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3.
운송 수단은 다다익선이다.
특히, 물류에 있어서만큼은 바다와 공중을 빼놓을 수가 없다.
내전이 시작된 이후, 고립이나 다름없던 상황에 놓여 있던 상해.
공항과 항구가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하자, 상해의 상황은 눈에 띄게 뒤바뀌었다.
“인천항에서 출발한 화물선들이 곧 상해항에 입항합니다.”
“미군 화물기가 홍차오 공항에…….”
“푸동공항의 복구 작업은 조금 걸릴 듯합니다!”
리멘 교단의 상해 성지는 난민을 수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해에서 펼쳐지는 모든 군사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신전의 앞에 설치되어 있는 군용 천막 안에서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상해는 내전이 일어나기 전, 무려 2,600만을 넘기는 인구가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내전으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하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안정화가 가장 최우선입니다. 린 타오 형제, 아끼지 말고 나눠 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성하.”
“라파르트 대주교가 1시간 뒤에 이곳에 도착합니다. 린 타오 형제는 라파르트 대주교의 지시를 따르면 됩니다.”
“라……파르트 대주교가 직접 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곳에는 야전사령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린 타오.
원래 우리 시연이의 뒤를 케다가, 백설이에게 물려 죽을 뻔했던 남자.
그러나 그는 라파르트 대주교와 하루를 보내면서 그 누구보다 뜨겁고 열성적인 신도가 되었다.
라파르트 대주교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린 타오는 우리 교단의 사람이다.
종교인들에게 있어서 척박한 대지나 다름없는 중국에서 묵묵히 선교를 해 왔을 정도로, 리멘에 대한 신앙심은 이미 증명된 사람이다.
그가 어떤 계기로 우리 교단의 신도가 되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린 타오를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밖으로 나서자마자 곧 다른 남자가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교황 성하, 명령하신 대로 이단심문관들을 도시 곳곳에 배치하였습니다.”
바로 은택 씨였다.
최근 레오로부터 인정을 받아 이단심문관들의 임시 리더가 된 은택 씨.
서울에 있을 때, 벨페고르의 화신체를 통해서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사람이기도 했다.
마력을 사용하던 각성자 시절에도 A급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실력을 지녔었지만, 지금은 어지간한 S급 헌터들도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그것은 그가 지닌 신앙심과 정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잔당을 발견하는 즉시 보고를 하라는 명령을 내려 두었습니다. 단독으로 정화 작업에 나서지 말라는 성하의 명령도 전달해 두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이단심문관들의 위치는 언제라도 파악이 되어야만 합니다.”
“항상 명심하고 있겠습니다.”
상해에 성공적으로 거점을 마련한 다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안정화다.
우리가 차후 이 도시를 거점으로 중국 대륙 곳곳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이 도시를 안정화해야만 했다.
이단심문관들을 도시 곳곳에 배치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정화자의 잔당들이 도시 내부에 남아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한국, 중국, 일본.
이 네 국가의 모든 정보 자산들이 상해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곳을 안정화시킨 후, 곧바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내가 천막 안에서 이것저것을 챙기면서 지휘하고 있을 때.
“교황 성하, 본인이 상해시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중국 측 인원이 접견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천막 앞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성기사가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
상해시 관계자라…….
그래, 어째 정치인들이 안 들르나 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들여보내.”
“예.”
잠시 후, 천막 안으로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나이는 50대쯤.
인상으로 사람을 파악하면 안 된다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는 남자였다.
외관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은 분위기라는 게 있는데, 그 남자로부터는 천박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안하무인이라는 단어로 사람을 만든다면 딱 저런 표정일까?
그는 불쾌한 표정을 잔뜩 지은 채로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장 가오 제요.”
“김시우입니다.”
짤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좋은 말이 오고 갈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천막 내부를 둘러보면서 나에게 말했다.
“리멘 교단의 협조 덕분에 수월하게 상하이를 되찾을 수 있었소. 감사를 표하오.”
“아직 되찾은 건 아닙니다.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뎠을 뿐입니다.”
“당 소속 각성자들이 방어선을 뚫은 이상, 통제권을 되찾은 것이나 마찬가지요. 정화자의 잔당들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소.”
대놓고 밥그릇을 빼앗아 가겠다는 선전포고.
정화자 놈들이 노렸던 지점이 어디였는지 확연히 드러났다.
정치인들의 개입.
원래 이곳에 기득권을 지니고 있던 자들이 들고일어나는 것.
나는 애써 욕지거리를 참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순리와 이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상해는 당분간 리멘 교단이…….”
“그것은 순리와 김시우 교황, 둘이 나눈 이야기 아니오? 이곳의 실권자는 엄연히 따로 있소. 상하이의 일은 당연히 상하이의 당서기에게 물어봐야 이치에 맞지 않느냐, 이 말이오.”
그제야 나는 지금 일어나는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딱 봐도 답은 하나다.
파벌 싸움.
이 빌어먹을 밥벌레 놈들이 이 와중에도 밥그릇을 두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순리가 당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던 것 같은데, 역시 혼란을 틈타 자기네들 욕심을 채우려는 놈들은 어딜 가나 있는 것 같다.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천막 안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있던 다른 인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나가……. 아니지, 귀하신 손님이 오셨는데, 이런 누추한 곳에서 모실 수는 없지. 레오야.”
“예, 성하.”
“잠시 신전에 다녀오겠다.”
“다녀오십시오.”
“가오 제 씨? 갑시다. 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내가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가오 제가 흡족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듣던 것보다 훨씬 경우가 바른 분이시군. 한데 루나 레벤톤이라는 여자는 어디에 있소? 소문에 의하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지랄도 가지가지네.”
