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5.
죄를 지은 자는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죄를 짓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 죄인은 끝없이 범죄를 이어 나간다.
갱생?
나쁜 짓을 벌이면서 살아온 놈들은 절대로 스스로 갱생할 수 없다.
어떤 계기가 없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악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바로 이놈처럼.
“대륙의 스케일이 확실히 어마어마하긴 해. 인신매매, 장기매매, 인신공양.”
나는 산 채로 통구이가 되어 가는 버러지를 내려다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셀 수 없이 많은 악행이 이 녀석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었다.
당장 죽여도 시원찮은 놈.
이 녀석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영혼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끄아아아아아악!”
녀석의 온몸에 붙은 성화가 끊임없이 녀석의 몸을 갉아 들어간다.
마기의 세례를 받아들인 놈에게 있어서 성화는 그 자체가 극독이다.
마왕조차 겨우 버티는 수준인데 하수인에 불과한 놈이 버틸 재간이 있을까?
그래서 아주 세밀하게 불 조절 중이다.
셰프들이 와서 내 불 조절을 구경한다면, 분명히 감탄사를 내뱉을 것이다.
불 조절이 핵심이다.
적당히 고통만 줄 수 있는 수준의 불 조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사장이라는 직위는 딱 봐도 이 제단을 총괄하는 직위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자존심이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 무너뜨릴 때 파급력이 더 심하니까.
하지만 이놈은 원래부터 저급한 인간이었던 탓인지, 자존심이라고는 없었다.
“저는 이 항저우 제단의 제사장 왕강입니다. 저희 제단뿐만 아니라 다른 제단의 위치도 대강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부…… 전부 알려 드리겠습니다.”
불에 타들어 가는 고통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 가장 끔찍한 것에 속한다.
왕강의 입에서 이곳 주변의 제단에 관한 정보가 술술 흘러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화자의 지휘 체계, 연락 수단 등등.
내가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상세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 뭐든지 하는 기회주의자.
나는 잠시 성화를 거둔 다음, 녀석이 내뱉는 말을 가만히 귀담아들었다.
이 녀석은 그동안 상부로부터 꽤 이쁨을 받았던 모양인지, 대한민국에 진출했었던 정화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현재, 저희들의 본진은 내륙 깊숙한 곳으로…….”
“내륙 어디?”
“그것은 저도 잘…….”
화르르르륵-.
“끄아아아아아아악!”
다시 한번 불길이 녀석의 몸을 잡아먹는다.
곧바로 비명을 터뜨리는 왕강.
나는 왕강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사장은 제사장이야. 본진에 대한 정보는 쉽게 말해 줄 수 없다 이거지?”
“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진짜…… 끄으으윽. 진짜 모릅니다.”
“제대로 불어.”
“정말…… 정말…… 끄아아아아악!”
성화의 세기를 더더욱 높인다.
영혼까지 태워 버리는 끔찍한 고통이 녀석의 전신에 퍼져 나간다.
그 고통 속에서 왕강은 몇 번이고 혼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혼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제적으로 녀석의 목숨을 붙여 둔다. 녀석의 몸에 깃들어 있는 마기를 잠시 몰아낸 다음, 계속해서 세포를 재생시켰다.
녀석은 내 허락 없이는 죽을 수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억겁의 고통.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 고통 속에서 왕강은 처절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정말 모릅니다. 흐흐흑. 끄으으으윽. 정말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제대로 불라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한 번만…… 제가 감히 힘에 눈이 멀어 그동안…… 끄르르륵.”
왕강의 입에서 검은색 피가 흘러나왔다.
성화에 의해 장기가 녹아내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녀석은 그런 상황에서도 쉴 새 없이 정보를 뱉어 냈다.
제물, 그러니까 희생자들을 어떤 식으로 잡아 왔는지.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제물을 바쳤는지.
그리고 가장 최근 이곳에 방문했던 상관이 누구였는지.
