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5.
이능관리부 소속의 신입 헌터 강주원은 첫 출근 날부터 위기에 휘말려 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얬다.
대한민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고, 유례없는 돌발 S급 게이트가 서울에 출현했다.
자신의 직속 선배가 돌발 게이트의 등급이 S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을 때, 강주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가족들의 얼굴이었다.
자신이 헌터로서 이능관리부에 취직했을 때,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가.
불치병에 걸린 여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매일같이 고통받았던 가족이었다. 강주원은 그 불행을 반드시 끊어 내고, 여동생에게 미소를 되돌려주고 싶었다.
‘가족들을 지켜야 해.’
각성자 아카데미 수료 후, A급 헌터 자격증을 발급받았다.
서울에 있는 그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온몸을 잠식하는 건 그조차 어쩔 수 없었다.
캬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악.
게이트에서 쉴 틈 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
그뿐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빌딩 크기에 맞먹는 거대한 몬스터 세 마리가 게이트를 넘어오고 있었다.
디멘션 오프닝의 순간이 이랬을까?
불타오르는 빌딩, 끔찍한 괴물들,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쩌면 이대로 모든 것이 끝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강주원의 뒤에서 달려온 남자가 그의 대가리를 후려갈기면서 소리쳤다.
“강주원 이 새끼야, 정신 제대로 안 차려?”
“……선배님, 이거, 이거 막아야…….”
“빠지라는 명령 하달했잖아! 너 통신 장비 제대로 확인 안 해?”
“……예?”
“이레귤러들이 투입된다고! 그러니까 좀 닥치고 현장에서 빠져나오라고!”
그 선배는 강주원의 목을 잡은 채로 뒤로 질질 끌고 갔다.
그제야 강주원은 주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몬스터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다른 동료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일사불란한 속도.
강주원은 선배의 손에 의해 끌려가면서도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레귤러 천자현 님이 이미 투입되어서 전투 중 아니었습니까?”
“네가 지금 선배한테 물어볼 짬이야?”
“아무리 이레귤러라고 하더라도 저 거대한 몬스터 세 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하, 이 새끼 진짜 답답한 소리를 하네. 그냥 까라면 좀 까! 내가 일일이 설명하면서 명령을 내려야…….”
그때였다.
콰아아앙.
그들의 옆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곧 먼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먼지 속에서 사람 네 명이 걸어 나왔다.
강주원과 그의 선배는 동시에 그 네 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강주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래도 뭐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씨가 인상 깊어요. 보기 좋습니다.”
김시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레귤러.
그리고 그의 옆에는 두 번째 이레귤러인 천자현과 미국의 이레귤러 라파엘, 마지막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레이닝복의 남자가 서 있었다.
“두 분은 국방부 소속입니까, 이능관리부 소속입니까?”
김시우의 질문에 강주원의 옆에 서 있던 선배가 기합이 바짝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능관리부 긴급대응팀 소속입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습니다. 현 시간부로 이곳은 저희 이레귤러들이 통제합니다. 아, 그리고 거기 신입분.”
“……예!”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 정말 마음에 듭니다. 끝나고 시간 괜찮으면 리멘 교단의 신전에 들러서 차라도 한잔하시죠.”
“저, 저랑 말씀이십니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죠.”
“감, 감사합니다!”
“예, 그럼 저희들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김시우를 포함한 그 네 명은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곧바로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강주원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김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배가 강주원에게 물었다.
“……김시우 교황님과 아는 사이였어?”
“……아닙니다.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왜 너만 콕 집어서 오라고 한 걸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거참, 이상하네.”
김시우는 강주원이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았던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구해 주는 영웅.
악인들에게 가차 없이 벌을 내리는 심판자.
강주원은 김시우 같은 각성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등골이 서늘…….’
꿈만 같아야 할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기분이 서늘했다.
마치 범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
강주원은 그 미묘한 불안감을 그저 첫 전투라서 느끼는 불안감으로 해석했다.
“빨리 벗어나자.”
“예, 선배님.”
그때까지만 해도 강주원은 몰랐다.
김시우가 일부러 자신의 옆에 착지해서 말을 걸고 갔다는 사실을.
그것이 리멘 교단의 새로운 선지자, 강주원과 김시우의 첫 만남이었다.
6.
“형님, 방금 그 친구, 아는 사람이었어요?”
자현이의 질문에 나는 손을 내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는 친구는 아니고, 알아 가고 싶은 친구.”
그러자 자현이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어쩐지 형님이 여자를 안 좋아한다 했는데, 그쪽 취향이셨습니까?”
“오늘 그냥 저 마수들 잡고, 너도 그냥 잡아 줄까?”
“아니, 형님이 오해를 사게 말씀하셨잖아요.”
“죽어 그냥.”
대한민국에 선지자가 한 명 더 출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까 그 강주원이라는 청년, 분명히 선지자의 운명을 타고난 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를 만나자마자 선지자로서의 운명을 각성했다.
리멘으로부터 그런 경우가 꽤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선지자의 운명을 부여받았으나, 그 운명을 제대로 개화시키지 못한 자들.
나로서는 반가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미리 침을 발라 둔 거다. 다른 종교에서 채 가면 솔직히 배 아프잖아?
나는 자현이의 등에다가 주먹을 꽂아 넣은 다음, 다른 이레귤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정상적인 게이트 반응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게이트라면 시스템이 반응을 했어야 하는데, 이건 순전히 정화자의 소행입니다.”
