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79. 제발 숨 좀 고르자
1.
본대가 합류했다.
“성하, 난징 정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왕들이 소멸했으니까 다들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어. 도시가 너무 커서 한 번에 정화는 힘들거든. 우리 진입로부터 정화하고…… 아, 본 드래곤 사체 보이지?”
“네.”
“사제들 중에서 정화에 재능이 있는 애들 따로 빼서 저것부터 정화해 봐. 정화만 잘하면 꽤 쓸 만한 재료들이 될 거야.”
“좋죠.”
나는 루나와 레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리면서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내 발밑에는 반쯤 함몰된 마몬의 대가리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가볍게 마몬의 대가리를 걷어차면서 말했다.
“화끈하게도 하셨네요.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안에서 터진 것 같은데…….”
“브레스 뿜어낼 때 아가리를 강제로 닫아 버렸지. 대가리에서 터지더라.”
“와, 진짜 아팠겠다. 릴리스는요?”
“완전하게 끝냈어. 이제 칠마왕이 아니라 이마왕이야.”
“얘네 둘까지 해서 네 마리 아니었어요?”
“내가 죽인 건 네 마리. 무명, 그놈이 마왕 하나를 흡수했다더라.”
릴리스와 마몬의 격을 흡수하면서 일부 기억 역시 흡수할 수 있었다.
그 기억은 나에게 아주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이제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왕은 둘이다.
루시퍼, 레비아탄.
레비아탄은 원래부터 루시퍼의 충성스러운 개새끼였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루시퍼는 모든 마왕들 위에 군림하는 최종 보스다.
이세민에게 한번 목이 잘려 나갔다고는 들었는데, 솔직히 지금 내 힘이면 루시퍼를 경계할 필요는 없었다.
최종 보스는 더 이상 루시퍼가 아니다.
무명, 그놈의 새끼지.
나는 마몬의 대가리를 축구공처럼 걷어찬 다음, 옆에서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던 루돌프와 베스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 동료를 먹어 치운 거, 무명 짓이야.”
그러자 베스가 땅이 꺼지도록 숨을 뱉어 냈다. 그리고 큼지막한 눈망울을 끔뻑거리면서 답했다.
-그놈에게도 너처럼 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 건가?
“아마도.”
기억을 통해 엿본 무명의 능력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녀석은 마왕과 동등한 관계가 절대로 아니었다.
명백한 상하 관계였으며, 마왕들은 모두 녀석의 지시에 따랐다.
결국 그놈만 잡으면 정화자는 끝이 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어.”
“뭔데요?”
“무명, 그 새끼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전혀 예측이 안 가.”
지금까지 정화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도시들이 빠른 속도로 해방되는 중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백명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바람에, 중국 전역에 퍼져 있던 정화자의 제단이 굉장한 속도로 지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화자 놈들은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왕이라는 핵심 전력이 무려 넷이나 잘려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서도 반격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에이든.”
나는 내 옆에서 고량주를 들이켜고 있던 에이든을 불렀다.
폐허 속에서 고량주를 찾아냈다고 하던데, 술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찾는 놈이다.
“한 잔 줄까?”
“너 많이 드시구요, 유니온 쪽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냐?”
“아아.”
에이든은 고량주를 남김없이 들이켠 다음, 또 다른 고량주의 뚜껑을 개봉했다.
“멕시코, 콜롬비아에 위치한 거점을 다국적군이 타격 중이다. 우리 쪽의 이레귤러 하나랑 유럽 쪽의 이레귤러 둘까지 투입되었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유니온은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않아.”
혼란한 시대는 계속된다.
다만, 그 혼란한 시대를 주도하는 세력이 점차 바뀌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조차 신흥 종교들이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각성자로 만들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시대에 각성자가 될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빨려 들어가겠지.”
“바로 그거야. 게다가 기존의 각성자들에게는 힘을 늘려 준다고 유혹을 한다더군. 전형적인 사이빈데, 또 실적이 있으니 사람들이 미칠 만해.”
