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5.
아무래도 이번 주는 나랑 섬과 연이 많은 것 같다.
어제는 일본.
오늘은 제주도.
이 두 곳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섬이라는 것.
라파엘로부터 각성자 반응을 보고받은 다음 날 아침.
나는 제주도의 해변을 바라보면서 아까 전에 사 온 토스트를 우물거렸다.
치즈랑 햄이 듬뿍 들어가서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거기에 저 보랏빛 해안가를 풍경 삼아서 먹으니까 분위기도 좋고.
“스승님, 여기요.”
“어, 그래 고맙다.”
제주도까지 나를 따라온 그레이스가 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주었다.
센스가 참 있는 제자야.
요새 교육은 루나에게 일임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훈련을 도와주고 있다.
신성력을 전투에 이용하는 플레이어로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핵심 과목인 ‘안 아프게 맞는 법’. 그것을 내가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총도 약하게 맞으면 안 아파.”
“믿습니다, 스승님.”
“미사일도 마찬가지고. 마룡의 브레스나 고위급 마법도 마찬가지고.”
“그럼요, 그럼요.”
“그러니까 너도 계속 정진을 해야 한단다. 피하고 때리는 것보단 맞으면서 때리는 게 유효타를 먹이기 더 쉬운 거야.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그레이스의 재능이 남다르다.
지난번에는 나에게 오더니 이런 걸 묻더라.
-스승님, 루나 사저가 그러던데, 스승님 예전에 오른팔 잘린 적 있으시다면서요? 오른팔 잘리자마자 곧바로 다시 주워서 붙이셨다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사실상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었던 분노의 마왕을 상대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때 내가 일부러 오른팔을 내주고 녀석의 심장을 뽑아 버렸던 게 기억이 난다.
에덴에서는 인과율이 나를 제한하지도 않았고, 내 신성력도 거의 정점에 도달했었기 때문에 잘린 팔을 주워다 붙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프기는 했다만, 사실 그것도 적응이 되면 괜찮다.
어쩌면 지금보다 그때의 내가 훨씬 강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오로지 독기뿐이었으니까.
그 모습을 우리 가족들에게는 보여 주기 싫었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최대한 부드럽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스승님.”
“어.”
“루나 사저가 또 그러던데, 성하가 왕년에는…… 눈빛만으로 적들을 제압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게 사실인가요?”
“눈빛은 아닌데…… 대충 비슷하지.”
그러자 그레이스가 눈을 반짝였다.
“저도 언젠가는 그런 경지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그럼. 몬스터 딱 1백만 마리만 잡자. 그러면 될 것 같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포기하기 마련인데.
“이 제자, 더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그레이스는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면서 기합을 넣는다.
하여간에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아니랄까 봐, 정상이 아니군.
그렇게 내가 그레이스와 사제지간으로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김시우 교황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정부와 함께하는 작전이 있을 때, 대부분의 경우에 나와 함께하는 소울메이트.
김 실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레귤러급이라고 말씀하시니, 일단은 저희 병력은 후방에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잖아요.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 건데.”
“저희가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겸사겸사 제 제자 견학도 시켜 주고, 제주도 여행도 하고. 좋죠.”
라파엘의 감지 능력은 대한민국의 감지 능력을 가뿐하게 상회한다.
이번에 넘어오는 각성자가 마력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닌 이레귤러라고 파악했다.
이레귤러라.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레귤러가 이 좁은 나라에 둘이라는 게 말도 안 되긴 하지만, 내가 대한민국에 있는 이상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귀환자 맞이는 내가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
적대적인 귀환자라면 바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불필요한 인명 피해는 줄일 필요가 있지 않겠어?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병력을 투입하겠습니다.”
“아니죠.”
“예?”
“저에게 문제가 생길 정도로 센 놈이라면, 병력을 투입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대피부터 시키셔야죠. 라파엘도 부르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미국 쪽에도 인력 끌어오고.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토스트를 남김없이 해치운 다음, 손을 털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요.”
우우우우우웅-.
내가 토스트를 다 먹는 걸 기다려 주기라도 했다는 듯, 토스트를 해치우자마자 곧바로 게이트가 거칠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예의는 있는 게이트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 했는데, 도리를 아는 녀석인 것 같다.
사르르륵.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서 평상복에서 사제복으로 갈아입었다.
너클이나 건틀렛은 일부러 끼지 않았다. 그런 걸 끼고 있으면 귀환자가 당황하지 않겠어?
“게이트 활성화됩니다.”
“전 병력 전투준비!”
지휘관들의 목소리와 함께 미리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꺼내면서 방어진을 형성했다.
귀환자들의 게이트는 늘 그렇듯이 귀환자만 나오는 게 아니다.
언제나 몬스터를 동반한다.
곧이어 게이트가 활성화되었고, 게이트에서 곧 몬스터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건 처음 보는데.”
인간과 비슷한 형상에 아가미가 달려 있는 기괴한 몬스터.
하지만 나만 몰랐던 건지, 옆에 있던 그레이스가 대신 대답했다.
“나가네요. 해변가에 생성된 게이트답게 해양 몬스터가 나오나 봐요.”
떼거리로 몰려들기 시작한 나가들.
하지만 녀석들의 돌진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이쪽을 학살하기 위해서 달려오는 게 아니라.
“쫓기고 있네.”
“그런 것 같아요.”
살기 위해서 도망치는 듯한 모습.
녀석들에게서 살기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녀석들은 지느러미 같은 하반신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온다.”
게이트 안쪽에서 보라색 빛깔의 무언가가 뱀처럼 뻗어 나왔다.
그 보라색의 뱀은 도망치고 있는 나가들을 단번에 옭아매었다.
콰드드드득-.
