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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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화
69. 소문난 잔치
1.
이번 ‘제1회 각성자 국제교류전’에 참가한 곳들은 대부분이 다들 알 만한 나라들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이번 교류전에 인원을 파견했다.
당연히 중국 정부에서 말이다.
반군에서 이런 행사에 병력을 파견했을 리가 없잖아?
중국은 본인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티 내고 싶었던 걸까?
그래도 LA에서 열렸던 각성자 포럼만큼의 강자들이 모여들지는 않았다.
그건 그들이 대한민국을 무시한다기보다는,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3세계에 거점을 마련한 빌런들이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
이번 교류전에서 개최되는 장관급 회담에서 그 문제에 대한 깊은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좋지는 않은데. 보통 이런 행사면 각국의 유망주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인맥을 넓히는 게 정상이지 않나?”
이곳은 서울에 위치한 호텔의 연회장.
나는 직원이 가져다준 샴페인을 가볍게 홀짝이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위기가 어째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냥 험악하지도 않은 게, 딱 신경전이 진행되는 모양새였다.
“다들 호승심이 들끓을 나이 아닙니까? 연령 제한을 만 19세로 두었는데, 몸이 근질근질할 겁니다. 제가 저 나이대일 때도 그랬습니다.”
내 옆에서 위스키를 들이켜고 있던 최 대표가 웃으면서 말했다.
예전에 에이든으로부터 집중 교육을 받은 이후부터 부쩍이나 에이든을 닮아 가고 있는 최 대표.
최 대표가 이끄는 도깨비 길드는 이번 북진 작전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길드기도 했다.
“못 본 사이에 흉터가 많이 느셨어요.”
원래도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던 최 대표였지만, 근래에 들어 더 엄청나졌다.
근육 곳곳에 새겨진 흉터.
자신의 흉터들을 슬쩍 확인한 최 대표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자랑스러운 흔적 아니겠습니까. 자고로 전사의 명예는 몸에 새긴 흉터와 비례한다 했습니다.”
“에이든이랑은 자주 연락하세요?”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의 대가리를 부수느라고 바쁘다더군요. 조만간 만나서 한잔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거절하겠습니다.”
에이든이랑 최 대표랑 같이 술 마시면 사고가 날 거다.
장담하지.
나는 샴페인을 다시 한번 홀짝인 다음,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최 대표님.”
“예, 김 교황님.”
“최 대표님이 저 친구들 나이대였을 때는 지구가 이 꼴은 아니었잖아요? 그리고 최 대표님 집안이…….”
그러자 최 대표도 나를 따라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흐하하! 제가 원래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었습니다. 아주 뜨거운 청춘이었지요.”
“지금보다 더 뜨거웠으면 그건 범죈데.”
“범죄는 안 저질렀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재벌가 출신의 열정맨이라…….
이 아저씨도 캐릭터 참 독특하단 말이야.
그 뒤로 우리 둘이 이야기를 한창 나누고 있는데.
“사부님.”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레이스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오늘 이쁘네.”
평소에는 평상복이나 갑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지, 그레이스도 예쁘긴 진짜 예쁘다.
우리의 천마(진), 자현이조차 최근 그레이스에게 열심히 작업을 걸고 있을 정도다.
물론 그레이스 본인은 딱히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말이지.
오히려 그레이스가 요새 우리 인욱이한테 작업을 거는 것 같던데, 그래서 예의 주시 중이다.
내 말에 그레이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소개를 해 드리려구요. 이번에 바티칸에서 파견된 유망주들 중 대표예요. 미카엘, 인사드려. 김시우 교황님이셔.”
그레이스의 옆에는 한껏 경직된 표정의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그는 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구마사제회 소속 미카엘이 동쪽의 교황님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불편하면 교황이라는 칭호 없이, 김시우 각성자라고 불러도 됩니다.”
“아닙니다! 우리 교황 성하께서 김시우 교황님께도 교황이라는 칭호를 반드시 붙여서 부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티칸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잘 부탁해요, 미카엘.”
돈을 주고받고, 교류도 이어 나가는 관계면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지.
