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5.
릴리스가 만들어 낸 환각에는 모두 질량이 있었다.
내가 지난번에 잡아먹은 고대 신이 그러했듯, 마왕 역시 격에 도달한 존재답게 현실 조작이 가능하다.
에덴에서는 릴리스의 힘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잘 몰랐지만, 격에 도달한 지금에서는 저 천박한 몽마가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환각을 뛰어넘은 창조.
이 환각은 또 하나의 현실이었다.
릴리스는 다른 마왕들과는 달리 정신계에 특화되어 있던 마왕.
어쩌면 그녀가 이런 힘을 개방하게 된 건 필연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다 보여.”
릴리스는 그 환각 너머에 숨어 있었다.
본인의 모습을 환각 뒤에 숨긴 채, 끝없이 하수인들을 소환한다.
하수인들의 복장은 다양했다.
지구인이 틀림없어 보이는 각성자들뿐만이 아니라…….
“에덴의 용사들.”
에덴에서 나와 함께 싸웠던 전우들까지.
리멘 교단의 문장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마법사들 등.
익숙한 존재들이 생전의 모습 그대로 소환된다.
“죽어서도 내 매혹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야. 어때? 마음에 들어? 한때 같이 싸웠던 전우들이잖아.”
릴리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곳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들었다. 내 감각까지 포함한 모든 것들을 농락하려는 듯했다.
“교황, 너도 힘 빼지 말고 저들과 나란히 서는 게 어때? 너라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워 줄 거야.”
“재밌네. 이게 전부야?”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야? 네가 아무리 신격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한참 전에-.”
파지지지직.
나는 손에 신성력을 가득 불어 넣으면서 입꼬리를 비틀었다.
릴리스는 몸을 감췄지만, 이 세계에서 사라진 게 아니다.
그저 뒤에 숨어 있을 뿐.
예전에는 이 환각 때문에 꽤나 고전했지만, 지금은 고전할 이유가 없었다.
파지지지직-!
“힘으로 찍어 누르면 돼.”
고대 신에 이어 마왕 둘의 격까지 모조리 흡수한 이상, 릴리스의 격은 나보다 높지 않다.
격이 차이 나는 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도 안…….”
“돼.”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유리창처럼 깨져 나갔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릴리스의 목덜미가 드러났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주저 없이 움켜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쩌저저적-.
허공에서 균열이 퍼져 나갔다. 환각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던 자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꺄아아아악!”
마침내 릴리스의 몸이 전부 드러났다.
릴리스는 거칠게 마기를 방출하면서 나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고작 그 정도 마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말했지? 잡아먹어 주겠다고.”
손을 뻗어 릴리스의 왼쪽 날개를 붙잡았다.
그리고 우악스럽게 날개를 찢어 버렸다.
부우우우욱-!
릴리스의 날개가 천 쪼가리처럼 찢겨 나갔고, 릴리스의 입에서 다시 한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악!”
릴리스의 환각은 군단 하나를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환각이 통했을 때의 이야기다.
“너는 학습 능력이 없는 게 문제야.”
“내, 내 격을 어떻게?”
“무명이 너한테 따로 언질을 안 줬냐? 무명, 그놈은 미리 알고 있었을 텐데……. 뭐, 그 새끼한테도 생각이 따로 있겠지.”
“이렇게 뺏길 순 없어. 안 돼. 내가, 내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데!”
“그건 네 사정이고.”
나는 릴리스의 오른쪽 날개마저 찢어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회색빛 신성력이 릴리스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바알과 벨페고르에 비해 상태가 좋았던 탓인지 릴리스의 반항이 꽤 드셌다.
그녀는 몸을 버둥거리면서 소리쳤다.
“살려 줘. 시키는 대로……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응? 교황. 네가 개가 되라면 개가 되고, 그, 그래! 내 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줄게. 응?”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톱은 꽤 솔직하네?”
치이이익.
릴리스의 기다란 손톱 끝에 맺혀 있던 독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부식되는 대지.
