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63. 대놓고 온 손님
1.
이 시국에 중국에서 대한민국에 외교 특사를 파견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몇 가지 없다.
거기에 상해에서 각성자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사실상 답은 하나뿐이다.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해서겠죠?”
“저희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존심밖에 없는 놈들이 웬일이래.”
이곳은 이능관리부로 향하는 김 실장의 차 안. 내 옆에는 자현이가 함께하고 있었다.
실습 기간 동안은 내가 데리고 있을 계획이기도 했고, 앞으로 이 녀석이 이레귤러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실습이 필요했다.
중국의 이레귤러가 방문한 이번 기회야말로 아주 좋은 실습 기회기도 했고.
“이 자리에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실장은 운전대를 잡은 채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부 측에서는 이번 접견에 내가 함께해 주기를 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레귤러는 이레귤러로 상대해야 하는 법.
그 중국의 이레귤러가 어떤 짓을 벌일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내가 그 옆에 있어야지.
게다가 숫자도 우리 쪽이 우위다.
“이거, 이런 중요한 자리에 저를 데려가 주시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교황님. 그만큼 저를 믿어 주신다는 뜻이겠죠?”
미국 대표 이레귤러, 라파엘도 이 차에 탑승하고 있다.
즉, 김 실장의 차에 탑승하고 있는 이레귤러의 숫자는 총 셋.
이쯤 되면 걸어다니는 지구 멸망 스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세계 종말 폭탄의 운전대를 잡은 김 실장의 안색도 굉장히 창백했다.
“라파엘 님의 도움에 우리 대통령님께서도 감사를 표하셨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굳건한 동맹! 제가 그 증표가 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그리고 중국과 관련된 일이면 우리가 빠질 수가 없죠.”
라파엘은 넉살 좋게 웃어 젖힌 다음, 나를 슬쩍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저에게 언제 소개시켜 주십니까?”
“누굴요?”
“옆에 계시는 미남분 말입니다. 숨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실장이 운전하고 있는 이 차량은 방탄 처리가 되어 있는 특수 밴.
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라파엘이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곧 은근슬쩍 자현이의 옆에 앉았다.
“가는 길에 통성명이나 하시죠. 저는 라파엘이라고 합니다.”
“……천자현입니다.”
“낯을 좀 가리시는 성격?”
“그건 아닌데…… 그냥 좀 그래서요.”
“그렇군요!”
빠르게 서열을 정리당한 천자현.
천자현의 꺼림칙한 표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천자현의 광기는 라파엘을 뛰어넘지 못한다.
“형님, 이분은……?”
“미국의 이레귤러야. 하이테크놀로지의 세계에서 귀환한 사람이기도 하고.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사이좋게 지내라. 아, 그리고.”
중요한 걸 안 알려 줄 뻔했다.
“사람 가지고 인체 실험 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니까, 몸 간수 잘하고.”
천자현은 내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더니 라파엘을 향해 툭 내뱉었다.
“나중에 실력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나를 향한 말투와는 사뭇 다른 말투.
처음 만났을 때와 말투는 달랐지만, 그 목소리에 담겨 있는 투쟁심은 동일했다.
그래도 나름 이레귤러는 이레귤러라는 건가?
쉽게 밀리진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무인은 무인이구나.
의외였던 건 라파엘의 반응이었다.
“오늘 일이 끝나면 한번 붙어 보시죠. 안 그래도 궁금했습니다.”
“화통하시네요. 장소는요?”
“음, 신전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 말에 나는 그저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김 실장을 향해 말했다.
“중국에 대련 장소를 구해야겠는데요.”
“예?”
“대한민국에서 핵폭탄이 터지겠어요.”
솔직히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싸우게 할 수는 없으니, 중국이 제격 아닐까?
정 안 되면 잃어버린 땅에서 싸우게 해도 되고.
그렇게 두 이레귤러가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신경전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 어느새 차량은 이능관리부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김 실장은 차량을 잠시 정차한 다음, 우리를 향해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중국 측 특사는 이미 최상층의 접견실에서 유선호 장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유선호 장관님은 은퇴 안 하십니까?”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저런.”
“이번 회담은 유선호 장관님이 총괄하십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까닭은 대강 이해가 간다.
대한민국이 급한 상황이 아니라, 중국이 급한 상황이라는 거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 김 실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사고 쳐도 됩니까?”
그러자 김 실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에서 선을 많이 넘는다고 판단하시면…… 그러셔도 됩니다. 대신 건물 안에서만큼은…….”
“아아, 팰 거면 밖에 데리고 나가서 패라?”
“꼭 패라는 뜻이 아니라…….”
“확인.”
혹시 모르지.
이번에 외교 특사로 온 중국의 이레귤러가 사실은 굉장히 예의가 바른 녀석이라 손볼 필요 없을 수도.
물론 그런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이미 오는 길에 이번에 대한민국에 특사로 파견된 그놈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았거든.
이름, 순리.
중국의 이레귤러를 의미하는 초월자들 중 두 번째 서열.
창을 사용하는 이레귤러이며, 특이 사항으로는 권모술수에 능함.
서열은 2위이지만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파벌을 형성 중.
한마디로 정치질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놈이라는 거다.
중국 정부에서 그런 놈을 외교 특사로 파견했다고 한다면, 그만큼 우리 쪽에서 가져가고 싶은 게 있다는 뜻인데…….
벌써부터 설렌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이다.
“들어갑시다.”
