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5.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인욱이의 차(내가 직접 뽑아 준)를 타고 바닷가도 놀러 다녀오고.
놀이공원도 가고.
펜션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아주 오랜만에 할머니, 나, 인욱이, 시연이 이렇게 네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과의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갔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우리가 중국으로 출발하는 당일이 찾아왔다.
-무사히 돌아와야 돼, 오빠! 연락 자주하구!
시연이의 인사를 듣고 집에서 나온 나는 곧바로 진해시에 위치한 해군항으로 향했다.
정부에서 미리 준비해 준 헬기를 통해 진해시에 금방 도착했다.
출항 준비로 분주한 이곳에는 정부 소속의 각성자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관계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지난번 중국에 천벌 미사일을 인계한 후 생산된 천벌 미사일 중 70프로 정도가 저 항공모함에 탑재되었습니다.”
“이번 작전에 한해서만큼은 저의가 무료로 인계하겠다고 했는데…….”
“원래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계산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천문학적인 수준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현장에는 유선호 장관이 직접 나와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라파엘이 달아 준 의수를 끼고 있는 유선호 장관.
내가 직접 유선호 장관을 치료해 줬기 때문에 그의 회복 속도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불과 1주 전, 반쯤 죽어 가던 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왕성한 활동력.
유선호 장관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눈빛을 보여 주면서 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 천벌 미사일 사용에 대해 허가를 내줬습니다.”
“자기네 땅에 미사일을 쏠 수 있게 해 줬다라……. 자존심 많이 죽였네요.”
“본인들이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걸 알고 있다는 뜻이지요.”
“상해 상황은 보고받고 계십니까?”
내 질문에 유선호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침투시켜 둔 정보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내 주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협조하고 있습니다.”
“제가 순리 몇 대 패 두길 잘했죠?”
“하하!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이 발언은 비공식적인 발언입니다.”
내가 유선호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뒤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이세민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 교황님께서도 순리를 몇 대 쥐어 패셨습니까?”
“한국에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였거든요. 원래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는…….”
“뭉둥이로 후려 패야지요.”
“세민 씨는 지난번부터 느낀 건데, 중국인치고는 대화가 잘 통해요.”
“항상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형님, 잘 다녀오십시오.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대한민국은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자현이가 나에게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자현이는 이번 작전에 동원되지 않는다.
자현이가 맡게 될 역할은 한반도의 수호.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대한민국에 일이 날 수도 있잖은가?
물론 상해에 성지만 만든다면 해결될 문제.
우리 교단의 병력은 현재 성지에서 모두 대기 중이었으니, 이제부터는 내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이번 ‘상해 상륙작전’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미국의 항공모함 ‘USS 어벤져’를 타고 상해의 인근 바다로 향한다.
2. 항공모함에서 수송 헬기에 탑승, 곧바로 상해로 향한다.
3. 목표 지점을 확보한 후, 곧바로 심판의 검을 이용해서 성지를 생성한다.」
총 3단계로 이루어진 작전.
심판의 검을 통해서 생성한 성지는 강력한 마기 억제력을 지닌다.
심판의 검을 저 땅에다가 꽂아 넣는 것만으로도 상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마기 보유자들은 힘을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곧바로 신전의 지하에서 심판의 검을 가져왔다.
“그런데 형님.”
“어?”
“심판의 검 한번 휘둘러 보고 싶은데, 도대체 뭐에다가 꽂아 두신 거예요?”
자현이는 마대에 꽂혀 있는 심판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벨페고르의 화신체. 지난번에 단동에서 잡아 온 거.”
“……아.”
“한번 보여 줄까? 상태 아주 예술인데.”
“……아뇨. 악몽 꿀 것 같아서 사양할게요.”
저 마대 안에는 벨페고르의 화신체가 봉인되어 있다.
심판의 검을 함부로 뽑았다가는 저 화신체에 묶여 있는 벨페고르가 도망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조치를 취해 둔 거다.
들썩.
“형님, 저거 들썩거리는데요.”
“냅 둬. 좋은 꿈이라도 꾸나 보지. 궁금하면 직접 보라니까? 아마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걸 거야.”
심판의 검이 내뿜는 신성력은 우리 교단의 성유물 중 가장 강력한 파마의 힘을 지니고 있다.
고통에 둔감하다는 마왕조차 영혼이 타들어 가는 고통은 버틸 수가 없다.
아마 내가 입을 성화로 지져 두지 않았다면 끔찍한 비명 소리가 자꾸만 울려 퍼졌을 것이다.
“저 화신체를 볼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라파엘이 왜요?”
“마왕의 화신체로 연구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쩝. 전 뱀파이어로 만족해야겠지요.”
그러면서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라파엘.
하지만 마왕의 화신체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취급 위험 품목이라서 안 됩니다. 아시겠죠?”
“압니다, 알아요. 그런데 혹시 팔 한쪽만 어떻게 떼어 주시면 안 됩니까?”
“쓰으으읍.”
“하하,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진짜 위험한 인물이다.
호시탐탐 실험체를 구하려는 미친놈.
“이제 곧 출항할 시간입니다.”
시간을 확인한 유선호 장관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자현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잘 부탁한다. 성지가 성공적으로 생성되면 서울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때 보자.”
