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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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화
59. 지금 만나러 갑니다
1.
드래곤과의 시시한 전투가 끝난 후.
우리 교단의 성지는 처음으로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통제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리멘 교단 내부에 분열이 생겼다, 아니면 김시우의 몸에 큰 이상이 생겼다 등등.
혼란한 시대답게 각종 매체에서 음모론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히야, 이걸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는군요. 이상한 신성력에 노출되어서 그런가, 평범한 사체는 아닙니다. 에덴에서 취급했던 드래곤 사체에 비하자면…… 확실히 질은 떨어집니다.”
토비의 앞에 놓여 있는 드래곤의 사체 두 구.
이것들 때문이었다.
라파엘의 스텔스 위장막을 통해서 성지까지 잘 챙겨 오긴 했다.
우리가 이 사체 두 구를 이곳으로 가져온 이유는 간단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름을 남기듯 드래곤은 사체를 남기지.”
바로 드래곤의 사체를 가공하기 위해서.
드래곤의 사체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에덴에서도 그랬다.
마족, 마수 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우리들은 전쟁 중에 사망한 드래곤들의 사체를 기증받았다.
사망한 드래곤 본인들의 의사도 있었고, 얼마 남지 않았던 드래곤들에게서도 동의를 구하고 진행되었던 일.
드래곤 본, 드래곤 스케일 등의 귀중한 자원으로 만든 병기들은 굉장히 강력했었다.
그 과정에 참여했던 장인들 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 있는 토비.
이러려고 토비를 이 세계로 데려온 건 아니었지만, 마침 좋은 자원을 얻었는데 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하지만 드래곤의 사체를 신전의 지하에 집어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성지 전체를 통제해 버렸다.
게다가 이곳으로 가져온 드래곤의 사체가 평범한 상태도 아니기도 했고.
“그래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성수들로 저 불쾌한 기운들을 제거하고, 곧바로 제련을 시작하면 되겠군요. 마침 성화로도 있으니까요.”
“미스릴보다 낫죠?”
“물론입니다. 미스릴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지요. 안 그래도 지난번에 정부 측으로부터 분배받은 미스릴이 떨어졌는데…… 이 정도면 2기 교육생들까지 완벽하게 무장시키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토비는 짜리몽땅한 팔로 드래곤의 사체를 퉁퉁 두드렸다.
개량형 드래곤 슬레이어들로 인해 피부 곳곳이 찢겨 있었고, 심지어 피부 내부의 근육과 살 들은 대부분이 녹아 있었다.
그만큼 라파엘의 특제 폭약이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드래곤들이었다면 마법으로 어떻게든 막아 냈겠다만, 이런 무지막지한 폭약이 내부에서 터졌다면 죽는 건 기정사실.
추락한 드래곤들의 상태가 어땠는지 묘사하기에는 너무 참혹한 수준일 정도였다.
오히려 덕분에 드래곤의 사체를 손질하는 게 더 쉬워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쉽습니다.”
“뭐가요?”
“그 장면을 제 눈으로 못 봤잖습니까? 마룡 놈들이 죽는 모습은 꼭 두 눈으로 봐야 제맛인데…….”
“엄밀히 따지자면 마룡은…… 아니다. 그냥 넘어가죠. 하여간에 이 사체들 처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성지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신성 결계가 발동 중이었다.
최상급 신성석이 갈려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걸 금전적 값어치로 생각해 보면 진짜 정신이 아득해지는 금액이었지만, 이 드래곤의 사체로 인해 사고가 나는 것보단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넉넉잡아 1주면 됩니다.”
“생각보단 짧네요?”
“라파엘 군의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에덴에서는 드래곤의 사체를 절단하려면 마스터급 이상의 기사들이나 마법사들이 필요했잖습니까? 그런데 라파엘 군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라파엘이 확실히 치트키는 치트키다.
진보한 세계에서 돌아온 귀환자라서 그런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의 편의성을 제공해 준다.
미국에서 라파엘을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어?
처음에는 마냥 미친놈 같아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삼분의 일은 라파엘 몫입니다, 토비. 라파엘이 이번 작전에서 무장을 많이 소모해서요.”
