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3.
영물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하기로 한 지 하루 뒤.
전 세계가 아주 난리가 났다.
영물들을 비롯하여 고대의 존재들이 지구 각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대의 존재들이라고 해 봤자 영물을 제외하고선 하나뿐이다.
고대 신.
테라가 경고했듯, 고대 신들이 본격적으로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시작은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남미에서부터였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미의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고대 신들.
디멘션 오프닝 이후, 치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그들에게 있어서 고대 신들의 등장은 또 다른 구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지구에 등장한 신들, 인류를 구원해 줄 새로운 희망인가?」
「스스로를 고대의 신이라 주장하는 존재들, 세계 각지에서 등장하다.」
우리 리멘 교단이야 당연히 그들의 목적이 새로운 질서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질서란 결국 이 세상을 부수고, 다시 창조해 내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
몬스터, 빌런 들에 의해 하루하루 생존을 위협받던 이들에게는 고대 신들의 등장이 어쩌면 구원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대혼란 속에 빠졌다.
구원자.
고대 신들을 이 세상의 구원자로 여기는 각종 종교 집단들이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스승님.”
내가 집무실에 앉아 다른 곳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을 때, 교황청의 위탁 교육생, 그레이스가 조심스레 집무실로 들어왔다.
본격적인 성전이 시작된 이후 그레이스 역시 리멘 교단의 용병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평소에 입고 있던 갑옷 차림으로 집무실 안에 들어섰다.
“어쩐 일이야, 그레이스?”
“교황님께서 스승님께 도움을 요청하셨어요.”
그레이스가 말하는 교황이라고 한다면 바티칸의 교황을 의미한다.
나는 그레이스가 건네주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바티칸의 협조 공문.
그 협조 공문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이번에 세계 각지에 등장한 고대 신들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습니까? 그들이 적인지, 아군인지 아직 분간할 수 없습니다.]리멘 교단과 바티칸의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교황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바티칸에서는 신흥 종교들에 대해서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네가 대신 대답해도 괜찮았을 텐데.”
그러자 그레이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바티칸이 리멘 교단에 정식적으로 문의를 한 거라서요. 제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죠.”
“고대 신 전부를 인류의 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렇게 전해 드리면 되겠다. 라파르트 대주교에게 공문을 발송하라고 할게.”
“예, 감사합니다.”
전 세계에 고대 신들이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고대 신들에게 넘어간 건 아니었다.
리멘 교단의 영향력이 강한 동북아시아는 당연히 고대 신의 영향권에 속하지 않았고, 고대 신이 나타났음에도 고대 신들이 배척당하는 지역도 한 곳 있었다.
그곳은 바로 중동.
중동 쪽에서는 지하드가 선포되고, 아주 그냥 난리가 났다.
이슬람 전사들에게 있어서 고대 신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단이었던 것이다.
“바티칸에서는 리멘 교단과 공동전선을 형성할 생각도 있어요, 스승님.”
“마음만으로도 고맙지. 유럽도 지금 상황이 별로 안 좋잖아?”
유럽 역시 유니온과의 전쟁이 정점에 다다른 상황.
이런 상황에 고대 신이라는 변수까지 끼어들게 되는 바람에 정신없어지기는 했지만, 유럽의 이레귤러들이 힘을 내 주고 있다.
나는 라파엘이 제공해 준 전 세계 지도를 살피면서 숨을 작게 뱉어 냈다.
“힘들다, 힘들어.”
그러자 그레이스가 내 어깨를 주무르면서 말했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릴게요.”
“요새 표정 좋다?”
“인욱이가 와 줘서 그런가?”
아, 내가 깜빡하고 말을 못 한 게 있는데, 그레이스 얘, 인욱이랑 만나고 있다.
다 큰 성인 남녀의 연애에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아주 이쁘게 만나더라.
인욱이 이 괘씸한 놈.
형도 지금 바빠서 연애를 제대로 못 하는데, 자기만 연애를 해?
“제자야.”
나는 잠시 눈을 감으면서 그레이스를 불렀다.
“네, 스승님.”
“인욱이한테 잘해 줘라.”
“물론이죠.”
돈 많지, 예쁘지, 싸움 잘하지.
그레이스 정도면 우리 인욱이와의 교제를 충분히 허락해 줄 수 있다.
어쩐지 인욱이도 상해에 넘어와서 표정이 밝더라.
나랑 있을 때는 그렇게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지.
그레이스는 내 어깨를 계속 주물러 주면서 질문을 이어 나갔다.
“고대 신들이 나타났는데 작전은 계속 밀어붙이실 건가요?”
“일단은.”
아직까지는 동북아시아에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난번에 소멸시킨 어비스 던전을 제외하고서는 고대 신들의 준동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정화자에 집중을 할 예정이다.
“고대 신들이 나타나면 우선순위는…….”
“그건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고대 신과 정화자.
이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최악의 상황이다.
최대한 빠르게 그 무명이라는 놈을 찢어 죽인 다음, 고대 신들과 맞서 싸우는 게 베스트일 거라고 본다.
문제는 무명, 그 녀석 역시 수를 숨기고 있다는 거겠지만.
“잠시 지하에 좀 내려갔다 올게. 누가 나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지하에 갔다고 전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레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다녀오시게요?”
“아니, 지하 봉인실에 다녀오게.”
“봉인실이라면…… 아, 마왕들.”
“귀빈분들이 잘 계시나 살피는 것도 주인으로서의 도리거든.”
