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3.
「김시우, 테러 집단 ‘정화자’를 향해 강력한 경고!」
「김시우,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 세상을 더럽히는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
「서울 돌발 게이트 현장에서 활약한 정체불명의 트레이닝복 사내, 중국의 숨겨진 서열 1위 이레귤러 ‘이세민’으로 밝혀져.」
「중국 외교부 대변인, ‘이세민은 중국의 서열 1위 이레귤러가 맞다. 그가 리멘 교단 측에 합류하기로 한 만큼, 우리들도 정부 차원에서 전적으로 밀어줄 것이다.’」
「중국 내전의 변환점?」
「리멘 교단이 상륙하게 될 상해. 현재 상해의 상황은 ‘비극적인 내전 중’.」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언론사에서 일제히 보도가 되기 시작한 우리 교단의 선전포고.
중국 정부가 이번 기자회견에 호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세민은 중국 정부에 본인의 의사를 피력하지 않은 채, 가족들을 데리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세민의 선택과 자신들의 선택이 다르다고 해 버리면 사실상 이세민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와 버린다.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세민의 선택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서 허술해 보일지는 몰라도, 이세민의 선택은 정확했다.
그것이 전부 이세민이 서열 1위의 강자라서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말이다.
“김시우 교황님.”
내가 집무실에 앉아서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 집무실 안으로 라파엘이 들어왔다.
라파엘은 나를 향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슬쩍 내 앞에 앉으면서 말했다.
“본국에서 항공모함 한 척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항공모함? 해양 몬스터들 때문에 뱃길이 제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가능합니까?”
“제가 일부 개조를 한 항공모함입니다. 특정 파장을 통해서 몬스터들을 쫓아내죠. 본국에서도 비밀리에 개조한 항공모함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호의.
이런 시대에 바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거대한 전략적 이점을 지니게 된다.
세상이 변했어도 역시 천조국은 천조국이라고 해야 하나?
어디까지나 라파엘의 능력을 이용한 방법이었겠지만, 인재를 데려오는 것 역시 그 나라의 능력이다.
라파엘은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교황님의 힘이라면 몬스터들이 접근할 수조차 없겠죠. 아닙니까?”
“그렇긴 하죠.”
“육로를 통해서 돌아가는 것보다야 항공모함을 통해 직접 타격하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상해와 근접한 바다까지 들어간 다음, 수송 헬기를 통한 작전은 어떻습니까?”
변수가 셀 수도 없이 많을 중국 대륙보다야 안전이 확보된 바다를 통한 작전이 훨씬 안정적일 것이다.
나는 라파엘의 의견에 동의했다.
“헬기를 제가 참 좋아하죠. 어차피 선발대만 목적지에 착륙하면 됩니다.”
상해에 우리 교단이 자리 잡을 지점은 이미 구해 두었다.
그 지점에 착륙한 다음, 곧바로 성지를 생성하면 된다.
최고의 성유물 중 하나인 심판의 검이 있기 때문에 성지를 생성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즉, 딱 한 발자국.
그 땅에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된다.
“선발대를 제외한 나머지 리멘 교단의 병력은 서울 성지에서 대기할 겁니다.”
“아! 성지의 통로를 이용하실 계획이시군요. 알아들었습니다. 리멘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병력만 수송하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도 그에 맞춰서 작전을 계획하도록 하겠습니다. 작전 개시일이 다음 주 수요일 오전 9시 맞습니까?”
“예.”
“딱 일주일 남았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번에 사로잡은 뱀파이어를 연구하러 가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엘더 뱀파이어는 라파엘의 연구실로 끌려갔다.
라파엘이 원래는 조금 더 많은 포로를 원했지만, 그래도 큰놈이라면서 기뻐하더라.
엘더 뱀파이어를 바라보면서 군침을 삼키는 라파엘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을 나서는 라파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엘더 뱀파이어의 연구 성과를 공유해 주겠다니까 다행이다.
만약 라파엘이 이곳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통제하기 힘든 상황을 여럿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에휴.”
그래도 미친놈들끼리 어울리다 보니까 미친 짓에도 적응이 된다.
이쯤 되면 나도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나 역시 미친놈이니까 미친놈들과 어울리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내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집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새로운 퀘스트 성전>이 발생합니다.] [해당 퀘스트는 지구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성전]●종류 : 메인 – 시나리오
●설명 : 당신은 리멘 교단의 교황으로서 마기에 물든 적들에게 성전을 선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본 시스템은 당신의 의지를 받아들여 메인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교황이시여, 사악한 이들에게 핍박받는 이들을 절망 속에서 구해 내십시오. 이 성전은 당신과 당신의 교단을 더욱더 높은 곳으로 이끌 것입니다.
