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3.
인간은 자신의 흑역사를 어떻게든 숨기려고 한다.
예를 들면 여자에게 고백했다가 처참하게 차였다든지, 아니면 중고차를 사기당했다든지.
보통 그런 흑역사들은 남들에게 알려 주기 싫어한다. 당연히 부끄러운 일이니까.
그런데 도대체 내 동생 녀석은 뭘까?
“미튜브 각 달달하게 뽑았어. 이거 진짜 대박이다. 안 그래, 형? 안 그래도 요새 미튜브에 뭘 올려야 하나 걱정 진짜 많았는데…… 나는 미튜브의 별 아래에서 태어났나 봐.”
사기당한 걸 자책하고 있어도 모자란데, 미튜브 각을 뽑았다고 좋아하고 있다.
허위 매물 딜러를 참교육하는 컨텐츠는 조회 수가 잘 나온다나 뭐라나?
게다가 요새 어디서 뭘 배웠는지, 명분까지 그럴듯했다.
“리멘 교단이 서민들을 괴롭히는 범법자들에게도 경고장을 날리는 거야. 우리는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 거기에 정부 측과 연계하면 더 좋을 거고. 중고차 허위 매물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범죄들까지 우리가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지.”
열변을 토해 내는 인욱이.
요새 인욱이의 화술이 꽤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말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놈이 사기를 당해?”
“말을 잘하는 거랑 사기를 당하는 거랑 딱히 상관없잖아. 미안해, 형. 나는 그냥…… 차를 싸게 사서 시연이한테 맛있는 거라도 하나 더 사 주려고…….”
“시연이 이름 팔지 마라. 마음 같아서는 너도 그냥 지하실에 구금하고 싶으니까.”
“넵!”
그래도 새로 차를 뽑고 나부터 태워 주려고 했던 마음씨를 높이 사고 있다.
기특한 녀석.
비록 이번에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는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냐고?
그럼 카드 뺏어야지 뭐.
“그 딜러는 어디에 있어, 형?”
인욱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일단 이곳의 지하실. 경찰들이 곧 인계하러 오기로 했어.”
“그래?”
“그 단지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있을 예정이야. 빌런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진술도 있어서, 이능관리부까지 동원될 수도 있고.”
내 말에 인욱이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능관리부까지?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야?”
“네가 쏘아 올린 공이란다. 꽤 예민한 이슈까지 얽혀 있어서 그래. 각성자들을 협박하는 일반인. 중고차뿐만 아니라 꽤 비일비재한 일이 되었거든.”
이레귤러 특별법과 함께 강화된 각성자특별법.
원래 취지는 각성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일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었다.
하지만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일부러 시비를 건 다음, 신체 접촉을 해서 합의금을 뜯어내는 등의 일.
김 실장으로부터 그와 관련된 사고를 많이 전해 들었고, 우리 교단 역시 교육생들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하는 중이다.
“다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일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잖아?”
인욱이가 내 집무실 책상에 놓여 있던 신성력 램프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약자라고 선한 건 아니니까.”
“……그런가.”
“강자라고 악한 것도 아니지. 그렇게 따지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게?”
“그건 맞을지도?”
“나쁜 놈이 뭔지 너한테만 보여 주고 싶다.”
그러자 인욱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형, 오늘 일 가지고 컨텐츠 제작해도 되지?”
“마음대로 해라. 미튜브 관리는 어디까지나 네 일이잖아?”
“좋았어.”
“그리고 차는 형이 따로 신차로 뽑아 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너, 요새 미튜브 관리 열심히 하고 있잖아? 보너스라고 생각해.”
우리 교단의 미튜브 채널은 벌써 천만을 돌파했다.
그 거대한 채널을 총괄하고 있는 게 인욱이었으니까,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형.”
“왜?”
“앞으로 충성을 다 바칠게. 그리고…….”
말을 머뭇거리는 인욱이.
인욱이는 집무실 밖으로 나가기 전,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쑥스럽다는 듯이 말을 내뱉고는 휙 나가 버리는 인욱이.
나는 인욱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고맙기는.”
