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68. 누군가의 운수 좋은 날
1.
인천의 어느 중고차 매매 단지.
우태식은 오늘따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전날에 꽤 많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태식이, 어제 꽤 많이 낚았다면서?”
늘 그렇듯, 사무실로 출근한 그를 동료 딜러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예, 형. 어제 호구 몇 명 괜찮게 낚았거든요. 할아버지 둘이랑 아줌마 하나, 그리고 미튜브 편집자랬나? 그렇게 넷.”
“할아버지들한테 또? 이런 악랄한 새끼.”
“돈이 최고라고 가르쳐 주신 분이 형님 아니세요?”
“야, 이러다가 대표님이 나보다 너 더 챙겨 주시는 거 아니냐? 오늘 끝나고 한잔 사라. 그런데 너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출근했냐?”
딜러의 질문에 우태식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방금 말했던 그 미튜브 편집자 있잖아요? 그 호구 새끼가 자기 형한테도 차 한 대 뽑아 주고 싶다면서 찾아온다나 봐요.”
“이제는 가족까지 털어먹어? 이야, 이 지독한 놈 봐라.”
“굴러 들어온 복을 찰 수는 없잖아요. 제가 어제 입을 잘 털긴 했거든요.”
우태식은 본인이 어제부터 정말 운수가 좋다고 생각했다.
계약을 하나도 못 따낼 때가 많았는데, 어제부터 자꾸만 손님이 몰려들고 있었다.
원래 영업은 타이밍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중고차 참교육 미튜버들 때문에 한때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사업이었지만, 잘될 때는 이것만큼 괜찮은 직업이 없다.
세상이 바뀌더라도 귀가 얇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낮은 가격에 홀려서 오는 사람들은 의외로 감언이설에 잘 넘어간다.
“맞다, 태식아. 너 그거 아냐?”
“뭐요?”
“요새 C급 헌터들이 그렇게 괜찮다더라. 폼을 잡고 싶어서 외제 차는 타고 싶고, 그렇다고 신차 사기에는 아직 부담스럽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놈들도 많아서 의외로 잘 낚인다던데?”
C급 헌터.
없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큼지막한 레이드에선 활약하지 못하는 헌터들.
우태식은 동료의 정보를 빠르게 머리에 담아 두었다.
항상 자신의 멘토가 되어 주는 사람의 조언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확실히 C급 헌터들이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말이다.
“어차피 각성자특별법 때문에 각성자가 민간인에게 함부로 무력을 쓰면 엄청난 가중처벌을 받는다잖아? 만약 걸리더라도 일부러 몸싸움을 유도하든가 해. 그거 이용해서 협박하는 방법도 있다더라.”
“오, 그거 진짜 솔깃한데요?”
‘각성자들은 일반인들보다 형량이 높게 나오는 편이니까, 두고두고 빨아먹을 수도 있겠네.’
좋은 정보였다.
작업 치기 괜찮은 각성자를 알게 된다면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다짐하는 우태식이었다.
“그럼 이따가 보자. 형 오늘 외부에서 약속이 있어서, 이따가 연락할게.”
“예, 형. 다녀오세요.”
“그래.”
그렇게 동료 딜러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때마침 책상 위에 잠시 내려 둔 그의 영업용 폰이 울렸다.
오늘 오기로 한 미튜브 편집자였다.
“예, 고객님. 전화 받았습니다.”
-저희 거의 다 왔거든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 어제 오셨던 사무실로 바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계약 준비도 다 끝내 뒀습니다.”
-네, 곧 뵐게요.
“천천히 오세요. 일부러 시간 넉넉하게 비워 뒀습니다.”
뚝.
간단한 전화는 그것으로 끝.
우태식은 전화기를 내려 둔 다음, 잠시 복도로 가서 창문을 열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오늘 계약 끝내면 유진이한테 바다라도 다녀오자고 그럴까? 가방 하나 사 주면 좋다고 따라올 것 같은데.’
