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77. 대혼란
1.
영물 둘의 움직임은 즉각적이었다.
백설이를 통해서 그 둘이 의지를 전한 지 고작 30분 뒤.
베히모스와 루돌프는 순식간에 상해에 도착했다.
루돌프는 이무기로 변신한 상태였고, 검은색 소가 그 위에 올라탄 모습.
용을 탄 이무기는 비주얼적으로 살짝 문제가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달까?
중국인들 역시 용에 관심이 많은 민족답게 처음 루돌프가 등장했을 때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인들은 딱히 놀라진 않았다.
왜냐하면 루돌프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는 유명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교단 미튜브에서 따로 독립한 채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백설이와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펫 미튜브였다.
주인공은 당연히 백설이.
조연으로는 페어리, 베히모스, 루돌프 되시겠다.
멤버에서 알 수 있듯이 귀여운 것들이 잔뜩 등장하는 미튜브였다.
-금방이군.
베스는 루돌프의 등에서 폴짝 뛰어내리면서 근엄하게 말했다.
스르르륵.
베스가 등에서 내리자마자 루돌프는 곧바로 사슴으로 변신했다.
그러더니 곧 나에게로 달려와서 머리를 비볐다.
-잘 지냈어, 교황?
그러자 내 옆에 있던 백설이가 백호로 변신하더니, 곧 루돌프를 밀어 내면서 말했다.
『주인 옆자리는 내 거야. 넘보지 마.』
-백설이도 안녕! 그런데 백설아, 피 냄새가 좀 많이 나네? 나쁜 놈들 슬쩍했나 봐?
『그럴 리가! 고양이용 샴푸로 깨끗하게 씻었는데?』
-고양이용 샴푸? 사슴용 샴푸는 따로 없으려나.
순식간에 동물 농장이 되어 버린 성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귀여운 것들이 모여 있으니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그런데 너희들이 이곳에 오면 시연이랑 인욱이, 할머니는 누가 지켜 주냐?”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저거였다.
내 가족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 줬으면 해서 거기에 둔 녀석들인데, 이렇게 싸그리 상해로 오면 가족은 누가 지켜 줘?
비록 자현이가 대한민국에 남아 있기는 하다만, 자현이에게도 별도의 임무가 있다.
우리 가족들만 지켜 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셈이다.
이런 내 질책에 루돌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베스만큼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것 없다. 이미 사전에 전부 논의가 끝났기 때문이다.
“논의? 논의는 무슨 논의?”
-그것은…….
그때였다.
“오빠아!”
신전 안쪽에서부터 튀어나오는 한 귀여운 어린아이.
세상 귀여움 혼자 다 독차지한 것만 같은 그 아이는 당연히 내 사랑스러운 동생, 시연이었다.
시연이는 나에게 달려오더니 곧바로 내 품속에 쑥 하고 안겼다.
“나 왔어!”
“시연아, 여긴 어쩐…….”
“오빠랑 함께 다른 사람들 도와주려고! 나만 온 거 아니야. 작은오빠랑 할머니도 같이 왔어!”
시연이의 말대로였다.
신전에서 곧 인욱이와 할머니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뚝뚝한 표정의 라파르트 대주교도 함께 서 있었다.
저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순간 머릿속이 맹해졌다.
하지만 나는 곧 우리 가족 전부가 리멘 교단의 신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연이는 선지자로 각성했으니 당연히 가능하고, 인욱이나 할머니는…… 신앙심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았을까?
『엣헴.』
옆에서 백설이가 우쭐거리는 걸로 봐서는 백설이의 힘이 좀 가미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머나먼 땅에서 우리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나는 시연이를 안아 든 다음, 할머니와 인욱이에게로 걸어갔다.
“집에서 편하게 있지. 여기 엄청 바쁜데.”
그러자 인욱이가 소매를 걷으면서 말했다.
“요새 형도 중국 가고, 교단 식구들도 다 중국 가고. 미튜브에 올릴 게 없다니까? 게다가 백설이, 베스, 루돌프도 다 이곳으로 온다고 하고…… 그래서 그냥 왔어.”
