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3.
상해 근해에 위치한 항공모함 ‘USS 어벤져’의 지휘실.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김시우 교황이 이끄는 선발대가 반란군의 후미를 기습!”
“엄청난 돌파력입니다!”
지휘실의 화면 속에서는 상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유선호 장관은 화면에 비치는 전투를 바라보면서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전황은…….”
“김시우 교황이 적들 사이로 뛰어들어서 강령술사들의 목을 뽑고 있습니다!”
“후미 돌파!”
“저항이 없습니다. 아니, 저항할 수 없습니다!”
영상 속의 리멘 교단은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백색의 판금 갑옷을 두른 성기사들이 일제히 돌진하는 모습.
따로 이동 수단에 탑승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모두 방패를 든 채로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일부 반란군과 마수들이 그들을 막기 위해 몸을 들이밀었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콰지지직.
콰아아아아앙-!
그 누구도 리멘 교단의 돌진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압도적인 힘.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반인이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나, 지금 리멘 교단의 전투원들이 보여 주는 힘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반란군 측에서 긴급하게 준비한 1차 방어선 돌파!”
“2차 방어선 공략도 곧바로 시작됩니다!”
유선호 장관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전단장, 리암 미 해군 소장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말했다.
“언데드들이 저렇게 처참하게 갈려 나가는 건 처음 봅니다. 유선호 장관님, 리멘 교단의 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언데드들은 전장의 공포라고 불리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런 언데드를 부리는 네크로맨서.
그들은 하나같이 끔찍한 빌런으로 분류되는 존재들이었다.
특히, 최근에 유니언과 정화자 소속의 네크로맨서들은 세계 각지에서 끔찍한 테러를 벌였다.
시체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단신으로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
미국의 블랙리스트 중 최상단을 기록하는 빌런들 중 대다수가 네크로맨서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 악명 높은 네크로맨서들이.
-끄아아아악!
-막, 막아! 제발 막아 줘!
화면 속에서는 속절없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주위에 있던 언데드들을 모조리 동원했다.
하지만 그들이 동원한 언데드들은 김시우와 접근하자마자 하얗게 불타 없어졌다.
완벽한 상성.
김시우는 사방으로 새하얀 불길을 내뿜으면서 반란군의 중심을 헤집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위 언데드 개체들부터 우선 타격한다!
-알겠습니다!
리멘 교단의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리멘 교단의 병력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언데드들을 정리해 나갔다.
유선호 장관은 그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교단 전체의 전투력이 올라와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야.’
여태까지 리멘 교단은 김시우의 단일팀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교단에 소속된 다른 이들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김시우라는 인물이 지닌 존재감이 워낙에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장에서 리멘 교단의 전투원들이 보여 주는 임팩트는 정말 대단했다.
개개인이 신성력을 내뿜으면서 전장을 뒤바꾼다.
루나, 레오의 일사불란한 지휘하에서 그들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어 버렸다.
“저건 단순히 방어선을 돌파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리암 소장이 침음성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적의 지휘 체계, 사기, 저항 의지. 그 밖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겁니다. 저들은…… 가장 빠르게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김시우를 필두로 한 이레귤러들은 네크로맨서들을 비롯한 핵심 전력들을 집중적으로 제거한다.
그리고 나머지 전투원들은 반란군 틈 사이를 헤집으면서 반란군들의 결속을 저하시킨다.
유선호 장관은 리암 소장의 말을 들으면서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처음 김시우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김동식 실장이 유선호 장관에게 제출했던 보고서.
그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시우 귀환자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전쟁 속에서 살아왔다고 이야기함. 이레귤러 판정 전에는 귀환자들의 흔한 허세로 치부했으나, 이레귤러 판정 후에 판단이 바뀜. 거짓을 이야기할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아, 신빙성이 높음.]인간들끼리의 전쟁을 겪어 보지 못했던 유선호 장관에게는 여태까지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다.