근래에 들어 열심히 연락하고 있는 여자애를 떠올리던 우태식은 곧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남자 둘, 여자 하나로 구성된 무리.
그중 가장 눈이 갔던 건 늘씬한 몸매를 지니고 있는 외국인이었다.
“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미모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말이 바로 저런 걸까?
그는 그녀로부터 시선을 뗄 수 없었지만, 곧 아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녀가 우태식이 있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저런 사람도 중고차를 사러 오나? 딜러가 누군진 몰라도 부럽네.’
저런 여자라면 허위 매물이 아니라 진짜 괜찮은 매물을 주선해 준 다음, 연락을 이어 나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우태식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영양가 없는 상상.
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대충 털고 창문 밖으로 던진 다음,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내 몸 곳곳에 뿌렸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딜러님.”
“오셨습니까, 고객…… 어?”
눈앞에 방금 전에 보았던 그 서양 여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어제 침수 차를 비싸게 넘겼던 호구, 미튜브 편집자가 서 있었다.
“고객님, 옆에 계신 분들은…….”
“아! 이쪽은 제 친형이구요, 이쪽은 친한 누나예요.”
“제 정신 좀 봐.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사무실로 들어가셔서 말씀 나누시죠.”
우태식은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면서 그들을 사무실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있던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내린 다음, 그들의 앞에 내어 주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리멘 교단 성지 쪽에 사신다고 하셨었죠?”
“예.”
“편하게 형 동생 하셔도 된다니까. 시혁이 동생이면 제 동생이죠. 그나저나 저도 리멘 교단 성지에 한번 들러 보는 게 소원이거든요. 그렇게 핫플레이스라던데, 하하.”
그는 능글맞게 말을 붙이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
“형님분이 타실 차를 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맞죠?”
그러자 마스크를 쓰고 있던 남자가 무신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두 분 혹시 커플이신가요? 엄청 잘 어울리셔서요.”
옆에 있던 서양 여자를 슬쩍 쳐다보면서 묻자, 남자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 사이 아닌데요. 그냥 직장 선후배?”
“아,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일을…….”
“종교인입니다.”
“종교인이라. 저도 학생 때 교회를 다녀서 잘 알죠. 목사님이랑 수련회도 가고, 간증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그쪽은 아닙니다.”
“아, 그렇군요.”
‘사이비 종교인인가? 뭐, 알 바는 아니지. 그래도 둘이 커플은 아니라니까…….’
잘만 하면 이 여자랑 잘해 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태식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다시 한번 여자를 쳐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압권이다.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고 싶어서 커피를 빨리 내어 주었는데, 아쉽게도 커피를 마시고 있진 않다.
‘나중에 따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 봐야겠어.’
우태식이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딱딱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어제 동생이 끌고 온 차를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이렇게 직접 왔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최고의 차들만 취급합니다. 충격을 받으실 만하죠.”
기분 탓일까?
우태식은 이 남자의 목소리가 꽤 익숙하다고 느꼈다.
어디에서 들어 본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최고의 차들이요?”
“그렇습니다. 저희 상사에서는 최고의 차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루나야.”
“예, 성하.”
“그렇다는데?”
“그러게요. 신기하네. 사람 새끼가 이렇게 뻔뻔할 수는 없는데, 끝까지 잡아떼려고 하네요. 가서 망볼까요?”
“굿.”
남자의 명령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서양 여자.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곧 사무실의 문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우태식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 대신 마스크를 벗었다.
“내 동생한테 침수 차 팔았다면서.”
“침수 차라니요.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서류도 분명히…….”
“내 얼굴 봐.”
“예?”
우태식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남자의 마스크 벗은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5초 후, 눈앞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
인터넷이나 TV를 틀면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사람.
“……김시우?”
믿기지 않았지만,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남자, 아니 김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옛날 소설이 생각나는 하루야.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안 그래? 너, 그 소설 결말이 어땠는지 알아?”
“모르……는데요.”
