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3.
검은색 장벽을 넘어서 도시 내부로 진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했을 거대한 도시.
한때는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을 테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은 죽음뿐이었다.
도시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시체를 파먹고 있는 구울들.
그리고 그 시체들로부터 언데드를 일으키는 네크로맨서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죽음의 군대가 나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아-.
하늘에서는 본 드래곤 다섯 마리가 날아다니면서 산성 브레스를 쏘아 보낸다.
마기와 산성이 뒤섞인 브레스들.
폐허가 된 도시 위에 죽음의 군대들이 질주한다.
그 사이사이에서 마기에 영혼까지 넘겨 버린 각성자들이 저마다의 스킬들을 시전한다.
“지랄들을 하세요.”
나는 나를 향해 해일처럼 몰려드는 적들을 바라보면서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지옥이나 다름없는 이곳.
“김시우만 죽이면 위대한 분께서 더 높은 곳을 약속하셨다!”
“더 큰 힘을 위해서!”
“죽어라!”
가장 먼저 내 앞에 도달한 놈들은 다름이 아닌 플레이어들이었다.
마기에 뇌까지 잠식당한 자들.
영혼까지 오염당해, 더 이상 갱생이라는 게 불가능한 놈들이었다.
나는 가장 앞에서 검을 들이미는 녀석의 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녀석이 휘두르는 검은 내 몸에 기스조차 내지 못했다.
내 몸에 닿는 순간 먼지처럼 흩어져 내렸을 뿐.
“이게 다 네 업보야.”
녀석의 머리를 손으로 으깨 버렸다. 그리고 대가리를 상실한 녀석의 시체를 곧바로 뒤의 각성자들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볼링핀처럼 쓰러지는 각성자들.
나는 신성력을 전력으로 방출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콰지지지직-.
[액티브 스킬 신성 돌격 Lv. Max>를 사용합니다!] [신성력이 당신의 몸 주위에 강력한 방어막을 생성합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돌격을 막아 낼 수 없습니다!]바닥에 쓰러진 각성자들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각성자들이 얼음처럼 제자리에서 몸이 굳는다.
마기조차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는 마비되는 거다.
나는 마기 사용자들의 완벽한 천적.
최상위 포식자 앞에서 피식자들이 공포에 질리는 것은 당연한 섭리였다.
-폭격 유도 성공. 1분 뒤 미사일 착탄합니다. 곧바로 다른 이레귤러들과 함께 전장 합류합니다.
슈트에 내장되어 있는 통신기기를 통해 라파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뚫린 장벽 사이로 다른 이레귤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끼야아아악!
캬아아악!
허공에서 활개 치던 본 드래곤들 중 한 마리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루돌프가 본격적으로 난징의 제공권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우.”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에이든이 어느새 내 뒤로 합류한다.
나는 에이든과 가볍게 등을 맞대면서 말했다.
“좀 늦었네?”
“메뉴가 너무 다양해서 행복해 미칠 지경이야. 그래서, 이 전투는 언제쯤 끝나지?”
“마왕 두 놈만 딱 제거하면 된다.”
“한 가지 더 묻고 싶은데, 그 릴리스라는 마왕. 이쁜가?”
“예쁘기야 하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매혹해.”
그러자 에이든이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꼭 죽여야만 하나?”
“너한테는 죽은 아내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내가 신사라서, 여자를 때리는 건…….”
“여자가 아니라 음욕의 마왕이야. 그럼 릴리스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는 마룡왕을 맡아라. 혼자서는 살짝 버거울 수도 있어. 이세민 씨를 데려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콰아앙-.
이세민 씨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그는 데스 나이트 한 마리를 완충제 삼아 성공적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교황님, 좀 늦었습니다.”
“딱 맞춰 왔어요.”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공략해야 하는 대상은 릴리스와 마몬 둘이다.
난징의 마기를 통제하고 있는 두 마왕.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두 마왕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녀석들이 도시를 양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릴리스가 서쪽, 마몬이 동쪽.
나는 건틀렛에 신성력을 불어 넣으면서 말했다.
