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66. 압록강 너머에서
1.
“여기서부터는 저희들이 도와드리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소속의 헌터들이 넘어가는 순간, 복잡한 외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신의주와 중국의 단동시를 연결했던 철교의 밑.
원래는 부서진 다리의 잔해뿐이었지만, 정부 소속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인해 압록강을 도하할 수 있는 다리가 일시적으로 생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김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급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복잡한 외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요?”
“그 복잡한 외교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김시우 교황님입니다.”
“맞습니다, 형님.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 실장의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현이.
나로부터 벗어난다는 생각에 얼굴이 핀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마음 같아서는 자현이를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자현이는 정부에 소속되는 길을 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현이를 이번 원정에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레이스나 라파엘 역시 마찬가지고.
우리가 단동으로 넘어가는 이유는 한 가지다.
도시 전체에서 강력한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가 처음 신의주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마기 반응은 없었는데, 3일 전부터 마기 반응이 강해졌다.
그것 때문에 중국 측에 따로 문의를 넣어 봤는데, 중국 측에서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이해는 간다.
지방 도시 따위를 신경 쓰기에는 녀석들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거든.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 측에 우리 교단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통보했고, 그들은 그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3차 계획이 신의주를 중심으로 동진이었죠?”
나는 김 실장에게 물었고, 김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평양과 신의주. 두 지점에서 동시에 동진을 함으로써 모든 국토를 회복할 계획입니다.”
“확실하게 하고 가는 게 중요하죠. 제가 교단 병력 이끌고 금방 들어갔다가 오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서 천벌을 잔뜩 배치해 두었다.
라파엘이 특별히 제작해 준 사격 통제 시스템이 알아서 우리의 작전을 도울 것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김 실장을 비롯한 정부 측 인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다음, 곧바로 우리 교단의 전투원들에게로 돌아갔다.
루나와 레오.
거기에 1기 교육생 전원과 일정 기준을 통과한 2기 교육생 1백 명까지.
옛날이었다면 루나와 레오, 나, 이렇게 셋이서 들어갔겠지만, 이번 작전에서는 우리 교육생들도 함께한다.
“다들 긴장하지 마라.”
나는 웃으면서 교육생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서 있던 재민이를 향해 한마디 던졌다.
“재민아.”
“예, 성하!”
“긴장되냐?”
그러자 재민이가 기합이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성하와 함께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립 서비스 잘 배웠네. 루나한테 배웠냐?”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딱 잼민이 느낌이 물씬 풍겼던 재민인데 말이지.
시간 참 빠르다.
그만큼 재민이도 열심히 노력을 해 왔다는 뜻이겠지.
나는 재민이의 등을 툭툭 두드려 준 다음, 교육생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전투를 하러 들어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마기가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조사한 다음, 마기를 저 도시에서 지워 내는 것이 목적이다.”
정화자 놈들의 장난질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우리가 북진하는 것에 맞춰서 흉악한 장난질을 벌여 뒀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새끼들이니까.
“하지만 다들 이것만큼은 기억해라.”
우리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저 마기에 물든 도시를 구원하는 것.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악을 마주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악을 이 세상에서 몰아내고,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다가오는 전투는 피하지 않는다. 싸워서 제거한다. 악을 철저하게 분쇄한다.”
이것은 우리 교단의 첫 해외 원정.
단순히 교단의 간부들만 동원된 것이 아닌, 우리 교단의 병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작전이다.
“리멘님께서 너희를 보우하시기를.”
그 이상의 격려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앞에 도열한 2백여 명의 사제와 성기사 들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햇병아리 같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성직자로서의 자세가 잡혀 있다.
눈에서 튀어나오는 독기도 아주 마음에 들고.
“나와 루나, 레오가 선두에 선다.”
“예, 성하.”
“기다리고 있었어요.”
시간을 질질 끌 생각은 없었다.
저 중국의 도시에 어떤 일이 생겼든, 빨리 해결하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
서울에서 시연이랑 놀아 줘야 하고, 백설이도 괴롭혀야 하고, 인욱이의 등도 후려쳐야 하고.
할 게 너무 많이 쌓여 있단 말이지.
“자, 제군들! 모두 광개토대왕님의 위업을 본받아 대륙을 정벌하러 가자!”
“……루나야.”
“예?”
“제발 좀 할 때 안 할 때를 구분…… 아니다, 아니야.”
한순간이라도 너에게 기대를 한 내 잘못이지.
에휴.
2.
벽에 다가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애초에 그 장벽에는 출입구가 없었다.
보통 성벽에는 성문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벽에는 문이 없었다.
즉, 처음부터 압록강으로 넘어오는 모든 것을 막기 위해 설계되었다는 뜻이다.
혹시 모를 생존자들을 생각하지 않았냐느니, 이런 식으로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충분히 이해가 가긴 했으니까.
그 누구도 생존자가 압록강을 넘어올 것이란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우리가 북진을 하면서 본 구 북한 지역은 죽음이 땅이라 부르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도시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벽을 넘어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헬기나 수송기를 이용하는 것이었겠지만, 이래저래 과정도 복잡하고 혹시 모를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이거다.
콰아아아아아앙-!
나는 건틀렛을 낀 채로 벽을 강하게 후려쳤다.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서 건축된 장벽이니만큼 두께가 상상을 초월했지만, 큰 문제 없이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성인 남성이 동시에 20명 정도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한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곧 그 구멍 사이로 도시 내부의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불타고 있는 건물들.
건물들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과 끔찍한 괴성.
예상했던 대로 이곳의 재앙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벽이 마기를 어느 정도 감추고 있었네.”
도시로 진입하자마자 마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장벽에 마기를 차폐하는 성분이 포함된 듯한데, 이런 기술을 지닌 단체는 내가 알기론 하나뿐이다.
