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3.
에이든이 상해에 도착했다.
“잘들 있었습니까, 내 사랑스러운 전우들?”
이곳은 홍차우 국제공항.
에이든은 미국 수송기를 통해서 중국에 도착했다.
중국 땅 위에 미군의 비행기가 다니는 게 참 어색한 모습이긴 했는데, 그 안에서 걸어 나온 에이든의 복장 역시 참으로 어색했다.
중국 무협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검은색 도복을 입은 야만인.
도복이 얼마나 꽉 끼는지, 도복 위로 갑옷이나 다름없는 근육이 드러난다.
서울 신전에서 침대에 누워 있던 것 역시 환자 코스프레였던 게 틀림없었다.
저 당당한 발걸음 좀 봐라.
불과 며칠 전까지 발이 잘렸던 놈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발 잘린 거 맞아요? 너무 쌩쌩해 보이는데.”
루나는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따.
“저놈이 언제 상식을 따지는 걸 봤냐?”
“그렇긴 하죠. 그런 점에서 참 성하 친구다워요.”
“친구 아니거든?”
“한국인들은 꼭 제일 친한 친구를 두고 그렇게 말하더라.”
루나 이 녀석, 이제 사실상 한국인으로서 사고하고 있는걸.
나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내 동료들과 함께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에이든이 가장 먼저 아는 체를 한 건 라파엘이었다.
“라파엘, 잘 지냈습니까?”
“에이든 군, 못 본 사이에 퍽 늙었습니다.”
“그러는 라파엘이야말로 머리숱이 휑하군요. 진보된 기술로도 탈모는 극복할 수 없습니까?”
“혓바닥이 여전한 걸 보니 다행입니다.”
기분 좋게 덕담을 주고받는 둘.
에이든은 라파엘과 인사를 간단하게 끝낸 다음, 곧바로 이세민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대뜸 손을 건네면서 말했다.
“귀하가 중국의 서열 1위, 이세민. 맞습니까? 발음 참 어렵군요.”
이세민은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에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리고 에이든이 건넨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이든 님.”
에이든은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그리고 눈을 사납게 빛냈다.
먹잇감을 앞에 둔 야수의 눈빛.
일반인이었으면 기절하고도 남았을 중압감이었지만, 이세민은 가볍게 에이든의 존재감을 흘려 버린다.
에이든은 그런 이세민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에이든의 감각이라면 이세민의 힘을 대강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
그러나 그 긴장을 깬 건 다름 아닌 에이든이었다.
“우리 처음 보는 거 맞습니까?”
생뚱맞은 질문.
에이든의 질문에 이세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님.
그건 대부분의 경우에 긍정을 의미한다.
둘이 서로 만난적이 있었던가?
에이든은 재밌다는 듯이 큰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 나면 손이나 한번 섞읍시다. 강자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안 그렇습니까?”
“유부남 귀찮게 하지말고 혼자 놀아, 혼자.”
“섭섭하다, 시우. 나도 유부남이다.”
“그래서, 지금도 유부남이야?”
내 말에 에이든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나는 아내를 내 가슴속에 묻어 두었다.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저렇게 말하니까 진짜 내가 순 나쁜 놈이 된 것 같잖아.
하여간에 그렇게 에이든과 내 동료들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우리는 곧바로 에이든과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환영 파티를 열어 주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 이은택 씨가 아주 쓸 만한 첩보를 물어왔기 때문이다.
상해 근방에 위치한 정화자의 거점을 찾아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성지의 지하에서는 이단심문관들의 비밀스러운 심문이 진행 중이었고, 이은택 씨의 심문 기술은 레오까지 인정해 줄 정도.
이은택 씨가 직접 조사를 하고 싶어 했으나, 그 요청은 우리 선에서 거절했다.
그가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 간부급은 아니다.
언젠가는 도달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정보 수집에만 열중해 주었으면 싶다.
“파악된 주요 거점은 총 다섯 곳. 가장 가까운 핵심 거점은 난징이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길을 뚫는다.”
상해가 안정권에 들어섰다.
복구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들을 내버려 둔 채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야 했다.
우리들의 역할은 선발대로서 길을 뚫는 것이다.
나, 라파엘, 에이든, 이세민, 레오와 루나, 최대표.