“이세민 씨는 시안에서 루시퍼를 한번 상대해 봤었죠?”
“예.”
“그놈보단 살짝 약할 겁니다. 에이든과 루돌프, 그리고 라파엘까지 붙여 드릴 테니 확실하게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이거.”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봉인 장치를 이세민에게 건네주었다.
최상급 신성석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특수 봉인석.
마왕의 영혼이 도망치는 것을 일정 시간 동안 방지해 주는 봉인석이었다.
“녀석을 무력화시킨 다음, 몸에다가 이 돌을 꽂아 넣으면 화신체를 버리지 못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릴리스 쪽은 교황님 혼자서 가능하겠습니까?”
“천적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마몬 쪽이 난이도가 조금 더 높습니다. 그래서 이레귤러 셋을 붙이는 거예요.”
마룡왕 마몬은 수하들 하나하나가 다른 마왕들에 비해서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저 본 드래곤들.
하나하나가 재앙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놈들이다.
“빠르게 처리합시다.”
본대가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그나마 다행인 건, 릴리스만 제거한다면 본대가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높일 수 있다.
우리들끼리 이 넓은 도시를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난징을 완벽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본대까지 합류해야 한다는 뜻.
그 전까지 저놈들의 우두머리만 제거할 수 있다면, 본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신성력을 끌어 올리면서 말했다.
“처리가 끝나면 라파엘을 통해서 저에게 연락을 넣으세요. 이쪽이 빨리 끝나면 곧바로 합류하겠습니다.”
“예.”
“이따가 다시 봅시다.”
그렇게 나는 서쪽, 나머지 이레귤러들은 동쪽.
난징에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되었다.
본격적인 마왕 사냥이 시작되었다.
4.
[패시브 스킬 신성 보호 Lv.Max>가 강력한 정신 간섭을 방어합니다!]항상 몽마 놈들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개개인의 전투력 자체는 정말 볼 것 없다.
이렇다 할 갑옷 없이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족치고는 굉장히 약한 전투력.
적자생존이 기본 패시브라고 할 수 있는 마족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약한 게 바로 저 몽마들이다.
에덴에서는 서큐버스, 인큐버스라고 불렀던 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몽마들은 등장했다 하면 엄청난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항마력이 약한 인간이라면 넘어갈 수밖에 없지.”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외모.
거기에 음욕을 끓게 하는 마기에 노출되면, 아무리 이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들 정신을 놓게 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만약 상대가 나처럼 항마력이 높다?
그렇게 되면 몽마들은 그냥 ‘그저 그런 마족’에 불과하다.
바로 지금처럼.
콰드득.
“릴리스, 어디에 있어?”
나는 손에 묻은 서큐버스의 피를 털어 내면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도시의 서쪽으로 다가갈수록 릴리스의 마기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하늘의 색도 변화한다.
이 공간 전체가 마왕의 사악한 흑마술에 사로잡힌 듯, 붉은빛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그놈을 죽여.】
귓가에 계속해서 릴리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곳곳에서 릴리스에게 매혹된 각성자들이 걸어 나온다.
릴리스와 가까워질수록 더욱 강한 각성자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시의 초입에서 마주했던 각성자들 대부분이 B급 수준이었던 것과 다르게, 여기서부터는 최소 A급, 최대 S급의 각성자들까지 출현하고 있었다.
사람이 원체 많았던 도시답게 각성자들의 숫자도 상상을 초월한다.
“차라리 좀비 새끼들이 낫지.”
위력적인 공격들은 없었지만, 확실히 나를 귀찮게 할 수준까지는 된다.
게다가 마기 사용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 마력 사용자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마기를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릴리스의 매혹에 넘어간 각성자들.
매혹에서 벗어나게 해 주면 언제든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미안합니다.”
릴리스에게 매혹된 이상, 그들을 돌려세울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릴리스를 제거하고 신전으로 데려가 치료해 주는 것뿐.
그래서 마력 사용자들은 딱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선에서 무력화시키는 중이다.
