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3.
평양으로 향하는 절차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유선호 장관에게 문의했고, 나는 다음 날 곧바로 평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헬기를 타고 곧장 도착한 평양.
몬스터들이 드글드글한 도시를 생각했는데, 도착한 평양은 생각과는 달랐다.
“반갑습니다. 평양 임시 주둔지의 지휘를 맡고 있는 김대철 준장이라고 합니다.”
임시 착륙장이 마련되어 있는 꽤 넓은 크기의 전초기지.
주위에는 군복을 입은 병력과 이능관리부 소속의 각성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선호 장관님께 미리 전달받았습니다. 방문하신 걸 환영합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시우 교황님.”
나를 맞이해 준 김대철 준장은 정중하게 악수를 권했고,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고생은 저희 장병들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또 군필자라서 그 노고를 잘 알죠.”
슬쩍 둘러보니 이곳에 동원된 군인들 대부분이 공병들이었다.
개성에 이어 평양에도 거점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는 군인들.
개성 전초기지는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을 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나를 따라 헬기에서 내린 내 동료들을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
오늘 내가 이곳에 데려온 내 동료들은 총 세 명.
루나, 설화 그리고 자현이.
김대철 준장은 루나와 설화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건넸고, 곧이어 자현이와도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이레귤러, 천자현 각성자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 아침, 자현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가 이루어졌다.
「속보, 대한민국. 두 번째 이레귤러를 보유하게 되다.」
「새로운 이레귤러 천자현!」
「김시우가 인정한 이레귤러.」
「정부의 북진 작전, 탄력을 받게 되나?」
당연히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나에 이은 또 다른 이레귤러.
지금 이레귤러가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한다면 당연히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흥분할 수밖에 없는 소식.
오늘 아침, 우리가 신전에서 출발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대형 길드 스카우터들이 달려들었던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그 스카우터들 전부가 나랑 눈 마주치자마자 도망가더라.
“반갑습니다, 김대철 준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기합이 바짝 들어 있어서 보기 좋다.
자현이가 귀환한 덕분에 이제 내가 할 일도 많이 줄어들 테고, 사실상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덩이다.
얼추 급한 일이 정리되면 나 역시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전까지 아주 잘 교육해야지.
그렇게 해서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눈 김대철 준장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타깃 지점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예, 이동하시죠.”
김대철 준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을 시작했다.
지나가면서 참 많은 이들의 경례를 받았다.
공사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병사들도 나를 향해 예의를 차리더라.
“김시우 교황님께서 함흥의 북쪽에 위치한 요새를 토벌하신 이후, 몬스터들의 탈출이 시작되었습니다.”
김대철 준장은 나에게 현 상황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본래 평양 인근에 서식지를 둔 몬스터들이 많았지만, 최근 일주일간 대부분이 북쪽으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김대철 준장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영상 하나를 보여 주었다.
정찰용 헬기를 통해서 촬영한 듯한 영상.
영상 속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이 경쟁하듯 달리고 있었다.
“지휘관을 잃은 채로 패주하는 모습 같네요.”
“그렇습니다. 원래 주 1회 정도 꾸준히 주위를 토벌해야 했지만, 일주일 동안 근처에서 몬스터들의 활동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기지 건설 작업이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도로 작업도 마찬가지구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의 복구.
몬스터들이 중요 인프라를 아예 아작 낸 상태에서의 공사라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되었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이 대거 동원된 덕분에 건설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일본에서 상당수의 마법 계열 플레이어를 파견해 주기도 했고,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신없을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그들이 정말 호의만으로 돕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빨리 이북 지역의 통제권을 되찾고, 중국의 내전에 개입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뭐 어때?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는 게 베스트.
덕분에 작업 속도가 빨라졌으니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평양 서쪽에 위치한 구 남포 지역의 항구도 동시에 복구할 예정입니다.”
“디멘션 오프닝 이래로 최대의 건설 사업이라죠?”
“그렇습니다. 민간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전, 이 일대를 확실하게 통제하는 것이 현재 저희 군의 우선 목표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북진 작전으로 인해서 어마한 양의 예산이 갈려 들어가고 있으나, 현 정부의 지지율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
정부로서도 신이 나서 일을 진행할 만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김대철 준장에게 말했다.
“이곳에도 리멘 교단의 사제들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사 중에 사고가 날 수도 있겠네요.”
보니까 앳된 얼굴의 병사들도 꽤 있었다.
위험한 땅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병사들인데, 뭐라도 챙겨 주고 싶었다.
내 말에 김대철 준장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표했다.
“저희 장병들을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진작에 챙겨 드렸어야 했었는데, 도리어 제가 죄송하죠.”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셀 수도 없이 많겠지.
누군가는 국가를 위해, 또는 친구를 위해.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위해 작은 무언가를 해 주는 것쯤은 전혀 아깝지 않다.
나는 나를 향해 경례를 하는 장병들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갑작스럽게 장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게 무슨 일인고 하니.
“군인 오빠들 파이팅! 야, 설화야, 너도 좀 보태 봐.”
“힘내세요!”
내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루나가 장병들을 향해 윙크를 비롯한 온갖 팬 서비스를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해서 다행이다.
그래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지.
“루나야.”
“네에, 성하.”
“설화는 몰라도, 너는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너 그러다가 철퇴로 사람 치겠다?”
“못 칠 것도 없죠.”
아무튼.
그렇게 모두가 환영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우리는.
“도착했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지의 외부에 생뚱맞게 파여 있던 거대한 구덩이.
