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5.
의식의 현장에는 리치와 데스 나이트를 비롯한 상위급 언데드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심지어 리치의 진화 버전인 아크 리치 한 마리와와 데스 나이트의 진화 버전인 어비스 나이트 두 마리까지 자리에 있었으니, 진짜 엄청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가 디재스터급 각성자를 가뿐하게 상회하는 수준의 언데드들.
이레귤러가 없는 채로 이런 곳을 뚫으려고 했으니, 중국 정부군이 고전을 한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웃으면서 녀석들을 향해 다가갔다.
“하던 것들 해. 방해 안 할 테니까.”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언데드들이었으나, 녀석들은 지금 하나같이 얼어붙은 채로 멈춰 있었다.
그건 아주 당연한 거다.
우우우우웅.
내 몸에서 흘러나간 신성력이 녀석들의 전신을 속박했다.
이 자리에 내 허락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언데드는 없었다.
나는 녀석들의 천적이었으니까.
“마왕을 부르고 있었냐?”
이곳의 중앙에 그려진 마법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희생자들의 피로 그려진 마법진에서는 거대한 악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많은 희생자들의 심장이 배치된 마법진.
그리고 마법진의 중심에는 번데기처럼 생긴 이상한 물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역겨웠고, 또 그만큼이나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에덴에서는 수도 없이 봐 왔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저 덤덤할 뿐이었다.
화르르르륵-.
내 발끝에서 퍼져 나간 성화가 사방을 불태운다.
해골로 만든 토템도.
희생자들의 피로 물든 대지도.
하나도 남김없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펴면서 말했다.
“들어와.”
성화가 이곳을 외부와 격리한다.
순식간에 들판 위에 투기장이 세워진다.
신성력을 살짝 거두자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상위급 언데드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한다.
데스 나이트들의 흑검에서 마기가 출렁였고, 리치들의 손에서 가공할 위력의 흑마법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 모든 공격들을 눈에 담으면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휘리리리릭-.
신성력이 담긴 패널들이 엄청난 속도로 기동하면서 리치들의 두개골을 부서뜨린다.
라파엘이 장착한 AI는 이 짧은 시간 동안에 수많은 것들을 학습했다.
그 결과,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빠르게 움직인다.
까아아아아아앙-!
어비스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 들은 리치들이 무너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나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녀석들의 흑검이 눈앞에서 반짝거린다.
엄청난 마기가 담긴 흑검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연으로 굴러떨어지는 것만 같은 공포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병신들.”
나는 수십 개의 흑검을 단번에 부러뜨렸다.
그리고 빠르게 주먹을 휘두르며 1선의 데스 나이트들을 무너뜨렸다.
내 신성력은 처음부터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힘이었다.
리멘에 대한 신앙심, 다른 이들을 돌보기 위한 힘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마’를 멸하기 위해 존재했던 힘이다.
[당신의 신격에 또 다른 속성이 부여됩니다.] [파마의 속성>을 획득합니다. 당신의 권속들과 신도들은 파마>의 특성을 부여받습니다.] [당신의 상위 신인 리멘>의 신도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리멘의 신성력을 의미하는 흰색의 신성력만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니다.
일전에 보았던 회색의 신성력.
그 신성력이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신격에 오르면서 생긴, 온전히 나만의 신성력.
그 신성력은 리멘의 신성력과 얽히면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다.
파스스스스-.
신성력에 노출된 언데드들이 먼지로 흩어진다.
나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먼지들을 뚫어 내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두쿵.
내 신성력을 감지한 걸까?
번데기의 고동이 더욱 거세진다.
번데기가 꿈틀거릴 때마다 엄청난 마기 파장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저 번데기 안에 들어 있는 건 틀림없이 마왕의 화신체다.
-영혼까지 부패되어 죽어라.
내가 저 번데기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던 찰나, 패널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리치가 나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저 ‘퍼부었을 뿐’이다.
[패시브 스킬 신성 불가침>이 사이한 저주를 방어해 냅니다.]고작 저딴 저주로는 내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저건 그냥 발악이다.
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시도하는 발악.
명색이 아크 리치라고 하더라도 내 앞에서는 그냥 평범한 해골바가지일 뿐이다.
콰지지직-.
나는 아크 리치의 몸을 발로 차서 넘어뜨린 다음, 곧바로 신성력을 퍼부어 주었다.
그러자 하얀색 뼛가루로 변해 버리는 아크 리치.
그곳에 있던 모든 언데드들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이었다.
“에피타이저는 끝났고.”
방해꾼들은 사라졌다.
나는 손을 가볍게 턴 다음, 번데기를 향해 다가갔다.
탄생의 순간이 가까워진 걸까? 쉴 새 없이 고동치던 번데기가 어느새 잠잠하다.
쩌저저적.
번데기의 껍질이 소리를 내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안에서 새하얀 피부를 지닌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체 상태의 남자.
그 남자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콰아아아아아.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마기가 소용돌이치듯 녀석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블랙홀처럼 마기를 빨아들이는 그 남자.
녀석은 마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남자의 붉은색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난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오랜만이야, 교황. 지난번에 꼭 만나고 싶었는데 못 봐서 섭섭했어. 잘 지냈지?”
나는 단번에 녀석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탐욕스러운 돼지 새끼.
바알.
지난번에 대한민국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천벌을 수십 차례 처맞고 소멸한 병신.
“진짜 오랜만이네.”
