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5.
[어비스 던전 얼굴 없는 자들의 미궁>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의 폭주까지 남은 시간 ?@!#@@@>] [폭주 전까지 던전을 클리어하십시오.]던전은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입장하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거대한 문.
어비스 던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던전 자체가 아예 다른 세계에 위치해 있다는 거다.
지난번에 최 대표가 고립되었던 어비스 던전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중국으로 가기 전에 성하와의 마지막 데이트네요.”
루나는 슬쩍 철퇴를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중국에 임시로 파견되는 간부는 루나로 정해졌다. 레오는 아직 서울에서 이단심문관을 육성해야 했기에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루나의 너스레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운만 좋으면 중국에도 임시로 성지를 만들어 줄 수 있어.”
“전진 신전 전략, 그거 히트라니까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야.”
이곳에서 획득하게 될 무작위 성유물>이 성지의 코어가 될 만큼 강력한 성유물이라면, 루나가 주장했던 ‘전진 신전’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전략이 될 것이다.
중국에다가 통로를 뚫는 건 향후 교단의 전략에 있어서 큰 이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운이 좋아야겠지만 말이지.
이번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얻게 될 무작위 성유물>이 성지의 중심을 잡아 줄 만큼 큰 놈이여만 한다.
결국은 운이다.
그동안의 내 운을 생각해 봤을 때는…… 잘하면 될지도?
그나저나 자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자현아.”
“……예.”
“표정 왜 그래?”
내가 아까 툭 밀어 버려서 그런가, 얼굴 가득 심통이 나 있었다.
좀 풀어 줘야 할 필요가 있겠네.
나는 녀석의 어깨 위에 팔을 두른 다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현아.”
“예, 형님.”
“잘하자.”
슬쩍 팔에 힘을 줬다.
그러자 자현이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곧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 말 잘 들으니까 좋네.”
“자현아, 나는 네가 그렇게 앞장서서 길을 개척할 줄은 몰랐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화끈하더라. 반할 뻔했다니까?”
“그, 그렇습니까, 누님?”
“어, 멋있던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현이의 한 가지 특징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 녀석이 여자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점이다.
미친놈들은 미친놈들끼리 통한다고, 루나와 아주 빠르게 친해지고 있는 자현이.
아까 헬기에서는 설화에게도 말을 걸더라.
물론 루나와 달리 설화는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화를 차단해 버렸다.
뭐라고 했더라? ‘말.걸.지.마.’였던가?
나는 자현이를 비행기 태워 주는 루나를 바라보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루나가 저런 거 하나는 잘한다니까.
“좋아, 슬슬 들어가 볼까.”
나는 천천히 거대한 문을 향해 다가갔다.
미궁의 문 가운데에는 큼지막한 검은색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그 보석을 중심으로 아까 전에 본 검은색 촉수가 곳곳으로 뻗어 나간 상태다.
마치 문을 잠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문의 앞에는 기괴한 생김새의 언어로 만들어진 문장이 적혀 있었다.
“흠.”
내가 그 문장을 살펴보고 있을 때쯤, 어느새 내 옆에 붙은 설화가 말했다.
“지구의 언어는 아닌 것 같네.”
“그러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뭔데?”
“한글은 아니야.”
“……진지해지면 안 될까?”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유들유들하게 가자고.”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언어는 분명 아니었지만, 저 문장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불쾌한 신탁.
【네 자격을 증명하라.】
그때, 죽은 것들의 요새>에서 들었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 역시 신탁이라는 것.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격을 증명해라? 방법이라도 알려 주든가.”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아니, 돌아가지도 못한다.
어곳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한반도에 큰일이 일어난다는 협박 문자를 보고도 어떻게 돌아가?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출구는 없어.”
입구가 일방통행이다.
클리어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다는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는 듯, 미궁으로 향하는 거대한 문을 제외하고선 그 어디에도 출구가 없었다.
“문제는 문을 어떻게 여냐는 건데. 설화야, 어떻게 여는 것 같냐?”
“자격을 증명하라고 했다면…… 뭔가 장치가 있지 않을까?”
“장치라.”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장치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인내심이 그리 길지 못했던 자현이가 검을 뽑으면서 말했다.
“그냥 베어 버리겠습니다.”
우우우우웅-.
자현이의 검이 공명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보라색의 기운이 자현이의 검에 서렸다.
자현이는 그것을 검강이라고 부른다.
내공을 통해서 만들어 내는 일종의 칼날이라고 하던가?
사르르르륵-.
자현이의 검이 거대한 문의 윗부분부터 아래까지 깔끔하게 양단했다.
어마어마한 절삭력.
“베엇…….”
자현이가 웃으면서 중얼거리려고 할 때, 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촤르르르르륵-.
검은색 보석으로부터 뻗어 나온 촉수가 문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을 붙잡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자현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 방법도 아닌가 본데요?”
“음.”
나는 자현이의 말을 들으며 가볍게 몸을 푼 다음, 문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자현아.”
“예?”
“아직 너는 갈 길이 멀었다.”
온몸의 힘을 끌어 올린 후, 냅다 오른손으로 문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산산조각 나 버리는 문.
검은색 촉수?
그딴 건 딱히 상관없었다.
촉수가 문을 복구시키기 전에 먼지가 되어 흘러내리는 미궁의 문.
나는 피식 웃으면서 자현이를 쳐다보았다.
“하체 운동을 더 해. 하체가 부실하더라.”
“……예.”
좋아, 그럼 이제 들어가 볼까?
6.
미궁이란 무엇인가?