그래도 중고차 허위 딜러를 잡는 것 정도야 잃어버린 땅에서 몬스터를 잡는 것에 비해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이런 일상, 신선해서 좋다.
나중에 교황 은퇴하면 나도 참교육 미튜브 쪽으로 진출해 볼까? 솔직히 아까 좀 통쾌하기도 했는데…….
똑똑똑.
“김시우 교황님, 김동식 실장입니다.”
“아, 들어오세요.”
인욱이가 나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서류 가방을 든 김 실장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 실장은 서류 가방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태식이 저질렀던 사기 행각에 관한 서류들입니다. 노인분들, 심지어 몸이 불편하신 분들까지 가리지 않고 차를 팔아 댔더군요. 그 과정에서 협박을 비롯한 수단까지 아끼지 않고 동원했구요.”
“질 나쁜 새끼네요. 얘네 뒤에 각성자들이 있었다던데.”
“인천을 기반으로 삼는 길드 하나가 껴 있었습니다. 길드 이름은 불한당이었고, 제가 오기 전에 길드원들을 빌런으로 분류하고 왔습니다. 응당의 처벌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래서 제가 김 실장님을 좋아한다니까요.”
일 처리 한번 화끈하다.
“저희들의 불찰로 인해 김시우 교황님의 동생분께서 피해를 입으신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왜 정부 잘못이겠어요. 나쁜 놈들 잘못이지.”
“이번 기회에 대각성자 범죄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최근 들어 보험사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나를 처리하면 또 다른 하나가 고개를 든다.
원래 문제라는 게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법이다.
“언론에서도 대대적인 보도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국들에 연락을 돌려 보니 벌써 몇몇 방송국에서는 탐사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더군요.”
“항상 이슈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이슈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캐치하는 언론인들.
인욱이가 말했던 것처럼 일이 훨씬 커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민감한 이슈가 될 겁니다. 자칫하면 각성자와 일반인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지도 모릅니다.”
김 실장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의 미소가 어떤 뜻인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김 실장님. 평화의 아이콘, 리멘 교단이 있지 않습니까? 갈등 봉합은 저희가 또 전문이거든요. 철천지원수 관계도 봉합시켰는데, 그거라고 못 하겠습니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면 나아질 문제들.
서로를 존중하는 세상이야말로 리멘이 바라는 세상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거야말로 종교의 순기능 아닐까?
“항상 믿고 있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김 실장님.”
“예.”
“그렇게 믿고 계신다면, 이참에 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으실래요?”
“그 말을 벌써 몇 번이나 들었는지…….”
“정확히 94번째죠.”
“그걸 다 세고 계셨습니까?”
“그만큼 탐이 난다는 거죠.”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사건은 마무리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4.
제목 : 현직 중고차 딜러입니다.>
내용 : 이번에 리멘 오피셜 채널에 올라와 있던 참교육 영상을 보고 글을 남깁니다. 진짜 저희 업계의 암세포 같은 놈들을 대신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업계의 종사자로서, 또 리멘 교단의 신도로서, 자부심이 넘쳐 나는 나날들입니다.
ㄴ리멘의 자비가 당신에게 있기를.
ㄴ리멘의 자비가 당신에게 있기를.
ㄴ이 참에 리멘 교단에서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개입해 주면 안 되냐?
ㄴㄹㅇ 김시우 갓황님께서 나서 주시면 사회 금방 깨끗해질 듯.
중고차 사기 사건 1주 후.
인욱이는 본인이 사기당했던 영상을 빠르게 컨텐츠로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렸다.
이쯤 되면 일부러 미튜브 각을 잡기 위해서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될 지경이다.
반응은 어땠냐고?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우태식의 얼굴이 모자이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상까지 털어 버리더라.
피해자는 셀 수 없이 많았고, 또 우리 교단 이메일에 도와 달라는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고차뿐만 아니라 전세 사기, 보이스 피싱 등등.
메일을 따로 분류하는 직원들도 둔 상태였지만, 그들조차도 버거워할 정도로 많은 양의 메일이 쏟아졌다.