우태식의 진심이 담긴 대답에 김시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 학창 시절에 공부를 좀 하지. 내가 대신 알려 줄게.”
김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태식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활짝 웃으면서 말을 맺었다.
“배드 엔딩이야. 지금의 너처럼.”
2.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뭐냐면, 사기꾼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 활동한다는 거다.
침수 차를 침수 차가 아닌 것처럼 속여 파는 이 방식.
아주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적인 사기 수법 중 하나였지만, 이런 방식이 여전히 먹힌다는 것이 통탄스러울 노릇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내 동생에게 먹혔다는 것도 더 충격적인 노릇이고.
그래서 일단 이렇게 직접 왔는데, 와서 확인한 이 녀석의 악행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노인분들에게 말도 안 되는 금액을 할부로 땡기고, 사회 초년생들도 가볍게 등쳐 먹고……. 이야, 이 새끼 진짜 악질이네?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정직하게 중고차를 판매하시는 분들까지 욕을 먹잖아.”
나는 사무실에 있던 서류들을 체크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딴 고전적인 수법에 넘어가는 게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의 1차적인 원인은 이 쓰레기 놈한테 있었다.
“할 말 있냐?”
“……없습니다.”
“할 말 없는 일을 그럼 도대체 왜 한 거냐? 이렇게 돈 벌어서 좋아? 너, 이 새끼야, 이거 사기야. 그것도 상습적인 사기라고.”
아마 이놈은 속으로 본인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통 이런 일을 하는 놈들이 그렇다.
죄의식도 딱히 없고, 누군가를 등쳐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동생이 사기를 당한 것도 기분이 나쁘지만, 이런 놈들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
“야.”
나는 계속해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놈에게 말을 걸었다.
“……예.”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그러자 그놈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어떤 짓을 했건, 각성자가 일반인 때리는 거 중범죄 아니에요? 사무실에 녹화 다 되어 있는데, 이거 경찰에 신고하면…….”
“너 몇 살이냐?”
“스물둘이요.”
“각성자가 일반인 때리는 게 중범죄라고 누가 그래?”
“사수가요.”
“끝까지 목소리가 당당하네. 평소에는 법을 그렇게 어기던 놈이, 몇 대 쥐어 터지니까 법의 보호를 받으려고 그러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각성자가 일반인을 때리는 게 중범죄는 맞다.
일반인이 각성자를 때리면 간지러운 수준에 그치지만, 각성자가 일반인을 때리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법을 악용하여 각성자를 등쳐 먹는 놈들이 요새 늘고 있다던데, 내 눈으로 그걸 직접 목격할 줄은 몰랐다.
나는 무릎을 꿇고 있던 우태식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녀석이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태식아, 스물두 살 태식아. 각성자가 일반인을 때리는 게 중범죄는 맞거든, 근데 나는 아니야. 네가 법을 좋아하니까 한마디 해 주는데, 너 혹시 이레귤러 특별법이라고 들어 봤냐? 나는 범죄자들을 즉결심판 해도 무죄야.”
장난질도 사람을 가려가면서 해야 한다.
만약 인욱이가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녀석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만들어 냈겠지. 원래 이런 놈들 특징이 그렇다.
“다시 말해서 내가 너를 여기서 죽여도, 나에게 죄를 물을 사람이 없다는 거지.”
주르르르륵.
우태식의 다리 쪽에 누런 액체가 흘러내린다.
역시, 이런 놈들에겐 법보다는 주먹이 더 먹힌다.
“살려……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할게요. 동생분께 환불 다 해 드리고, 보상금도 드릴게요.”
어느새 우태식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까 전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딱 스물두 살짜리의 얼굴.
나는 바지에 오줌을 지려 버린 우태식을 향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까 우리 교단 성지 방문해 보고 싶다면서? 지금 바로 가자. 내가 가이드해 줄게. 맞다, 너 지하실 좋아하냐?”
이곳에서 이 녀석을 놔줄 생각은 없었다.
내 동생을 등쳐 먹은 놈을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지.
안 그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