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60.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1.
리멘 교단 전체의 휴가 기간 동안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일이 생겼다.
「중국 내전, 심각한 상황으로 돌입. 총 14개의 무장 세력.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독립선언.」
「중국공산당 대변인, ‘대륙은 아직도 우리의 통제하에 있어…… 각지의 무장 조직들, 투항만이 당신들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유니온> 소속 빌런들의 테러가 이어지고 있어…….」
「미국-멕시코 국경 인근의 유니온> 거점 기지 소탕 작전 시작. 총사령관은 ‘바바리안’ 에이든 하워드.」
뉴스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하고서라도, 아프리카와 중동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전 세계가 불타고 있는 듯한 모습.
유니온, 정화자 이 두 조직으로부터 시작된 혼란은 새로운 시나리오 격의 시대>와 함께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몇몇 경제 전문가들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번 사태를 두고 벌써 ‘대혼란’이라고 명명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내전으로 인한 중국 시장의 붕괴, 선진국들에 가해지는 대대적인 테러.
이런 것들은 필연적으로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스만 틀면 온통 부정적인 뉴스뿐이야. 우울증 걸릴 것 같아.”
휴가지에서 피부를 까맣게 태워 온 인욱이가 TV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침 식사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고 있는 인욱이.
나는 인욱이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간 너무 조용했잖아?”
“만약에 게이트랑 던전 없었잖아? 진짜 이대로 세계 3차 대전 일어났을걸.”
“동생아.”
“왜?”
“인간이 과연 게이트랑 던전이 있다고 해서 전쟁을 안 일으킬 것 같아?”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일어날 전쟁은 일어난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평화로운 시기대로,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혼란스러운 시기대로.
그저 전쟁의 명분이 다를 뿐, 인간의 욕심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마족들에 의해 멸망의 위기에 놓여 있던 에덴에서조차 마찬가지였었다.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전쟁은 일어나더라.
“욕심이 문제지.”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갈등이라는 건 원래 인간의 욕심끼리 맞부딪히면서 일어나는 거니까.
다만, 이번 경우에는 좀 특이하다.
“뒤에 숨어 있는 놈들이 피어오르던 욕심에 기름을 끼얹었지. 그놈들을 잡아다가 신의 심판대에 올리는 게 바로 내 역할인 거고.”
“형, 오늘은 조금 교황 같네.”
“평소에는 교황 안 같았어?”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만큼 신실한 사람이 어디 있냐? 리멘 말 잘 듣고,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내 말에 인욱이는 잠시 고민을 했다.
아니, 저게 고민을 할 일이야?
나름 좋은 일 많이 하고 다녔는데.
인욱이는 접시에 담긴 우유를 마저 해치운 다음, 입가를 닦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그렇다고 쳐줄게.”
“일단은?”
“그렇다고 안 하면 내 등짝 후릴 거잖아. 얼굴 보니 딱 그러네. 맞아 죽긴 싫어. 그나저나 형, 오늘은 출근 왜 이렇게 늦게 해?”
시간은 벌써 오전 11시.
원래라면 신전에 나가서 집무를 봐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집에서 뒹굴거리는 중이었다.
인욱이가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확인하고 가야 할 게 있어서.”
“나한테 맡기지. 나 오늘 내내 집에 있을 계획이었어.”
“언제는 밖에 나간 것처럼 말한다? 우리 집에 확인할 게 있는 게 아니라, 내 상태를 좀 확인해야 돼서. 그래서 반차 냈어.”
하위 신이고 뭐고 내 마음대로 반차를 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라파르트 대주교한테 허락도 맡아야 하고, 이래저래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내가 오늘 집에서 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이 내 시스템이 업데이트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업데이트 완료까지 남은 시간 : 34분]나는 시야 한쪽에 자리 잡은 메시지창을 살펴보았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구나.
시간 참 빠르다. 세상이 워낙 정신없이 흘러가서 그런 걸까?
그런데 방금 전의 내 말을 인욱이는 다르게 받아들였나 보다.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형. 죽을병이야?”
“갑자기 무슨 병이야.”
“형이 출근을 안 하고 몸 상태를 확인하겠다는데, 그럼 아픈 거 아니야?”
