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4.
본래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이르면 본성이 드러난다고 했다.
“하.”
나는 내 발 앞에 놓인 시체들을 잠시 살폈다.
처참하게 살해당한 시체들.
하지만 단동으로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보아 왔던 시체들과는 사뭇 달랐다.
마물에게 죽은 희생자들은 보통 짐승에게 물어뜯긴 듯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 시체들에 남은 흔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목 부근에 남아 있는 검상.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의 짓이다.
시체 곳곳에 상처들이 빼곡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아하니,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심심풀이.”
살육에 맛이 들린 놈들.
혼란을 틈타 본인들의 뒤틀린 욕구를 배설하려는 쓰레기들.
나는 시체들을 내려다보면서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리고 시체들을 성화로 불태워 준 다음, 천천히 전방을 주시했다.
불타오르고 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피가 묻은 병장기를 쥐고 있는 각성자들.
이 도시의 생존자들임과 동시에,
“분리수거 시간이냐?”
광기에 물든 쓰레기들.
녀석들은 자신들의 광기를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인 걸까? 녀석들에게서 끔찍할 정도로 짙은 피 냄새가 풍겨 왔다.
“외부인인가? 보기보다 멀쩡한걸.”
그 무리의 가장 앞, 쥐새끼처럼 생긴 놈 하나가 자신의 칼에 묻은 피를 혀로 핥으면서 다가왔다.
“어디서 왔지? 당에서 병력을 파견했나?”
“그게 왜 궁금해?”
“내가 어떤 놈을 죽이는지는 알아야 더 짜릿할 거 아니야. 흐흐, 조선어를 사용하는 걸 보니 조선족 출신인가? 이거, 이런 상황에서 동포를 만나는군그래.”
스스로를 조선족이라고 밝힌 그 녀석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곧 더 많은 인원들이 건물들 사이에서 기어 나왔다.
숫자는 대략 22명.
나는 녀석들의 쓰레기 같은 면면을 살피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병신 같은 놈들을 이렇게나 많이 모아 두기도 힘든데 말이야.”
“혓바닥이 마음에 드는 동포야. 너에게서 동류의 냄새가 나. 어때, 우리랑 같이 움직이지 않겠어? 함께 버러지들을 죽여 버리는 거야.”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 녀석들은 내가 누군지를 모른다.
이곳이 대한민국이었으면 나를 본 순간 미친놈들조차 제정신이 돌아왔겠지만, 저놈은 사리분간도 못 한 채로 본인의 단검을 빙그르 돌린다.
이래서 사람이 해외로 나가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야 하나 보다.
대한민국에서 느껴 볼 수 없는 대우 덕분에 기분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정확하게 물을 필요도 없긴 한데, 그래도 예의상 물어볼게. 이 사람들, 너희들이 죽였냐?”
나는 바닥의 시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그 쥐새끼같이 생긴 놈이 두 팔을 벌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우리들의 작품이지. 마물놈들에게 쫓기고 있기에 마물들을 대신 죽여 줬어. 우리가 마물들을 처리해 줬을 때 저 사람들의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특히, 저 머리 반쯤 벗겨진 아저씨 보이지?”
녀석은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몸을 베베 꼬았다.
“자식들을 안은 채로 우리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더라고. 흐흐, 병신 같은 아저씨란 말이야. 우리가 구해 준 이유는 마물에게 먹잇감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였거든. 내 단검에 목을 찔렸을 때의 표정이 얼마나 짜릿했냐면, 생각만으로 아랫배가 빳빳해질 지경이야.”
벨페고르가 이 녀석들을 살려 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악마들은 악마와 다를 것 없는 인간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런 인간들에 의해 자신들의 작품이 더욱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패시브 스킬 멸악의 의지>가 분노합니다.]아까 전부터 멸악의 의지>가 난리다.
녀석들의 악행을 확인해서 그런가, 당장 녀석들에게 심판을 내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속에서 불같이 끓어오르는 그 감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쥐새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짐승은 포식자를 조우하면 도망가기라도 하지. 너희들은 참 여러 가지 부분에서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이구나.”
