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78. 도망가려고?
1.
상해는 기본적으로 바닷가와 접한 도시다.
즉, 상해의 동쪽은 바다라는 천연 요새가 존재한단 뜻이다.
제해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상황이었고, 인근에 해양 몬스터들은 완벽하게 소탕해 두었다.
거기에 지난번에 항저우를 비롯한 상해의 남측 도시들을 빠르게 정리해 둔 것도 이번 원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뒤가 털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어차피 북쪽은 우리의 진군 루트였기 때문에 위협이 되지 않았고, 청소 작업이 끝난 남쪽은 중국 측 헌터들에게 경비를 맡겨 두었다.
덕분에 우리는 아무런 고민 없이 진격을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네.”
나는 헬기의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중국 땅을 바라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땅이 진짜 넓기는 넓다.
상해에서 난징까지 거리는 300km 정도.
이런 거리를 육로를 이용해서 진군한다는 건 솔직히 좀 문제가 있었다.
난징으로 향하는 도로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였다.
본대는 일단 육로를 통해 진군을 하고 있지만, 본대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선발대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선발대가 곧 본대나 마찬가지다.
왜냐고?
그건 바로.
-목표 지점에 곧 도착하는데, 시우, 누가 더 많은 대가리를 부수는지 내기를 할까? 이세민 씨도 참여하면 좋을 거고. 라파엘은…….
-아, 에이든 군, 나는 빠지겠습니다. 실험체의 대가리를 부술 순 없습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생포해 갈 겁니다. 그걸 위해서 반중력장 생성기를 챙겨 왔습니다.
-내기 상품은 뭡니까?
-그건 나중에 생각해 봐야지. 이세민 씨는 관심이 있나 보군.
-예.
무전기를 통해서 들리는 목소리들의 주인들, 저 미친놈들이 선발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유한 이레귤러 전원을 동원하여 본대의 진입로를 확보한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긴 한데.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선발대 선에서 모든 전투가 끝날 것 같긴 하다.
사실, 그건 내가 바라는 방향이기도 했다.
이레귤러들 아껴서 뭐 해?
이레귤러들이 처음부터 활약을 해 줘야 아군 측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내기고 나발이고, 눈먼 칼에 맞고 뒈지지나 마.”
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무전기 너머에서 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중에 칼을 쓰는 인원은 없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눈먼 칼이 아니라 눈먼 주먹이 더 맞는 표현일 거다.
에이든이 사용하는 무기는 도끼.
나와 이세민 씨는 주먹.
그리고 라파엘은 첨단 무기들을 사용하니까 저 말이 맞긴 하다.
말꼬리 잡는 거 아주 밉상이야.
“내가 칼 뽑아서 그냥 너한테 휘둘러 줄까?”
-미안하다.
순순히 백기를 드는 에이든.
이레귤러들끼리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는 사이, 우리가 타고 있던 헬기와 나란히 비행하고 있던 이무기 상태의 루돌프가 한마디 거든다.
-싸우는 거야? 싸우지 마! 시연이가 친구들끼리는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했어.
상해와는 달리 중국의 내륙 지역은 제공권을 확보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루돌프와 라파엘 덕분이었다.
비행형 마수들은 저 둘 때문에 감히 머리를 들이밀지를 못했다.
나는 루돌프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다음, 내 옆에 웅크려 앉아 있는 베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루돌프처럼 못 날아다니냐?”
그러자 베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답조차 하기 귀찮다는 모양새.
마치 낮잠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제스처였다.
게으르기는.
“김시우 교황님.”
내가 베스의 윤기 나는 털을 쓰다듬으며 창밖을 구경하고 있을 때, 헬기의 기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레이더의 기능이 정지했습니다.”
“마기의 간섭이 심각해졌다는 뜻이죠.”
“안쪽으로 더 비행합니까?”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지상으로 이동할게요.”
지금까진 감지되던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마기.
마기의 질뿐만 아니라, 마기의 양부터가 엄청났다.
나는 창밖 너머의 먹구름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가늘게 좁혔다.
“분리수거가 필요한 쓰레기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수고는 덜었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흑색 장벽.
그 너머에서는 다양한 쓰레기들이 내뿜는 마기가 느껴져 왔다.
상해를 비롯한 해안 도시들과는 달리, 저곳은 이미 요새화가 끝난 상태였다.
언데드, 마기 사용자, 마수 들.
셀 수 없이 다양한 버러지들이 한곳에 모여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도 핵심 거점은 핵심 거점인 걸까?
게다가 이렇게 가까워지니 저 도시에 어떤 놈이 있는지도 훤히 다 보인다.
나는 입꼬리를 올린 다음,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마왕이 둘이나 있다. 나눠 먹으면 될 것 같은데?”
그러자 무전기 너머로 에이든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오, 재밌겠어. 그때 마왕이 일곱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곳에 있는 놈들은 어떤 놈들이지?
“음욕의 마왕 릴리스, 탐욕의 마왕 마몬. 각각 몽마의 여왕, 마룡왕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 놈들이야.”
큰 놈이 둘이나 걸렸다.
하지만 벨페고르, 바알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강력한 마기가 해당 지역을 비틀고 있습니다.]마왕들은 이미 에덴에서의 80프로까지 힘을 회복한 듯 보였다.
“하필이면 저 둘이네.”
릴리스와 마몬.
릴리스의 경우는 전투력 자체는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 저 두 마왕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둘 다 집단전에 능하다는 것.
대규모 전투에 있어서만큼은 저 둘을 따라갈 수 있는 마왕이 없었다.
몽마들은 끊임없이 필멸자들을 유혹하여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만들 것이고, 마룡들이 사용하는 저주는 인간들에게 내재된 탐욕을 증폭시킨다.
