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74. 이제부터 이 땅은 제 겁니다
1.
상해에 도착한 지 어느덧 2주 차.
“거기, 좋습니다. 계속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3팀은 현재 어느 쪽 청소 중이야? 그쪽에 마수들 출현했다는 보고 들어왔는데.”
“현재 무난하게 레이드 진행 중입니다. 늦어도 1시간 안에 현장 정리됩니다!”
“오늘 배급은 언제지?”
“지난번에 중복으로 배급받아 갔던 사람들이 좀 있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좀 넉넉하게 배급하도록 해. 어차피 우리 돈 아니니까 인심 좀 팍팍 쓰고. 알겠어?”
우리 교단의 상해 성지는 여전히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정화자 놈들이 어째서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는 걸 내버려 뒀는지 알 것만 같았다.
상해라는 도시는 한 번에 소화하기 벅찬 수준이었다.
사람도 정말 많았고, 땅도 더럽게 넓었다.
관리하기 벅찬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안정화가 진행 중이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파견된 각성자들은 우리 교단의 지시에 따라 활발하게 도시 곳곳을 정리 중이었고, 중국 정부에서도 대대적인 자금을 투입하면서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엄밀히 따져서 중국 정부라고 하기는 뭐한 게.
“가오리.”
“예, 교황님!”
“진작에 이렇게 쌈짓돈 풀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내가 꼭 이렇게 직접 때…… 아니, 가르쳐 줘야겠어?”
“귀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돈을 중국 부자들한테서 뜯었다.
정확히는 상해에 기반을 둔 중국 부자들한테서 말이다.
돈 많은 게 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도시가 이렇게 개판으로 변하고 있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약자를 위해서 노력했던 부자들도 있었다.
우리 교단이 상해에 진입하자 자발적으로 기부를 한 사람들도 꽤 많기도 했다.
“가오리야.”
“예!”
“친구들 관리 잘해라.”
하지만 가오리를 비롯하여, 사실상 상해의 실권을 쥐고 있던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도시에서 빠져나갔다.
자본력을 이용해서 각성자들을 고용한 다음, 그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아주 편하게 말이다.
생각해 보니 또 열 받네.
남들은 정화자들에게 고통받고 있는데, 그 와중에 제 잇속만 채웠다는 거지?
빠아아아악-.
나는 널찍한 가오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럼에도 가오리는 찍소리 없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해라.”
“항상 속죄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가 상해를 되찾을 낌새가 보이자 냅다 돌아온 놈들이다.
그런 놈들에게 도시 복구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부의 재분배’ 아닐까?
뭐, 아님 말고.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 성지의 곳곳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다섯 개의 탑을 바라보았다.
라파엘의 기술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완성된 다섯 개의 탑.
탑의 중심에는 최상급 신성석을 비롯하여 천벌 미사일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름하여 신성 방공탑이다.
저것의 역할은 아주 단순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정화자 놈들이 부리는 비행 마수들의 습격으로부터 성지를 완벽하게 보호해 준다.
자동 방공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덴이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첨단 방어 시설.
게다가.
[시설 신성 방공탑>이 교단의 시설> 카테고리에 포함됩니다.] [신성 점수를 지불하여 해당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교단의 정식 시설에 포함되었다.
즉, 신성 점수를 투자하면 얼마든지 성지 내부에 건축할 수 있다는 소리다.
아무래도 연구를 통해서 개발한 새로운 시설들도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한 기분.
지속적으로 연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방공탑에 배치되는 소모품들은 직접 보급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복구 작업에 동원되는 시민들 임금 체불되면 알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가 봐.”
“예!”
가오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내 옆에서 이탈했다.
나는 멀어지는 가오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상해는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복구가 되고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정화자와의 전쟁에서 충분히 핵심 거점이 되어 줄 수 있을 듯했다.
[현재 지역에서 리멘 교단의 신도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신도들이 유입됨에 따라, 성지가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신성 점수가 계속해서 증가합니다.]“맨파워가 무섭긴 무섭네.”
신성 점수가 쌓이는 속도가 진짜 어마어마하다.
시스템에서 감지했다고 한다면,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리멘 교단의 신앙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최전선에는 바로.
“리멘님께서 여러분들을 보살피실 겁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린 타오를 비롯한 중국인 신도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실제로 상해 시민들 사이에서의 여론도 굉장히 좋았다.
이대로만 흘러가 준다면, 상해는 전략 거점뿐만 아니라 충분히 리멘 교단의 선교 거점이 되어 줄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내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성지 곳곳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김시우 교황님.”
이세민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세민은 지난 2주 동안 엄청난 실적을 보여 주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반란군들을 제거한 것뿐만 아니라, 상해 곳곳에 위치한 제단의 절반 이상을 홀로 파괴했다.
복수심에 물든 이레귤러가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 가감 없이 보여 주었단 소리다.
나는 이세민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셨어요?”
“부탁하신 것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상해에 출현했었다는 어비스 던전에 대한 정보 말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상륙하기 전, 중국 정부군과 반란군이 소유권을 두고 전투를 벌였다는 그 어비스 던전.
지금쯤이면 폭주하고 남았을 어비스 던전이었다.