●완료 조건 : 정화자>의 모든 거점을 파괴할 것.
●보상 : 신성 점수 10만 점, 기간제 교단 특성 성전 승리>, 특수 능력치 격> 50 상승
*교단 특성 성전 승리>는 1년 동안 교단에 소속된 모든 이들의 경험치 획득량을 2배로 증가시킵니다.
아무래도 이 시스템 메시지를 관장하고 있는 테라가 직접 생성시켜 준 퀘스트인 것 같다.
퀘스트 내용에서 음성 지원이 되는 기분이다.
재수 없는 표정으로 ‘어디 한번 잘해 봐.’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
나는 그 퀘스트를 수락한 다음, 다시 한번 숨을 뱉어 냈다.
중국 진출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준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이날을 예전부터 계속 준비해 왔다는 것.
병력들은 준비되어 있었고, 2기 교육생들도 이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마도 꽤 긴 전쟁이 될 것이다.
중국 대륙은 엄청 넓고, 정화자들은 곳곳에 숨어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나서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나는 전화기를 든 다음, 곧바로 통화를 연결했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주 놈 전화 한번 받기 힘드네. 어쩐 일이냐?
“할머니, 지금 어디야? 오늘 저녁에 가족끼리 식사라도 할까 해서.”
-나 지금 라파르트 할아범이랑 같이 있다.
세상에 라파르트 대주교를 ‘라파르트 할아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새 라파르트 대주교가 자주 자리를 비운다 했더만.
할머니랑 만나고 있던 거였어?
……이건 진짜 예측하지 못한 변수다. 우리 교단에 교황을 제외하고서는 딱히 연애에 대한 교리는 없긴 한데, 그 대상이 우리 할머니라면 문제가 생…….
-왜 말이 없어?
“아냐.”
-집에서 보자, 손주. 라파르트 할아범이 데려다준다는구나. 올 때 시연이도 데려오고. 알겠지?
할머니는 쿨하게 전화를 끊으셨고,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이러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거지?
……황혼 결혼까지 생각하고 계시려나?
“에이, 설마.”
……이따가 할머니한테 직접 물어봐야겠다.
4.
미야아아아.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시간이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나를 격하게 반겨 주는 백설이.
나는 백설이에게 츄르를 슉 던져 줬고, 그러자 백설이는 날렵하게 츄르를 잡았다.
보통 고양이들은 우리가 츄르를 직접 짜 줘야 먹지만 백설이는 아니었다.
『오늘따라 츄르가 맛이 좋네. 어디서 사 왔어?』
“앞에 있는 애완동물용 수제 간식점.”
백설이는 발톱으로 츄르의 절취선을 잘라 낸 다음, 미친 듯이 흡입하기 시작했다.
츄르 하나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
백설이는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말했다.
『항상 편의점에서 대충 사 왔었잖아. 오늘 무슨 바람이 불…….』
“얘들아, 들어와.”
내 뒤를 따라 두 동물이 걸어 들어왔다.
한 마리는 검은색 개.
또 다른 한 마리는 사슴.
베스와 루돌프였다.
베스와 백설이는 근래에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었는데, 루돌프와의 케미는 어떨까?
-반갑다, 백설. 이쪽은 내 친구 루돌프다.
-안녕, 백설! 나는 루돌프라고 해.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잘 지내보자.
우리를 위해서 일부러 작은 크기로 변신한 루돌프.
백설이는 루돌프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썰매를 잘 끌게 생긴 이름이네. 나중에 나를 썰매에 태워 준다면야 뭐, 반갑게 맞이해 줄게.』
-썰매? 썰매가 뭐야?
『아직 사회화가 덜…….』
“백설아.”
『……되었어도 상관없어. 지구에 적응하기 쉽도록 내가 도와줄게. 걱정하지 마, 루돌프.』
앞으로 내가 없는 사이 우리 성지와 가족들을 지켜 줘야 할 놈들이라서 일부러 인사를 시킨 거다.
백설이 녀석은 눈치가 참 좋다.
그런 내 의도를 파악한 모양인지, 루돌프를 향해서 텃세 같은 건 부리지 않았다.
역시, 백설이 이 녀석에게 츄르를 먼저 먹이는 게 답이다.
