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5.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던 환영식.
보통 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오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껴 있기 마련이지만, 놀랍게도 나를 향해 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그 자리에서 나를 욕하면 죽여 버릴 것만 같은 느낌.
그건 흡사 광기에 가까웠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경호원들이 벽을 세워 뒀지만, 경호원들이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나를 향한 암살 시도란 게 가능할 리가 없다.
현재 나와 적대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욱일회조차도 이런 자리에서 감히 테러를 감행할 수 없었다.
한일 양국 정상이 나와 함께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이 광기를 뚫을 가능성은 제로였다.
“국민들이 김시우 교황님을 정말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말씀해 주셨다면, 더 성대한 환영 행사를…….”
“……괜찮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김시우 교황님께 은혜를 갚고 싶을 따름입니다. 김시우 교황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센다이시 일대는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을 겁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우리가 향한 곳은 총리 관저였다.
엄청난 환영 인파와 경호 속에서 총리 관저에 도착한 우리들.
그 우리에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게 뭔가 새삼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군.
서 대통령과 사사키 총리는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본론에 들어갔다.
“중국 상하이 쪽의 반군 세력이 현재 가장 강합니다. 구 상하이방이었던 간부들을 중심으로 대놓고 무력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주요 화두는 중국이었다.
내전에 휩싸인 중국.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한민국과 일본으로서는 유럽, 북미의 테러보다는 중국의 내전이 중요한 의제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일본으로 오기 전, 미국으로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정보를 건네받았다.
중국과 관련된 정보였는데, 방금 전 서 대통령이 말한 저 상하이의 반군과 관련되어 있기도 했다.
“상하이 쪽에 정화자의 본진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마도 상하이 반군의 후원자는 정화자일 겁니다. 중국으로서도 속수무책이겠죠.”
중국의 이레귤러는 현재 총 셋.
원래는 넷이었다가 내 손에 한 놈이 불구가 되었으니, 남은 건 셋이다.
문제는 남은 셋조차도 제대로 규합이 안 되는 상태라는 거다.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실속만 챙긴다면?
결과는 뻔하다.
중국의 분열.
엄청난 인구 숫자에서 나오는 막강한 각성자 전력으로 지역 패권국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세계의 패권국을 지향하던 중국이 무너지는 거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터진 폭탄은 감당할 수 없다.
바로 지금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사사키 총리는 물을 한 모금 넘긴 다음, 숨을 고르면서 물었다.
서 대통령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무리를 해서라도 압록강 라인까지 북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시는 김시우 교황님께서 잃어버린 땅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을 제거해 주셔서 큰 리스크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과연 그렇군요.”
“김시우 교황님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에게 그루밍을 시도하는 서신우 대통령.
일본 총리가 앞에 있으니 나와의 친분을 자랑하고자 하려는 게 보였다.
내 눈에도 보이니까 사사키 총리에게도 당연히 보일 것이다.
꽤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만한 방법이 없지. 애초에 내가 서신우 대통령에게 ‘나를 마음껏 이용하세요’라고 말했으니까.
그래서 그냥 딱히 제지를 안 했다.
비행기에서 이미 압록강 전선에 관해서 들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었고 말이지.
“우리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일본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이라는 이웃 국가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역시 우리 김시우 교황님과 리멘 교단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니겠습니까?”
“서 대통령께서는 혹시 믿음이 있으십니까?”
“은퇴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리멘 교단의 신전에 다녀 볼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잘되었군요. 저도 은퇴하면 함께…….”
아니, 이야기가 갑자기 왜 저렇게 흘러가는 거야?
“지금쯤이면 참모들끼리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서 대통령님.”
“복잡한 건 그들끼리 의논하라고 하고, 우리들은 이렇게 여유롭게 티타임을 가지도록 합시다. 차를 마시고 난 다음에는…… 그래요, 센다이시에 함께 가서 우리 김시우 교황님께서 일으키는 기적을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지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각 나라의 수장들끼리 만난 자리라서 막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 생각했다만.
이건 그냥 노인정에서 들을 법한 이야기들이잖아?
차나 마시고 마실이나 나가자, 이런 거 아닌가?
내가 어색하게 웃음을 짓자 옆에서 내 표정을 살피던 서 대통령이 한마디 던졌다.
“김시우 교황님도 레오 대주교와 라파르트 대주교에게 많은 걸 맡기고 계시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죠.”
“저희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아,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수장이란 자리가 원래 그렇지 뭐.
서 대통령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웃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내전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끼칠 경우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이 자리에서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만약에 중국에서 번진 화마가 한반도에 이르렀을 때, 김시우 교황님께서 그 화마로부터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보호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나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내 단호한 대답에 서 대통령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걸로 된 겁니다.”
6.
대한민국과 일본의 참모들이 서로 치열하게 설전을 주고받고 있는 동안, 나는 결국 사사키 총리와 서 대통령을 데리고 센다이시 복구 현장에 도착했다.
“야마타노오로치가 남긴 상처가 아직까지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김시우 교황님께서 도시를 정화해 주신 덕분에 어느 정도 수습은 되고 있습니다.”
한창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센다이시.
그래도 예전에는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도시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야마타노오로치가 토벌된 이후, 센다이시는 일본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게이트나 던전이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복구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타고 있던 헬기는 천천히 도시를 한 바퀴 돈 다음, 곧 엄청 넓은 공터에 착륙했다.