스치기만 해도 뼈와 살을 녹여 버리는 흉악한 맹독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녀석의 손을 뭉개 버렸다.
부러진 릴리스의 손톱이 제 살에 박혀 들어갔고, 곧 자신의 살을 녹여 버린다.
릴리스는 어디까지나 화신체에 강림한 상태.
따라서 그녀의 몸은 완전한 마왕으로서 개화하지는 못했다.
“꺄아아아악! 응? 제, 제발. 내 격만큼은 빼앗아 가지 말아 줘. 네 노예가 될게! 시키는 대로 다 할게! 무명…… 무명 그 새끼의 목을 잘라다가 네 앞에 바칠게!”
에덴에서 릴리스의 목을 꺾어 버렸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릴리스는 이 정도까지 비굴하지는 않았다.
마지막까지 집단 매혹을 걸어 버리면서 발악을 했었지 아마?
그랬던 그녀가 이렇게까지 비굴해진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갔다.
“죽는 게 진짜 무서워?”
영원한 소멸.
재기의 가능성도 없는 처참한 최후.
릴리스는 나에게 격을 모두 강탈당하면 어떤 최후를 맞게 될지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나 보다.
“죽여! 당장 이 새끼 죽여!”
최후의 발악이 시작되었다.
릴리스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다시 한번 바닥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존재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파드드득-.
그 환각들이, 더 나아가 이 세계 전체가.
바깥으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붉은색 평야 위로 난징의 풍경이 덧입혀졌고, 하늘에서는 붉은색 점액질들이 흘러내렸다.
나는 릴리스의 붉은색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지금 기분이 어때?”
릴리스의 세계가 처참하게 부서져 내린다.
한때 여러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몽마의 여왕이 왕좌에서 쫓겨났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여왕 따위가 아니다.
보잘것없는 서큐버스일 뿐이지.
나는 릴리스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강하게 힘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네 추잡한 음몽은 여기서 끝이야.”
“살-.”
파스스스.
마침내 릴리스의 몸이 먼지처럼 흘러내렸다.
눈앞에 격이 상승했다는 메시지창이 셀 수 없이 많이 떠올랐다.
릴리스가 사라지자마자 그녀가 이 공간에 걸어 두었던 모든 환각이 해제되었다.
빌딩 사이를 좀먹고 있던 ‘요람’도 소멸했으며, 그 ‘요람’의 마기에 의해 끝없이 매혹당하고 있던 각성자들의 눈에 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다른 각성자들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릴리스의 마지막 악몽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악몽의 비참한 최후였다.
6.
릴리스를 정리한 직후, 나는 곧바로 마몬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릴리스의 매혹으로부터 벗어난 생존자들은 한곳에 뭉쳐서 주변을 정리하라고 지시를 내려 두었다.
처음에는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그들에게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만 잘 버티라고 했다.
릴리스가 소멸하면서 난징 서쪽에 위치한 적들의 전력이 대폭 약화되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콰우우우우-.
난징 동쪽에 다가서자마자 거친 포효성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강력한 마기가 담겨 있는 드래곤 로어.
저 정도의 드래곤 로어를 내뿜을 수 있는 용족은 아마 지구상에 한 놈뿐일 것이다.
탐욕의 마왕이자 마룡왕이라고 불리는 마몬.
“궁지에 몰렸군.”
드래곤 로어를 통해서 마몬이 어떤 기분인지가 절절하게 전해져 왔다.
당혹감, 두려움이 반반 섞인 드래곤 로어.
릴리스와 마찬가지로 에덴에서의 힘을 완전히 회복한 듯 보였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보니…….
“크하하! 시우! 벌써 끝내고 왔나? 이거 참 면목이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곧 끝난다!”
마몬이 어째서 두려움에 질려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왕은 쉽게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특히, 마몬은 개별적인 전투력만큼은 릴리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마왕 중에서도 전투력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
하지만 그런 마몬이.
콰우우우우우!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마룡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마룡의 모습으로 이레귤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나, 이미 이세민과 에이든은 마몬의 몸체 위에 올라타 있는 상태였다.