예전에 이 녀석들은 게이트를 통해서 넘어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생성된 게이트를 모종의 방식으로 이용한 것이었을 뿐.
이 게이트에서는 시스템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즉, 정화자가 우리만을 위해 손수 준비한 선물이라는 뜻.
“이제는 본인들이 직접 게이트를 소환해서 습격할 수도 있다,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전 세계 각지로 똥을 뿌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기술.
라파엘은 게이트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곧 정화자를 털면, 차원 이동 기술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이것 참 흥미롭네요.”
라파엘의 몸에서 사이킥 에너지가 폭발하듯이 방출되었다.
그리고 곧 그가 입고 있는 슈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무기들이 튀어나왔다.
“저 녀석들이 지상에 내려오면 화력을 집중시키기가 힘드니까 제가 먼저 한 숟가락 하겠습니다.”
이곳은 도시.
라파엘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첨단 무기들을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라파엘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게이트에서 넘어오고 있는 세 마리의 국가위기급 마수들.
각각 강아지, 고양이, 원숭이처럼 생긴 놈들이었다.
우우우우웅.
미국 유망주와 이름이 똑같은 라파엘의 오른팔, ‘데이비드’가 순식간에 무기로 변신했다.
일전에도 본 적 있던 광자포.
하지만 광자포의 크기가 그때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자주포의 포신보다 더 거대하고 기다란 포.
“쏩니다.”
거대한 에너지가 라파엘의 포에 모여들었고, 곧 위기를 감지한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몬스터들은 라파엘에게 도달할 수조차 없었다.
“어디를 들어와.”
“손맛이 좋습니다.”
자현이와 이세민을 뚫을 수 있는 놈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3초 후.
푸우우웅.
마침내 광자포에서 주먹만 한 입자가 생성되어 쏘아져 나갔다.
얼핏 보면 별로 큰 피해는 없을 것 같은 비주얼.
그러나 그 입자가 지닌 파괴력은 나조차도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파아아아아앗-!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순식간에 섬광에 잡아먹힌다.
그 모습은 흡사 하늘에 새로운 태양이 뜬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콰우우우우우우-!
게이트에서 튀어나오고 있던 마수들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면서 몸을 비틀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위력.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대공전만큼은 라파엘이 나보다 뛰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로 넘어와서 제가 유일하게 원본의 위력을 재현할 수 없는 무기입니다. 지금은 원본 출력의 60프로 정도. 이 정도면 선제 격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백 프로의 위력이면?”
“박살 내고도 남습니다. 원래는 대행성용으로 만든 무기니까요, 하하.”
“……내가 SF 세계로 넘어갔어야 했다니까.”
라파엘과 함께 전투를 하면 느끼는 건데, 시각 효과 부분에서는 항상 박탈감을 느낀다.
나도 저런 무기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아쉬워하기에는 일렀다.
콰우우우우우!
거대한 마수들은 여전히 숨이 붙어 있었으며, 잠시 후 마수들의 뒤에 숨어 있었던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한 피부.
그리고 인간과 비슷한 외관.
마왕들의 군단에서 리치, 데스나이트와 함께 지휘관으로 활약하는 개체들.
“뱀파이어.”
뱀파이어들이 게이트를 단숨에 넘어 지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거대 마수들을 방패 삼았다? 참 영악한 놈들이야.”
“오, 뱀파이어. 김시우 교황님, 혹시…….”
“전투 끝나고 몇 마리 생포해서 실험체로 내어 드릴 테니까 집중합시다.”
“좋습니다.”
뱀파이어들은 기본적으로 흑마법을 타고난 종족이다.
마기를 이용한 흑마법을 통해서 질병을 퍼뜨리고, 저주를 걸어 댄다.
에덴의 기나긴 전쟁 속에서 뱀파이어들 역시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으나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뱀파이어의 숫자만 하더라도 5백은 족히 넘기는 것 같았다.
“간만이네.”
나는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뱀파이어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내가 본능적으로 마기를 혐오하듯, 저 녀석들 역시 본능적으로 신성력을 혐오한다.
그렇기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신성력을 향해 이끌린다.
“신성 결계.”
[액티브 스킬 신성 결계 Lv.Max>를 사용하여 해당 지역에 결계를 생성합니다.] [리멘 교단의 성지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성지에 위치한 신목과 신수가 결계에 힘을 보탭니다!]전장과 도시를 분리해 버리는 거대한 결계.
이곳이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나조차도 아찔했을 크기의 거대한 결계였으나, 지금의 나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결계였다.
서울에는 리멘 교단의 신도들이 정말 많다.
신성력이란 결국 그들의 믿음에서 기인하는 힘.
즉, 이곳은 우리 교단의 명백한 홈그라운드란 뜻이다.
콰드드득.
나는 나를 향해 날아든 뱀파이어의 모가지를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끄으으으윽.”
뱀파이어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녀석의 몸속의 마기가 미친 짐승처럼 날뛰기 시작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화르르르륵.
내 손에서 피어오른 성화가 순식간에 뱀파이어를 산 채로 불태운다.
“끄아아아아악!”
뱀파이어의 몸이 재가 되어 흘러내린다.
산 채로 재가 되어 가는 기분은 어떨까?
아마 고통스럽고 끔찍한 기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모기 새끼들에게 어울리는 최후야. 안 그래?”
인간의 피를 양분으로 번식하는 이놈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최후다.
나는 손에 묻은 하얀색 재를 가볍게 털어 낸 다음, 나머지 뱀파이어들을 향해 활짝 웃어 주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멸종시켜 줄게. 기대해.”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