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72. 상해 탈환전
1.
지상에서 직접 바라본 상해의 상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수습되지 못한 시체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으며, 마수들의 입가에는 방금 전까지 녀석들이 잡아먹고 있던 이들의 피가 묻어 있었다.
마수들뿐만이 아니었다.
“김시우다.”
“정말로 저 새끼가 왔다고? 병신 같은 정부 놈들. 타국의 이레귤러를 이렇게 막 들여보내?”
“어떻게 해야 하지?”
마기를 받아들인 각성자들.
살기와 피에 범벅이 된 녀석들이 실실 쪼개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틀림없이 머리끝까지 마기에 오염된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녀석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하고 있다.
나를 만난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야 정상인데, 저 녀석들은 영혼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경우는 딱 하나다.
정말로 영혼까지 빼앗긴 경우.
강한 힘을 위해 마기를 받아들인 자의 최후가 바로 저런 거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내 옆에 서 있던 이세민이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그의 손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굳이 더러운 것들의 피를 손에 묻힐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기를 받아들인 건 어디까지나 저 녀석들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책임에는 대가가 따르죠.”
나는 내 앞에 있던 자루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곳에 넘쳐 나는 마기를 느낀 걸까?
벨페고르의 반항이 격렬해졌다. 심판의 검을 꽂은 채로 몸을 버둥거리는 꼴이 참으로 추했다.
그래서 일단 자루를 벗겼다.
그러자 입의 형체가 사라진 벨페고르의 처참한 몰골이 드러났다.
어찌나 상태가 심했는지, 산전수전 다 겪었을 이세민조차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저희 이단심문관들이 실습을 열심히 했다는 증거입니다.”
“리멘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굉장히 궁금하게 만드는 몰골이로군요.”
“마기 보유자들의 숨통을 끊지 않고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교육했죠. 훌륭한 실험체였습니다.”
“라파엘이나 교황님이나…….”
“지금 뭐라고 하셨죠?”
“아닙니다.”
이세민이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아아앙-.
상해의 하늘을 깔끔하게 정리한 라파엘이 소위 말하는 ‘슈퍼 히어로 랜딩’으로 내 옆에 착륙했다.
“교황님, 정리는 대강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방금 전에 교신이 들어왔는데, 중국 정부에서도 추가 병력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상해 외곽부터 돌파를 시도하는 중이랍니다.”
“중국 쪽 병력 도착 예정 시간은요?”
“반란군의 방어 태세가 단단합니다. 아무래도 저희들이 뒤를 쳐 줘야 돌파가 가능할 듯 보입니다.”
이곳에 내리자마자 나는 이곳을 점령한 반란군들이 어떤 놈들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기에 영혼을 팔아넘긴 자들.
한때 정화자의 거점이었던 만큼, 지금껏 내가 봐 왔던 그 어떤 도시보다 마기에 강력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민간인들조차 마기에 잡아먹힐 게 틀림없었다.
즉, 상해라는 거대한 도시 전체가 악마의 소굴이 되어 버리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을 지배하는 반란군들을 악으로 규정했다.
이 전쟁은 성전.
마기를 몰아내기 위한 싸움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곧바로 벨페고르의 화신체의 등에 꽂혀 있던 심판의 검을 붙잡았다.
그리고 녀석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친구들이 너를 구하러 와 줄 것 같아? 애초에 마왕들끼리는 의리 같은 거 없었잖아.”
-……교황,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이곳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벨페고르의 목소리.
예전과는 다르게 희미할 정도로 나약한 목소리였다.
신성력이 녀석의 영혼을 끊임없이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나는 웃으면서 답했다.
“걱정하지 마. 곧 네 친구들의 영혼도 잡아 와 줄 테니까. 심판의 검에 모두 꽂혀 있으면 참 재밌겠다. 그 상태로 성화로 불태워 버리면, 그게 마왕 꼬치구이 아닐까?”
푸우우우우욱.
심판의 검에 힘을 불어 넣으며 강하게 밑으로 박아 넣었다.
심판의 검은 화신체의 몸뚱어리를 뚫어 버린 다음, 바닥 깊숙이 박혔다.
그러자 잠시 후 눈앞에 메세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성유물 심판의 검>을 활성화하여 해당 지역에 성지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심판의 검>의 고유 특성으로 인하여 해당 지역에 성지를 생성할 경우, 이 일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투에 성전>이 적용됩니다.] [성지를 생성하시겠습니까?]고민 따위 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에다가 성지를 만들기 위해서니까
“생성한다.”
내가 신성력을 가득 담아 말을 내뱉은 순간,
파아아아아아앗-.
심판의 검에서 찬란한 빛이 퍼져 나갔다.
거대한 빛기둥이 세워진다.
그리고 그 빛기둥은 태양을 가리고 있던 먹구름을 몰아내었고, 곧 이 일대를 모두 빛으로 물들였다.
그 기둥 사이에서 리멘의 기적이 일어났다.
건물의 잔해만 가득했던 폐허가 눈처럼 녹아내렸고, 곧 그 위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신전이 생겨났다.
절망뿐이던 상해 위에 세워진 신전.
죽음의 냄새로 가득 찬 이곳에, 새로운 희망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센다이에 이은 우리 교단의 세 번째 성지.
상해 성지.
[새로운 성지가 설정되었습니다.] [성지 간의 통로가 개방됩니다!]폐허 위에 홀로 우뚝 솟아오른 신전은 이곳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구조물이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탁탁탁.
신전 안쪽에서부터 새하얀 갑옷을 입은 병력이 절도 있게 걸어 나온다.
선두에는 판금 갑옷을 걸친 루나가 서 있었으며, 그 후미에는 레오가 검은색 사제복을 입은 사제들을 이끌고 있었다.
