.
내가 한창 높으신 양반들을 갈구고 있었을 때쯤이군.
“관측기를 통해서 차원 공명 현상을 감지한 즉시 정찰용 드론을 보냈습니다. 보시고 계시는 영상은 그 드론이 촬영한 것입니다.”
라파엘이 직접 개조한 촬영용 드론이라서 그런가, 화질이 정말 깨끗했다.
듀라한이 들고 있는 머리통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크 엘프 장로로부터 들었던 ‘죽은 것들의 요새’.
아직까지 작전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라 잠시 내버려 두고 있었던 곳이었는데, 이곳에 문제가 발생한 듯했다.
영상은 요새의 전체를 한번 훑은 다음, 곧바로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향해 다가갔다.
요새 위에 생성된 거대한 붉은색의 게이트.
게이트의 색깔이 보통 보라색이었던 걸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특이한 색깔이었다.
얼핏 보면 선홍빛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색깔이 특이하다고 해서 이 바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을 리는 없을 터.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입니다.”
라파엘의 멘트와 함께 영상의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콰우우우우우우!
붉은색의 게이트에서 거대한 몸집의 괴물 두 마리가 뛰쳐나오더니, 곧바로 요새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끈적한 점액질을 몸에 두른 괴물들.
언데드들이 곧장 반격을 시작했다.
리치들과 데스 나이트들을 필두로, 꽤 큼지막한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녀석들의 공격은 괴물들에게 그다지 큰 피해를 입히진 못한 듯 보였다.
기껏해야 그 괴물들이 두르고 있는 점액질을 조금 벗겨 냈을 뿐, 치명적인 타격은 없었다.
꾸르르르르르륵.
괴물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점액질이 언데드들을 집어삼킨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언데드들이 순식간에 그 점액질에 잡아먹혔다.
기이할 정도로 불길한 침묵이 잠시간 이어진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요새 전체를 뒤덮였던 점액질 사이에서 언데드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재등장한 언데드들의 상태는 이전과 다소 달랐다.
온몸에 검은색 점액질을 덕지덕지 바른 모습.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의를 드러내며 거대한 괴물들에게 달려들었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리치든, 데스나이트든.
불사의 군단이 거대한 괴물 두 마리 앞에 질서 정연하게 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괴물 중 한 마리가 아가리를 벌렸다.
아가리에 모인 붉은색의 기운이 드론을 향해 쏘아졌고.
치지지지지직-.
영상은 그것을 끝으로 종료되었다.
나는 그제야 저 괴물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가리에 기운을 집중시켜서 쏘아 보내는 종족은 내가 알기로는 딱 하나뿐이다.
드래곤.
처음에는 검은색 점액질에 뒤덮여서 쉽게 분간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그건 분명히 브레스였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내 눈앞에 새로운 메세지창이 떠올랐다.
[당신에게 시나리오 – 격의 시대>의 첫 시나리오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해당 퀘스트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검은 날개>를 시작합니다.] [한반도에 등장한 사도>를 처치하십시오.]“나 이러다가 과로사해.”
“성하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사람은 쉽게 안 죽는다고.”
“루나야.”
“예, 성하.”
“10분만 닥쳐 줄래?”
나 진짜 언제 쉬어?
죽어서 쉬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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