하지만 유선호 장관은 지금 이 순간, 10년을 전쟁 속에서 살아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김시우 교황의 손은 무자비했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철저히 적을 분쇄하는 힘.
망설임, 고민조차 없는 손 속. 마치 그들을 죽이는 게 당연하다는 듯, 김시우 교황은 쉴 새 없이 전투를 이어 나간다.
게다가 김시우 교황뿐만이 아니었다.
레오, 루나.
리멘 교단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모두가 가차 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저들은 성직자라기보다는…… 차라리 군인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것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 말입니다.”
리암 소장의 말에 유선호 장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테랑일 겁니다. 애초에 이레귤러들은…… 다들 그런 존재들인 거 알지 않습니까?”
유선호 장관은 김시우 위에서 날아다니면서 비행형 마수들을 처리하는 라파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거대 마수들을 아작을 내고 있는 이세민도.
이레귤러들은 저렇다.
전쟁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사람들.
인간의 범위에서 아득하게 벗어나, 걸어 다니는 병기가 된 사람들.
그래서 인간성을 잃기 가장 쉬운 사람들.
그건 디재스터급의 귀환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였지만, 김시우만큼은 달랐다.
끝까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는 사람.
그는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는.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가족들을, 그리고 자신의 사람들을.
더 나아가 그 사람들을 품고 있는 땅을.
어떻게든 지켜 낼 사람이었다.
유선호 장관의 말을 들은 리암 소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예.”
화면 속의 전투는 점점 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4.
벌써 몇 명의 적들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네크로맨서가 무려 1백 명을 훌쩍 넘어가는 숫자.
녀석들이 부리는 언데드의 숫자는 족히 1만은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들의 저항은 강해진다.
콰아아앙-.
네크로맨서들이 만들어 낸 거대 병기, 살점 골렘들이 전장에 투입되었고 하늘에서는 본 와이번들이 날아다니면서 우리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전장이란 원래 이렇다.
언제라도 변수가 발생하기 쉽다.
그리고 그 변수가 상황을 통제하기 힘든 지경까지 몰고 가게 되면, 그때는 이제 패배하는 것이다.
내가 에덴에서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던 건 아니다.
힘이 부족했을 때, 패주하여 겨우 목숨만 붙어서 도망간 적도 있었다.
“라파엘.”
-확인했습니다. 개인 무장으로 소지하고 있던 천벌 미사일을 통해서 제압하겠습니다.
라파엘은 슈트를 통해 공중을 날아다니며 착실하게 비행 몬스터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하늘에서 라파엘이 내뿜는 사이킥 에너지와 천벌 미사일의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이 넓은 전장을 일순간 물들일 만큼 강렬했다.
나는 그것을 슬쩍 확인한 다음, 곧장 패널을 계단 형식으로 운용했다.
그리고 그 패널을 밟고 가볍게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콰드드득.
살점 골렘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건물만 한 손을 내리쳤다.
시체들의 두개골이 곳곳에 박혀 있는 끔찍한 손.
그러나 나는 건틀렛에 신성력을 잔뜩 불어 넣은 다음, 그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파스스스.
살점 골렘의 팔이 하얀 재가 되어 흩날린다.
끼아아아아악-.
골렘의 몸 곳곳에 연결되어 있는 희생자들의 얼굴에서 마기가 응축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나는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귀곡성에 홀리면 안 된다.
살점 골렘에 사용된 순간, 그들은 이미 죽었다.
저것은 어디까지나 사기를 꺾기 위한 위협 수단일 뿐.
“신성화 지대.”
[액티브 스킬 신성화 지대 Lv.Max>를 시전합니다.] [일대가 당신의 신성력으로 물듭니다.]내 몸을 중심으로 강력한 신성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살점 골렘의 몸이 밑에서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살점 골렘의 대가리를 통째로 박살을 내 버렸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 쓰러지는 그 몸체에 올라타서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라파엘이 제작해 준 슈트의 특수 기능 중에는 드론을 통해서 전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것도 탑재되어 있었다.