“어쩐지. 성하께서 쌩쌩하신 이유가 있었군요. 예전에 마룡을 상대하고 올 때마다 기진맥진해서 주무셨던 게 떠오릅니다.”
“실제로 루나랑 레오는 지금 돌아오자마자 자러 갔잖아요?”
“그렇군요.”
내 집단 버프 스킬 성전 선포>는 딱 한 가지의 부작용이 있다.
그건 성전이 종료된 이후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것.
인체의 한계에 다다른 힘까지 끌어내게 해 주는 버프 스킬이라서 당연한 대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다만 그 정도가 심하다.
처음 그 스킬을 사용했을 때는 내리 3일을 잤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는 거뜬하다.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고 말이지.
“오늘부터 리멘 교단에 속한 전원에게 일주일 동안 휴가를 부여하겠습니다. 토비와 구 아나키 길드 생산 계열 플레이어들에게는 작업이 끝나고 따로 휴가를 드리죠.”
그러자 토비가 큼지막한 두 손을 거세게 가로저었다.
“장인이 좋은 재료를 앞에 두고 쉴 수는 없지요. 제 새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기회에 그놈들도 드래곤 사체도 만져보고,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잖습니까? 하하! 저희들의 열정은 불보다 더 뜨겁습니다!”
블랙기업 리멘에 대한 소문이 퍼진다면, 오 할은 내 몫이고 오 할은 토비의 몫이 아닐까?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휴가를 주는 건데…….
뭐, 총책임자는 일단 토비니까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가슴을 두드리는 토비를 향해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작업 끝나고 맥주 파티나 엽시다. 아직도 성수로 양조 중이죠?”
“조만간 정식으로 판매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드워프가 직접 만든 성수 맥주! 프리미엄 상품으로 딱 아닙니까?”
“토비도 이제 지구인 다 됐네.”
“정확히는 지구 드워프라고 불러 주십쇼.”
드워프들의 넉살은 언제 들어도 즐겁다. 옆집 아저씨의 넉살 같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해서 드래곤의 사체에 대한 뒤처리도 끝난 것 같고.
이제 남은 건 라파엘과의 담판 승부뿐.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라파엘이 기다리고 있는 내 집무실로 향했다.
2.
솔직히 말하자면 리멘과 연락하라는 퀘스트가 떴을 때, 시스템이 알아서 연락을 이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시스템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던 것.
이 빌어먹을 시스템 놈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셀프다.
퀘스트만 덜렁 던져 주고 나서, 그 이후부터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 주면 그게 퀘스트는 아니잖아요, 스승님? 퀘스트란 게 원래 과제를 수행하는 거니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레이스?”
“저도 그래요. 기분 탓이겠죠 뭐. 어제도 얼굴 봤잖아요, 스승님.”
집무실에는 라파엘 말고도 그레이스, 설화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새 내가 신경을 좀 못 써 주고 있는 두 사람.
여기에 민수 씨도 신경을 못 써주고 있는데, 다르게 말하자면 이제 그들은 신경을 안 써도 알아서 잘한단 소리다.
특히 민수 씨.
요새 미튜브 채널을 글로벌 쪽으로도 많이 확장시켰더라.
우리 교단의 대표 미튜버 중에 한 명이라서 우리가 컨텐츠들을 많이 밀어주고 있기도 하고, 민수 씨 역시 우리 교단 미튜브 채널의 컨텐츠 제작을 도와주고 있기도 하고.
아무튼 상부상조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오빠, 진짜 일주일 동안 휴가야?”
설화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열심히 달려왔잖아. 이쯤에서 쉬기는 해야지. 1기 교육생들도 쉴 새 없이 굴렸고, 간부들도 그렇고. 다들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을 거야.”
“오빠는?”
“나야 뭐 신전에 있어야지. 갈 곳도 없는데.”
“그렇구나.”
“그런데 왜?”
“……아니야.”
설화는 마력으로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커피를 차갑게 만든 다음, 나에게 건네주었다.
“고맙다.”
마법사들은 저런 게 참 편하다.
지난번에 개성 기지에서 담뱃불을 마법으로 붙이는 마법사도 본 적 있다.
그 뭐라고 해야 하나, 병신 같지만 멋있다?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설화가 차갑게 만들어 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가볍게 숨을 뱉어 낸 다음, 기지개를 켰다.