에이든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흘긋 쳐다보았다.
마치 나보고 하는 소리 같잖아?
그래도 녀석들이 누구를 보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진 알 것 같았다.
“리멘 교단이라는 훌륭한 성공 사례가 있으니까, 사람들은 새로운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졌어.”
“그러니까 그게 전부 내 탓이다?”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고.”
저 에이든 놈, 평소에는 대가리가 빈 것처럼 움직이기는 해도 속에 진짜 능구렁이 몇백 마리는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에이든의 말이 맞다.
고대 신을 숭배하는 신흥 종교들이 이렇게나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에는 우리 교단이 신흥 종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부정할 수는 없었다.
“좋아, 이제 다음 계획은 뭐지?”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개 있어. 다음 목표 지점은 시안이고, 시안까지만 정리하면 정화자의 핵심 거점은 모두 사라질 거야. 즉, 중국 대륙에서 더 이상 정화자 놈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거지.”
나는 폐허가 된 난징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명 놈을 죽여야 전쟁이 끝나는 건 맞다만, 그놈이 쉽사리 나에게 기회를 내어 주진 않을 것 같다.
인간이라면 보통 이 넓은 땅덩이를 쉽게 내어 줄 생각은 못 한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
모든 역사가 증명하듯, 이 땅을 통일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던가?
하지만 무명 그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가진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놈이다.
행보를 예측할 수 없는 놈.
그런 놈들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
에이든은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처리해야 할 일? 지금 이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나?”
“있지. 테러부터 막아야 해.”
“테러?”
마왕의 기억으로부터 뽑아낸 정보 중에는 테러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테러 예정 지역은 대한민국에 셋, 일본에 둘, 상해.
견제구를 자꾸 던진다는 것은 대놓고 시간을 끌겠다는 건데…….
뭐, 어쩔 방법이 있나?
내 집에 불이 나는 건 일단 막아야지.
나는 전화기를 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2.
상해 성지로 복귀한 후, 성지 간 통로를 통해서 서울로 향했다.
서울 성지에서는 내 연락을 미리 받은 이능관리부의 요원들과 강채아 씨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강채아 씨.”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난징을 탈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항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준영이 형이랑은 요새 잘…… 하하! 제가 오지랖을.”
가끔 준영이 형이랑 문자를 주고받고는 하는데, 최근에 들어 다시 정식으로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던가?
내 말에 강채아 씨가 슬며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 결혼식 때 주례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사회가 아니라 주례요? 살짝 부담스럽…….”
“교황님께서 축복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리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교황이 직접 주례를 해 준다라…….
썩 나쁘진 않은 그림이다.
그리고 강채아 씨는 대한민국의 대표 각성자 중 한 명이고, 준영이 형은 일본에서 현재 가장 주가가 높은 각성자니까 제법 양국 관계에도 괜찮을 것 같다.
이참에 주례가 아니라 다른 걸 권유해야겠다.
“결혼식을 저희 신전에서 하시죠.”
“……그래도 되는 겁니까?”
“리멘께서도 굉장히 흡족해하실 겁니다. 날짜를 정하면 말씀해 주세요.”
전쟁으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는 법이지.
그나저나 강채아 씨가 저렇게 다양한 표정을 짓는 건 또 처음 본다.
사랑은 역시 사람을 바꾸는 건가?
그렇게 나와 강채아 씨는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후, 곧바로 헬기에 탑승했다.
헬기에는 내가 미리 부탁한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우연히 마주쳤던 이능관리부의 강주원.
우리 교단의 선지자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남자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헬기에 앉아 있었다.
“안, 안녕하십니까!”
“교황님께서 부탁하신 대로 강주원 요원이 이번 작전에 동행합니다.”
“이능관리부 긴급대응팀 소속 강주원이라고 합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
“다시 봐서 기뻐요.”
“예?”
“기쁘다구요.”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직접 들른 이유 중 하나.
바로 이 남자였다.
