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3.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놈들을 정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3분.
이세민과 내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문지기들은 그저 쓸려 나갈 뿐이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이건…….”
문을 넘어서 던전에 들어간 순간, 우리 모두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어비스 던전 허기진 갈망의 성소>에 입장하셨습니다.] [경고! 해당 던전은 현재 폭주 중입니다.] [알 수 없는 신성력이 사방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허상이나, 동시에 실존하고 있습니다. 인과율이 뒤틀리고 있습니다.]어비스 던전은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성소라는 단어 때문에 던전 형태로 되어 있을 줄 알았으나, 막상 들어와 보니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곳은 던전이 아니었다.
이곳은.
“……서울.”
틀림없는 서울.
정확히는.
“우리 교단의 성지.”
우리 교단의 성지임에 틀림없었다.
검은색 점액질로 뒤덮인 신목과 검은색 화염으로 불타오르는 신전까지.
하늘은 검붉은 색으로 빛난다.
신전 앞에 자리 잡고 있던 리멘의 신상은 상반신이 박살 나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얼굴 없는 자들이 사제복과 판금 갑옷을 입은 채로 서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환상이었다.
하지만 온몸의 감각은 이것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성지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색 화염은 뜨거웠으며, 코를 스치는 피 냄새는 끔찍할 정도로 비릿했다.
【이것. 너희들의 미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기괴한 신탁.
그리고 그 신탁은 내 머릿속에만 울려 퍼진 게 아니었다.
“성하, 방금…….”
“교황님.”
“허, 이것 참.”
내 옆에 있던 동료들의 머릿속에도 동시에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인과율이 비틀렸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접근이 감지됩니다.] [@##@!!????] [!##$시스!@#@#!#@템###정지-]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테라가 관장하는 구역이 아니다.
꾸르르르륵.
저 불쾌한 신격이 관장하고 있는 곳.
마치 이곳은 현실을 통해서 창조해 낸 새로운 세계와도 같았다.
【말살. 재창조. 우리의 목표.】
바닥에서 얼굴 없는 자들이 끊임없이 몸을 일으킨다.
네크로맨서들이 일으키는 것처럼 엄청난 숫자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언데드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언데드들에게서는 오로지 마기만 느껴졌지만, 저 녀석들에게서는 신성력이 느껴졌다.
평소처럼 날로 먹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화자 새끼들…… 이래서 던전을 장악하지 못했던 거야?”
나는 전신을 찌를 듯이 압박해 오는 신성력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 뒤틀린 신성력도 결국 신성력이다.
마기를 사용하는 정화자에게 있어서는 상극으로 작용하는 기운이란 뜻이다.
옆에서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세민이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말했다.
“교황님과도 상성이 안 좋지 않습니까?”
그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진 않아요.”
신성력의 이점을 가져갈 수 없다고 해서, 상성이 나쁜 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최근에 ‘격’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개방한 상황.
“상성이 애매하다면 힘으로 분쇄하면 됩니다. 안 그러냐, 루나, 레오?”
“맞습니다.”
“박살 내 버리면 그만이죠.”
레오나 루나 역시 에덴에서 신성력을 지닌 적들과 싸운 경험이 많았다.
마왕의 편에 선 배신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딱 하나.
“이곳이 저놈들의 성지라는 거지.”
장소가 너무 불리했다.
저쪽은 신격이 직접 이 성지의 모든 걸 관장하고 있다. 즉, 자신의 병력을 끝도 없이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에 공략 방법은 네크로맨서들과 동일하다.
“성하, 명령을.”
“심장부를 단숨에 꿰뚫는다. 그것뿐이야.”
“……저기를요?”
루나가 손을 들어 어느새 성지를 빼곡하게 채운 적들을 가리켰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저것들 상대하다가 지쳐서 죽든가.”
“에휴, 라파엘이라도 데려오시지.”
“안 그래도 지금 후회 중이다.”
저 정도 숫자의 적들을 상대하려면 어마어마한 화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물리적인 화력이.
내가 보유한 광역 기술들은 모두 신성력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제압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가 없으면 잇몸이지.”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목적 지점은 역시…… 신전입니까?”
이세민은 온몸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말했다.
그의 에너지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나는 그의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곳에 있습니다.”
성지의 중심을 이루는 성유물은 분명히 신전에 위치하고 있다.
내 말을 들은 이세민이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곧 전방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파아아아아앗-!
시야가 순간적으로 보랏빛에 물들었고, 곧 그의 손에서 잔뜩 응축된 기운이 발사되었다.
우리가 서 있는 곳부터 신전까지 단숨에 길을 뚫어 버리는 이세민의 힘.
그 모습을 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루나가 한마디 던졌다.
“……생각보다 훨씬 더 쎈데요?”
“그래도 중국 1위잖아. 저 정도는 해 줘야지.”
“그렇긴 하죠.”
나는 신성력을 끌어 올리면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이세민의 공격으로 인해 길이 열렸지만, 그 길이 빠른 속도로 가로막히고 있었다.
결국, 이번 전투의 핵심은 속전속결.
여기에서 발이 묶였다가는 끊임없는 차륜전에 의해 체력이 소비될 게 뻔하다.