“방금 무어라…….”
“마침 루나 레벤톤 경이 신전에 있습니다. 가시죠.”
이딴 정치인들이랑 낭비할 시간은 없다.
그래서 그냥 내 방식대로 빠르게 해결할 생각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를 이끌고 신전으로 향했다. 천막 밖으로 나서자마자 그의 수행원들이 붙었다.
S급 헌터급 이상으로 보이는 각성자들이 수십 명.
저 인력이 구조 작업에 동원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렸겠다만, 이딴 버러지 같은 놈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곳입니다.”
그렇게 나는 가오 제를 데리고 신전에 위치한 내 집무실에 도착했다.
서울의 신전과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는 상해 신전.
집무실의 앞에는 루나가 백색의 갑옷을 입은 채로 서 있었다.
“오셨습니까, 성하.”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루나가 절도 있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내 옆에 서 있던 가오 제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루나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과연, 소문대로 아름다우시군.”
“누구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성기사의 외모를 함부로 품평하는 것은 결례입니다.”
“아, 그렇소? 성기사라…… 중국에는 종교란 게 없어서, 내 무례를 용서하시오.”
“죄인을 용서하는 것은 일개 성기사단장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싫은 티를 팍팍 낸 루나가 다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곳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루나는 우리의 뒤를 따라온 중국 측 경호 병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슬쩍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오 제 씨, 여기서부터는 무기를 들고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경호원들을 대동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자 가오 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내가 꽤 저자세로 나온 덕분일까, 가오 제는 별다른 의심 없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순진한 녀석.
그렇게 해서 나는 가오 제를 성공적으로 집무실로 끌고 올 수 있었고.
철컥.
가오 제가 자리에 앉자마자 웃으면서 집무실의 문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 문 너머에 있을 루나를 향해 말했다.
“한 명도 못 들어오게 막아.”
“신전 내에서 무력 사용은 금지인데, 괜찮을까요?”
“내가 허락한다.”
“굿.”
망보는 사람도 구해 뒀고.
이제 남은 건 무책임한 쾌락뿐이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가오 제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린 가오 제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아까 엄청 섭섭해하는 것 같아서 순리와 나눴던 이야기를 너한테도 들려줄 생각이야.”
일단 상대는 각성자가 아니다.
순리 때와는 다르게 힘 조절을 잘해야겠지만…… 어차피 보는 눈도 없는 걸 뭐.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을 배려해 줄 이유 따위란 없었다.
“순리한테 따로 이야기 들은 건 없지?”
“……순리 이야기는 왜 자꾸…….”
“했을 리가 없겠지. 순리는 내가 널 죽여 주길 바라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그놈 소원을 들어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나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서 녀석의 아가리에다가 박아 넣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죽을 것 같으면 말해.”
“읍읍읍!”
“아, 입이 막혀서 말을 못 하나? 뭐, 상관없잖아?”
4.
그로부터 30분 뒤.
“네가 앞으로 누구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리멘 교단과 중국이 맺은 협약에 따라, 리멘 교단의 김시우 교황님에게 전적으로 협조를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이번에도 물리력이야말로 최고의 협상 수단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나는 아주 멀끔한 상태의 가오 제를 바라보면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오 제는 좀 어색하니까, 가오리라고 부른다. 불만 있냐, 가오리?”
“이름을 바로 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충성심이야, 가오리.”
“예!”
신성력이 이래서 참 좋다.
아무리 패도 흔적이 남질 않는다.
나는 나에게 협조적으로 변한 상하이의 당서기, 가오리를 향해 말했다.
“정치인들끼리 권력 두고 싸우는 거, 그거 가지고는 뭐라고 안 해. 그건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거든. 하지만 때는 좀 제대로 가리라고. 네 눈에는 죽어 나가는 시민들이 안 보이냐?”
“……죄송합니다.”
“만약 네가 정화자와 관련이 있었다면…… 여기서 안 끝났어. 우리 신전의 지하를 구경하게 되었을 거야.”
30분간의 심문 과정에서 얻어 낸 정보가 꽤 많다.
외부에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현재 중국의 정치 지형부터 시작해서, 파벌이 어떻게 나뉘고 있는지 등등.
꽤 중요한 정보들을 많이 얻었다.
적당한 때에 나타난 정보 보따리라고 해야 하나?
나는 서울에서 가져온 제로 코크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입을 가볍게 닦았다.
“그러니까 네가 이쪽 지역 파벌의 중심이란 거지?”
“예예, 그렇습니다. 내전이 발발한 이후, 중앙의 힘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각자 살길을…….”
“이해했어. 너희들은 많을수록 좋지.”
“……예?”
“그런 게 있단다.”
이 정도의 불협화음은 이미 예측했다.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면 이래저래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래도 상황이 막 최악까지는 아니다.
정치적 거물이 나한테 들어와서 머리를 굽히고 있으니, 잘만 하면 큰 혼란 없이 이곳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똑똑똑.
“성하.”
내가 가오리로부터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 있는 사이, 망을 봐 주고 있던 루나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그러자 루나가 재빠르게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긴급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재 일부 신성력 사용자들이 신전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명교구나.”
“……네.”
“그래, 여태까지 너무 조용하다 싶었어.”
저 멀리서 이질적인 신성력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한번 느껴 본 적이 있는 신성력.
백명교.
그놈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병력 소집. 손님 맞을 준비를 해라.”
중국 정부 쪽으로 붙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놈들이 이런 시기에 무슨 용건이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