우리가 네크로맨서들을 비롯하여 적의 핵심 전력을 타격하자마자 전황이 크게 뒤바뀐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중국 정군이 조금씩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반란군의 방어성 중심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방어선의 중심에서 무언가 의식을 벌이고 있는 해골들.
그것들은 리치가 틀림없었다.
-보이십니까? 저 녀석들, 산 제물들을 바치고 있습니다.
“예, 보여요.”
리치들은 공포에 잔뜩 질린 민간인들을 앞에 두고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저런 경우 목적은 하나다.
산 제물을 바쳐서 무언갈 강림시키려는 속셈.
산 제물로 사용될 민간인의 숫자는 족히 천은 넘는 듯 보였다.
저 정도 규모라면 답은 하나다.
마왕들 중 하나를 이곳에 강림시키려는 속셈.
대한민국이었다면 천 명으로는 어림도 없었겠지만, 이곳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상해 전체가 마기에 오염되어 있는 상황.
대한민국이 우리 교단의 홈그라운드였듯, 이곳은 정화자의 홈그라운드다.
녀석들 역시 우리가 참전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세민 씨랑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라파엘은 화력 지원에 열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라파엘과의 통신을 짧게 끝냈다. 그리고 곧바로 내 옆에서 네크로맨서를 학살하고 있던 이세민을 향해 소리쳤다.
“마왕의 화신체가 이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강림 의식이 시작 중이니까 같이 갑시다.”
그러자 이세민은 손으로 잡고 있던 네크로맨서의 대가리를 악력으로 깨부쉈다.
그가 입고 있던 검은색 트레이닝복이 피에 잔뜩 물들어 검붉은 색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이곳에서 개체 수를 줄이고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북서쪽으로 1.5km 방향입니다. 이곳은 이세민 씨에게 맡깁니다.”
“예.”
의식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 걸까?
전방의 방어선이 붕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우리 쪽에 끊임없이 병력을 투입하고 있었다.
마기에 물든 각성자.
고위급 언데드.
온갖 끔찍한 피조물들까지.
모두가 우리를 향해 내달린다.
하지만 딱 그뿐이다. 오로지 내달리기만 할 뿐, 고작 녀석들 따위로 우리들을 막을 순 없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신성력을 가득 모아서 거대한 창을 소환해 냈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성창에 비교하면 족히 열 배는 될 정도로 거대한 크기.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신성력이 창의 형상으로 날뛰기 시작한다.
“갑니다.”
그 창을 있는 힘껏 적들을 향해 던졌다.
파지지지지직-.
성창에 담긴 막대한 신성력이 적군으로 들이찬 평야를 관통한다.
괴물들로 가득한 들판 한가운데 길이 생겨난다.
그 길의 끝에서는 당황한 기색의 리치들이 서둘러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화르르륵-.
길의 양옆으로 불길로 만들어진 벽이 솟아올랐다.
괴물들이 함부로 들어설 수 없는 통로.
나는 곧장 그 불길 속을 내달렸다.
그래도 대가리가 빈 놈들은 아닌지, 그 길의 끝에서 저지선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막아! 마왕님들을 부르는 의식이 얼마 남지 않았-.”
콰지지직-.
그 저지선을 그저 몸으로 부딪쳐서 곤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의식이 벌어지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 제물들이 사슬에 묶인 채로 벌벌 떨고 있는 이곳.
곧바로 내가 리치들을 향해서 다가서려고 할 때, 나는 잠시 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산 제물로 잡혀 온 사람들 중, 눈물을 흘리고 있던 어린 소녀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살려…… 살려 주세요.”
중국어로 작게 중얼거리는 어린 소녀.
나는 리치들을 정리하기 전, 그 소녀를 향해 애써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악몽에서 깨어나게 해 줄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