그리고 그 중앙에서 스물스물 움직이고 있는 검은색의 촉수들.
“오늘 새벽 4시경, 정찰조가 발견한 구덩이입니다.”
“따끈따끈한 녀석이네요.”
나는 김대철 준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눈앞에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퀘스트 시작 지점에 도달하였습니다.] [어비스 던전의 사이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저것이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어비스 던전의 입구였다.
4.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우리를 이곳까지 안내해 준 김대철 준장은 마지막까지 정중하게 인사를 한 다음, 병사들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우리들의 몫.
루나는 꿈틀거리는 검은색 촉수를 향해 돌덩이를 던지면서 말했다.
“기분 나쁘게도 생겼네.”
“동감.”
비주얼만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구덩이에서 자꾸만 꿈틀거리는 검은색 촉수를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라파엘을 데리고 왔으면 아주 좋아 죽었을 것 같다.
라파엘이 오늘 무슨 일생일대의 실험이 있다면서 잠시 자리를 비운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이었다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 측정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저기에는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일단 이곳에 도착해서 갱신된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얼굴 없는 자들의 미궁]●종류: 서브 – DLC
●설명: 당신은 한때 평양>이라고 불리던 곳에 생성된 어비스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이곳에 당신의 격을 높여 줄 무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완료 조건 : 얼굴 없는 자들의 미궁> 클리어.
●보상 : 신성 점수 3만 점, 무작위 성유물>
*경고 : 본 퀘스트는 일정 수준의 격에 도달한 이들에게만 주어진 퀘스트입니다. 당신이 이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목적지에는 제대로 도착한 셈인데, 입구가 살짝 불친절하다.
검은색 촉수를 제외하고서는 이렇다 할 특이 사항이 보이지 않는다.
저 촉수를 제거해야 들어갈 수 있는 걸까?
어비스 던전이라고 하면 이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소리인데, 확실히 저 검은색 촉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건 아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지구의 고대 신이라는 놈들.
그놈들에게서 느꼈던 불쾌한 신성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촉수를 슬쩍 바라보면서 잠시 머리를 굴렸다.
이곳 어딘가에 어비스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는 소리인데, 그 어디에서도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촉수와 입구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럴 땐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화르르륵.
곧바로 건틀렛을 장착해서 성화를 피워 올렸다.
그러자 옆에서 촉수를 구경하고 있던 루나가 물었다.
“성하, 뭐 하시게요?”
“뭐라도 해 봐야지.”
촉수를 치우면 문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불덩이를 검은색 촉수를 향해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검은색 촉수와 충돌한 새하얀 불덩이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일반적인 물질이었으면 잿더미로 변했을 만큼의 폭발.
그러나 결과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하였다.
촤르르르르륵.
도리어 두꺼워지는 검은색 촉수.
예전에도 느꼈지만, 확실히 내 신성력은 저 불쾌한 신성력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멀쩡한 검은색 촉수.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설화가 마력을 끌어 올리면서 말했다.
“오빠, 내가 한번 해 볼게.”
“그래 볼래?”
최근 들어 실력이 부쩍 성장한 설화.
설화는 곧바로 수십 개의 얼음창을 생성하더니, 검은색 촉수를 향해 무자비하게 꽂아 버렸다.
하지만 촉수는 여전히 멀쩡한 모습.
뒤를 이어 자현이 역시 검을 소환해서 검기를 날렸지만, 촉수에 별다른 타격을 주진 못했다.
“튼튼하네.”
원거리에서 어떻게 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
내가 그 촉수를 보면서 턱을 쓰다듬자, 설화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예전에 봤던 그 촉수랑 비슷한데, 그때는 오빠가 손으로 찢어 버렸잖아.”
“그랬지.”
“이번에는 안 되는 거야?”
“그때보다 신성력이 훨씬 짙다. 애초에 나랑 상성이 좋은 편도 아니고…… 네 말대로 손으로 직접 찢어 봐야 하나?”
그때, 자현이가 의견을 제시했다.
“형님, 촉수를 제거하는 게 정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응?”
“자동문 같은 개념일 수도 있습니다. 저 촉수로 다가가면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관진식 중에서 접근하면 모양이 변화하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저 녀석 역시 그렇지 않을까요?”
기관진식이라고 한다면 함정과 비스무리한 건데, 제법 그럴듯한 추론이다.
“그러니까 네 말은 자동문일 수도 있다?”
“지구 최강이신 형님의 힘으로도 파괴하지 못했다면, 충분히 그럴듯한…….”
그 와중에 아부를 빼놓지 않는 자현이.
아부와는 별개로 꽤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자현이의 등 뒤로 걸어갔다.
“확실히 그럴듯해.”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제 뒤로…….”
“확인은 한번 해 봐야지.”
“예?”
툭.
자현이의 등을 슬쩍 밀었고, 자현이는 눈을 둥그렇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현이의 몸은 결국 중력에 이끌려 검은색 촉수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
자현이가 나를 향한 욕설을 완성시키도 전에.
파아아아아앗-.
검은색 촉수로부터 뿜어져 나온 검은 빛이 자현이의 몸을 집어삼켰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들어가는 게 맞나 봐. 우리도 따라 들어가자.”
“네, 성하.”
“응.”
자현이를 데려오기를 잘했단 생각이 든다.
역시, 선발대로는 튼튼한 이레귤러가 제격이지.
나는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촉수를 향해 가볍게 뛰어내렸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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