그럴듯하군.
그래, 가족인데 솔직하게 말해 줘도 되겠지? 인욱이는 어차피 친구도 없어서 말이 새어 나갈 리도 없을 테니까.
나는 솔직하게 말할 결심을 끝냈다. 그리고 인욱이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신이 되어 가는 중이야.”
나름 큰마음 먹고 고백한 진실.
그 진실이 충격적이었는지, 인욱이는 한참 동안을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을까?
마침내 인욱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뇌에 종양이 생긴 거구나.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진짜 내가…….”
“아니면 뇌에 침투하는 바이러스인 거야? 나한테만 솔직하게 말해 봐. 형은 튼튼하니까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광증이 온 것 같은데, 뭐 어때. 형은 원래부터 미쳐 있었잖아. 우리 같이 이겨 내 보…….”
짜아아아아악-.
나는 인욱이의 등을 후려쳤다. 그리고 짜증을 가득 담아 말했다.
“꺼져, 그냥.”
“형이 먼저 미친 소리 했잖아. 왜 때려?”
“꺼져.”
형제란 게 뭐 이렇지.
인욱이는 툴툴거리면서 그릇을 쥔 채로 부엌으로 향했고, 나는 멀어지는 인욱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갑작스레 피로가 느껴졌다. 시스템 업데이트와 관련이 되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낮잠을 잤다.
그렇게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
30분이 벌써 지났는지, 눈앞에 기다렸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DLC – 신격>을 시작합니다.]드디어 올 것이 왔다.
2.
리멘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했던가.
역시, 우리 여신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DLC – 신격>이 업데이트됨에 따라서 일부 기능이 해금됩니다. 사도 관리>, 신전 건설>이 해금되며, 다른 기능은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써 해금할 수 있습니다.]신성 점수 시스템은 그대로.
다만, 신성 점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예전에는 리멘의 성유물이 없이는 신전을 건설할 수 없다고 했다면, 이제는 신성 점수만으로 건설이 가능했다.
즉,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신 신전 건설에 소모되는 신성 점수의 양이 어마어마할 뿐.
그렇게 새로운 시스템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확인한 나는 곧바로 신전으로 출근했다.
“오셨습니까, 성하.”
성지의 입구에서부터 나를 맞이하는 레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든 다음, 성지를 슬쩍 둘러보았다.
출입 통제가 풀렸지만 예전만큼 인파가 몰려들지는 않았다.
관광객들이 엄청 많았었는데, 이제는 관광객보다는 순례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사망한 분들이 지인이거나 리멘 교단을 믿는 신도들, 그들이 대부분이었다.
확실히 관광객이 없으니 숫자는 적었다.
관광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시기이긴 하지.
물가는 치솟고, 옆 나라에선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런 시기에 속 좋게 관광을 했다가는 뺨 맞기 참 좋지.
“성지에 별일은 없었고?”
“예, 성하. 페어리들의 나무 정령 덕분에 성지가 그 어느 때보다 깔끔하게 유지되는 중입니다.”
“좋아.”
나는 레오의 호위를 받으며 여유롭게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으로 향하는 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두 손을 모았다.
나를 보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예전에도 저렇게 나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왜냐고?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들려옵니다. 신성 점수 10점을 획득합니다.] [누군가의 신실한 기도가 들려옵니다. 신성 점수 10점을…….]실시간으로 신성 점수가 축적되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과 달라진 건 딱 하나뿐이다.
리멘의 하위 신으로 들어가게 된 것.
이게 가능한 이유는 친절하게도 시스템이 직접 설명해 주었다.
[당신이 리멘>의 하위 신으로 각성함에 따라, 이제부터 당신을 향한 기도도 신성 점수로 집계합니다.]아,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리멘이 아니라 나를 향해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는 거지?
……뭐, 그럴 수 있지.
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리멘보다는 보이는 내가 훨씬 더 익숙하니까.
그런데 이게 조금 낯간지럽기는 하다.
나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괜히 쑥스럽다고 해야 하나?
“성하, 얼굴이 붉어지셨습니다.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겁니까?”
“오늘따라 다들 내 몸 상태에 대해 왜 이렇게들 걱정이 많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부끄러워서 그래.”