“이 숫자를 보고도 우리에게 덤빌 생각이야? 허세 부릴 생각은 하지도 마. 이미 우리 쪽의 탐색 능력자가 네 힘을 확인했어. 뭣도 없는 놈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녀석은 단검을 계속 돌리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녀석을 향해 웃으면서 답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나를 살려 줄 생각은 없었잖아?”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네. 가만, 다시 보니까 너 사제복을 입고 있구나. 김시우 코스프레라도 하는 거야? 얼굴도 제법 비슷한데?”
“오, 김시우도 알아?”
“당연하지. 조선말을 쓰면서 김시우를 모를 수야 있나. 힘 빼지 말고 순순히 항복해라, 동포. 최대한 안 아프게 죽여-.”
부우우우욱.
허공에 피 분수가 솟구친다.
방금 전까지 신나게 혀를 놀리던 그 녀석의 오른팔을 생으로 뽑아 버렸다.
녀석은 찢겨 나간 자신의 팔을 내려다본다.
그러더니 곧 몸을 떨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악!”
이 새끼가 리더 격이었는지, 나머지 인원들이 움찔거리면서 당장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녀석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우우우웅.
내 몸에서 흘러나간 신성력이 이 주위를 완벽하게 통제했다.
멸악의 의지가 발동한 공간.
이 공간 내에서 악인들은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툭.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쥐새끼의 오른팔을 녀석의 발밑에 던져 주었다.
그리고 왼쪽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아까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누가 네 동포야.”
아무리 리멘이 자비의 여신이라지만, 이런 놈들에게까지 자비를 내리진 않는다.
악인들에겐 응당 벌이 필요하다.
“안 죽일 테니까 긴장하지 말고.”
잠시 후에는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할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그게 내 알 바야?
우드드드득.
나는 그 자세 그대로 녀석의 어깨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고.
“끄르르르르륵.”
쥐새끼가 게거품을 물면서 정신 줄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살짝 신성력을 넣어 기절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겁하게 기절하면 안 되지.”
그 상태 그대로 쥐새끼를 고정시켜 둔 다음, 천천히 녀석의 부하들을 향해 다가갔다.
어디선가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내 온몸을 훑어 내리는 불쾌하고 끈적한 시선.
벨페고르의 존재감이 섞인 집요한 시선.
“잠깐만 기다려라, 벨페고르.”
분리수거는 못 참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끼하하하하하하핫-!
기분 탓일까?
바람에 섞여서 누군가의 광소가 울려 퍼진 것만 같았다.
5.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을 조우한 후, 나는 루나와 레오에게 또다른 명령을 전달했다.
-마기에 미쳐 날뛰는 각성자들을 발견한다면,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릴 것.
마기에 물든다고 해서 모두가 다 그렇게 미치는 게 아니다.
마기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심을 증폭시키는 기운.
애초에 재미로 살인을 해 봤거나, 살인에서 희열을 느끼는 놈들을 살인귀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놈들이 가장 위험하다.
혼란을 틈타 본인의 욕심을 채우는 쓰레기들.
레오와 루나라면 내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분리수거조차 힘든 쓰레기들은 결국 소각이 답인 법.
“그나저나 벨페고르 이 새끼, 진짜는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일곱 번째 벨페고르’를 바닥에 던져 버리면서 인상을 한가득 찡그렸다.
‘일곱 번째 벨페고르’의 시체는 땅에 닿자마자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아까 전부터 꾸준히 나타나던 ‘벨페고르’들.
이 녀석은 나를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는 듯, 본인의 꼭두각시들을 이용해서 나를 기만하고 있었다.
마왕의 화신체는 어딘가에 숨겨 둔 채로 미끼들만 던져 대는 걸 보고 있자니 슬슬 화가 한계 끝까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일곱 번째 벨페고르’는 나에게 유의미한 단서를 건네주었다.
꼭두각시와 연결되어 있던 가느다란 마기의 선.
순간이었지만, 그 선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의문은 들었다.
지금까지 흔적을 잘 지우고 있던 벨페고르가 과연 방심을 했을까?