보통 미궁이라고 한다면, 들어가면 쉽게 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곳을 의미한다.
한번 빠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구조.
거기에다가 흉악한 괴물을 더해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미궁이라고 할 수 있다.
콰지지지직-.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곳은 미궁이라는 이름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장소였다.
“끝도 없네, 끝도 없어.”
나는 얼굴 없는 괴물들의 머리를 발로 짓이기면서 툴툴거릴 수밖에 없었다.
미궁에 들어온 지도 벌써 2시간째.
루나의 시계가 아니었다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몰랐을 뻔했다.
“이래서 기계식 시계를 착용하는 거죠. 내가 이거 안 차고 왔으면 어쩔 뻔했어요?”
“손목에 차 한 대 가격을 두르고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가 시계 박살 나면 어쩌려고?”
“그럴 것 같아서 성수로 축성도 해 뒀고, 신성력으로 보호하고 있어요.”
“참 힘들게 산다.”
“낭만이지, 낭만.”
루나는 철퇴에 묻은 피를 대충 괴물의 몸에다가 닦아 냈다.
인간 형태의 괴물.
지난번 최 대표를 구하러 갔을 때 마주했던 그 괴물들과는 복장부터가 다르다.
딱 봐도 예복으로 보이는 복장들.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사제들인 것 같지?”
저 괴물들로부터 느껴지는 불쾌한 신성력.
그 신성력은 우리가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느꼈던 그 신성력과 동일했다.
내 말에 루나는 철퇴를 어깨 위에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까 얘네 치유 능력 사용하는 것도 보셨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 놈들은 우리가 상대하기에는 좀 별로다.”
“그렇긴 해요. 차라리 마기가 더 속 편하죠. 그나저나 자현이 데려오길 잘했어요. 이레귤러는 이레귤러네요.”
루나는 턱짓으로 자현이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자현이가 검을 쥔 채로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자현이의 전투 방식은 우리와 완전히 달랐다.
우아하다는 표현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전투.
녀석의 검이 희미한 빛을 받으며 빛이 난다. 그리고 조용하게 춤을 춘다.
그 검은 쓸데없이 화려하지 않다.
극한으로 절제된 검으로 적을 궁지에 몰아넣고, 결정적인 순간에 여지없이 힘을 폭발시키며 목숨을 끊는다.
절제되었으나 폭발적인 검.
절제, 폭발.
서로 극단의 성질임에도 불구하고 그 두 가지의 성질이 녀석의 검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우아하게 느껴질 수밖에.
“마음 같아서는 에덴으로 납치해 가고 싶네요. 검술 교관으로 딱일 것 같잖아요.”
“굳이 에덴으로 납치해 갈 필요 있겠어?”
“예?”
“1기, 2기 교육생들에게라도 가르쳐 주면 되지. 검을 주 무기로 선택한 교육생들도 꽤 많잖아?”
에덴의 검수들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완전무결한 검격.
천마에게 사사했다는 놈답게 검 하나는 제대로구나.
역시, 무기술은 무림인가?
“그래도 설화가 밥값 톡톡히 하네.”
“마법 능력뿐만 아니라 판단 능력도 훨씬 좋아졌어요.”
“나도 느꼈어.”
설화가 맡고 있는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투 보조.
그녀가 최근 마정석을 많이 흡수하고, 많은 전투를 소화해 낸 덕분에 종합적인 전투력이 진짜 많이 오른 것 같다.
전투를 하는 내내 우리를 편하게 해 주었다.
이를테면 우리들에게 유리하도록 전장을 조성해 준다든지, 적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한다든지.
설화의 빙결 마법이 전투를 좀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체력 소모도 적고.
둘 다 데려오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형님! 루나 누님과 무슨 이야기를 그리 즐겁게 하고 계십니까?”
어느새 전투를 끝낸 자현이가 냅다 달려왔다.
“네 뒷담화.”
“비겁하시네요.”
“앞담화로 해 줄까?”
“죄송합니다.”
자현이는 루나가 던져 준 물통으로 가볍게 목을 축였다. 그리고 입술을 닦으면서 설화에게 건네주려고 했다.
“저는 괜찮아요.”
“물을 잘 마셔야 건강…….”
설화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얼음을 만들어 낸 다음, 그 얼음을 입에 넣고 씹었다.
와그작.
그 모습을 본 자현이가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단하십니다, 설화 양.”
“편하긴 하겠다.”
사막에 조난당할 경우를 대비하여 한 명을 데려가야 한다면 나는 고민도 없이 설화를 데려갈 것이다.
마법사들이 저런 게 참 편하다니까?
저번에는 담뱃불을 마법으로 붙이는 마법사들도 봤다.
스르르륵.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괴물들의 사체가 미궁의 바닥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체를 따로 처리할 필요 없어서 간편하네요.”
“……연쇄살인범이냐?”
우리는 곧바로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미궁.
유일한 나침반은 오로지 내 감각뿐이다.
미궁 안쪽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신성력을 향해 가고 있거든.
“이렇게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형님? 너무 시시한데요.”
“보통 그게 플래그야.”
“예?”
눈치 없는 놈.
이런 곳에서는 그런 말을 삼가는 게 국룰이거늘.
던전이 처음이라서 그런가, 쓸데없이 플래그를 세운다.
“입이 문제야, 입이.”
잠시 후.
【신격을 품은 자여, 그분께서 네 피를 원하신다.】
우리들의 앞에 여섯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 ‘천사’를 향해 말했다.
“일단 날개부터 꺾어 줄 테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아프다고 울지는 말고.”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