인욱이도 가만 보면 워커홀릭이다.
보아하니 촬영 장비도 좀 챙겨 온 것 같은데…….
“민수 형네 촬영 팀도 온대잖아. 이곳에서 컨텐츠 만들 수 있으면 만들 생각이야. 형 일도 좀 도우면서.”
“고맙다. 할머니는…….”
“라파르트 할아범도 이곳에 오고, 손주들도 이곳에 있겠다는데 늙은이 혼자 거기서 뭐 해? 여기 와서 다른 사람들 밥이라도 좀 해 주고, 그러면 좋잖아.”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옛날에 왔던 상해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구나. 20년 전에 영감이랑 같이 왔었는데…… 끌.”
전쟁에 휩싸인 도시.
이곳은 전혀 안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내 가족들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진 않는다.
이곳이 위험한 만큼,
“오! 시연!”
“에이든 아저씨!”
“시연 공주님이 오셨군요.”
“라파엘 아저씨!”
“시연 님.”
“앗! 세민 아저씨도 계셨네요!”
그 위험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한, 미, 중, 다양한 국적의 이레귤러들로부터 잔뜩 사랑받는 우리의 시연이.
어쩌면 시연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사람이 아닐까?
특히 세민 씨.
세민 씨는 한국에서 처음 시연이를 만난 이후로 시연이를 아주 살뜰하게 챙겨 주었다.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물을 사다 주더라.
아마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이 생각나서가 아닐까?
나는 시연이를 쓰다듬어 주는 세민 씨를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민 씨 가족들도 이곳으로 모셔 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서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자현 씨에게도 신세를 많이 지고 있죠.”
“그래요.”
정부에서 그의 가족에게 안가를 내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리멘 교단의 서울 성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유사시에 충분히 우리 쪽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리였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시연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가 이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은…….
“승우 오빠!”
“응!”
그때, 신전에서 승우까지 걸어 나왔다.
최근에 전투력을 비롯해서 치유 능력까지 부쩍이나 늘어난 우리의 첫 번째 선지자, 승우.
나는 나를 내팽개치고 곧바로 승우를 향해 달려가는 시연이를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이래서 딸자식 낳아 봤자……라고 하는 건가?
바로 승우한테 달려가서 웃는 시연이를 보고 있자니 뭔가 가슴 한쪽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꼬마를 질투하는 거 보니 주인도 참…… 아니다, 아니야. 나 츄르나 줘.』
요새 들어 이 녀석이 나를 아주 츄르 자판기 취급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2.
후발대로 도착한 우리 교단의 인력들은 곧바로 봉사를 시작했다.
승우는 자신의 치유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기 시작했고, 라파르트 대주교는 빠르게 조직을 시작했다.
서울 신전의 경영은 박지원 고문에게 전부 맡겨 뒀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승우가 명색이 우리 교단 최초, 최고의 선지자인데 이럴 때 활약을 해 줘야지.
지난번에 보았던 정부 소속 헌터 강지원인가? 그 친구도 빨리 교단에 데려와야 하는데 말이야.
선지자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니까, 하루라도 빨리 교단에 들여서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없다.
김 실장이랑 유선호 장관에게도 따로 말해 뒀다.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졌지만, 인수인계 때문에 다음 주까진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아쉬운 사람이 기다리는 거지 뭐.
그래도 상해에 인력이 대거 보충되니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집무실에서 조용히 차를 들이켰다. 그리고 우유를 마시고 있던 베스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친구가 소멸했다고?”
그러자 베스는 우유가 담긴 그릇에서 잠시 머리를 뗐다. 그리고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그렇다. 완전히 소멸했다. 가지고 있던 격마저도 강탈당한 것 같다.
“격이 강탈당했다는 건?”
-인간의 표현으로는 완전히 죽었다고 볼 수 있겠지.
중국의 서쪽이라면 험준한 산악 지대가 즐비한 곳인데…… 그곳에서 새로운 영물이 깨어났던 모양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천천히 두드렸다.