하나하나 가려서 무력화시키는 게 꽤 까다롭긴 하다만은,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것까진 아니었다.
“슬슬 나와, 릴리스.”
이 지옥과도 같은 장면은 아마 릴리스의 목을 뽑기 전까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 이딴 걸 만들어 뒀네.”
곧 촉수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거대한 빌딩 두 채 사이.
빌딩들을 기둥 삼아 선홍빛 촉수들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었다.
이미 저것과 비슷한 조형물을 에덴에서 본 적이 있다.
“음욕의 요람.”
릴리스의 요새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인간의 음욕을 형상화한 촉수들을 통해 만들어 내는 요새.
쿵-쿵-.
음욕의 요람은 인간의 심장처럼 고동하면서 꿈틀거렸다.
기괴한 생김새를 자랑하는 조형물이었으나, 항마력이 약한 이들은 저것을 보는 것으로도 엄청난 음욕에 사로잡힌다.
릴리스가 지닌 능력의 정점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스르르르륵-.
이 순간에도 음욕의 요람은 사방으로 촉수를 뻗는다.
존재 자체가 강력한 흑마술.
요람에서는 쉴 새 없이 몽마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교황.】
릴리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음욕의 요람이 거세게 꿈틀거렸다.
거대한 마기가 소용돌이치듯 요람으로 빨려 들어갔고, 곧 요람 안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나체.
그러나 그녀의 등 뒤에 자리 잡은 거대한 날개는 그녀가 몽마라는 것을 증명한다.
선홍빛의 눈동자.
지난번에 본 릴리스의 화신체와는 전혀 달랐지만, 그때의 화신체보다 더욱 강력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준비 꽤 많이 했네.”
저 정도면 에덴에서의 릴리스, 그 이상이었다.
정화자 놈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걸까?
릴리스가 보유한 마기의 양은 내 예상을 가볍게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릴리스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사랑스러운 자기를 상대하는데, 준비를 제대로 해야지. 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와줬잖아? 실망시켜서는 안 되는 거야.”
그녀의 육성이 울려 퍼진다.
“지금까지는 내가 매번 찾아갔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줄 줄은 몰랐어. 내 모습 어때? 좀 아름다워? 교황 너와 비슷한 인종이잖아.”
요람의 촉수가 릴리스의 몸 곳곳을 관통한다.
꿀럭.
촉수는 릴리스의 몸에 양분을 공급하듯, 마기를 계속해서 불어 넣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비슷한 인종이라니, 내 고향 사람들이 들으면 싫어할걸.”
“아, 그래? 내가 지구의 역사는 잘 몰라서.”
“좀 배워 두지 그랬냐.”
“왜?”
“네 마지막이 될 세계인데,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흐으으음. 그런가?”
릴리스의 몸에서부터 느껴지는 마기가 더욱 강력해진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그녀로부터 느껴지는 격> 역시 강해진다.
릴리스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교황, 그런데 너답지 않게 왜 기다려 주는 거야? 원래는 발정 난 개 새끼처럼 달려들었잖아. 그 저돌적인 자세가 난 참 좋았는데…… 사람이 좀 바뀌었네?”
“과일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과일이 익어?”
이왕 저 녀석의 격을 잡아먹을 거, 최대한으로 키워서 잡아먹으면 맛있잖아?
나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내 웃음을 본 릴리스 역시 나를 따라 웃었다.
“좋아하니 다행이네. 오늘에야말로 교황 너를 내 노예로 만들어 줄게. 걱정하지마.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나에게 봉사하게 해 줄 테니까!”
마침내 요람으로부터 최대한의 마기를 흡수한 릴리스가 촉수를 떼어 냈다.
그리고 그녀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파아아앗-.
그러자 주위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반쯤 무너진 난징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나는 붉은색 평야 위에 서 있었다.
내 정신 방어를 뚫는 강력한 환각.
릴리스는 붉은색의 평야 위에서 나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욕망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내 꿈속에서 영원히 쾌락에 파묻히는 거야.”
릴리스와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낼 시간이 찾아왔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릴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