이렇게 다섯조로 나뉘어서 단번에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적에게 숨을 돌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그래서 따로 작전명도 붙여 두지 않았다.
그냥 ‘휩쓸기’ 정도.
“길을 뚫는 과정에서 생존자들을 발견하게 되면 곧바로 본부 측에 병력을 요청하십쇼. 생존자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이번 작전의 주된 역할이니까요. 질문 있으신 분?”
그러자 손을 들어 올리는 최 대표.
최 대표는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저희쪽은 따로 병력을 동원하겠습니다. 셋으로는 좀 빠듯하지 싶습니다.”
“허가합니다. 리멘 교단의 병력과 용병들을 넉넉하게 데려가세요.”
우리 교단의 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었다.
두 명의 동료를 잃은 후,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현재, 상해 성지로 토비가 직접 넘어와서 장비들을 수선 중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백명교와 함께 난징으로 남하 중입니다. 위치는 우리가 더 가깝습니다.”
그러자 에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식축구를 하는 기분이야. 우리가 먼저 터치다운을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미국산 원자폭탄 둘, 한국산 하나, 그리고 중국산 하나. 자칫하면 대륙이 통째로 지워지겠어.”
“이레귤러들한테도 따로 병력을 붙여 줄 수 있으니까 필요하신 분은 말씀하세요.”
내 말에 이세민, 라파엘, 에이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일인 군단이나 다름 없는 사람들에게 병력을 붙여 주는 건 짐이나 다름없지.
작전명 ‘마구 휩쓸기’.
난징을 향한 분노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4.
상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
건물의 폐허 밑에 자리 잡은 정화자의 지하 제단.
“대장, 저 버러지 같은 놈들은 언제 처리합니까?”
“기다려. 상부에서 아직 지시가 안 왔으니까.”
“이미 상해가 초토화된 거 아닙니까? 어차피 상부 새끼들은 우리를 버린 건데, 이참에 그냥 여기 싹 다 청소하고 튑시다. 동남아 쪽으로 가면 아직 뜯어먹을 게 많습니다.”
항저우의 제단 관리자 왕강은 입술을 물어뜯으면서 부하를 바라보았다.
상해에 위치한 제단들과 연락이 끊긴 지는 한참 되었다.
원래는 정화자의 본진이나 다름없었던 상해.
하지만 이제 그곳은 고스란히 리멘 교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왕강은 도저히 상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리멘 교단이 상해라는 도시에 머무르고 있을 때, 모든 전력을 상해에다가 집중했으면 리멘 교단에게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상부는 상해가 아닌 북경을 공략한 것일까?
“대장, 이제 마기도 너무 부족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저 제물들을 우리가 흡수하는 쪽이 낫지 않겠어요.”
“그러다가 상부에서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2주째 연락도 없어요. 우리를 버린 거라구요.”
폭력조직 때부터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해 왔던 그의 부하, 뤄 이첸이 짜증을 애써 죽이면서 그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왕강은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한낮 동네 폭력조직에 불과했던 왕강과 그의 조직은 정화자의 후원 덕분에 1년 만에 한 지역을 먹어 버릴 정도로 성장했다.
하는 일도 달라지지 않았다.
불법적인 일.
사람을 납치하거나, 약을 유통하거나.
각성자가 되지 못한 그의 조직원들은 정화자가 건네준 ‘약’ 덕분에 각성자가 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그들은 이 일대의 악몽이 될 수 있었다.
상부의 간섭도 비교적 적었다.
그들이 바랬던 것은 지속적으로 인간을 잡아 와 제단에 바치는 것뿐.
“김시우가 이곳에 오기라도 한다면…… 우린 다 죽은 목숨입니다, 대장.”
“그 허여멀건한 새끼가 할 일이 없어서 이곳에 오겠어? 상해를 집어삼키는 것도 바쁜 새낄 텐데. 이첸, 입 닥치고 상부에 계속 연락이나 넣어.”
왕강은 부하를 향해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았다.
정화자로부터 도망치자고?
그건 저 녀석이 그들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왕강은 이곳에서 도망치는 순간, 그들이 죽을 때까지 쫓아올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제사장에게는 환상과도 같은 쾌락이 허락되겠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주어집니다. 왕강, 항상 명심하세요.