“좋아, 너희들이 전투에 참여한다고 치고, 루돌프는 몰라도 베스 너는 전투에 참여할 준비가 된 거야?”
영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징징거리던 게 엊그제다.
그런 놈이 전쟁에 나서겠다니, 개인적으로 꺼림칙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베스는 그 콧김을 거칠게 내뿜으면서 대답했다.
-물론이다. 이미 힘은 충분히 회복했다. 이 세계를 더럽히려는 적들과 당당하게 맞설 생각이다.
“회복 다 했으면 방 빼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군.
“아냐, 아무것도.”
이레귤러들에 이어 영물들이 전선에 가담해 준다면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베스로부터 예상치도 못했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모든 영물들이 인간의 편에 설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원래도 인간들을 혐오하는 동료들이 몇 있었다. 그들은 아마 이번에도 인간들을 적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 신의 편에 선단 말인가?
-제3의 노선을 걷겠지. 정화자, 네가 마기라고 부르는 기운을 사용하는 이들과 함께하진 않을 거다.
“같이 싸우면 참 편할 텐데.”
-원래도 인간을 혐오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인간들에게 호의를 베풀 것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특히, 작금의 지구를 보면 더더욱.
인간들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즉, 자연을 훼손하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도 따라올 수 없는 존재들이란 뜻이다.
자연에 뿌리를 두는 영물들에게 있어서 인간들은 적이나 마찬가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베스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다른 국가들에게도 그 정보를 전달해야겠네. 예기치 못한 적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혼란한 시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고대 신들과 맞서 싸웠던 그때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한 시대일 것이다.
베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경고했다.
하지만 나는 손을 가볍게 내저으면서 답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을 것 같은데.”
-어째서지?
“나쁜 마음을 먹은 영물들이 있다면, 일단 죽기 직전까지 팬 다음에 끌고 오면 되잖아? 그러면 네가 알아서 설득을 하든 하고, 정 말을 안 들으면…… 슬쩍. 알지?”
우리의 말을 듣지 않고 적의를 보인다면 둘 중 하나다.
설득하든가, 아니면 제거하든가.
내 말을 들은 베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내가 너라는 인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교황. 말이 안 통하면 주먹부터 나간다는 걸 잠시 망각했어.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충분히 두드려 팰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맞다. 네 격은 우리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했어.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베스에게 상해 어비스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가볍게 설명해 주었다.
고대 신을 잡고, 녀석의 격을 흡수한 것.
그리고 그곳에서 테라를 만난 것까지.
내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들은 베스가 흑우의 형상에서 곧바로 개의 형상으로 변신했다.
그러더니 바닥에 편하게 웅크려 앉았다.
-허기진 갈망. 고대 신들 중에서도 가장 폭급하고 멍청했던 놈. 긴 세월 동안 바뀐 게 하나 없었구나.
“너도 아는 놈이야?”
-버러지 같은 놈이었지. 녀석의 권능을 흡수했다면…… 교황, 너는 이제 우리 동료들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것이다. 허기진 갈망의 권능은 격을 흡수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테라는 별말 없었는데, 친절하다, 베스?”
-대지의 어머니가 아무런 말도 안 해 줬던 건가?
“그곳에 나타났던 목적이 나 때문은 아니었거든.”
리멘이랑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게 주목적이었으니까.
“테라를 싫어하진 않나 봐?”
-싫어할 이유가 없다.
테라가 고대 신과 형제자매 관계지만, 그들을 배척하고 지구의 편에서 싸워서 그런가? 베스는 테라를 딱히 적대시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녀가 너를 고대 신에 대적하는 존재로서 선택한 모양이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베스 네 말은, 내가 이제 영물들도 흡수할 수 있다는 소리지?”
-그렇다.
“……맛있겠다.”
-……왜 나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거지?
“착각이야, 착각.”
흑우가 눈치가 꽤 늘었는걸.
그나저나 영물이라…….
우리들의 전쟁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추가되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