굳이 내가 묻지 않은 것까지 상세하게 털어놓는다.
그것은 차라리 집념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살기 위해서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털어놓는,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한 발악.
나는 슈트에 내장되어 있던 녹음 기능을 통해 그 모든 이야기를 녹취했다.
꽤 쓸 만한 정보였다.
상해에서 심문했던 놈들이 내뱉었던 정보보다 훨씬 양질의 정보.
그렇게 한 30분을 내리 알고 있는 것들을 털어놓은 양강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끄으으윽…… 다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제발…….”
“마지막으로 이곳에 찾아왔던 놈이 분노의 마왕이었다, 확실해?”
“맹세코 그분이 맞습니다. 분노의 마기…… 새로운 화신체를 얻으셨고, 이곳에서 마기를 보충하고 가셨습니다…….”
이 녀석은 본진이 계속해서 내륙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했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정화자 놈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수확은 괜찮네.”
제사장을 생포하게 된 건 간만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파괴해 온 제단에는 제사장들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대부분의 제사장들은 이미 몸을 피했다는 뜻일 것이다.
이 멍청한 녀석은 끝까지 간을 보다가 내 손에 잡히게 된 것이고.
끝까지 줄타기를 하려다가 제대로 당한 셈이다.
“이제 저를 살려…… 주시는 겁니까?”
왕강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나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순순히 정보를 내뱉어 줬기 때문에 잠시 성화를 꺼 뒀다.
나는 녀석을 향해 여유롭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앞에 서 슬쩍 무릎을 굽히면서 말했다.
“내가 언제 살려 준다고 했어?”
내 말에 왕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아까…… 더 이상 안 아프게 해 주신다고…….”
“그게 왜 살려 준다는 소리야?”
아무래도 이 녀석이 뭔갈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화르르륵-.
내 손끝에서 다시 한번 불꽃이 피어올랐다.
“더 이상 안 아프게 해 줄게.”
“이건 약속과는 다르…….”
“죽으면 더 이상 고통을 못 느끼잖아? 마음 같아서는 지하실로 끌고 가고 싶은데, 정보값 넉넉하게 넣었다. 사양하지 마.”
“야 이 개새-.”
파아아아앗!
순간, 어두운 제단 내부를 빛이 가득 메웠다.
그리고 잠시 후, 왕강의 비명 소리가 멎었다.
나는 왕강이 있던 자리를 다시 쳐다보았다.
“안 아프게 됐네. 복 받은 새끼.”
그곳에는 검은색 재만 남아 있었다.
악인에게 어울리는 최후였다.
6.
그날 저녁까지 해서, 항저우 일대에 위치해 있던 모든 정화자의 제단이 파괴되었다.
“그래서 내가 어, 그놈의 목을 뽑아 가지고, 다른 놈의 대가리를 후려…….”
“저는 철퇴로 그냥 연속으로 딱. 아시죠?”
“후후, 루나 양이 아무리 활약했어도 나만큼은 아니었을 거야.”
“에이든 군, 저는 녀석들이 숨어 있는 곳을 통째로 구워 버렸습니다. 아무리 에이든 군이라고 하더라도 대량 살상 능력은…….”
그날의 모든 전투가 끝나고 다시 이곳은 상해에 위치한 우리 교단의 신전.
이곳에 모인 괴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전공이 더 많다면서 뽐내고 있었다.
나는 그 한심한 꼴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는 이세민을 제외하고서는 다 똑같은 놈들이다.
그래도 확실히 에이든의 합류 덕분에 탄력을 받았다.
에이든이 없이는 족히 2~3일은 걸렸을 일이 하루 만에 종료되었다.
“아직까지는 순조로워.”
상해에 이어 항저우까지.
내륙으로 향하는 길은 안정적으로 개척되고 있었다.
병력 수급 문제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헌터들이 상해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나야, 진우 형제와 민수 형제는 언제 도착하기로 했지?”