심판의 검에 꼬치구이를 해 둔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방치를 해 뒀다.
새로운 능력을 좀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실험하기에는 마왕들이 딱 적당한 실험체다.
라파엘이 같이 실험하자고 조르기 전에 빠르게 다녀오도록 하자.
4.
신전의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봉인실.
내 허가가 없이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이 봉인실에는 최상급 신성석으로 이루어진 신성 결계가 총 다섯 개나 생성되어 있었다.
이곳에 봉인되어 있는 놈들의 정체를 생각해 본다면 아주 당연한 조치였다.
“잘들 계셨나?”
나는 신목으로 특수 제작한 문을 열고 봉인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심판의 검에 꿰뚫린 채로 겹쳐 있는 두 분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 둘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교황…….”
“우리를 조롱하러 왔나?”
화신체에 영혼을 묶인 채로 봉인되어 있는 바알과 벨페고르.
저 두 놈은 한때 에덴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마왕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내 포로에 불과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왕들에게 다가갔다.
“버림받은 기분은 어때?”
이 녀석들만 보면 속에서 열불이 터진다.
이 녀석들에게 죽어 나간 내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에서 화가 들끓어 오른다.
에덴에서의 10년은 전부 이 녀석들을 죽이기 위한 시간들이었다.
그때 분명히 완벽하게 소멸시킨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지구에서 재회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벨페고르, 바알. 너희 둘이 포로로서 가치가 없다는 건 좀 유감이야. 그래도 나름 동료인데, 다른 마왕들이 너희를 구할 생각조차 안 하네?”
이 둘을 되찾기 위해서 정화자들이 전력을 투입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병력 투입은 개뿔.
성지 주위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즉, 이 녀석들은 정화자들이 버린 카드란 소리였다.
“바알은 대가리가 병신이라서 잘 모를 거고. 벨페고르, 너는 알고 있는 거 따로 없나?”
나는 벨페고르의 턱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말했다.
그러자 벨페고르가 비릿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지금 우리에게 협상을 하러 온 건가? 교황, 너도 참 급한가 보구나.”
“협상이라…….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네.”
지금까지 판단하기에, 칠마왕들의 역할은 에덴에서와는 전혀 다르다.
에덴에서는 에덴을 위협하는 주범, 사악한 이들의 정점에 서 있는 절대자의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이 녀석들 역시 장기 말에 불과했다.
무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그나마 센 장기 말.
녀석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는 것이 이미 몇 번이나 증명된 상황이다.
“내가 어젯밤에 가만히 생각을 해 봤어. 리멘이 그러더라고, 마왕이란 존재는 마기를 통해 격을 개방한 이들에게 허용되는 칭호라고. 너희들도 출신 종족이 다양하잖아? 누구는 인간 출신이고, 누구는 마족 출신이고. 또 누구는 드래곤 출신이고.”
마왕도 결국 격을 지닌 존재들이다.
그 생각을 하게 되니까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내가 획득한 끝없는 허기>라는 스킬.
이 스킬은 기본적으로 신격에게 작용하는 스킬이지만, 마왕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실험을 해 보고 싶은데 내가 우리 가족 같은 영물들을 잡아먹을 수는 없잖아? 그때 딱 너희들이 생각나더라.”
현재, 벨페고르와 바알은 심판의 검에 의해 엄청나게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평소라면 몰라도, 이런 상황이면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나는 이 버러지들을 영원히 세상에서 지워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그래도 바알이 최근에 잡아 온 놈이라서 그런가, 벨페고르에 비해서는 아직 펄펄하다.
나는 천천히 바알에게로 다가가서, 녀석의 머리 위에다가 손을 올렸다.
“쉽게 말해서, 너희들의 격을 흡수하고 싶다는 거지.”
“신성력과 마기가 융합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 나보다 더 멍청하군, 교황. 네놈의 신성력과 우리의 마기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기운이다.”
“마기는 필요 없어.”
“그럼 도대체 무슨-.”
천천히 내 회색빛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황금 테두리의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패시브 스킬 끝없는 허기>가 새로운 격과 접촉합니다.] [종류 : 마왕>의 격에 대한 정보가 시스템에 기록됩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마왕의 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내 정보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신성력>과 격>은 별개다.
그렇게 보면 마기>와 격>도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격>을 모두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시작한다.”
나는 곧바로 신성력을 녀석의 몸속으로 불어 넣었다. 그러자 곧 바알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끄르르르륵.”
내가 내뿜은 신성력이 녀석의 몸속에 갇혀 있던 마기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 반응 자체는 예전과 비슷했다. 그러나 잠시 후, 새로운 현상이 관측되었다.
“오.”
바알의 몸속에 흘러들어 간 신성력이 무언갈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마기를 불태울 뿐만 아니라, 바알의 몸으로부터 무언가가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특수 능력치 격>이 상승합니다.] [특수 능력치 격>이 상승…….]빠르게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증가했던 격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곧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등장했다.
[흡수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마왕 : 바알>이 마왕>으로서의 격을 상실합니다.]격을 상실했다는 것.
얼핏 보면 어려운 말이었으나,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바알에게선 더 이상 마왕으로서의 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왕이 아닌 그냥 평범한 마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
그리고 마왕이 아닌 마족이 심판의 검에 닿게 되면,
파스스스-.
영혼까지 재가 되어 소멸하게 될 뿐.
나는 재가 되어 버린 바알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벨페고르를 향해 말했다.
“다음은 너야.”
에덴에서의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공포에 질린 벨페고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