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5.
이곳은 서울 신전에 위치한 내 집무실.
미궁을 클리어하고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긴급회의가 시작되었다.
참여자는 교단의 핵심 간부들.
나, 레오, 루나, 라파르트 대주교, 토비.
이렇게 긴급회의가 시작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어째서 이 검이…… 허어.”
“심판의 검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딱 한 번 봤던 검인데, 히야. 지구로 넘어오니 별일이 다 생기는군요. 머나먼 드워프의 선조들께서 벼리시고, 리멘님께서 눈물을 떨어트려 완성시켰다는 신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 신화는 실화입니다, 토비.”
“오, 성하. 라임 맞추시는 거 봐.”
무작위 성유물>에서 튀어나온 이 심판의 검>.
과연, 이 심판의 검>이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었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성유물들 중에서 이 녀석이 나올 줄이야.
“리멘께서는 악마와 악인 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셨고, 그 눈물이 검에 닿았으니, 그 검은 심판을 위한 검이 되었노라.”
라파르트 대주교는 리멘 교단의 성서 속에 있는 구절을 읊었다.
그것은 성서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심판의 검>에 대한 구절이었다.
즉, 이 검은 리멘 교단의 초창기 때부터 존재해 온 성유물이라는 뜻이다.
리멘 교단이 보유한 성검 중에서 태초의 성검이자, 최후까지 남을 성검.
“큰일인데 이거.”
리멘 교단의 성유물 중 귀중하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갈, 그런 귀한 성유물이란 뜻이었다.
악마들을 상대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며, 대지에 검이 꽂히는 순간 난공불락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한 신성 결계가 생성된다.
이 검은 교황청 최후의 방어선이기도 하다.
이것 하나만으로 교황청이 위치한 도시 전체에 신성 결계가 가동되었을 정도.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스펙의 성유물이란 소리다.
“교황청 신성 결계가 크게 약화되었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라파라트 대주교?”
나는 라파르트 대주교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파르트 대주교도 아까 심판의 검>을 마주하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아주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전쟁이 끝나고 대륙에 흩어져 있던 성유물을 많이 모아 뒀으니……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사실, 우리 코가 석 자긴 하다.
게다가 반송조차 안 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겠어? 그냥 재수가 좋았다 생각하고 알뜰하게 사용하는 수밖에.
“아, 그런데 이거를 성지를 만드는 데 쓰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는데…….”
내 말에 심판의 검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던 루나가 대답했다.
“어차피 성하 말고는 못 쓰잖아요.”
“……그렇긴 하지.”
이 심판의 검>의 최대 단점.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검으로부터 인정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구에서 유명한 엑스칼리버 전설과 얼추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나는 책상 위에 놓아둔 심판의 검을 내려다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적당한 성유물만 넘어왔어도 이런 고민은 안 했는데, 너무 큰 게 넘어와서 좀 어지럽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진짜 이래도 되나?”
인재들을 빼 온 것도 모자라 귀중한 성유물까지 가져와 버린 상황.
진짜 이래도 되나 싶다.
에덴을 우리 교단의 본점이라고 친다면, 지구 분점이 본점의 살림살이를 전부 털어 오고 있는 건데…….
뭔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여기에서 고민해 봤자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저쪽 세계의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알뜰하게 사용해 줘야 한다.
나는 심판의 검을 손으로 집었다.
우우우우웅.
검은 내 신성력에 감응하면서 기분 좋게 공명했다.
“앞만 보자고, 앞만.”
에덴에는 리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나를 지켜보기만 했던 테라가 직접 나타나서 나에게 경고까지 했다.
마기를 사용하는 놈들뿐만 아니라, 이제 고대 신이라는 적까지 수면으로 올라왔다는 의미다.
이럴 때일수록 다른 걸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직면한 위협.
그것들에 온 신경을 집중할 때였다.
[성유물 심판의 검>을 차원계 : 지구>에 결속시키겠습니까?]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그 메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심판의 검이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특성.
최고의 성유물답게 아주 여러 가지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거다.
“결속시킨다.”
[성유물 심판의 검>이 차원계 : 지구>에 적용됩니다.] [리멘 교단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의 경험치 획득률을 영구적으로 30프로 증가시킵니다. 또한 에너지 : 마기>를 보유한 적들을 상대로 모든 스테이터스와 스킬의 레벨이 30프로 상승합니다.] [심판의 검> 반경 5km 이내에서는 특수 효과 성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내가 에덴에서 성장을 할 때, 이 검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성장에 목이 마른 우리 교단 소속의 플레이어들에게는 그야말로 꿀맛 같은 버프.
고작 성유물 하나일 뿐인데, 엄청난 수준의 집단 버프가 적용된다.
“1기 교육생들이랑 2기 교육생들, 이번 2차 북진 때 전부 다 포함시켜.”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1기 교육생들의 전투력이 많이 올라왔지만, 아직까지 2기 교육생들의 전투력은 미미한 상황.
우리 교단이 중국에 상륙하기 전에 최대한 전투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루나, 레오.”
“예, 성하.”
“네.”
“애들 죽기 전까지 굴려.”
작은 힘이라도 소중한 때다.
중국에서 난리를 치고 있는 정화자.
그리고 저 너머에서 마수를 뻗어 오고 있는 고대 신들까지.
“근래에 좀 조용했잖아? 크게 움직여 보자고.”
그동안 쌓아 둔 것들을 통해서 한 발자국 크게 내디딜 때가 되었다.
나는 간부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6.
그날 이후 우리 교단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본격적으로 재개된 2차 북진.
평양 임시 기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압록강을 향한 과감한 진격 작전.