나는 라파엘과 천자현에게 말했다.
간만에 재미 좀 보겠는걸.
2.
이능관리부의 최상층.
최상층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중국 이레귤러가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접견실으로 들어가는 문은 두 부류의 각성자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하나는 태극기를 달고 있는 이능관리부의 각성자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성홍기를 달고 있는 중국의 각성자들이었다.
“고생들 하십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러자 태극기를 달고 있던 각성자가 나에게 경례를 했다.
“오셨습니까!”
“들어가도 되겠죠?”
“물론…….”
그러나 그때, 옆에 있던 오성홍기의 각성자가 나를 제지했다.
그리고 괘씸하게도 중국어를 내뱉었다.
“신원이 확실하지 않다. 기다려라. 들어가서 여쭙고…….”
“한국어로 내뱉어. 못 알아 처먹겠잖아. 너, 진짜 나 몰라?”
한국에 왔으면 한국어로 말하는 게 예의지,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듣게 중국어는 또 뭐야?
내가 짜증을 내려던 찰나, 내 뒤에 서 있던 자현이가 슬쩍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털썩.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던 그 중국인이 거품을 문 채로 쓰러졌다.
나는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자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자현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감히 형님 앞을 막잖아요.”
“……그래.”
“자중할까요?”
“아냐,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사실상 내 홈그라운드에서 나를 막아 세운다? 이것만큼 유치한 신경전이 없지.
나는 바닥에 쓰러진 중국 측 각성자를 슬쩍 쳐다본 다음, 유유히 접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접견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두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은 당연히 유선호 장관이었다.
“유선호 장관님, 여기 경비에 중국인 고용하셨어요?”
나는 넉살 좋게 말하며 중앙의 탁자로 향했다. 그리고 유선호 장관의 옆에 앉은 다음,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한국어 가능한 사람으로 고용하시지, 불미스러운 사고가 잠깐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해외 취업을 하려면 어학 능력은 필수죠.”
나를 따라서 천자현과 라파엘도 의자에 앉았다.
유선호 장관은 라파엘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고, 곧 천자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천자현 각성자, 이능관리부의 장관, 유선호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장관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까지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앞에서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는 순리의 표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유선호 장관은 이런 분위기를 놓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순리에게 말했다.
“이분은 대한민국의 이레귤러, 김시우 교황님입니다.”
“……알고 있소. 모를 수가 없지. 그리고 그 옆에는 미국의 이레귤러, 라파엘 각성자겠지.”
“오, 중국인 친구, 내 이름을 압니까? 이것 참, 거물이라도 된 기분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김시우 교황님?”
늘 그렇듯이 능청을 떠는 라파엘.
순리의 시선은 곧이어 천자현에게로 향한다.
“그런데 저 청년은 도대체 뭐요? 이런 자리에 낄 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만만해 보이니까 일단 건드려 보겠다, 뭐 이런 것 같은데.
다소 무례한 질문에 유선호 장관은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이레귤러, 천자현 님이십니다.”
“허, 시기가 참 공교롭군. 우리가 대한민국에 방문한 시점에 새로운 이레귤러가 등장할 줄이야? 이봐요, 유선호 장관, 너무 속 보이는 장난질 아니오?”
다소 무례하다는 건 취소다.
이건 뭐 그냥 대놓고 무례하다.
“미스터 순, 천자현 군은 제가 인정하는 이레귤러입니다.”
라파엘이 한마디 거들자, 순리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한편인데, 미국이 우리를 압박하기 위해서 못 할 짓이 없다는 걸 알고 있소.”
“그러니까 귀하의 말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서 중국을 속이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지.”
목소리에서 거만함이 잔뜩 묻어 나온다.
나는 웃으면서 그놈의 반응을 즐겼다.
허장성세라고, 그 말이 진짜 딱 맞다.
실속도 없는 놈이 원래 허세를 제대로 부리는 법.
물론 저 녀석 스스로는 본인의 허세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력이 아예 없는 녀석은 아니니까.
그래도 명색이 중국의 서열 2위인데, 입만 산 놈은 아니다.
“형님.”
이 사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현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쟤 뭐라는 거예요?”
“너, 중원에서 왔다면서.”
“그랬죠.”
“그런데 중국어 몰라?”
“중원어랑 중국어랑 좀 많이 다른데요?”
그렇군.
사실, 중원이라는 세계 자체가 이세계니까 말이 다른 게 이상할 건 없다.
“깔끔하게 정리해 줄게.”
“예.”
“쟤가 너보고 이 자리에 있을 자격 없는 놈이라는데? 버러지 주제에 왜 나서서 설치냐, 대충 이런 뜻이야.”
“재밌는 새끼네요.”
“그래, 재밌는 새끼지.”
조국이 불타오르고 있어서 지원을 요청하러 온 주제에, 같잖은 자존심은 끝까지 지키려는 꼴이다.
동북아 교류전 때 당했던 수모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형님.”
“어.”
“혹시 제 말 전달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얼마든지 해.”
나야 언어의 축복> 덕분에 동시통역이 얼마든지 가능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현이는 순리를 향해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불만 있으면 덤비라고 해 주세요.”
“그래, 형이 잘 통역해서 말해 줄게.”
이래 보여도 내가 통역사로서의 재능이 좀 있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 순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가 너보고 X밥 주제에 깝치지 말라는데?”
“이런 무례한 작자들을 보았나!”
아, 시원하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된다니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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