이제 백설이도 어엿한 신수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
이레귤러급에 살짝 못 미치지만, 이레귤러를 상대로도 버틸 수 있을 만큼은 컸다.
아마 교세가 더 확장되면 이레귤러급 이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전투에 동원되지 않아서 그렇지, 영물들도 각자 이레귤러급을 뛰어넘는 힘을 지닌 존재들.
적어도 집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형 왔어?”
부엌 쪽에서 앞치마를 두른 인욱이가 걸어 나왔다.
“된장찌개 끓여 놨어. 고기만 구우면 돼.”
지난번 중고차 사기 이후로 부쩍이나 나에게 친절해진 인욱이.
참고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인욱이의 중고차 사기 참교육 영상의 조회 수는 증가하고 있었다.
그 이슈 덕분에 경찰들이 중고차 허위 매물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고 했으니, 인욱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사회에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냄새 좋네.”
“그저께 할머니 댁에 가서 된장 가져왔잖아. 할머니가 직접 하셨어.”
“할머니는?”
“요 앞 가게에 고기 사러 가셨지.”
“그래? 그럼 금방 오시겠네. 아, 맞다. 인욱아, 얘 이름은 루돌프야. 나 없는 동안 이 집에서 지내기로 했으니까 인사 나눠. 루돌프, 얘는 내 동생.”
루돌프는 인욱이에게 다가간 다음, 조심스럽게 머리를 비볐다.
집 밖에서는 녹용을 달고 다녔지만, 실내에서는 녹용을 감춘 상태.
예쁜 새끼 꽃사슴. 딱 그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안녕, 나는 루돌프야. 이름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구, 앞으로 잘 부탁할게!
“어…… 안녕. 김인욱이야.”
-김인욱! 엄청 마음에 들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인욱이를 바라보는 루돌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금세 스쳐 지나갔다.
나쁜 생각을 한 건 절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아무튼.
잠깐의 인사 시간이 끝나고, 백설이는 베스와 루돌프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밥부터 먹자.”
오늘의 메뉴는 삼겹살.
나는 빠르게 거실에 상을 폈고, 할머니가 곧바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집 안 한가득 퍼지는 고기 냄새.
할머니는 버너 위에 고기를 구우면서 나에게 물었다.
“다음 주부터 중국으로 간다고?”
“그렇게 됐어. 옆집에서 자꾸 바퀴벌레가 기어들어 오잖아. 해결하려면 내가 직접 가야지.”
“그래도 5년 동안 생사도 모르고 연락이 끊기는 것보다는 나아. 나한테 안 해도 좋으니까, 시연이나 인욱이한테 연락 자주 해라.”
“……알았어요.”
“맞아, 큰오빠. 나한테 전화 매일매일 해 줘야 돼? 위험한 곳으로 가는 거잖아.”
시연이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조용히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연아.”
“응!”
“그런데 오빠 어지간하면 출퇴근할 건데? 저녁에는 집에 와서 쉴 거야.”
성지의 통로를 여기에 안 쓰면 어디에다가 쓰려고.
큰일이 없는 한 어지간하면 잠은 집에서 잘 거다.
“그럼 왜 오늘 밥 먹자고 그랬어? 우린 또 멀리 가서 당분간 집 안 오는 줄 알았잖아.”
마늘을 씹어 먹은 인욱이가 나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가족끼리 이렇게 시간 내서 밥 먹으면 좋잖아.”
“그것도 그렇지. 요새 이렇게 넷이서 밥 먹은 적은 별로 없었으니까.”
“겸사겸사야. 그나저나 할머니.”
“왜?”
“라파르트 대주교랑은…….”
“고기 식는다. 고기부터 먹어라.”
불리하면 항상 말을 돌리시는 할머니.
나는 인욱이랑 시연이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글쎄, 할머니가…….”
“라파르트 대주교님이랑 자주 만나시는 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시연이도 알고 있어. 그치?”
“응! 라파르트 대주교님이랑 할머니랑 엄청 잘 어울려.”
“……나만 몰랐던 거야?”
“어.”
“응!”
갑자기 소외감 느껴지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구나.
나만.
“이 할미가 알아서 잘 할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고기나 먹어.”
“할머니, 왜 나한테만 말 안 해 줬어?”
“네가 물어봤니?”
“……아니요.”
“물어보지도 않고선……. 고기 식는다. 빨리 먹어.”
“……네.”
우리 가족의 오순도순한 밤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중국으로 향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