서울 그라운드 제로보다 조금 더 넓은 크기의 공터.
이곳은 기억에 남아 있던 장소였다.
“야마타노오로치와 전투를 했던 그 장소군요.”
에이든과 함께 야마타노오로치를 잡았던 바로 그곳이었다.
사실 그때 에이든이 딱히 한 것도 없긴 했지만, 그래도 에이든과 처음으로 함께한 전투라서 기억에 좀 남는 곳이었다.
“맞습니다. 원래 이곳에다가 추모비와 함께 추모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습니다.”
“성지의 정원처럼요?”
“예. 도시 복구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나면 바로 공원을 조성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군요. 이곳에 리멘 교단의 신전이 지어진다면…… 이곳에서 희생당하신 분들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어째서인지 우리 교단의 신전은 항상 아픈 장소에 자리 잡게 된다.
그게 싫지는 않았다.
아픈 이들을 보듬고, 희생당한 영혼을 기리는 것은 우리 교단에게 내려진 사명이기도 했으니까.
나는 이 쓸쓸하면서도 넓은 대지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리멘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신전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은 모두 저희 측에서 부담을…….”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기적’이 있으니까.
사사키 총리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 준 다음,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신전에서 챙겨 온 최상급 성수를 꺼냈다.
리멘이 알려 준 바에 따르면 성유물을 따로 배치하기 전까지는 서울 신전처럼 넓은 범위를 설정하는 건 힘들다고 한다.
기껏해야 신전과 신전으로부터 200m 반경까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성유물이야 나중에 구해서 배치하면 되는 거고, 그리고 그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니까.
일단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한 거다.
내가 리멘의 하위 신>이 되면서 새롭게 열린 카테고리.
[권능 성지 창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성 점수 10만 점이 필요합니다.] [신성 점수를 소비하여 이곳을 리멘 성단>의 성지로 설정하시겠습니까?]성지 창조.
말이야 거창하지, 시스템창에 명시되어 있는 효과는 그냥 해당 지역을 성지로 만드는 것이다.
신성 점수를 무려 10만 점이나 잡아먹는 괴물.
지금까지 모아 뒀던 신성 점수가 싹 털린다. 이 점수면 축성소를 더 지을 수 있겠다만, 그래도 한번 실험은 해 봐야지 않겠어?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최상급 성수를 바닥에 뿌렸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서 권능을 발동시켰다.
“이곳을 우리의 성지로 삼는다.”
간단한 시동어.
내가 시동어를 내뱉은 순간, 내 몸에서 대량의 신성력이 빠져나갔다.
내 몸에 잠들어 있던 신성력이 방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눈앞이 핑 돌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그렇게 빠져나간 신성력은 곧바로 대지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파아아아아아앗-!
새하얗게 물든 대지로부터 찬란한 빛이 솟구쳐 올랐다.
그 빛들은 새하얀 실선처럼 나뉘며 허공에서 서로 얽혀 들어갔다.
“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은 점차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몇 개의 기둥을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신전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눈앞을 가득 메우던 새하얀 광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서울 신전과 똑같이 생긴 신전이 자리 잡았다.
[현 시간부로 해당 지역이 성지>로 설정됩니다.] [차원계 : 지구>의 플레이어 최초로 성지를 창조했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신성 점수 3만 점을 획득하셨습니다.]페이백을 알려 주는 메시지들을 비롯해서 각종 메시지가 빠른 속도로 눈앞을 가득 메웠다.
나는 그 메시지를 잠시 닫아 둔 다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서는 사사키 총리와 서 대통령이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이 장면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세상에…….”
“정말…….”
산전수전 다 겪었을 대통령들에게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던 걸까?
“같이 들어가시겠습니까?”
신전이 소환은 되었지만, 내부 구조도 동일한지 한번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처음 사용해 본 권능이라서 불완전할 수도 있고, 겉만 화려하지 내부는 아닐 수도 있잖아?
내 권유에 두 국가 원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됩니까?”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왕 오셨는데 내부는 구경해 보셔야죠.”
그렇게 나는 둘과 함께 신전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계단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갔고, 예배가 이루어지는 본당으로 곧장 향했다.
내부 역시 서울 신전과 동일했다.
그곳에는 서울 신전처럼 리멘의 얼굴 없는 신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다 똑같네요.”
“서울의 신전과 동일한 것 같습니다. 신기하군요.”
신전에 들른 적이 있던 서 대통령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두 분 다 제 뒤로 오십쇼.”
나는 그 둘을 내 뒤에 둔 다음, 본당과 연결되어 있는 계단을 쳐다보았다.
저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는데, 방금 전에 그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방금 건설한 신전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벌써 이곳까지 침입한 걸까?
설마 이계의 신격?
일단 확인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
나는 사사키 총리와 서 대통령을 잠시 뒤에 둔 다음, 천천히 지하실로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지하의 문을 열었다.
“어?”
“……어?”
그곳에는,
“뭐야, 성하가 왜 여기에 있어요. 일본 가신 거 아니었나?”
“너, 언제 일본에 따라왔냐?”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 서울이잖아요.”
피가 묻은 철퇴를 든 루나가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성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지를 통한 이동이 가능해집니다.]“……전진 신전이 진짜 가능한 전략이었다고?”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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