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76. 삼파전
1.
북경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북경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순리를 비롯하여, 중국 정부가 보유한 핵심 각성자들이 전부 북경을 지키고 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사상자 추정 불가」
「수도로서의 기능 사실상 무력화.」
전 세계의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애매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던 내전.
내전 중에도 북경이 공격받는 경우는 없었으나, 이번에 본 드래곤 두 마리를 포함한 비행형 마수들의 습격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균형이 무너졌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상황.
그래도 중국 정부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이번 북경 방어전에서는 그동안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던 단체가 직접 나섰다.
「북경을 구해 낸 백명교.」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백명교의 도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들은 종교인이기 전에 중국을 도와준 은인.’」
바로 백명교.
대한민국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던 그놈들이다.
지난번에는 상해에 대교구장이라는 놈이 직접 찾아오더니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면에 나섰다.
백명교 녀석들 역시 신성력을 사용하는 만큼, 마기 사용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백명교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대륙의 세력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동북, 화북 지역은 여전히 중국 정부와 백명교 쪽으로.
그리고 상하이를 비롯한 화동 지역은 우리 교단 쪽으로.
나머지 도시들은 정화자들과 반란군 쪽으로.
단순히 종교적으로만 나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분할되어 버렸다.
내가 그토록 기대했던 여러 개의 중국이 반쯤 성공했다.
난세 속에서 세력이 나뉘게 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니까.
게다가 문제는 중국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하필이면 대한민국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하냐고.”
“그것은 시우, 네가 이곳에 있으니까. 먼 옛날 허준이라는 명의가 있었다지? 나에게 있어서 허준은 시우, 바로 너다.”
“미국이 각성자 치료는 세계 최고인데 왜 짜증 나게 여기에서…….”
“치료를 어디서 받을지는 환자 마음 아닌가?”
어느덧 무더워지는 날.
꽃들로 가득한 우리 교단의 정원 한복판에는 덩그러니 환자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서 웃통을 벗은 채로 링거를 맞고 있는 야만인 한 명.
지구를 대표하는 야만 전사, 에이든 하워드 되시겠다.
나는 침대 위에서 큰 소리를 내며 웃는 에이든을 향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이든이 이곳에 도착한 건 바로 오늘 아침.
내가 대한민국 정부와 회의를 끝내고 상해로 막 돌아가려던 때, 갑자기 미군 헬기를 타고 신전 옆에 착륙하더라.
미군 다섯 명이 조심스럽게 에이든이 누운 침대를 내 앞으로 끌고 왔는데, 에이든의 첫마디는 바로 이거였다.
-보고 싶었다.
누가 들으면 마치 헤어진 옛 연인인 듯, 아련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넨 에이든.
참고로 에이든의 침대 옆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는데, 그 상자의 내용물을 보고 살짝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상자 안에 담겨 있던 건 다름 아니라 에이든의 오른발이었다.
다리에 달려 있는 발, 걸어 다닐 때 사용하는 그 발 맞다.
도대체 뭐 하다가 잘라 먹었는지는 몰라도, 뻔뻔한 표정으로 나에게 붙여 달라고 부탁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해 줬냐고?
“역시, 붙이는 건 시우 네가 최고야. 예전에 에덴에서는 네 팔을 스스로 붙였다지? 아마 지구의 의사들도 그 정도의 접합 수술은 집도해 본 적 없을 거다.”
“붙이는 것 말고 접는 것도 잘해.”
“그렇다면 나를 위해 종이학을 접어 주는 건 어떤가?”
“그냥 네 목을 접어 버리는 게 빠를 것 같기도.”
“유감이군.”
당연히 붙여 줬다.
미국 의료진에게도 접합 기술이 있었지만, 에이든은 구태여 나에게 접합을 맡기고 싶다고 주장했다더라.
후유증이 안 남을 거라나 뭐라나?
물론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에이든의 선택은 탁월했다.
절단된 부위가 워낙 깔끔한 상태기도 했고, 미국에서 미리 조치를 취해 뒀는지 절단 부위의 상태도 좋았다.