그 둘이 마몬의 몸 위에서 하는 짓이라곤 뻔하다.
철저한 파괴.
마몬의 거대한 날개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전신에서 푸른색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몬이 자랑하는 드래곤 수하들?
-빨리 오셨군요.
-교황! 나 잘하고 있지?
본 드래곤 수십 마리가 루돌프와 라파엘에게 철저하게 봉쇄당하는 중이었다.
“얼마든지 재생해라! 재생한 만큼 찢어발겨 주마!”
에이든이 광소를 터뜨리면서 마몬의 몸에 도끼를 내려찍는다.
【하찮은 인간들이이이이이이!】
마몬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에이든과 이세민을 몸에서 떨궈 내려 했으나, 둘은 개의치 않으며 마몬의 몸으로 파고들어 갔다.
나는 허공에서 발악하는 마몬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꼴 좋네, 마몬. 지구에서는 처음인가? 잘 지냈지?”
【교화아아아아앙!】
나를 발견한 마몬이 거칠게 울부짖었다.
잔뜩 충혈된 거대한 눈동자에서는 쉴 새 없이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콰아아아아앙-!
본대 쪽에서 발사한 천벌 미사일이 라파엘의 유도에 따라 마몬의 몸체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미사일이 터질 때마다 드래곤 스케일이 찢겨 나갔고, 야들야들한 속살이 드러났다.
그리고 라파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드러난 살에 광자포를 비롯한 살상 무기들을 처박는다.
【천박한 릴리스는 도대체 언제 온단 말이냐!】
“아, 릴리스? 내가 맛있게 잡아먹었지.”
【뭐?】
“놀라지 마. 너도 곧 내 배 속으로 들어갈 거니까, 거기에서 만나면 돼.”
이레귤러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해 주고 있었다.
딱 내가 주문한 대로 요리를 해 뒀다.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달까?
내 동료들이 나를 위해 성대한 만찬을 마련해 줬으니, 맛있게 먹어 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나는 마몬의 몸 위에서 마음껏 파괴 욕구를 발산하고 있던 에이든과 이세민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슬슬 내려와!”
그러자 에이든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내리면 되나?”
“그냥 날개 뜯어 버리면 돼! 이세민 씨도 아시겠죠?”
내 지시에 따라 그 둘은 동시에 마몬의 양쪽 날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세민 씨는 허공에서 푸른빛의 대검을 소환했고, 에이든은 도끼에 자신의 투기를 잔뜩 불어 넣었다.
부우우우우우욱!
집채만 한 마몬의 날개가 위에서부터 찢겨 나갔다.
마몬은 잽싸게 마기를 불어 넣으며 재생을 시도했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순순히 내려와.”
신성력을 쏘아 보내서 녀석의 마기를 흩트려 버렸다. 그리고 마몬이 스스로에게 걸어 둔 비행 마법도 해제했다.
그러자 높이 떠올라 있던 마몬의 거대한 몸체가 추락했고.
쿠우우우웅!
눈 깜짝할 사이에 마몬은 지상으로 굴러떨어졌다.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른다.
나는 그 먼지구름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교화아아아아아앙!】
먼지구름 속에서 마몬의 노란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검은색 불덩이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대지마저 증발시키는 끔찍한 흑마법.
나는 기꺼이 그 흑마법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패시브 스킬 신성 보호 Lv.Max>가 사악한 흑마법을 무효화합니다.]다 죽어 가는 놈이 발악해 봤자 얼마나 발악하겠어?
【죽어라, 교황.】
순식간에 먼지구름이 걷혔고, 그 너머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마몬이 보였다.
녀석의 아가리에 대량의 마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브레스.
이 거리에서 브레스를 발사하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도 녀석은 기꺼이 아가리를 벌린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뛰어올라서 녀석의 아가리를 짓눌렀다.
그리고 마몬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웃어, 죽을 때라도 웃어야지.”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앙-!
마몬의 브레스가 자신의 입안에서 폭발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