지난번에 서울에서 세계 각성자 국제교류전이 개최된 당시 일어났던 폭탄 테러.
그곳에서 처음 만났었지 아마?
나는 잔뜩 긴장한 강주원을 향해서 슬며시 말을 이어 갔다.
“따로 차 한잔 하자고 했던 것 같은데…… 왜 신전 안 들렀어요? 제 말이 농담처럼 들렸어요?”
“아, 그건…….”
“농담입니다. 편하게 있으세요.”
그래도 인상이 참 좋다.
이능관리부 소속 요원답게 몸이 근육질이기도 하고, 얼굴도 훤칠하고.
딱 마음에 든다.
특히, 저 근육은 우리 교단의 아이덴티티와 정확하게 부합한다.
승우, 시연이에 이은 세 번째 선지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도장 찍어 둬야지. 유선호 장관과도 미리 이야기를 해 뒀으니까 우리 쪽으로 끌어 오기만 하면 된다.
“그래, 동생분 건강은 괜찮습니까?”
라파르트 대주교로부터 전해 듣기로는 강주원의 여동생이 원인 불명의 불치병 때문에 투병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교단에서 신설한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를 진행시키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최상급 신성석을 아끼지 말고 치료에 투입하라고 했는데, 듣자 하니 경과가 아주 좋다던가?
다 알고 있었지만 예의상 한번 물어보았다.
그런데 강주원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걸 어떻게…….”
……모르고 있었나 본데?
라파르트 대주교에게 내가 지시를 내렸다는 걸 강주원이 모르게 해 달라고 하긴 했는데, 그걸 진짜 끝까지 지킬 줄은 몰랐네.
슬쩍 흘려 주기라도 하지.
“제가 강주원 씨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요? 당연히 알아야죠.”
“그러면 여태까지 저희 세현이를 도와주셨던 게 전부 교황님이셨습니까?”
“인연인데 그냥 지나칠 수도 없어서…… 그렇게 됐어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강주원에게는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여태까지 몸이 경직되어 있던 강주원이 곧장 내 손을 맞잡으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교황님 덕에 세현이가!”
“오늘 작전 끝나고 저랑 같이 동생분 보러 가죠. 간 김에 커피도 한잔하고. 어떠세요?”
“당연히, 당연히 됩니다.”
“좋습니다.”
이따가 슬슬 꼬셔야겠다.
아주 높은 확률로 우리 교단에 투신해 주지 않을까?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부기장석에 앉아 있는 강채아를 향해 물었다.
“병력은 어느 정도 동원했습니까?”
“대테러전담팀부터 시작해서 이능관리부, 국방부 소속의 헌터 2백 명이 대기 중입니다. 전부 A급 헌터 이상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해 두셨네요. 연락 넣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아, 자현이는요?”
“이미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에 테러가 예정되어 있는 도시는 총 세 곳이었다.
서울, 세종, 부산.
정화자 놈들은 내가 중국에 신경을 쏟는 사이에 나름대로의 지연책을 준비해 뒀던 거다.
이래서 청소는 주기적으로 해 줘야 한다니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먼지가 쌓인다.
“대통령님은요?”
“교황님께서 경고를 한 즉시 세종시의 지하 벙커로 향하셨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대피 작업도 이루어지는 중이구요.”
“좋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작은 광석 하나를 꺼냈다.
흑마법이 내장되어 있던 마석.
서울로 넘어오기 전, 이단심문관들을 통해 입수한 정화자의 테러 수단이었다.
이 마석은 상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마석에 걸려 있던 흑마법은 바로 역병이었다.
정확하게는 언데드 역병.
적의 후방을 교란하여 시간을 지연시키는 건 꽤나 오래된 전술이긴 하다.
빠르게 현 상황을 해결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시안까지 빨리 밀어붙여서, 그 넓은 땅에서 정화자의 흔적을 모두 몰아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이번 건은 전쟁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거다.
3.
……라고 생각했던 내가 밉다.
그때 플래그를 세웠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