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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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화
3.
신전 앞에 신목까지 심어 두니까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왔다.
서울 신전만큼의 분위기는 아직까지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황야의 개척자가 된 기분.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은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신전이라…….
그래도 운치가 좀 있는 것 같다.
센다이시에 신전이 세워졌다는 걸 그새 또 어디에서 들었는지 일본 기자들이 1시간 뒤에 몰려들었다.
“김시우 교황님! 센다이시에 신전을 세우신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차기 후보지는 부산이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리멘님의 자비가 일본 열도에도 내리기를!”
“김시우 교황님, 사랑합니다!”
마지막에 들린 두 질문은 기자라기보다는 내 열성 팬 같은데?
그래도 사람들이 예의가 좀 있다.
예전에는 마이크를 내 입에다 들이미는 기자들도 있었는데, 확실히 요새는 그런 기자들이 없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고.
아마도 그건 내가 예전에 기자가 들이민 마이크를 그대로 먼지로 만든 것 때문이 아닐까?
참고로 그때 나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기자는 바지가 축축해진 상태로 도망갔다.
기자들에게도 기자들만의 네트워크가 있는 건가? 소문이라도 난 모양이다.
나는 안전 거리를 확보한 채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센다이시에 신전을 지은 이유는 이곳이 저희 리멘 교단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기자들이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제가 처음 일본에 방문하고, 야마타노오로치를 토벌했던 장소죠. 동시에 일본 국민들에게는 아픈 상처로 남은 장소이기도 하구요.”
이건 어디까지나 리멘 교단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에덴에서도 그랬으며, 지구에서도 그렇게 해야 할 우리 교단의 본질.
리멘이 언젠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린다.
-그들의 위로가 되어 주기를.
전쟁에 시달렸던 에덴의 생명들에게 안식과 평화를 선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리멘은 그것이야말로 그들을 위로하는 길이라고 그랬다.
그것은 지구로 돌아와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적어도 리멘의 이름으로 종교를 퍼뜨리고 있다면, 그 본질만큼은 잊어서는 안 된다.
“리멘 교단은 언제나 상처를 돌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땅에 남겨진 상처를 치유하고, 이곳에 잠든 아픈 기억들을 조심스럽게 간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서울 신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추모비를 세울 예정입니다. 센다이시의 복구공사가 끝나고, 여러분들께서 이곳으로 돌아오실 때, 리멘님의 신전이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반겨 줄 겁니다.”
간만에 기자들 앞에서 서는 자리라서 그런가? 기자들을 상대로, 그리고 그 너머의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쑥스럽다.
하지만 힘들거나 어색하지는 않았다.
내 머릿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들을 그저 저들에게 전달하면 될 뿐이니까.
“이곳에 잠든 슬픈 기억들 위에 조심스럽게 좋은 기억들을 쌓아 나가 주셨으면 합니다.”
나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나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다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잠든 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부디 리멘께서 여러분들을 평안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야마타노오로치 토벌전이 끝나고, 일본의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
그 말을 다시 한번 꺼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후, 다시 고개를 들어서 일본 기자들을 쳐다보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자들은 모두 눈을 감은 채로 각자 기도를 하고 있었다.
종교가 있는 사람도, 종교가 없는 사람도.
그들은 모두 조용히 이 땅에서 죽어 간 이들을 애도하는 중이었다.
이 황량한 대지 위에도 언젠가 웃음이 찾아오는 날이 오겠지.
내가 할 일은 그 날까지 이곳을 가꾸고 지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곳에 리멘의 이름을 퍼뜨리는 것.
일본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백설이의 말대로 온 지구를 성지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신전을 최대한 많이 지어 볼 생각이다.
이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거든.
이런 내 생각이 전달된 걸까? 내 옆에서 용케 가만히 있던 백설이가 내 다리에 머리를 비비적거리면서 말했다.
-오늘은 좀 교황 같네. 잘했어.
“언제는 교황 안 같았냐?”
-칭찬해 줘도 뭐라고 그래. 리멘님이 주인을 사랑하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기도 해. 이래야 내 주인이지.
백설이에게서 이런 칭찬을 듣는 건 또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하네.
그래도 내가 나름 교황인데…….
그렇게 내가 백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기자들의 무리에서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 기자의 감사를 시작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너도나도 감사를 표하면서 나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안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글거리네.”
뭔가 뻘쭘하기도 하고.
그래도 뭐.
“가끔은 괜찮을 것 같기도…….”
나쁘진 않네.
4.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의 효과는 굉장했다.
「리멘 교단의 두 번째 신전, 놀랍게도 일본 센다이시로 결정」
「리멘 교단의 김시우 교황 ‘리멘 교단은 언제나 상처를 돌보겠다.’」
「리멘 교단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 시작?」
「미국의 이레귤러 에이든 하워드, “시우가 미국에도 신전 하나 건설해 줬으면 좋겠다. 리멘님께 기도를 드리고 싶은 나날들이다.”」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우리 교단의 행보가 그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언론만 난리가 난 것은 아니었다.
[제목: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왔습니다.]내용: 위대하신 김시우 교황님을 일본에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영원한 형님 국가로 모시겠습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사이가 더욱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리멘 교단 만세!