집단을 분열시키고 갈라치는 데에는 저 둘을 따라갈 놈들이 없었다.
안 그래도 우리 쪽 병력들은 결속력이 약한데, 저 녀석들이 그 사이에서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면…… 피해가 아주 클 것이다.
종교, 신념 등등.
인간을 갈라치기하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으니까.
“우리 선에서 최대한 정리를 해 버리자고. 아참.”
나는 헬기에서 뛰어내리기 전, 이레귤러들에게 한 가지 경고를 했다.
“마왕 막타는 무조건 내 거다. 알겠지? 최대한 마왕을 생포할 것. 어차피 화신체를 소멸시켜 봤자 저놈들 부활한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한 마리 한 마리가 내 소중한 격 공급원인데, 놓칠 수야 있나.
내 말에 이레귤러들은 모두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좋아, 대충 정리는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사냥 시작이다, 이 시커먼 새끼들아.”
저 나쁜 놈들을 싸그리 밀어 버리는 것뿐.
나는 혀로 입술을 핥은 다음, 가볍게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2.
특별히 내가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 주도록 하겠다.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별거 없다.
부수고, 또 부수고, 계속 부수고.
더 이상 부술 게 없을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부수면 되는 거다.
콰아아아아앙-.
나는 나를 향해 달려들던 마수들에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휘리리릭-.
활성화시킨 슈트에서 튀어 나간 패널들은 지난번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적들의 숨통을 끊는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적이 몰려들었다.
언데드, 마기 사용자, 심지어 본 드래곤까지.
아마 본 드래곤들은 마몬이 부리는 수족들일 것이다.
마몬은 지구에서 부활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을 따랐던 동족까지 부활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던 모양이다.
“흠.”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전장에 뛰어든 건 나를 포함해서 고작 네 명.
북경을 습격했던 본 드래곤도 이곳에서 튀어나왔던 놈들인지, 하늘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었으나 녀석들은 이무기 형태의 루돌프에게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항상 순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루돌프.
그러나 루돌프는,
콰우우우우-!
하늘에서 거칠게 포효하며 본 드래곤들의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나는 루돌프가 날뛰는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밥값은 톡톡히 하는구나.
“베스, 너는 뭐 찔리는 거 없냐?”
-잘 봐라, 교황.
내가 슬쩍 푸시를 하자 베스가 보란 듯이 흑우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맹렬하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베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영기가 마기들을 몰아내었고, 적으로 빼곡한 이 전장에서 고속도로를 방불케하는 넓찍한 대로가 생성되었다.
베스뿐만이 아니었다.
“흐랴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들려오는 호쾌한 기합 소리.
에이든은 양손에 도끼를 든 채로 살벌하게 적들을 베어 나갔고, 이세민 씨는 손에서 에너지파를 방출하면서 효과적으로 적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라파엘은…… 뭐, 예상했던 대로다.
파아아아앙-.
퍼어어어엉!
적들을 상대로 신무기들을 실험하고 있었다.
최상급 신성석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대마기용 신무기들.
전장 곳곳에 신성력이 확산하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비명 소리.
마수들의 비명 소리.
진짜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그러나 이 지옥 속에서도 저 높은 검은색 벽만큼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래, 저쪽도 기술 개발을 열심히 했다는 건가?”
나는 마수의 대가리를 주먹으로 날리면서도 열심히 그 흑색 벽을 분석했다.
마기를 차폐했던 그 특수 금속.
아무래도 저 벽은 그 금속의 성질을 이용해서 만든 벽인 듯했다.
라파엘과 토비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저 금속은 신성력에 대한 저항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우우우우웅-.
곧바로 성창 하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숨을 가볍게 들이쉰 다음, 있는 힘껏 벽을 향해 창을 날렸다.
피유우우우웅.
순간적으로 소닉붐을 발생시킬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는 성창.
평범한 벽이었다면 단숨에 먼지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파괴력이 담겨 있었지만,
콰아아앙-!
벽의 일부만을 찌그러뜨릴 뿐, 벽을 완전하게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게다가 형상을 기억하는 기능까지 있는지, 손상 부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복된다.
“재밌네.”
내 힘을 버티는 벽은 진짜 오랜만이다.
어떤 식으로 만든 건지는 몰라도, 나름 야심 차게 준비한 벽인 듯했다.
그래도 나름 이곳이 핵심 거점은 핵심 거점이라는 건가?
내가 신성 창에도 기스가 나지 않는 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쯤,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나를 보러 와 줬구나, 사랑스러운 교황.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느라 내 몸이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알아? 빨리 내 몸을 식혀 줘.】
음욕의 마왕, 릴리스의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에 반갑게 화답했다.
“벨페고르랑 바알이 소멸한 건 확인했지? 이제 너희들 차례야.”
【흐으음, 벽도 못 뚫는 주제에 혓바닥이 기네? 나한테 빌어. 제발 문을 열어 달라고. 나는 교황을 사랑하니까, 그 정도 부탁은 충분히 들어줄 수 있어.】
릴리스가 지금은 꽤 여유가 있나 보다.
저 녀석이 저렇게 말하는 걸 봤을 때,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 둔 것 같다.
하긴, 마왕이 둘이나 모여 있으니 자신이 있을 법도 하지.
하지만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벽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새롭게 획득했던 권능을 사용하기에 딱 적합한 기회였다.
“형성.”
내 몸에서 회색빛의 신성력이 흘러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검은색 벽의 일부가 ‘지워졌다’.
나는 벽 너머로 드러난 난징 시내를 바라보면서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릴리스를 향해 속삭였다.
“보채지 마. 안 그래도 집어삼켜 줄 거니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