신성력으로 슬쩍 회복력을 높여 주니까 알아서 붙더라.
내 신성력이 대단하기보다는 에이든의 회복력이 괴물 같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나저나 라파엘, 그 미친 양반은 어디에 있지?”
에이든이 신전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서울 성지는 아주 조용했다.
성기사들의 장례가 끝난 후, 신전은 2주 동안 외부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라파엘은 당연히 상해에 있어. 그 양반 바쁘다고.”
“새로운 실험체를 직접 구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가? 그 양반,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훤해.”
“그것도 그렇고, 게이트 현상을 연구하기도 편하다더라.”
“땅 하나만큼은 더럽게 넓은 국가지.”
“미국도 마찬가지 아니야?”
“대신 미국에는 네가 없다, 시우. 나도 마음만 같아서는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은걸.”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에이든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됐고, 대한민국으로 온 이유나 말해.”
그러자 에이든이 시치미를 뗀다.
“말했잖아. 너한테 치료받고 싶었다고.”
“솔직히 우리쯤 되면 발 한번 잘렸다고 해서 호들갑 떨 수준은 지나지 않았나? 네 재생력 생각해 보면 발도 새로 자라날 것 같더만.”
“음, 티가 나나?”
“티가 나는 게 아니라, 네가 일부러 티를 내고 있네. 제발 온 이유를 물어봐 달라, 이렇게 얼굴에 써 있거든.”
그러자 에이든은 환자 주제에 침대 밑에서 양주병을 꺼냈다.
그리고 병을 든 채로 나에게 물었다.
“성지에서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 가능한가?”
“언제는 안 마신 것처럼 이야기한다? 천벌도 안 무서워하는 놈이.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해.”
“고맙다.”
에이든은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내 발을 이렇게 만든 놈을 쫓으려고 온 거다.”
“그럼 너보다 쎈 놈이잖아.”
“그렇지 않지. 난 발을 잃었지만, 녀석은 다리를 잃었다. 내가 이긴 거야. 알겠어?”
반응 보니까 꽤 쎈 놈인 것 같은데.
환자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지만 대상이 에이든이니 논외다.
에이든은 다시 한번 술을 들이켜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테우스. 브라질의 이레귤러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이레귤러라지만…… 사실 그냥 마약 카르텔 보스나 마찬가지인 놈이지. 최근에 유니온에 합류한 정황이 파악되어 확인차 찾아갔더니만, 대뜸 덤벼들더군.”
에이든과 동등하게 싸울 정도라면 한가락 하는 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쯤 되니 이세민과 에이든을 붙여 보고 싶은 생뚱맞은 호기심이 든다만…… 그건 일단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나는 조용히 에이든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 화끈하게 붙어 줬다. 격전 끝에 마테우스는 도주했고, 우리들은 곧바로 녀석을 추격했다. 마법사들까지 동원하면서 도망쳤지. 사전에 이미 퇴로를 확보해 뒀던 모양이다.”
이쯤 되니 대강 상황이 보인다.
그 마테우스라는 놈을 쫓아서 여기까지 왔다면, 답은 하나다.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우리 교단의 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대한민국이나 일본으로 도망쳤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남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
러시아, 아니면 중국.
이번 경우에는…….
“정화자 놈들이랑 동맹 관계라더니, 도망도 도와주고. 꽤 우애가 깊은 놈들인가 봐?”
중국 쪽이 가능성이 높겠군.
그리고 내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렇지. 녀석의 마지막 행적이 시안으로 확인되었다.”
“이세민이 한번 뒤엎은 곳인데 말이야.”
“본국에서도 중국 대륙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유럽 쪽의 상황은 생각보다 괜찮아. 유니온의 거점들이 하나둘씩 붕괴되고 있고, 제3세계의 거점들도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서.”
에이든은 남아 있던 술을 모두 들이켠 다음, 이를 부드득 갈면서 말했다.
“중국만 해결하면 이 지랄맞은 전쟁도 끝이라는 거지.”