두 번째 이레귤러 자현이의 합류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력을 손에 넣은 대한민국 정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압록강을 향한 북진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 작전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제목 : 오늘만큼은 나에게 국뽕을 허락한다.]내용 : 요 근래만큼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 압록강까지 찍어 보고…… 이게 고토 회복이 아니면 뭐임? 그냥 이 기세로 압록강을 넘어 중국까지 들어갔으면 좋겠음.
ㄴ김시우 천자현 원투펀치 미치긴 했지
ㄴ킹시우 킹자현이다
ㄴ어허. 우리 교황님의 이름 앞에 킹이라니; 최소 갓은 붙여야지.
ㄴ중국이 멀쩡했으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 항미원조 전쟁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ㄴ항미원조 전쟁? 잡았다 이 새끼ㅋㅋ
ㄴ야ㅋㅋㅋ니네 본진 지금 불났는데 여기에서 뭐 하냐
커뮤니티의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한 북진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나는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압록강을 바라보면서 작게 숨을 뱉어 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한때 신의주라고 불렸던 곳.
그나마 평양에 비해서 도시가 보존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90프로 이상 파괴된 도시.
한때 이곳에 도시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일부 구조물들만 남아 있을 뿐, 폐허는 폐허였다.
“성하, 여기서 뭐 하고 계셨어요?”
“웹서핑.”
“압록강을 바라보면서 웹서핑이라…… 낭만 있네요. 그런데 여기 인터넷 터져요?”
“라파엘.”
“라파엘산은 믿을 만하죠. 나도 나중에 부탁해야겠다.”
루나는 양손에 꼬치를 든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곧 오른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돼지고기예요. 정부군에서 내어 준 삼겹살을 숯불로 구웠으니까 맛있을 거예요.”
“고맙다.”
“역시, 성하를 챙겨 주는 건 저밖에 없죠?”
루나는 씨익 미소를 지은 다음 내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꼬치에 꽂혀 있던 삼겹살을 터프하게 물어뜯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압록강이구나.”
“압록강 잘 아냐?”
“음, 대한민국의 최북단에 흐르는 강? 백두산 서쪽이 압록강, 백두산 동쪽이 두만강.”
“지리 공부 좀 했네.”
“시연이가 가끔 저한테 한국 지리도 가르쳐 줘요. 그리고 요새 포털 사이트 들어갔다 하면 압록강 이야기밖에 없는걸요.”
더할 나위 없는 한국인이 되어 가는 루나였다.
루나는 고기 한 점을 더 입에 집어넣은 다음, 압록강 너머로 세워져 있는 거대한 벽을 바라보았다.
“그라운드 제로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저 너머서부터는 그 나라야.”
“아하.”
중국이 잃어버린 땅의 몬스터들을 막아 내기 위해 세웠다는 높은 벽.
무식한 크기의 벽으로 몬스터들을 막아 내겠다는 아이디어를 봐선 확실히 저건 중국의 작품이 맞다.
옛날이었다면 여기서 단동시가 보여야 한다고 하던데, 내 눈에는 단동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군데군데 파여 있는 무식한 벽뿐.
압록강 너머 벽을 공격했던 몬스터가 꽤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옛날에 내가 휴전선 부근에서 쫓아낸 오크들 있지?”
“네.”
“그놈들이 저기에다가 꼴아박았대. 일부는 벽 밑에 땅굴 파서 단동 시내로 들어갔다더라.”
김 실장이 알려 준 이야기였다.
나에게서 도망친 오크들이 결국 중국에 도달하여,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내 말에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자업자득이지 뭐. 안 그래요? 그러게 평소에 마음을 곱게 썼어야지. 나쁘게 써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네 말이 맞다.”
중국의 내전은 어느덧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일부 지역은 대놓고 독립 선언을 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국지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중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상하이.
상하이에서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만큼 민간인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리멘 교단의 교세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최후의 보루는 신앙심일 테니까.
아, 루나의 공식 파견일도 결정되었다.
지금으로부터 9일 후.
중국 정부의 발표도 있었고, 내가 직접 기자회견도 했다.
파견 명분은 당연히 평화 유지.
대한민국과 일본 정부도 쌍수를 들면서 환영하더라.
“루나야.”
“네, 성하.”
“가서 누구 편들어 주지 말고. 정부군이건, 반란군이건 신경 쓰지 말고 민간인들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라.”
“물론이죠. 근데 어차피 상해에다가도 신전 세우실 거잖아요? 급한 일 있으면 바로 넘어오시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세요.”
“……일단 네가 총책임자잖아.”
“확실히 못 미덥기는 하네요. 사고 안 치면 다행이지.”
본인이 잘 알아서 다행이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압록강의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번 북진을 통해 엄청 많은 걸 얻었다.
리멘 교단의 사망자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0명.
1기 교육생들과 2기 교육생들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교단 플레이어들에 대한 특집 기사가 있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정도의 성과였다.
“이제 어디 가도 맞고 다니진 않겠어.”
“1기 교육생들은 이제 다른 A급 헌터들과 비교해 봐도 꿀리지 않죠. 2기 교육생들은 성장 속도만큼은 1기 교육생을 상회하구요. 그리고 어디 가서 맞고 다니면 제 손에 죽을 거라고 미리 말해 뒀어요. 금방 알아듣던데요?”
루나 손에 죽을 바에는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맞아 죽는 게 낫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삼겹살 꼬치를 전부 해치운 다음, 슬쩍 손으로 입술을 닦으면서 말했다.
“상해에 진출하기 전, 그간의 성과를 증명할 좋은 기회야.”
오늘 우리가 병력을 이끌고 이곳에 온 이유.
“우린 오늘 압록강을 넘는다.”
그 이유는 바로 저 벽 너머에 있었다.
나는 장벽 너머의 하늘에서 일렁이는 붉은 빛을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죽였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