나는 관련 메시지 기능을 비활성화시킨 다음에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한 10분쯤 걸어서 집무실에 도착했다.
집무실의 책상 위에는 내가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위 신이 되더라도 저 업무 지옥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건가?
나중에 라파엘한테 인공지능이라도 하나 분양해 달라고 해야지. 진짜 서류가 제일 무섭다.
“성하께서 최종 승인해 주셔야 하는 서류들만 간추린 겁니다.”
“너무 많다.”
“성기사, 사제, 이단심문관 교육생들과 관련된 서류들이 대부분이며, 성수를 비롯한 축성소에서 나오는 성물에 관한 문의, 그리고 병력 지원 요청.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네가 직접 정리해 둔 거지?”
“예.”
“레오 바쁘네. 교관도 하랴, 내 비서도 하랴.”
“인력을 충원시켜 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레오는 반드시 내가 옆에 끼고 있어야 한다. 시간이 남으면 어딜 가서 어떤 사고를 칠지, 나조차도 감당이 안 된다.
나는 레오를 향해 방긋 웃어 준 다음, 자리에 앉아서 곧바로 서류들을 확인했다.
교육생들과 관련된 서류는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에 가져왔던 드래곤의 부산물을 통한 장비 제작에 관한 내용이었다.
토비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
사체 해체를 통해서 얻은 부산물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드래곤 본이랑 미스릴을 조합해서 판금 갑옷을 만든다…….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이거는 좀 신박하네. 드래곤 스케일로 실을 만들어서 사제복을 만든다? 이게 가능한가?”
판금 갑옷을 만들겠다는 건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그 밑에 적혀 있는 ‘드래곤 스케일 사제복’은 정말 참신한 이야기였다.
내 질문에 레오가 곧바로 대답했다.
“드래곤 스케일을 라파엘 님의 장비를 통해서 옷감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게 돼?”
“라파엘 님께서 직접 보여 주셨습니다. 서류 옆에 샘플을 놓아두었습니다. 만져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손수건 올려 둔 줄 알았는데, 이게 그거였구나.”
“드래곤 스케일에 최상급 신성석을 섞었다고 합니다. 옷감에 관한 보고서는 그 보고서 뒤쪽에 첨부…….”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다.”
드래곤 스케일로 만들었으니 방어력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고, 신성석까지 갈아 넣어서 그런지 신성력을 증폭시켜 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최고의 옷감.
안 그래도 우리 사제나 이단심문관 들을 위한 장비가 부족하다 싶었는데, 라파엘의 기술이 확실히 대단하긴 하구나.
앞으로 그 연구소에서 어떤 괴물들이 튀어나올지 내심 기대가 된다.
그 뒤로 나는 빠르게 서류들을 살폈다.
“개성 전초기지를 제외하고서는 상품 유통은 유선 그룹의 몫이니까, 일단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하고. 지원 요청? 이거 중국에서 온 거잖아.”
“그렇습니다.”
“정부 측에 문의하라고 해. 자칫하다가는 내전에 개입하게 되니까, 우린 진짜 조심해야 해. 의료 지원 쪽으로 가닥을 잡자. 아, 지금 중국에 우리 쪽 정보원 있지?”
“린 타오 형제를 기억하십니까?”
“아, 예전에 시연이 뒤밟았던 그 친구? 라파르트 대주교가 직접 세뇌, 아니 회개시킨 친구잖아.”
“그 형제가 현재 상하이에서 포교를 진행 중입니다.”
“잘됐네. 그 친구를 통해서 현지 정보 좀 더 자세히 알아봐.”
중국의 내전으로 인한 불똥은 언젠가 우리에게도 튈 것이다.
그 전에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 둬야만 한다.
그래야 이 태풍에서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리고 레오야, 30분 뒤에 간부들 전부 집무실로 모이라고 해. 논의할 게 있다.”
앞으로 교단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거라, 나 혼자 일방적으로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좀 있는 주제.
나는 서류를 잠시 책상에 내려놓은 다음, 레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 2호점 지어야 돼.”
“2호점이라면…….”
“두 번째 신전 말이야.”
교세를 확장시킬 수 있을 때 확장시켜야지, 안 그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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