“천천히 다녀오십시오. 아예 안 돌아오셔도 괜찮습니다, 형님.”
자현이가 은근슬쩍 내뱉은 진심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녀석의 등에다가 주먹을 꽂아 넣어 주었다.
그리고 등을 돌리면서 말했다.
“라파엘, 이세민 씨? 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태어나서 항공모함을 타는 건 처음인데…….
“김시우 교황님.”
“예?”
“항공모함에 타실 때는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는 거, 알고 계시죠?”
“저한테 거짓말하면 리멘님께서 신벌을 내린다는 거, 알고 계시죠?”
“흠흠.”
6.
지구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바다.
지구의 바다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바다와는 사뭇 달랐다.
원래도 바다는 위험했다고는 하지만, 아마 이 시대의 바다만큼 위험하진 않았을 것이다.
항공모함의 레이더를 통해 감지되는 각종 해양 몬스터들.
어째서 인류가 몬스터들에게 바다를 빼앗겼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바다에 서식하고 있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프로를 차지한다.
면적을 생각해 봤을 때, 확실히 바다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뭐 중국 근해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몬스터들이 알아서 우리들의 항모 전단을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천벌로 잔뜩 무장한 함대.
거기에 내가 내뿜는 신성력을 보고도 달려들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항공모함이 출항한 지 반나절쯤 지났을 때.
우리는 마침내 1차 목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
이제 여기에서부터는 헬기로 이동해야 한다.
내가 바다를 구경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미군 장교 한 명이 나에게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헬기가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럽시다.”
그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우리가 이번에 타고 갈 헬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옆에서는 어느새 슈트를 장착한 라파엘이 웃으면서 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셨습니까?”
“라파엘은 그거 입고 바로 날아가는 겁니까?”
“예. 이 정도 거리면 연료도 충분합니다.”
“제 슈트는 언제 개조해 주나요?”
“아시다시피 신성력을 연동시키는 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서요.”
솔직히 저 슈트, 남자로서 탐이 날 수밖에 없다.
어느 영화의 영웅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주얼.
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그 슈트를 바라본 다음, 옆의 이세민 씨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이세민.
……그래도 내 쪽의 비주얼이 조금 더 나을지도.
“이세민 씨.”
“예, 교황님.”
“중국 상해 타격하는 거라고 해서 봐주시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저는 마음만큼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우리는 곧바로 헬기에 탑승했다.
그러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파일럿이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대한민국의 김시우 교황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찰스 스미스 대령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스미스 대령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반갑습니다, 스미스 대령님.”
“교황님을 모시고 싶어 제가 직접 이번 작전에 자원했습니다.”
“아, 혹시 우리 교단의……”
“리없죽의 미국 서부 지부의 회원입니다. 이번 작전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글라스 너머로 그의 불타는 열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리없죽의 회원이라…….
요새 우리 교단의 교세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그게 미국 해군까지 뻗어 나갔을 줄은 몰랐다.
리없죽의 회원들.
레오가 만들어 낸 사조직은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가?
어디에나 있는 듯한 이 기분.
나는 그와 가볍게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부기장과도 악수를 나눈 다음, 가볍게 자리에 착석했다.
잠시 후.
“이륙합니다.”
헬기가 이륙했고, 곧바로 비행이 시작되었다.
헬기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다, 그 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비행했다.
“김시우 교황님.”
내 옆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던 이세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반드시 제 딸의 복수를 할 겁니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증오.
그 감정은 사람에게 있어서 아주 강력한 동기가 되어 준다.
이세민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분명한 증오였다.
“이세민 씨.”
나는 이세민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그러자 창밖을 보고 있던 이세민이 나를 바라보았다.
“정화자에게 복수하는 거, 좋습니다. 저와 같은 목표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이세민 씨에겐 아직 지켜야 할 가족이 남아 있습니다. 본인 가족은 본인이 지키세요. 아시겠어요?”
복수 끝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갈 곳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내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을까?
이세민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면서 숨을 뱉어 냈다.
저 멀리 조금씩 먹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7.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눈을 감았던 나는 스미스 대령의 말을 듣고 눈을 떴다.
그러자 창밖으로 보이는 상해의 풍경.
화염에 잡아먹힌 몇몇 건물들과 기둥 빼고 완전히 박살이 나 버린 동방명주.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는 풍경은 이곳이 상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낙하산은 그 옆에 보시면…….”
나는 스미스 대령의 설명을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내 옆에 둔 마대를 챙기면서 말했다.
“낙하산 필요 없습니다. 이세민 씨, 낙하산 필요합니까?”
“저도 필요 없습니다.”
스미스 대령은 리없죽의 회원답게 내 말의 뜻을 금방 이해했다. 그러더니 곧 나를 향해 경례를 하며 말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는 그것으로 끝.
가차 없이 헬기의 문을 연 나는 천천히 아래에 펼쳐진 지옥을 내려다보았다.
“갑시다.”
“예.”
곧바로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지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거대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마기의 세례.
하지만 나는 신성 결계를 생성한 채로 그대로 그 마기 세례를 뚫고 강하했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나는 성공적으로 땅에 착륙했다.
내 주위로 생겨나는 거대한 크레이터.
나는 그 크레이터의 중심에서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시작해 보자고.”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