“너, 지구로 넘어와서 이상한 것들 잔뜩 만들었더라? 그것 때문에 고생했어.”
바알은 여유로운 말투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갔다.
“우리 에덴에서처럼 싸워 보자. 그때의 그 흥분감을 잊을 수가 없어.”
녀석은 그 순간에도 게걸스럽게 마기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방금 전에 소멸한 리치들과 데스 나이트들이 남긴 마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직 내가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금방 힘 회복할게.”
“……내가 왜?”
“너도 나와 제대로 된 승부를 겨루고 싶을 거 아니야.”
“아아.”
나는 녀석의 궤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이 돼지 새끼의 지능이 덜떨어진다고는 생각했었다.
실제로 바알이 이끄는 군단은 일곱 마왕 중에서 최약체에 속했다.
왜?
지휘관이 머저리니까.
“너도 전사라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
콰드드드득.
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바알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왜?”
마왕의 화신체라고 해서 무조건 강한 게 아니다.
녀석들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한들, 충분한 마기를 모은 상태가 아니라면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
어째서 이 번데기가 이 전장 한가운데 있었는지는 알 것 같았다.
화신체에 마왕을 강림시키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이 많은 피와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바알 이 녀석은 지금 반쪽짜리도 안 되는 마왕.
이런 좋은 기회를 내가 그냥 넘어갈 수야 있나.
나는 내 손에서 버둥거리는 바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벨페고르가 널 반겨 줄 거야.”
“……벨페가 너한테 잡혀 있다고? 그럴 리가. 그 교활한 놈이 너에게…….”
“가서 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나는 개인적으로 너도 꼬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나는 웃으면서 녀석의 목을 비틀었다.
우드드득.
섬뜩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6.
내가 직접 적들의 수뇌부를 분쇄시키자, 전황은 급속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레귤러들과 우리 교단의 병력이 뒤에서부터 몰아치기 시작하자, 반란군들은 정신을 놓아 버렸다.
방어선 유지도.
그렇다고 후퇴도.
그 어떤 작전도 실시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진 적들.
오합지졸로 변해 버린 적들을 정리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었다.
1차 방어선을 뚫지 못해 지지부진하던 중국 정부군도 마침내 방어선을 돌파했고, 빠른 속도로 승기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방어선 돌파 이후의 전투는 섬멸전으로 흘러갔다.
지휘 계통을 상실한 마수들이 날뛰기는 했지만, 녀석들은 이세민과 라파엘의 손에 의해 금세 숨통이 끊겼다.
그렇게 전투 시작 6시간 후.
“성하,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사망자 0. 중상자 47, 경상자 102. 이상, 병력 피해 상황 보고였습니다.”
“고생했다.”
마침내 전투가 종료되었다.
나는 레오의 보고를 들은 다음,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중상자들의 상태는?”
“목숨을 잃을 뻔한 부상을 입은 중상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미리 구비해 온 최상급 성수와 최상급 신성석을 통해서 응급조치는 해 두었습니다. 상해의 성지로 돌아가는 즉시, 서울로 이송하여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47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은 간단한 응급조치면 충분합니다.”
“……다들 고맙다.”
이 정도 규모의 전투는 처음이었을 텐데, 사망자가 없다는 건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마 레오와 루나가 쉴 새 없이 돌아다녔을 것이다.
나는 레오의 등을 두드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 정리는 중국 정부군에게 맡길 테니까, 너랑 루나는 성지로 먼저 복귀해라.”
“알겠습니다.”
“위급한 환자들은 곧바로 서울로 돌려보내. 라파르트 대주교에게 의료진을 준비하라고 연락해 두고.”
“예, 성하.”
레오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후,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레오의 옆에 서 있던 루나가 철퇴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면서 말했다.
“도시 정화도 바로 시작하셔야죠.”
“그래야지.”
“그럼 성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성하. 고생하셨습니다!”
루나는 전장에서 유달리 활력이 넘친다.
전장의 광기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이 루나가 지닌 장점 중에 하나였다.
나는 멀어지는 그 둘을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발밑에 굴러다니고 있던 바알의 몸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라파엘.”
그러자 잠시 후, 허공에서 라파엘이 내려왔다.
라파엘은 슈트의 헬멧을 해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셨습니까, 교황님.”
“다른 곳의 전투 상황은 어떻게 됐어요?”
“화력 지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빠르면 1시간 내로 나머지 전선도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천벌 미사일을 잔뜩 생산해 두길 잘한 것 같다.
내가 라파엘과 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이세민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나는 이세민에게 정결의 축복을 사용해 주었다.
그러자 그의 몸을 더럽히고 있던 피가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이세민 역시 오늘 전투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우리 병력을 위협하던 살점 골렘들 대부분을 혼자서 파괴했고, 적의 전열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이레귤러다운 활약이었다.
그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 돌아왔는지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전쟁에 익숙한 듯 보였다.
“그래도 일단 중국 데뷔전은 성공적이군요.”
라파엘은 발밑의 바알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방 먹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다만.”
“다만?”
“이제부터 상황은 더 복잡하게 흘러갈 겁니다. 물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아마 적들도 그걸 알고 있었겠죠. 그래서 일부러 상해를 쉽게 포기한 걸지도 모릅니다.”
나는 저 멀리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중국 정부군을 바라본 다음, 다시 시선을 돌려 발밑의 바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명색이 마왕의 화신체인데, 이놈을 이곳에다가 방치한 이유가 뭘까?
……정화자 놈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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