3백 명에 이르는 교단의 병력.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표정의 성기사와 사제 들이 신전에서 나와 내 앞에 정렬했다.
“교황 성하.”
선두에 서 있던 루나가 그들을 대표하여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철퇴를 내려놓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성기사단장 루나 레벤톤, 대주교 레오 루멘. 그리고 3백 명의 성기사와 사제 들. 성전에 참가하기 위하여 이곳에 왔나이다.”
성지 위에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루나의 목소리.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전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한다, 루나 레벤톤 경.”
“예, 성하.”
“교단의 적들에게 리멘님의 성스러운 심판을 내리도록.”
내 말에 루나는 오른쪽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 그리고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면서 대답했다.
“교단의 적들에게 리멘님의 심판을.”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나머지 병력도 일제히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소리쳤다.
“교단의 적들에게 리멘님의 심판을!”
“교단의 적들에게 리멘님의 심판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때.
콰우우우우우우우우-!
신전 쪽에서 거대한 백호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맹수는 사방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주인, 아무래도 집에 있기에는 심심해서. 어차피 영물들이 가족들을 지켜 줄 테니까, 나도 싸워도 되지? 이제 이곳도 리멘님의 성지잖아.』
백설이가 노란색 눈을 빛내면서 말했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껏 날뛰어 봐.”
백설이의 합류를 마지막으로.
“싹 다 쓸어버려.”
리멘 교단이 마침내 상해에 모습을 드러냈다.
2.
우리 교단의 첫 번째 목표는 단순했다.
상해의 외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반란군의 뒤를 급습하는 것.
상해의 질서를 되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반란군 소탕이었다.
반란군의 주 전력이 정부의 병력을 막기 위해 집중되어 있는 상황.
원래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뒤통수를 맞는 거다.
우리들은 첫 전투를 대승으로 장식했다.
중요한 전력들은 모두 중국 정부와의 전장에 파견되어 있었던 모양인지, 시내에 있던 반란군의 세력은 형편없었다.
마기에 찌들거나 영혼을 팔아넘긴 놈들이 우리 교단의 전투원들을 이길 리가 있나.
성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특수 효과가 적용되는 이상, 우리 교단의 교육생들은 최소 A급 헌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일부 1기 교육생들은 S급 헌터들에 준하는 힘을 낼 수 있을 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콰아아아앙-.
콰지지직.
이세민과 라파엘, 그리고 나.
이 세 명의 이레귤러가 포함된 전력을 막아 낼 수 있는 여력이 녀석들에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발을 내디딘 지 3시간 만에 정부군과 반란군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파엘의 정찰 드론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영상들.
각성자들끼리의 전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온갖 이능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마법, 강령술, 언데드 등등.
양측의 각성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는데, 전황 자체는 정부군이 밀리고 있었다.
반란군 측에 네크로맨서가 있는지,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가 전투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네크로맨서들은 이런 대규모 전쟁에서 활약할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물량을 자랑하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해의 원래 인구 숫자를 고려해 본다면, 네크로맨서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언데드들의 숫자도 상상을 초월할 것 같았다.
“순리가 직접 나섰으면 조금 더 수월했었을 텐데요.”
나는 라파엘의 영상을 보면서 중얼거렸고, 이세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경 써야 할 도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순리로서는 북경에서 가까운 도시를 방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초월자는 저까지 해서 세 명. 한 명은…….”
“제가 폐인으로 만들었죠.”
“그래도 저 정도 숫자의 각성자를 동원한 걸 보면, 정부 측에서도 엄청 많이 신경을 쓴 겁니다.”
“알고 있어요.”
중국은 땅이 넓다.
그걸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지켜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중국 대륙 전체가 화마에 휩싸인 상황.
중국 정부는 결국 일부 지역에 방어 병력을 집중시키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어찌 보면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는 있었다.
위급 상황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각성자 대국이라고 자부하던 중국의 전략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고 처참했다.
각성자 대국의 몰락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콰아아아앙-.
드넓은 전장 위에 새하얀 불기둥이 치솟아 오른다.
우리가 중국 측에 인계해 주었던 천벌 미사일의 흔적.
만약 지금 중국 정부 측에 천벌 미사일이 없었다면, 아마 속절없이 밀렸을지도 모른다.
“저쪽에선 아직 우리가 뒤를 잡았다는 걸 눈치 못 챈 것 같습니다. 이곳 말고도 전선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 두 곳이나 더 있습니다.”
라파엘은 드론을 거두면서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쪽이 가장 큰 전력끼리 맞붙고 있으니까, 우리들은 이곳을 뚫습니다.”
“좋습니다. 나머지 두 전선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항공모함에 지원 요청 가능합니까?”
“천벌 미사일을 탑재한 전폭기들이 언제든지 출격 대기 중입니다. 다른 두 전선의 좌표는 제가 이미 전송해 두었습니다.”
“그 두 곳에 화력 지원을 요청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라파엘은 곧바로 항모 전단 쪽에 교신을 취했고, 나는 우리 교단의 병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지금까지 쌓아 온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줄 때다. 저놈들 뒤통수가 비어 있으니까 기분 좋게 후려쳐 버려. 다치는 놈들은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알겠어?”
“예!”
기합이 바짝 들어간 병력.
그래도 이제 다들 병아리의 티를 벗어 내고 어엿한 교단의 일원이 된 것 같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건틀렛을 꼈다.
그리고 슈트를 활성화한 다음, 저 멀리서 흑마법을 펼치고 있는 적들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자, 드가자!”
나를 따라 교단의 전투원들이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훗날 ‘상해대첩’이라고 불리게 되는 전투의 시작이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