빨리 끝내는 게 관건이다.
“다들 갑시다.”
어비스 던전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
똑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어느 동굴 안.
한 노인이 젊은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위대한 분이시여, 김시우와 그의 일행이 어비스 던전에 입장했다고 합니다.”
노인의 보고에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꽤 늦었네요? 김시우라면 조금 더 빠르게 찾아낼 줄 알았는데.”
“도시 정리가 꽤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오늘로 2주 차니까…… 김시우가 생각보다 신중했습니다. 안 그래요, 일 장로?”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일 장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젊은 청년, 무명에게 예의를 표했다.
무명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굴 한쪽에 배치되어 있던 구슬로 다가가며 말을 이어 갔다.
“그곳은 우리가 상해에서 빠져나간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손해가 너무 컸어요.”
“저희들의 무능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최소한 우리 마왕님들 둘을 투입해야지만 해 볼까 말까였는데…… 그런 곳에다가 전력을 낭비할 수는 없었으니까, 뭐 이해합니다.”
허기진 갈망의 성소>는 정화자에게도 꽤 큰 타격을 입게 만들었다.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어비스 던전.
무명은 그곳의 주인이 지구의 고대 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밀어 넣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상해가 꽤나 전략적 요충지였는데 말이죠. 병력을 이끌고 그곳을 정리해 줘야 했을 우리 분노의 마왕님께서는 대가리가 잘려서 역소환되시고, 다른 병신 같은 마왕님들도 헛짓거리를 하다가 뒈지시고. 참 보기 좋아요. 안 그렇습니까, 루시퍼?”
그는 수정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잠시 후, 동굴 내부에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놈이 직접 움직였어도 되는 것 아니었나?
“상성이 안 좋다는 걸 아시면서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놈들의 신성력은 김시우 것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갉아먹는다.
“애초에 당신들의 역할이 그런 겁니다. 불쏘시개, 모기, 바퀴벌레. 그 밖의 모든 것들. 당신들은 소모품에 불과해요. 그렇게라도 지구에 붙어 있게 해 달라 매달렸던 건 당신들이었습니다.”
무명은 마침내 수정구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천천히 수정구 위에 손을 올렸다.
“지구에는 이런 말이 있답니다. 이이제이. 고대 신은 김시우에게 있어서도 불쾌한 적입니다. 청소부가 이웃나라에서 직접 와 주셨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요?”
-고대 신의 격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양보한단 말이냐? 네놈도 이미 마왕의 격에…….
“격이라.”
그는 수정구를 손에 쥔 채로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제 격까지 걱정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것 참, 분노의 마왕님이 직접 챙겨 주시니 감격스러울 따름이군요.”
-김시우를 키워 주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키워 주다니요. 김시우에게 당해서 지구로 쫓겨나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잖습니까?”
무명은 마기를 끌어 올려 수정구에 주입했다.
그러자 잠시 후.
-……크으윽.
수정구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명은 루시퍼의 신음을 만끽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티벳 지역에서 영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과거에 고대 신들과 전쟁을 벌였던 영적 존재들이죠. 그들 역시 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대하기 껄끄러운 고대 신들보다야, 차라리 영물들이 훨씬 편하고 맛있는 먹잇감 아니겠습니까?”
결전의 순간이 머지않았다.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
이런 시기에 구태여 병력을 소모할 이유 따위란 없었다.
“분노의 마왕님, 버러지처럼 패배해서 도망치셨으면, 말이라도 잘 들으세요. 인간 한 명에게 모가지가 따이는 게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그 정도로 강한 인간이 또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세계에서 당신들은 더 이상 절대자들이 아니라는 거,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 줘야 알아들으시겠어요.”
마왕들은 분명 강하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재앙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다.
하지만 대적할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지구를 관장하고 있는 시스템이 다른 세계로 지구인들을 보냈고, 그곳에서 돌아온 이들 중에는 엄청난 강자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강력한 변수였다.
“이세민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 드리도록 하죠.”
무명은 수정구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 발로 강하게 찼다.
그러자 루시퍼가 봉인되어 있던 수정구가 동굴의 물웅덩이에 처박혔다.
“일 장로, 내가 지시한 건 완수하셨습니까?”
무명의 말에 일 장로는 무릎을 꿇은 채로 대답했다.
“백명교에 어비스 던전에 대한 정보를 건네는 일을 말씀하신 거라면, 예 그리하였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무명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곳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구경하고 싶어요.”
백명교는 고대 신을 따르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과연 고대 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어비스 던전을 그냥 지나칠까?
“정말로 기대됩니다.”
그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시우에게 있어서 이번 싸움은 결코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시우와 리멘 교단은 상해를 가져가는 대가로 많은 것을 잃게 되리라.
“일 장로.”
“말씀하십시오.”
“이 땅에 외세를 끌어들인 자들에게 본보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본 드래곤 두 마리를 베이징으로 보내세요. 드디어 우리들이 움직일 차례입니다.”
“모든 것이 위대하신 분의 뜻대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명의 눈에서 광기 일렁이고 있었다.
일 장로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그를 숭배할 뿐이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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