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3.
다음 날 아침.
죽은 것들의 요새>로 향하는 인원들이 확정되었다.
정부에서는 개성 전초기지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형성하기로 했고,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건 우리 교단의 간부들과 일부 S급 헌터들로 확정되었다.
이번 원정대에는 마법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이 포함되지 않는다.
드래곤 앞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강채아와 설화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다른 길드의 각성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보니 남는 건 결국.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뭐 어떻게 해요, 이게 지금 최대 전력인데.”
“여기에 에이든만 있으면 딱인데. 참 계륵 같아. 있을 땐 귀찮고, 없으면 또 아쉽고.”
“대신 제가 있지 않습니까? 슈트 풀 충전하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닭 대신 꿩입니다. 어차피 에이든 군은 뇌까지 근육이라, 스마트하게 싸우진 못합니다.”
늘 보던 얼굴들 뿐이었다.
나, 레오, 루나, 라파엘, 거기에 최 대표.
이렇게 다섯.
추가로 베스도 있었지만, 베스는 사람은 아니니까 저 명단에 포함시키진 않겠다.
라파르트 대주교와 토비도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표시했지만, 그들은 일부러 신전에 머물게 했다.
이 다섯 명은 내가 지금 꾸릴 수 있는 최고의 엔트리였다.
드래곤을 상대로 숫자 따위란 중요하지 않다.
녀석들에게 넘어간 언데드들의 숫자가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비하여 라파엘에게 부탁을 해 뒀다.
라파엘이 한국으로 넘어와서 보여 줬던 모습들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가까웠지만, 라파엘의 전투 능력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한다.
예전에 미국의 텍사스주에 등장했던 초대형 A급 게이트.
끝도 없이 몰려드는 거대한 몬스터들의 군세를 단신으로 격파했던 게 라파엘이라고 한다.
“화력 지원은 제 주특기입니다. 제가 있던 세계에서는 전투가 주로 어떤 식이었냐면, 서로가 지니고 있는 각종 무장들을 소진할 때까지 싸웠습니다. 그래서 전투가 한번 벌어지고 나면 지형이 바뀔 정도였죠.”
“우주에서는 안 싸웠어요?”
“오, 어떻게 아셨습니까? 우주를 배경으로도 많이 싸웠습니다. 이래 봬도 이 슈트, 우주에서도 버틸 수 있는 녀석입니다. 그렇지 데이비드?”
-거짓. 우주에서도 버틸 수 있는 방호복은 맞으나, 주인은 우주로 나선 적이 없음. 우주를 두려워함.
“하하! 데이비드가 더위를 먹었나 봅니다. 틀린 말을 하고 있군요.”
소란스러운 성격 탓에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나는 그의 실력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깐깐한 에이든조차 라파엘의 전투력만큼은 인정해 줬을 정도니까.
나는 라파엘이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서 저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곳은 북쪽으로 향하는 헬기 안.
시간을 굳이 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작전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성하, 이 배후에 누가 있을까요?”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루나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백명교 놈들일 가능성이 높지. 지구에 고대 신들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생각을 하는 놈들은 그놈들뿐이거든.”
“조용하다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뿌리 뽑을 걸 그랬나?”
“뽑는다고 뽑히는 놈들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만약’은 생각하지 말자.”
“네에.”
루나는 혀를 차더니 곧 베스를 껴안으면서 얼굴을 부볐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베스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 같다.
“도마뱀들을 처리한 후, 게이트를 닫는 게 이번 작전의 목표니까 다들 명심하시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퀘스트창을 열었다.
[검은 날개]●종류: 메인 – 시나리오
●설명 : 신격을 지닌 존재의 사도가 지구에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비록 선발대일 뿐이지만, 그들을 좌시한다면 더욱 큰 재앙이 지구에 들이닥칠 것입니다. 당신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맞서 싸워야만 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들을 성공적으로 제지한다면, 당신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허락될 것입니다.
●완료 조건 : 사도> 제거, 게이트 소멸
●보상 : 특수 능력치 격> 해금
시작부터 끝가지 의뭉스러운 지점이 가득한 메시지창.