그래서 상해에 진입한 이후 곧바로 이세민에게 조사를 부탁했는데, 이제야 꼬리를 잡은 모양이다.
이세민은 내 옆의 의자에 앉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어비스 던전은 폭주한 게 맞다고 합니다. 반란군들로부터 직접 뽑아낸 정보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뽑아냈는지는 따로 묻지 않았다.
트레이닝복에 묻은 피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나는 그의 앞에 앉으면서 넌지시 물었다.
“어비스 던전이 폭주한 것치고는 도시가 너무 멀쩡한 것 같은데요.”
어비스 던전의 폭주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폭주에 대해서는 꽤 많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도시뿐만 아니라 나라가 휘청일 정도의 대재앙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어비스 던전이 폭주한 것치고는 제법 멀쩡했다.
“저도 그것이 의아하여 더 정보를 캐 봤는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세민은 피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정화자가 우리에게 폭탄을 하나 떠넘긴 것 같습니다.”
정화자 놈들이 우리들에게 상해를 넘긴 이유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2.
사안의 시급함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인원들을 꾸려서 이세민이 발견한 어비스 던전으로 향했다.
어비스 던전은 푸동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생성되어 있었는데,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꽁꽁 숨겨져 있었다.
무너진 폐허 밑에 생성되어 있던 어비스 던전.
이러니 우리 병력이 찾을 수 없었을 거다.
“이곳입니다. 반란군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비스 던전이 스스로 은폐를 했다고 합니다. 일부 간부들을 제외하고서는 위치 파악하기 힘들었다더군요.”
“그게 말이 됩니까?”
“3일 주기로 던전의 입구가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지랄맞은 놈이네.”
스스로 도망가는 던전이라…….
진짜 말도 안 되는 놈인 게 틀림없었다.
“폭주를 했음에도 이 상태인 것도 이상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내가 데려온 인원은 나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이다.
나, 루나, 레오, 이세민, 최 대표.
라파엘은 현재 상해 근해에 나타난 대형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에, 일단 내가 데려올 수 있는 최선의 멤버들로 구성했다.
최 대표는 몸을 가볍게 풀면서 말했다.
“생각해 보면 교황님과 저는 어비스 던전과 참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구해 드린 적이 있었죠?”
“하하! 그때 신세 졌죠. 아마 교황님이 안 계셨다면, 전 그곳에서 죽었을 겁니다.”
일그러진 신격에 의해 최 대표가 살해당할 뻔했던 게 엊그제 같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그동안 최 대표는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거두었다.
매 전투에서 사선을 넘나들면서 싸웠다고 했으니 강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최 대표님.”
“예, 교황님.”
“폭주한 어비스 던전에 들어가 본 적 있어요?”
그러자 최 대표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답했다.
“있을 리가요. 그건 자살행위입니다.”
“그걸 아시는 분이 용케도 이번 작전에 자원하셨네요?”
“교황님 옆만큼 안전한 자리도 또 없지요. 교황님이 어디 가서 죽으실 분은 또 아니잖습니까?”
저걸 속 편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계산적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건물의 잔해가 먼지가 되어 바스러졌고, 곧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건물의 지하.
그곳에는 검붉은 색으로 빛나는 문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저건가 보네.”
딱 봐도 정상적인 놈이 아니다.
불길한 직감이 느껴지는 걸 봐서는 저 문 너머에 분명 끔찍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저건 정화자가 우리에게 떠넘긴 재앙이다.
만만한 놈일 리가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검붉은 색의 문에서 불길한 빛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곧 그 빛들 사이에서 흉측한 형상의 괴물들이 걸어 나왔다.
수십 개의 촉수를 지닌 얼굴 없는 괴물들.
녀석들의 몸에서는 불쾌한 신성력이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괴물을 보자마자 이 던전이 무엇과 닿아 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고대 신? 정화자 이 새끼들, 이딴 걸 우리한테 떠넘겼다고?”
그 말이 정답이었을까?
시스템이 기다렸다는 듯이 응답했다.
[어비스 던전 허기진 갈망의 성소>를 발견하셨습니다.] [해당 어비스 던전은 폭주하고 있습니다. 폭주를 저지하고 던전을 파괴해야만 합니다.]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버려 두면 언젠간 터진다.”
저건 아직 폭발하지 못한 불발탄이나 다름없다.
저딴 게 터져 버리면 복구고 뭐고 없다.
“하여간에 성하는 가는 곳마다 말썽이라니까. 이래서야 혼자 보내 드릴 수가 있나.”
루나는 허공에서 철퇴를 소환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말에 억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라고는 그러고 싶겠냐?”
“성하 팔자가 뭐 그렇죠.”
“리멘이 나를 에덴으로 끌고 갔던 그 순간부터 이랬어. 탓할 거면 리멘을 탓해라.”
“가불기 쓰시네요. 비겁하다.”
누구는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은 줄 아냐고.
진짜 억울하다.
나도 날로 먹는 인생을 살고 싶은걸. 하지만 세상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짜증 난다.”
상해를 완전히 수복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
아까부터 몸이 찌릿찌릿한 것이, 이번 어비스 던전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끊임없이 소환되는 촉수 괴물들을 바라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끝냅시다.”
빌어먹을 정화자 놈들.
이걸 나한테 짬을 때려?
두고 보자.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