“내일요. 설화도 같이 들어오기로 했어요.”
“좋아.”
대한민국, 일본, 더 나아가 다양한 국가의 헌터들까지.
상해를 돕고 싶다는 헌터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았다.
명목이야 상해를 돕는다는 거지만, 그들의 속내는 다른 것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 아니라면, 굳이 욕심내는 걸 막을 필요까진 없었다.
그 정도의 동기부여는 눈감고 넘어가 줄 만했다.
“병력이 더 늘어나면 우리 선에서 관리가 힘들 수 있어. 최 대표님, 신경 좀 써 주세요.”
“대한민국의 대형 길드들은 현재 군말 없이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다른 생각 못 하도록 잘 조율하겠습니다.”
“역시, 우리 최 대표는 프로페셔널하다니까.”
“에이든 형님만 하겠습니까?”
“흐하하하!”
“흐하하하!”
에이든과 최 대표는 동시에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근육질의 사내 둘이 보여 주는 브로맨스.
……최악이다.
“어쨌거나 현재 정화자의 본대는 계속해서 서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노의 마왕이 새로운 화신체로 부활한 것도 확인되었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해 온 정화자 놈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놈들이 대대적인 반격 태세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 각자 푹 쉬신 다음, 내일 다시 모입시다.”
긴 하루였다.
빡세게 일했으니, 적당한 휴식은 필수였다.
내 말을 들은 다른 이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식이나 하지, 시우?”
“기 빨려. 말리지는 않을 테니까, 따로 하고 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원래 리더는 외로운 자리야.”
에이든은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린 다음, 집무실 안에 있던 다른 인원들을 데리고 빠르게 빠져 주었다.
녀석은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이세민 씨까지 끌고 가 버렸고, 결국 집무실 안에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아까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귀여운 흰색 고양이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백설이가 내 책상 위로 뛰어올랐다.
『별일은 아니고, 주인을 만나고 싶다는 친구들이 좀 있어서.』
“나를?”
『내 머리 위에 손을 좀 올려 볼래?』
그 말에 나는 순순히 손을 올렸다.
윤기가 흐르는 부드러운 털.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렇게 하면 되나?
-안녕, 교황!
곧 내 눈앞에 익숙한 생김새의 동물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얗게 빛나는 동물 둘.
“베스, 루돌프.”
그 둘은 우리 성지에 몸을 의탁한 영물, 베스와 루돌프였다.
『신목을 통해서 잠시 연결해 뒀어. 주인이 직접 서울로 가도 되지만…… 좀 피곤해 보여서. 얘네가 주인한테 할 말이 있대.』
기특한 녀석.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베스와 루돌프를 향해 말했다.
“어쩐 일이야? 문제라도 생겼어?”
-문제가 생겼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
-교황, 너도 알고 있어야 할 듯해서.
영물들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뭔가 잘못된 모양인데…… 일단 이야기나 계속 들어 보자.
“무슨 일인데?”
내 질문에 베히모스가 큰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동자를 빛내면서 답했다.
-우리의 동료 중 하나가 눈을 떴다.
“그거 잘된…….”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소멸했다. 누군가 우리의 동료를 소멸시키고 흡수했다. 동료가 소멸한 위치는…… 지금 교황이 있는 땅의 서쪽.
그 말을 듣자 퍼즐이 좀 풀린다.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세력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백명교나 정화자, 그 둘 정도.
그 둘 중에서 서쪽에 있는 세력이라고 한다면, 원흉은 아마도 정화자일 것이다.
왕강으로부터 뽑아낸 정보에 따르면 정화자의 본대는 계속해서 서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따라서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 교황.
베히모스가 검은 소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곧 영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더 이상 인간들만의 전쟁이 아니다. 나와 내 동료들도 이번 전쟁에 참여할 것이다.
[차원계 : 지구>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합니다.] [고대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격의 시대 : 대혼란>이 시작됩니다.]상황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