우리 교단의 힘만으로는 처리하기 힘든 상황.
당연히 정부에서 나섰다.
「서신우 대통령, ‘국제적으로 굉장히 혼란한 시기. 이런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정부, 이대로 괜찮은가?」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 82프로. 서신우 정부의 강력한 원동력. 다음 정권도 여당이 가져가나?」
「일부 전문가들 ‘정부의 독선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 수단이 전무하다.’」
서신우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칼을 댈 생각인 듯 보였다.
디멘션 오프닝 이후 첫 국제회의가 대한민국에서 치러지게 되었으니, 그에 맞춰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확실히 정부의 힘이 너무 강해지기는 했다.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던 전각련이 무너진 이후, 길드들 역시 파벌이 나뉘면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
어쩌면 정부가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건 예정되어 있던 일일지도 모른다.
“성하께서 당장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신목의 그늘 아래에서 뉴스 기사와 인터넷 반응을 살펴보고 있던 나에게 라파르트 대주교가 말했다.
“교단의 영향력은 충분히 강합니다. 만약 그들이 잘못된 길로 걸어간다면, 우리 쪽에서 충분히 브레이크를 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정부 쪽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성하께서 중심만 잘 잡아 주신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사료됩니다.”
“제가 걱정하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성하께서 저만큼 나이를 드시게 된다면,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되실 겁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베스의 등을 쓰다듬었다.
“베스.”
-왜 부르는가, 교황.
“잃어버린 땅 정화도 거의 끝나 가고 있는데, 정화가 완벽하게 끝나면 백두산으로 돌아갈 거냐?”
-나는 이곳이 좋다. 한반도 전체가 나의 영역이고, 이 일대의 영기는 백두산만큼이나 풍부하다. 이곳에 더 머물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니 다행이네.”
-……그리고 네 가족들이랑 함께 지내는 것도 꽤 나쁘지 않아. 인간들이 어째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지 알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베스의 등 위에는 페어리들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목가적인 풍경.
힐링 컨텐츠로 오피셜 리멘의 컨텐츠를 책임져 주고 있는 베스다웠다.
“든든하다, 우리 흑우.”
-흑우. 어감이 별로 좋지 않아.
“가서 인욱이랑 많이 놀아 줘.”
-인욱?
“걔도 흑우거든.”
참고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욱이의 별명은 ‘흑우’가 되었다.
인터넷에서도 인욱이보고 ‘리멘 교단 대표 흑우’라고 부르더라.
인욱이가 그거 보고 기분 나빠 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는데, 인욱이의 반응이 의외였다.
-나 흑우 맞아.
반쯤 체념한 듯한 목소리였었지 아마.
하여간에 인욱이도 내 동생이지만 참 웃기는 놈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인 건 좋다만, 가끔 보면 너무 속 편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 교황, 너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내가 베스의 등을 계속 쓰다듬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쯤, 베스가 일어섰다.
-내 옛 동료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났다.
“네 동료라고 한다면, 영물?”
-그렇다.
“어디에 있는 놈인데?”
-원래는 한반도의 옆에 위치한 열도에서 지내던 동료지.
한반도 옆 열도라면 일본이라는 소린데…….
영물이라.
베스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아군일 가능성이 높겠지.
“언제 깨어났는데?”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 인간의 표현으로 친다면 1시간쯤이지. 원체 게으른 놈이라서 말이야.
“그걸 왜 지금 말해 줘.”
-물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니 또 할 말이 없네.
“그래서 지금 그 친구는 어디에 있는데?”
-내가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10분 전쯤 출발했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도착하겠군.
“……뭐?”
그때였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엥-!
성지에 배치되어 있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입니다. 미확인 비행 물체가 서울을 향해 날아들고 있습니다. 시민분들은 지정된 대피소로 대피를 해 주시고, 서울시에 위치한 모든 헌터들은 지시에 따라 집결을…….」
“베스.”
-왜 부르는가?
“대가리 박아.”
-……알겠다. 어떻게 박으면 되지?
“거기 돌 있지? 그거 돌대가리에 놓고 박아.”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