정화자.
역시나 그놈들.
“성하, 이 정도 마기 반응이라면…….”
“아아, 맞아. 마왕의 화신체. 이 마기라면…… 나태의 마왕, 벨페고르.”
마왕의 화신체가 도시를 잡아먹었다.
마왕의 수중에 넘어간 도시는 에덴에서 이미 수도 없이 보아 왔다.
도시 전체가 악마들의 장난감이 되어, 생지옥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 되어 버린다.
지금 이 도시가 딱 그 꼴이었다.
“살려 주세요!”
“끄아아아아아악!”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괴물들이 무자비하게 살육을 이어 나가고 있었으며, 생존자들을 가지고 놀며 일부러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생존자들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박한 희망을 지닌 채로 도망가다가 무참히 살해당한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손을 휘둘렀다.
휘리리리리릭-.
12기의 천망이 튀어 나갔고, 곧 눈앞의 마물들의 목을 빠르게 베어 냈다.
“마치 우리가 보란 듯이 저질렀네.”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이런 장면을 마주하게 된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콰지지지직-.
“성하, 어떻게 할까요?”
루나는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마물들의 대가리를 철퇴로 아작을 내 버렸다.
그리고 루나의 옆에 서 있던 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솥뚜껑만 한 주먹으로 마물들을 보이는 족족 터트리고 있었으며, 나머지 병력 역시 따로 명령을 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별다른 방법이 있냐? 이 사태의 원흉을 잡아서 찢어 버려야지. 벨페고르, 그 새끼를 찾아내야 해.”
7마왕 중 가장 찾기 힘든 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벨페고르다.
녀석은 나태의 마왕.
나태함의 수준이 극에 이르렀다.
활동을 해야 그 흔적을 추적하건 말건 하는데, 벨페고르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린 채로 뒤에서 관망할 뿐.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여기서부터는 각자 움직이도록 하자. 너희 둘은 병력을 이끌고 최대한 많은 생존자들을 구해라. 벨페고르 새끼의 성격상 아직까지는 생존자가 많을 거야.”
벨페고르 이 새끼의 악취미 중에는 끔찍한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부러 생존자들이 탈진할 때까지 쫓는다는 거다.
절박함으로 물든 생존자의 도주.
녀석은 생존자들의 절박함에서 기인하는 필사적인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낀다.
절박함은 나태함의 반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태의 마왕이 점거한 지역의 생존자들은 다른 마왕들이 점거한 지역과 비교했을 때, 꽤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종국엔 모두 죽는 건 동일하겠지만.
“벨페고르가 작정을 하고 우리를 끌어 들였어. 정신 똑바로 차려라.”
“성하께서는 그럼…….”
“잊었냐? 나는 벨페고르랑 숨바꼭질해서 진 적이 없다. 이 새끼 분명 이 도시 어딘가에서 처박혀 있을 거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병력이나 잘 챙겨.”
벌써부터 내 직감이 요동을 친다.
벨페고르의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소린데, 문제는 벨페고르의 존재감이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느껴진다는 것.
녀석은 대놓고 나에게 싸움을 걸고 있었다.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게이트에서 등장했던 바알이나 릴리스와는 상황부터가 달랐다.
아무런 계획 없이 대한민국을 급습했던 두 병신들과는 다르게, 벨페고르는 덫을 설치한 채로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서둘러.”
내 명령에 레오와 루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곧바로 병력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사실상 대장전이다.
내가 벨페고르를 빨리 발견하면 큰 피해 없이 상황이 종료될 것이고, 벨페고르를 늦게 발견하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벨페고르의 존재감이 사방에서 전해지고 있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전부 다 확인하면 되지.”
나는 반지를 만지작거려서 슈트를 활성화한 다음,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벨페고르를 향해 말했다.
“거기서 기다려라, 이 게으른 버러지야. 내가 곧 간다.”
이런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끼야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귀를 찢을 듯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3.
“하아아.”
어느 빌딩의 지하.
시체들이 널려 있는 장소의 한가운데, 한 여자가 핏빛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면서 교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네. 정말 그 인간 놈의 말이 사실이었어. 여기에서 덫을 놓고 신호만 주면, 알아서 찾아올 거라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간 핏빛의 기운이 시체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살, 살려 주세요.”
시체들 사이에서 숨을 죽인 채로 있던 한 작은 여자아이를 끄집어냈다.
어린 소녀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목숨을 구걸했다.
여자는 그런 어린 소녀를 자신의 앞으로 데려온 다음, 소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렴, 얘야.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 없단다.”
“감……사합…….”
“하지만 시체가 된 네 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봐. 저기 봐 봐.”
시체들 사이에서 시체 두 구가 몸을 일으켰다.
한참 전에 목숨이 끊긴 소녀의 부모.
그 둘은 어떻게든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소녀를 껴안았었다.
소녀가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 둘을 불렀다.
그때였다.
캬아아아아아악-!
소녀의 부모가 괴성을 내지르며 소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도망가야지, 어서.”
“꺄아아아아악!”
소녀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밖으로 내달렸다.
희미한 빛이 보이는 출구.
그곳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녀는 마침내 그 희미한 빛에 도달했다.
“살…….”
소녀가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면서 숨을 돌리려는 그 순간, 아까 전에 소녀를 일으켜 세운 여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소녀의 가녀린 목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즐거웠어. 상으로 행복한 죽음을 내려 주마, 착한 아이야.”
콰드드득.
섬뜩한 파육음이 울려 퍼졌고, 소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소녀의 목숨을 끊어 버린 여자, 벨페고르는 이번에는 자신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서 빨리 보고 싶구나, 나의 교황. 어서 빨리 나를 찾아 다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