나는 웃으면서 미카엘에게 손을 건넸고, 미카엘은 내 손을 잡으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신성력이 상당히 정순하네요. 신앙심이 투철하신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맞잡은 손을 통해 느껴지는 미카엘의 신성력은 아주 순수했다.
예전에 내가 대전의 난민촌에서 도움을 줬던 서 목사와 비교하더라도 우위를 가져갈 정도였다.
신성력의 잠재력만큼은 그레이스와 엇비슷한 수준.
그만큼 이 남자의 신앙이 깊다는 뜻이다.
“이번 국제교류전 기간 동안 우리 교단의 훈련소에서 성과를 얻고 가길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톨릭은 명실상부한 지구 최대의 종교 중 하나.
확실히 저력이 있다.
미국 쪽 정보에 따르면 이슬람 쪽에서도 선지자라고 불리는 각성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던데, 역시 신성력은 믿음이 있는 곳에서 피어난다.
“사부님, 가톨릭과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귀빈들이 계셔서요. 인사를 드리고 와도 될까요?”
그레이스의 말에 나는 오른손을 가로저으면서 답했다.
“편한 대로 해, 편한 대로. 내가 언제 격 차리는 거 봤냐? 술만 적당히 마시고, 사고만 치지 마.”
“사부님.”
“응?”
“사부님이 제일 요주의 인물인 거 아시죠?”
“쓰읍.”
“다녀오겠습니다!”
미카엘을 데리고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레이스.
나는 그레이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고,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최 대표가 말했다.
“제자가 아주 똑똑한 것 같습니다. 어떤 게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군요.”
“최 대표님도 제가 문제라는…….”
“제가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이라, 흐하하!”
다들 자꾸 나를 문제아 취급하는데, 진짜 문제아가 뭔지 확 보여 줘 버릴까?
막 나가 봐?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최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나는 별안간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자마자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 두었다.
“최 대표님, 바람이나 좀 쐬러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최 대표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역시 피 끓는 청춘들입니다. 벌써 한바탕하고 있군요.”
“싸움 구경은 못 참죠.”
“좋습니다. 가시지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만, 그거 순 다 거짓말이었어.
어떤 간덩이 큰 놈들이 첫날부터 싸우고 있으려나?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2.
연회장으로부터 한 1km쯤 떨어져 있는 어느 공사장.
나는 저 멀리서 대치하고 있는 두 소년을 바라보면서 탄식했다.
“……그 간덩이 큰 놈이 우리 애일 줄은 몰랐네.”
두 소년 중 한 명은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그것도 아주 잘 아는 얼굴.
“형님, 조용히 좀 하십쇼. 이러다가 들키겠어요.”
우리보다 먼저 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자현이가 나를 흘긋거리면서 말했다.
오늘 내가 자현이에게 맡긴 임무는 딱 하나.
승우를 지켜보는 것.
이레귤러 주제에 딱히 하는 것도 없어 보여서 부탁했는데, 그런 자현이가 여기에 있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한다.
“아니, 승우가 왜 저기에 있냐고. 자현아, 오늘 진짜 제사상 차려 줄까?”
“저는 말렸다니까요? 그런데 승우가 형님한테 비밀로 해 달라고 했어요.”
“승우가?”
“그럼요. 제가 형님한테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요?”
“……흠.”
“아니, 진짜 왜 안 믿어 주는 거야.”
믿을 만한 짓을 해야 믿어 주지.
나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자현이의 등을 후려갈긴 다음, 다시 시선을 돌려서 승우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동양인.
어깨에 새겨진 오성홍기는 그 소년이 중국 소속의 각성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 순한 승우가 싸우러 나온 걸까?
……부모 욕이라도 했나?
“네가 김시우가 키우는 리멘 교단의 유망주라고 들었다. 오늘 여기에서 반도와 대륙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 주겠다.”
중국어를 내뱉는 소년.
승우가 어학 천재가 아니고서야 중국어를 알아들을 리가 없겠지만,
“지랄하네. 교황 성하께서는 너 따위가 감히 이름을 불러도 되는 분이 아니시다.”