왕강은 언젠가 만났던 정화자의 주인을 떠올렸다.
눈보다 더 흰 피부의 사내.
그 사내는 왕강과 그의 조직원들에게 직접 마기의 세례를 내려 주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사내로부터 과연 그들이 도망칠 수 있을까.
게다가 그의 곁에는 마왕이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괴물 중 한 명이라도 파견된다면?
그들로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
“다른 제단들과는 연락이 되나?”
왕강은 침착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물었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이 마기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그들의 운명은 정화자라는 집단에 결속되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누렸던 모든 쾌락.
어쩌면 지금 그 쾌락에 대한 영수증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락이 안 됩니다.”
“모두 통신 두절입니다.”
“무언가 통신망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제단과 연결되어 있는 수정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왕강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마기로 인한 통신을 차단할 수 있는 존재들은 몇 되지 않는다.
‘정말로 김시우가 이 근방까지 진출한 건가?’
상해를 순식간에 정리해 버린 괴물.
그가 있는 항저우와 상해는 그리 멀리 떨어진 도시가 아니다.
충분히 김시우의 활동 영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거리였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지만…… 적당히 싸우는 티를 내고 도망친다면, 그래도 할 말은 있겠지.’
상부에서 이렇게까지 연락이 없다면 가정할 수 있는 경우가 한 가지 있다.
수뇌부가 항저우를 포기했다는 것.
이렇게 된 이상, 적당히 항전하는 시늉만 하고 이탈하는 것이 현명했다.
왕강이 오랜 세월 동안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본능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좋아.”
마침내 판단을 내린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물었다.
“남은 제물들이 총 몇 명이지?”
“밖의 수용소까지 합치면 한 십만 명은 넘깁니다. 전염병이 돌고 있어서 꽤 많이 죽긴 했습니다.”
“지금 당장 연락 넣어라. 남아 있는 제물들을 싸그리 제단에 바친다. 그리고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우리가 흡수하고, 최대한 빠르게 항저우에서 빠져나가자.”
제단>은 제물>들을 마기로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다.
상부의 지원이 끊긴 이상, 일단은 각자도생이었다.
왕강의 지시에 부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그들은 곧바로 수용소 쪽으로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잠시 후.
“대장님.”
“왜?”
“모든 수용소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
수용소는 제단의 바로 위, 그러니까 지상에 위치해 있었다.
유선으로 통신이 연결되어 있어서 선이 끊기지 않는 이상, 연락이 안 될 리가 없었다.
“선이 끊긴 건 아니야?”
“아닙니다. 신호는 가는데…….”
“이 새끼들이 딴짓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당장 사람을 보내서 제물들 밑으로 내려보내-.”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왕강은 자신의 앞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족히 지하 300m는 넘는 곳에 설치된 제단이었다.
“하, ×발. 깊은 곳에도 파 뒀다. 이 두더지 새끼들.”
그런데 천장을 뚫고 단번에 진입한 저 남자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등장뿐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면서 사방의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린다.
“끄아아아아!”
“끄…… 끄아아악!”
남자의 손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왕강의 부하들을 산 채로 불태우기 시작한다.
왕강은 저 남자가 누군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김시우…….”
검은색 사제복.
하얀색 불길.
그 모든 것들이 저 남자가 김시우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김시우는 미소를 띠며 왕강에게로 다가왔다.
“네가 이곳의 제사장인가 봐. 그래도 제사장이니까 밖의 놈들보단 아는 게 많겠지?”
화르르르륵-!
왕강의 발밑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불길은 순식간에 왕강을 집어삼켰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온몸의 살과 뼈가 불타오르는 고통에 왕강은 그저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김시우는 왕강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곧 온몸에 불이 붙은 왕강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어차피 네가 악인인 이상 너를 죽이고 기억을 들여다보면 돼. 하지만 나는 그 더러운 기억들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선택지를 줄게.”
“말씀…… 말씀하십……시오.”
“한참 동안 이렇게 불타오르고 죽든가, 아니면 네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나에게 알려 주고 고통에서 해방되든가. 둘 중 하나야. 순순히 협조하면 더 이상 안 아프게 해 줄게. 약속한다.”
김시우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