“중국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까?”
내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에이든이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친구 뒀다가 어디에다가 쓰겠어? 대한민국과 일본의 길드들이 용병으로 이미 상해에 진출했잖냐? 그 방법 좀 쓰자.”
이럴 줄 알았다.
이 야만 전사의 탈을 쓴 능구렁이가 아무런 이유 없이 왔을 리가 없지.
“그건 평범한 헌터에 해당하는 일이고. 라파엘만으로도 빠듯한데, 이레귤러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하면…….”
“아, 혹시 몰라서 넉넉하게 물자를 챙겨 왔다. 리멘 교단의 재정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이런.
돈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저런 썩어 빠진 마인드를 고쳐 줘야만 한다.
나는 녀석의 침대를 주먹으로 후려친 다음, 이글거리는 눈빛과 함께 말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마침 야만 전사가 필요하던 참인데, 잘 오셨습니다.”
전력 보충에다가 물자까지?
이런 손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그렇게 해서 상해 성지에 처치 곤란 이레귤러가 한 명 더 추가되었다.
2.
에이든의 합류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중국 정부에서는 당연히 싫어했다.
하지만 싫어하기만 할 뿐, 막지는 못했다. 북경을 비롯하여 주요 도시 쪽에 대대적인 공습이 시작되었거든.
“……그리하여 에이든은 5시간 뒤 비행기 편으로 홍차오공항에 도착하게 되겠습니다. 질문 있으신 분?”
“없습니다.”
“이거 완전히 미친놈들 소굴이 되겠어요.”
“그 미친놈들 사이에 루나, 너도 포함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저는 미친놈이 아니라 미친녀……”
“그만, 거기까지.”
“넵.”
에이든이 상해에 합류한다고 하니 동료들의 분위기가 제법 좋다.
에이든은 이미 증명된 전력.
핵폭탄급 전력이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하니, 전선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에이든이 도착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상해 주위로 영역을 확장할 겁니다.”
터를 다지는 작업은 대충 끝났다.
다음 단계는 우리의 영향력을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이단 심문관들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와 중요 전략 자산들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해 봤을 때, 전력을 전개해 나갈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륙에 숨어 있는 놈들을 끄집어내야만 합니다.”
중국의 내륙 지방.
우리의 목표는 바로 그쪽이었다.
“진짜 이 땅은 쓰잘데기없이 커 가지고. 안 그래요, 성하?”
루나는 작전 지도를 살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땅이 확실히 크긴 크다.
처리해야 할 곳도 많았고, 위험지대로 분류되는 곳도 많았다.
여러 가지 변수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땅.
루나는 펜을 들어 현재 우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땅과 백명교의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땅을 구분했다.
그렇게 놓고 보니 딱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삼국지 같은 모양새였다.
“신삼분지계…… 뭐 그런 건가?”
중국 대륙에서 벌어지는 삼파전.
일단 정화자가 두 세력에게 두들겨 맞는 모양새였지만, 이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었다.
백명교 저놈들이 아무런 꿍꿍이 없이 움직일 리가 없으니까.
지금은 정화자에 대적하는 척을 한들, 저 녀석들은 결국 고대 신들을 추종하는 녀석들이다.
중국 정부는 달콤한 독을 스스로 마신 셈이다.
나는 그 지도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네. 안 그러냐?”
그러자 뒤에서 가만히 지도를 지켜보고 있던 최 대표가 대신 답했다.
“한반도에서 이런 그림이 안 나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밖에는…….”
“그렇긴 합니다만은.”
저 불을 이번 기회에 진화하지 못한다면, 한반도까지 잡아먹히는 건 순식간일 터였다.
“레오야.”
“예, 성하.”
“우리 병력 다시 한번 정비시키고, 우리 교단 휘하의 용병들에게 슬슬 준비하라고 전달해라.”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지도를 살폈다.
위험지대를 의미하는 검은색의 영역.
저것은 정화자가 이 땅 위에 흩뿌린 죽음이었다.
저 죽음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 내고야 말 것이다.
반드시.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