승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알아들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승우도 언어의 축복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 교단의 첫 번째 선지자인데, 저런 것쯤이야 어렵지 않지.
“그래도 나를 따라나선 용기만큼은 칭찬해 주마.”
중국인 소년은 몸에 한껏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얼굴 가득 자리 잡은 오만함.
중국 측에서 이번에 파견한 유망주들 중에 차세대 천하제일이라고 불리는 놈이 있다던데, 아무래도 저 녀석인 것 같다.
녀석의 몸에 자리 잡은 마력이 심상치 않다.
A급 헌터들은 가볍게 뺨을 때리는 수준.
기껏해야 18살쯤으로 보이는데, 솔직히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저렇게 도발하는 것도 참 꼴불견이다.
“역시 중국.”
“역시 중국 놈들입니다.”
나와 자현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중국이다.
항상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
“형님, 지금이라도 가서 중재할까요? 저 중국 놈, 꽤 치는 놈인데요.”
자현이가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번 지켜보자고. 저쪽도 지켜보고 있잖아.”
“원점을 미리 타격하는 방안은요? 원래 도발 원점을 초토화시켜야 하는데…….”
자현이는 공사장의 한쪽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몸이 근질근질하거든요. 중국이 내전 중이라더만, 저만한 놈을 보낼 여력이 남아 있었나?”
“지금은 일단 애들 싸움에 집중하자고.”
“예, 형님.”
우리 말고도 지켜보고 있는 놈이 하나 있었다.
마력은 전혀 안 느껴지는 걸 보니 백 프로 이레귤러.
이 싸움이 끝나는 대로 순리에게 전화해서 따져야겠다. 중국 쪽에서 이레귤러가 넘어온다는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싸움으로 돌아와서, 그 두 소년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내 스승님께서는 천하제일이시다. 그분께서 만약 세상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대한민국과 김시우가 설치는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다.”
중국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훈련용 검이 아니라 진검.
녀석의 칼끝이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승우도 거기에 지지 않았다.
끼기기긱.
내 것과 비슷하게 생긴 건틀렛을 착용하는 승우.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어린아이가 건틀렛을 끼고 있는 모습은 부자연스러울 만도 한데, 의외로 승우와 잘 어울렸다.
“넌 오늘 뒈졌어.”
평소 욕이라곤 전혀 내뱉지 않던 승우의 또 다른 모습.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타아아아앗.
먼저 공격을 시작한 건 승우.
승우는 무식할 정도로 정직하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신성력의 운용도 제법 자연스러웠고,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는 과정도 부드러웠다.
레오가 신경을 썼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멍청하기는!”
휘이이이이이잉!
상대방은 빠르게 검을 휘두르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그 바람은 콘크리트를 베어 낼 만큼 날카로운 절삭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싸우려는 모습.
제 딴에는 거리를 조절하며 영리하게 싸우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리멘 교단의 전투 방식은 ‘영리하다’라는 단어와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 교단의 전투원들은 보통 이런 경우 한 가지의 결론에 이른다.
우직한 정면 돌파.
신성력을 통해 잔뜩 강화된 신체를 이용하여, 무식하리만큼 정면으로 꽂아 버리는 것.
“미친…….”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무리한 돌파는 자제하는 편이지만, 애초에 우리 교단에 일반적인 상식을 적용시키는 것부터가 무리다.
콰아아아아앙-.
승우는 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갔고, 곧바로 주먹을 상대방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중국 소년의 몸이 붕 떠오르면서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우우웅.
승우는 공사장 밖으로 튕겨 나가던 상대의 몸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그래도 승우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네요. 공사장에서 떨어지면 안 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자현이가 중얼거렸는데,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듯하다.
“무슨 소리야. 싸우는 데 배려고 뭐고가 어딨어? 잘 봐라.”
승우는 곧바로 파운딩으로 들어갔다.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중국 소년의 위에 올라탄 승우.
나는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레오랑 라파르트 대주교가 승우 잘 키웠네. 이제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