└???
└얘 뭐임
└왜 신 갤에와서 이런 글 싸지름?
└왜냐고? 김시우야말로 진정한 ‘신’이니까.
└ㅋㅋㅋ지금 일본 난리났다던데
└일본 커뮤니티들 봄? 지금 거기조차도 이미 리멘 교단에게 테라포밍당한지 오래임
└일본에서 지금 리멘이나 김시우 욕하면 길거리에서 죽창맞음ㄷㄷ
대한민국과 일본의 커뮤니티 역시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찌나 뜨겁게 달아올랐는지, 일본 네티즌들이 대한민국 커뮤니티까지 넘어와서 번역기를 돌려 가면서 글을 적고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광기.
이러다가 리멘이 광기의 신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뜨거운 상황이었다.
[리멘 교단>의 영향력이 일본 전역으로 확대됩니다!] [대한민국>에 이어 일본>의 주류 종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공적인 교세 확장으로 신성 점수 3만 점이 지급됩니다.]빠르게 떠오르는 메시지만 보더라도 일본에서의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로는 유례없는 한일 화합이라고 한다.
이게 정말 신앙으로 대동단결인가?
“성하, 이것 좀 보세요.”
“뭔데.”
“아예 대한민국과 일본을 합쳐서 신성 리멘 제국을 세우자는데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은데. 어떻게, 생각 없으신가요?”
“그걸 말이 되는 소리라고 하냐?”
“말이 안 될 건 또 뭐야. 지금 분위기를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이쯤 되면 거의 습관이다.
습관적 개소리.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고 있는 루나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지금 서울 신전의 내 집무실.
당연히 지하 통로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확실히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할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해 버리니 편했다.
“나중에는 신전 지하를 터미널처럼 사용해도 되겠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좀 무섭네.”
전 세계 각지에 신전을 지어 두고, 서울 신전을 중심으로 각국에 이단심문관을 파견하는 모습을 잠시 떠올렸다.
……상상만으로도 섬뜩하군.
어딜 가나 리멘 교단의 눈이 있는 거 아니야?
교황인 내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그래도 병력 동원 계획을 재수립하는 데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왜?”
“2기 교육생들 중 일본인 교육생들은 언젠가 일본으로 돌아갈 텐데, 센다이 신전을 통한다면 빠르게 소집하는 것도 가능하잖아요? 동원 병력이 늘어난 셈이죠.”
오늘도 훈련소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우리의 2기 교육생들.
지난번에 보고서를 보니 1기 교육생들보다 성과가 훨씬 좋았다.
선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
우리 교단에 신입으로 들어온 친구들에게 주어지는 경험치 보너스가 어마어마하기도 했지만, 경험은 시스템으로서도 극복할 수 없는 요소.
게다가 1기 교육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교육 커리큘럼도 개선했기 때문에 교육성과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2기 교육생들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을까?”
“슬슬 실전 경험을 시켜 줄 때가 되었어요.”
“비공식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면 북진이 재개될 거야. 무리해서라도 압록강까지는 뚫겠다는데, 우리한테도 꽤 많은 구역이 배정될 거야. 그때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어떠냐?”
“좋아요. 준비시킬게요. 아, 그리고 드래곤 본을 이용한 장비들의 생산도 시작되었거든요? 1기 교육생들부터 입히면 될까요?”
“그렇게 처리해.”
그래도 이제 교단이 그럴듯하게 돌아간다.
장비도 알아서 잘 생산되고 있고, 병력도 계속해서 늘어 가고.
인재를 잘 영입해 두니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성지끼리 연결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맞다, 라파엘 아저씨랑은 이야기 나누셨어요?”
“어.”
성지 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라파엘이 달려와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더라.
공간 이동과 관련된 연구가 곧 차원 이동의 실마리가 될 거라나 뭐라나?
최근에 라파엘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어서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토비가 드래곤 본과 드래곤 스케일을 이용해서 장비를 생산할 수 있던 것 역시 라파엘의 공학 기술이 큰 도움을 줬으니까, 그 정도는 협력해 줘야지.
연구한다고 해서 닳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바쁘니까 좋으시죠.”
“늘 말하지만 난 쉬고 싶어.”
“성하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뭐?”
“쉬는 건 죽어서 하면 된다고.”
“……내가 그랬었냐?”
“에덴에서 매일.”
내 업보로구나.
이래서 사람이 입을 조심해야 한다. 인생이란 원래 내뱉은 대로 돌아오는 법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책상 위의 서류들에 내 서명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지루한 서류 작업이 이어지고 있을 때쯤.
똑똑똑.
누군가 기운차게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잠시 후, 라파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무실로 들어온 라파엘의 모습은 꽤나 특이했는데, 그의 오른팔인 ‘데이비드’가 푸른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반짝이는 ‘데이비드’의 모습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직감이 온다, 직감이.
“이번엔 또 어디죠?”
내 질문에 라파엘이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제주도입니다. 이번엔…… 귀환자 반응이군요? 귀환자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미리 알려 드리려고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그냥 될 대로 되라지.
에휴.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