보상으로 정해져 있는 저 격>이라는 것도 좀 이상하고, 이래저래 꺼림칙한 부분이 많았다.
격>이라.
지구에 적용되고 있는 시나리오인 격의 시대>와 관련이 있을 거고, 리멘이 예전에 이야기해 줬던 바로 그 격>일 것이다.
그런 격>을 퀘스트 보상으로 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살짝 이해는 안 간다.
하지만 길게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어차피 그놈들을 싸그리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거, 퀘스트를 깨고 직접 확인하면 된다.
혹시 몰라서 최 대표나 다른 각성자들에게 같은 퀘스트가 떴는지 물어봤는데, 그들은 그런 퀘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하더라.
즉, 나에게만 주어진 퀘스트란 뜻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면 된다.
그나저나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꽤 오랜만이라서 기분이 오묘하네.
덩치로 봤을 때는 성체급이긴 하던데.
“김 교황님, 드래곤들을 상대할 때 뭘 조심해야 할지 혹시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처음이라서.”
평생 긴장도 안 할 것 같던 최 대표의 얼굴이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드래곤을 직접 상대한다니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진심을 담은 조언을 건넸다.
“일단 드래곤들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 능력을 빼앗아야 합니다. 드래곤 놈들, 비열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라 수세에 몰리면 허공에 떠서 마법을 난사하거든요.”
“비행 능력을 빼앗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보통 날개와 마법을 이용해서 허공에 뜨는 놈들인데, 날개만 제거하면 비행 능력을 상실해요. 날개가 두 장이거든요? 그 날개를 찢어 버리면 됩니다.”
“찢는다라. 노하우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냥 올라타서 날개를 쭉 찢으면 됩니다. 힘 잘 주면 치즈처럼 찢겨 나가요.”
내 노하우를 들은 최 대표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날개를 치즈처럼 뜯어 버린다?”
“그게 대드래곤전의 가장 중요한 철칙이죠. 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천천히 요리하면 됩니다.”
“거, 굉장히 도움 되는 조언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녀석들이 마법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 마법에는 어떻게 대응하면 되겠습니까?”
“몸으로 때우면 됩니다.”
“……별다른 전략은…….”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거예요.”
난 진심인데 왜 최 대표 표정이 저렇지?
컨셉이라 생각하나?
4.
개성 전초기지에서 연료를 한 번 더 보충한 헬기는 곧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함흥보다 더 위쪽에 위치한 죽은 것들의 요새>.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요새>는 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검게 죽어 버린 들판.
그 검은색의 들판 위에 기이할 정도로 높게 솟아 있는 성벽.
시체라도 걸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실, 실제로 시체가 걸어 나오는 곳이긴 하다.
언데드들이 세운 죽음의 요새나 마찬가지이니까.
다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 꽤 많은 부분이 달랐다.
“마기가 안 느껴져.”
리치와 데스 나이트 등의 최상위급 언데드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라서, 당연히 엄청난 마기가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새에서는 더 이상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기운.
마기보다는 차라리 신성력에 가까운, 정체불명의 기운이 요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화를 구출했던 동굴에서 느꼈던 그 불쾌한 신성력과 동일한 기운인 게 틀림없었다.
나는 건틀렛을 주먹에 착용한 다음, 드높은 요새를 바라보면서 혀를 찼다.
“천벌 시리즈는 소용없을 것 같고.”
마기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마기가 소멸하면 언데드들 역시 당연히 소멸해야 정상인데.
“우리가 알던 언데드들이 아니에요. 아니, 애초에 저걸…… 언데드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여전히 셀 수조차 없는 숫자의 언데드들이 요새의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판금 갑옷을 두르며 전투준비를 끝낸 루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언데드들조차 뒤틀린 존재들인데, 저것들은 거기에서 한 번 더 뒤틀었네요. 신성력이 느껴지는 언데드들? 말도 안 되지.”
루나의 말대로였다.
언데드가 신성력을 조우하게 되면 소멸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인데도 불구하고 저 녀석들은 소멸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저 녀석들을 뒤덮어 버린 검은색 점액질로 인해서 일어나는 기현상일 것이다.