그러더니 곧 나가들의 목을 꺾어 버린 다음, 나가들을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라파엘의 예측대로 이레귤러.
그 보라색 기운은 마력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난번에 상대했던 왕웨이의 내공과도 비슷한 성향의 기운.
“마기랑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 건 불길한 느낌을 잔뜩 풍기는 기운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너클을 끼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이런 기운의 소지자들 중에는 정상이 없거든.
내가 너클을 끼면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때쯤, 게이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협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검은색 도포, 도포와 명확하게 대비되는 흰 피부.
그 녀석의 외모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떠올린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재수 없게도 생겼네.”
남자가 남자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그만큼 잘생겼다.
내가 녀석을 바라보는 것처럼, 녀석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은 허공에 뜬 채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면서 첫인사를 건넸다.
“본좌를 마중이라도 나온 것이냐? 마음에 드는구나. 특별히 내 너를 내 수하로 거두어 주마. 네 이름이 무엇…… 아니지. 내 이름부터 먼저 소개해야겠구나.”
그놈은 여유로운 자세로 내 앞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러더니 자신의 도포를 가볍게 휘날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내 이름은 천자현. 천마신교의 제32대 교주이며, 제3대 천마다.”
단언컨대 정말 최악의 첫인사였다.
나는 스스로를 천마로 부르는 이 미친놈을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귀환자 놈들이 제정신일 리가 없지.
6.
일단 이놈이 미친놈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미친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짜와 진짜로.
이 녀석은 진짜로 미친놈인 걸까, 아니면 미친 척을 하는 놈일까?
그것은 지금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를 천마라고 밝힌 천자현을 향해서 슬쩍 물었다.
“나이는?”
“본좌의 나이를 묻는 것이냐? 중원으로 넘어가기 전의 나이로 따진다면 열아홉이었지. 하지만 그곳에서 스무 번의 겨울을 보냈으니, 서른아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귀환자들끼리는 그냥 지구 나이로 하기로 했어.”
“귀환자들이 더 많이 있는 듯하구나. 본좌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 주어 고맙다. 내 상으로 너에게 영약을 내리도록 하마.”
이 녀석이 말하기로는 본인은 중원에서 왔다고 했다.
본인이 중원에서 건너왔다고 말하는 귀환자가 이 녀석이 첫 번째는 아니었을 거다.
그래서 김 실장한테 물어봤는데, 답변이 이렇게 왔다.
-그렇다면 천자현 귀환자는 K22번 중원에서 돌아왔다, 이렇게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19세 실종, 천자현. 부모님과 동생 한 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세 명 모두 현재 서울에서 거주 중입니다.
22번 앞에 붙은 K는 국가 번호라고 한다. 한국의 영어명인 Korea에서 따온 K.
즉, 한국에 보고된 22번째 중원 되시겠다.
신기한 건 중원에서 돌아왔다는 귀환자들 중에서 세계관을 공유하는 귀환자가 단 하나도 없다더라.
평행 세계, 뭐 그런 걸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우리의 ‘천마’를 향해서 말했다.
“아버지 성함이 천정호 씨, 맞지?”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천자현의 표정이 변화했다.
녀석은 당장에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물었다.
“내 가족들. 내 가족들의 행방에 대해서 아느냐?”
“서울에 잘 계신다고 한다.”
“가족들을 보고 싶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 여동생…… 20년이나 지났으면……”
“5년. 네가 저쪽 세계로 넘어간 후로 5년밖에 안 지났다. 대충 알고 있어라.”
내 말에 천자현의 표정이 금새 밝아졌다.
“고작 5년밖에 안 지났다고? 그것참 잘된 일이구나! 그런데 말이다,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느냐.”
“해 봐.”
“저 괴상망측하게 생긴 괴물들은 도대체 무엇이더냐. 인간들에게 살기를 내뿜기에 일단 죽였다만은, 지구에 이런 괴이한 것들이 있을 리가 없잖느냐.”
이능관리부 측에서 제공한 귀환자 맞이 매뉴얼에 따르면, 귀환자들에게 지구의 상황을 인지시키는 것이 첫 번째라고 한다.
나도 그랬었지.
김 실장이 그랬는데, 나 정도면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에 속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전원 생존해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한 단계 고비를 넘긴 셈이라던데, 그건 이 녀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애초에 표정을 숨길 줄 모르는 놈이다. 얼굴 가득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묻어 나온다.
“지구에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저것들은 몬스터라고 부르는 놈들이지. 인류의 주적. 자세한 건 나중에 공무원들이 알려 줄 거다.”
“공무원?”
“저기 뒤에 보여? 정부에서 나온 공무원들이야. 너에게 지구의 상황을 친절하게 알려 줄 거란다.”
내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김 실장과 그레이스가 손을 흔들었다.
……갑자기 손은 왜 흔드는 거야?
“빨리 가서 가족들 만나야지.”
“좋다.”
다행이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덜 미친놈이라서 손이 많이 안 갈 것 같다.
귀찮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어렵지 않-.
콰아아아아앙!
천자현으로부터 뻗어 나온 보라색 빛이 갑작스럽게 나를 공격하길래 오른팔을 들어 방어했다.
팔 끝으로 전해져 오는 묵직한 충격.
나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지금 뭐 하냐?”
그러자 천자현이 허공에서 하얀색의 검을 소환하면서 말했다.
“나는 강자를 보면 참을 수가 없는 성격이다. 걱정하지 마라. 이건 일종의 시험이다. 내 시험을 통과한다면, 이 땅에 천마신교를 다시 세울 때 너를 중히 써 주마. 내 오른팔이 될 기회다.”
미친 소리를 자연스럽게 내뱉는 천자현.
나는 오른팔을 손으로 쓸어내린 다음, 천자현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넌 오늘 진짜 뒈졌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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