의도적으로 그 단서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나를 초대하는 느낌으로.
하지만 이 상황에서 굳이 그 초대를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쯤 내달렸을까?
나는 곧 어느 거대한 빌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벨페고르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 이 건물의 지하 깊은 곳.
크고 높은 빌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빌딩 어느 곳에서도 생존자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입구부터 끔찍한 조형물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X발 놈.”
인간의 시체로 만들어진 거대한 탑.
한때는 안내 데스크가 있었을 그곳에, 사람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탑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이 장면을 보자마자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체의 탑은 마치 나를 안내라도 하는 듯, 계단의 양옆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마기로 범벅이 된 ‘시체탑’은 이미 그 존재만으로도 끔찍한 저주나 다름없었다.
저항력이 없는 사람이 이곳에 들어온다면, 저것을 보는 순간 미쳐 버리게 될 것이다.
화르르륵.
나는 내 발밑에 성화를 흘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새하얀 성화가 빠른 속도로 탑들을 집어삼킨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온다.
탑에서 해방된 영혼들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부디 평안하기를.”
희생당한 이들에게 해 줄 말이라곤 그뿐이었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킨 채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 1층이라고 적혀 있는 문 앞.
그 문 앞에서 자그마한 어린아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기껏해야 시연이 또래쯤 되었을까?
지옥.
그야말로, 지옥.
시체가 사방에 널려 있는 지옥이 아니라면 그 어느 곳이 지옥이겠는가?
나는 그 불쌍한 소녀의 시체 역시 성화로 정화시켜 준 다음, 마침내 지하 1층 안으로 들어섰다.
키이이이익.
캬아아아악.
시체가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곳.
죽었지만 살아 있는 자들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숨박꼭질은 여기까지만 했으면 해서. 나는 널 정말 보고 싶었어. 릴리스 그년만 네 얼굴을 본 게 얼마나 억울했는지 몰라.”
저 멀리서 나체의 여인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적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한없이 아름다운 외모였으나 내 눈에는 그 화려한 외모가 오히려 아름다움을 모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
저 외모 뒤에 뭐가 가려져 있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오랜만이야. 여전히 멋지고, 여전히 짜릿하게 생겼네. 내 무료함이 단번에 날아가는 것만 같아.”
“벨페고르.”
“마지막에 네가 그렇게 나를 부르면서 내 심장을 뽑아 줬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여기, 가슴이 뜨거워.”
촤르르르륵.
벨페고르의 나체가 순식간에 벌레에 뒤덮였고, 그 벌레들은 곧 갑주처럼 변화한다.
수백 개의 눈을 지닌 갑주.
“요새 내가 신세 지고 있는 건방진 인간 놈 하나가 나에게 부탁을 하더라? 이곳으로 가서 네 신경을 잔뜩 긁어 달래. 그래서 내가 자원을 했지. 네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어.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 오면서 본 내 작품들은 어땠어?”
벨페고르가 사뿐한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내뿜는 거대한 마기와 악의가 뒤섞이며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내 무료함을 감당해 줘.”
마왕의 화신체들이 어느 수준까지 힘이 올라왔는지가 보인다.
에덴에서 보여 주었던 힘에 비하자면 3분지 2 수준.
70프로 가까이 회복한 듯 보였다.
나는 한껏 여유를 부리는 벨페고르를 향해 가볍게 히죽거렸다.
그리고 슈트를 활성화시킨 다음, 허공에 잠깐 손을 휘둘렀다.
“유언은 끝이야?”
[성유물 심판의 검>을 소환합니다.]세상은 역시 템빨이지.
나는 심판의 검을 쥐는 것과 동시에 12기의 천망 모두를 사출했다.
왼손에는 건틀렛, 오른손에는 심판의 검.
심판의 검을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만, 쓸 수 있는데 굳이 쓰지 않을 이유는 없지.
“기다려 봐. 너, 산 채로 회 떠 줄게.”
그 말을 내뱉고서 잠시 후회했다.
……방금은 너무 깡패 같았나?
뭐, 아무렴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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