삶과 죽음의 섭리를 거부한 언데드들마저 복속시켜 버리는 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신성력이, 도리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 셈이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왕 새끼들 조지는 것만으로 바쁜 마당에, 별 잡놈들이 다 기어 나오네.”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
마기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불쾌감과는 종류가 다른 불쾌감이었다.
혐오에 가까운 감정.
저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성력이 아니다.
우리와는 절대로 섞일 수 없으며, 공존할 수도 없는 힘.
“리멘이 봤으면 머리끝까지 화를 냈을 것 같다.”
어쩌면 마족의 편에 섰던 신들보다도 더욱 흉악할지도 모른다.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요새 위에서 일렁거리는 게이트를 쳐다보았다.
게이트 너머로 지난번에 보았던 거대한 눈알이 보인다.
그 눈은 정확하게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네가 다시 보인다.】
머릿속에 불쾌한 신탁이 울려 퍼진다.
그때 들었던 그 목소리다.
뇌 속에 뱀이 기어 다니는 것만 같다.
【내 사도들이 길을 열 것이다.】
요새 위로 거대한 몸체의 괴물 두 마리가 날아올랐다.
드래곤.
이 끔찍한 신성력에 잡아먹힌 두 마리의 드래곤이 공중에 떠오른 상태로 우리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역사를 방해하지 마라.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여라.】
나는 불길하게 울려 퍼지는 신탁을 들으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리고 어깨를 가볍게 돌리면서 몸을 풀었다.
“그때도 말했다시피 나 순정파라니까.”
리멘을 두고 저딴 괴물을 섬길 수야 있나.
새로운 질서고 뭐고, 그딴 건 내 관심사 밖이다.
-저 녀석 역시 그들 중 일부다.
어느새 처음 만났을 때의 흑우로 변신한 베스가 발을 구르면서 말했다.
“저런 게 더 있다는 거지?”
-그렇다.
“소멸시키는 방법은 없나?”
-현재로서는 막아 내는 게 최선이다, 교황. 아직 너의 격으로는 저것들에 도달할 수 없어.
그래도 신격은 신격이라는 건가.
예전에 잊힌 세계의 신격을 소멸시킨 적이 있었지만, 확실히 그때의 그 녀석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놈이긴 하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라파엘에게 말했다.
“요새 무너뜨리는 거 가능하겠어요?”
“보유한 무장의 30프로 정도를 사용하면 가능할 것 같군요. 무너뜨릴까요?”
“신호를 주면.”
“알겠습니다.”
언데드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멤버면 충분할 것 같다.
에이든 덕분에 잠재력을 최대치로 개방한 최 대표도 있고, 거기에 루나와 레오까지 데리고 왔다.
위험하기로 따지면 지난번 마왕의 화신체들이 나타났을 때랑 비슷하긴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게 있다.
루나와 레오가 마왕의 화신체와 싸웠던 장소에는 내가 없었고, 지금은 내가 함께 있다.
나는 신성력을 아낌없이 개방했다.
그리고 레오와 루나를 향해 말했다.
“에덴에서는 이것보다 더한 상황도 많았잖아? 이쯤은 별거 아니지?”
그러자 레오와 루나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때에 비하면 이곳은 동네 놀이터에 불과합니다, 성하.”
둘이 여유롭게 대답했다.
루나는 기세 좋게 철퇴를 들었고, 레오는 성서를 품속에 집어넣으면서 주먹을 쥐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적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저것들은 우리의 적이다. 리멘의 이름으로 적을 끝까지 말살하라.”
내 목소리를 타고 거대한 양의 신성력이 퍼져 나갔다.
이것은 내가 리멘의 첫 번째 사도로서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
리멘 교단에서 오로지 나에게만 허락된 의무이자 권리.
[특수 스킬 성전 선포 Lv.???>를 시전합니다.] [리멘 교단의 첫 번째 사도가 정체불명의 적들을 향해 성전을 선포합니다.] [해당 지역이 성스러운 전장으로 변화합니다. 해당 지역에서 당신과 신앙을 공유하는 이들의 모든 전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내가 지닌 몇 안 되는 집단 버프 기술.
성전 선포.
내 명령을 들은 루나와 레오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을 맺었다.
“남김없이 쓸어버려.”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