“이번에 일본 총리가 섬 하나 선물해 줬는데, 시간 나면 거기 한번 다녀와 볼까 생각은 하고 있어.”
“섬?”
“어, 야마타노오로치 잡았을 때 섬 하나 달라고 했었거든. 농담으로 했던 말인데, 그걸 또 다큐로 받아들였더라? 지난주에 연락 왔었어.”
시연이가 쏘아 올린 공이 섬이 되어 돌아왔다.
시연이가 그렇게 기대했던 LA 여행이 흐지부지된 이후로 계속 마음에 걸렸다.
상황이 좀 안정화되면 식구들 데리고 그 섬이나 다녀와 볼 생각이다.
“아니면 제 섬은 어떻습니까? 하와이 근처에 제가 인공섬을 하나 만들어 뒀는데, 제법 운치 있습니다.”
“인공섬?”
“해수욕장도 그럴듯하게 만들어 뒀고, 별장도 만들어 뒀고. 마음에 쏙 드실 겁니다.”
이쪽은 장르가 다르다.
인공섬을 만들어 냈다?
정말…… 기술이란 건 위대하구나.
나는 라파엘의 권유에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해 주시면 언제든지 가죠.”
“언제든지 오시면 됩니다. 교황님과 저는 이미 운명 공동체니까요. 이건 제 개인적인 질문인데…… 제가 좋으십니까, 에이든이 좋으십니까?”
“아니, 왜 갑자기 거기로 빠져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후로 최대의 난제였다.
저 말을 들으니 어제 에이든과 했던 전화 통화가 떠오른다.
-유니온 새끼들을 남김없이 씹어 먹는 중이다. 시우, 한국도 조심해라. 정화자 새끼들과 커넥션이 있는 게 확실하다. 중국이 내전 중이니, 한국에도 그 내전의 여파가 곧 들이닥칠 거다. 명심해.
말투는 거칠지만 은근히 내 생각을 해 줬던 에이든.
한국에 있을 땐 목소리에 여유가 있었는데, 어제 전화에선 아주 독기가 가득 차 있었다.
또 다른 테러 계획을 발견했다던가?
중국의 내전도 그렇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테러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그렇고.
진짜 세상이 요지경이다.
“장난입니다, 장난. 저도 교황님께서 저를 더 좋아하신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얘는 더 요지경이고.
라파엘은 큰 소리로 웃었다.
“토비 님과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삼분의 일. 거기까지밖에 못 드립니다.”
“삼분의 일이면 충분합니다. 제법 괜찮은 무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자비로우시군요.”
라파엘이 내 요청을 받고 참여했던 전투니까 이 정도는 챙겨 줘야지.
라파엘 덕분에 언데드들을 전멸시키기 편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시 한번 목으로 넘긴 다음, 가볍게 숨을 뱉었다.
“리멘이랑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이번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얻게 된 격>이라는 특수 능력치.
베스의 말과 시스템 메시지를 미루어 보았을 때, 신격>과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자세한 건 리멘이랑 직접 이야기를 나눠야 알 수 있을 듯했다.
내 말을 들은 라파엘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야 도와드리고는 싶은데, 사이킥 수정이 준비가 덜 되어 있습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방법이라.”
라파엘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있기야 합니다. 지금 사이킥 수정이 없어서 불가능한 건데…… 제가 지난번에 사이킥 수정을 제작하는 법에 대해 설명드렸었죠?”
“신성석을 만드는 것과 동일하다고.”
“공명 현상을 증폭하기 위해서는 사이킥 수정이 필수적입니다. 원래는 최상급 마정석을 세밀하게 조율하여 고품질의 수정을 생산하는 건데, 조율을 포기한다면 빠른 속도로 생산은 가능합니다.”
“다행…….”
“단, 조율 과정을 포기하게 될 경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뭔가 불길한데.
“그 단점이라는 게…….”
“손실율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는 탓에 더욱더 많은 최상급 마정석이 필요합니다. 대충 계산을 때려 보면…… 가만 보자, 한화로 2,400억? 그 정도쯤 필요하겠군요.”
차원 간 통화료가 2,400억이라고?
한 끗에 2,400억을 태운다고?
“……어지럽네.”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