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리멘 교단의 해외 개입! 중지하라!”
“언제까지 남의 나라 전쟁에 의미 없는 피를 흘려야 하는가!”
“전쟁 중지하라!”
“중지하라!”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것은 서울에 설치된 마석들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순간, 나는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시위대가 현장에 도착해서 열변을 토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분위기가 꽤 심각했다.
“작전 구역입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이능관리부 소속의 요원들이 서둘러서 시민들을 제지하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고 시위를 이어 나갔다.
“리멘 교단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위험해진다!”
“김시우 교황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내 이름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시위대의 숫자는 30명 정도.
그들은 요원들 사이에 서 있던 나를 발견하더니 더욱 거세게 시위를 이어 나갔다.
……돌겠네.
차라리 마왕을 상대하는 게 더 편하지.
지난번에 인욱이가 말하기를, 대한민국 내부에서 반전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오늘 벌어지고 있는 이 시위 역시 그 반전 여론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반전 여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중국 내전은 옆 나라의 내전일 뿐, 대한민국과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정의?
정의는 공포 앞에서 힘을 잃을 때가 많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이런 명분들은 때론 치러야 할 희생 앞에서 그 의미를 상실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국내의 반전 여론에 대해서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기분이 나쁜 건 그것 때문이 아니다.
시위야 당연히 할 수 있지. 우리 교단의 성지 내에서 반전 시위를 하겠다면, 얼마든지 허락해 줄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이곳으로 올 걸 어떻게 알았냐는 거지.”
정보가 어디에서 유출되었냐는 것.
서울, 세종, 부산.
세 곳 모두 오늘 내가 연락을 하자마자 급조된 팀들이었다.
정보가 새어 나갈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시위대는 우리를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모습을 드러냈다.
이쯤 되면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는데, 그 가능성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건 바로 이거다.
“정화자의 사주를 받았든가…… 아니면 정화자가 이쪽에 일부러 정보를 흘렸던가.”
시위대로부터는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완벽한 일반인들이란 소리다.
정화자 측에서 익명의 투서라든지 그런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죄송합니다, 교황님. 저희 쪽의 대응이 너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강채아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그런 강채아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정부 쪽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잖아요?”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
“괜찮습니다. 저걸 강제로 해산시켰다가는…… 저희나 정부나 피차 곤란합니다.”
정화자 놈들이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꽤 날카로운 노림수다.
녀석들로서도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테러가 성공하면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여론전으로 끌고 가면 되니까.
우리 입장에선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론전에서 패배하게 되면 우리 전투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거니와, 중국에 파견된 용병들의 사기까지 연쇄적으로 떨어진다.
쯧.
이번엔 우리가 허점을 제대로 찔려 버렸다.
“세종이나 부산은 지금 어떻답니까?”
내 질문에 강채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이곳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냄새가 나네요.”
하여간에 정화자 이 새끼들, 사람 귀찮게 하는 데는 선수라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천천히 시위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시위대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확성기에 입을 가져다 댄 채로 소리쳤다.
“언제까지 무의미한 피를 흘릴 셈입니까! 당신을 향한 국민들의 성원을 이렇게 짓밞아도 되겠습니까!”
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의 얼굴에서 거짓이나 추잡한 욕망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신념에 가득 찬 눈빛.
내가 바로 앞에 멈췄음에도 그 남자는 절대로 기가 죽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확성기를 내려놓은 다음, 아무 말 없이 나를 직시했다.
나는 그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는 곧바로 답했다.
“임성호라고 합니다.”
그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저희가 오늘 이곳에 온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익명의 투서가 날아왔습니다.”
“이곳에 현재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 물질이 은닉되어 있습니다. ”
“교황님과 정부를 막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저희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임성호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침착했다.
그건 확고한 신념을 지닌 자들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였다.
나는 다시 한번 시위대를 둘러보았다.
임성호는 그런 나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교황님은 교황님의 일을 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저희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강제로 해산시키려고 하면 얼마든지 해산시킬 수 있었다.
만약 이들이 우리를 그저 방해하려고만 들었다면, 나는 가차 없이 이들을 해산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임성호는 나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일부 시위대원들이 감정이 격해져서 실수를 한 점, 정말 사과드립니다.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시위를 감행한 것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교황님께서 저희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무슨 목소리를 나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나는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목소리는…… 그 이후에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이들에게 정보를 흘린 정화자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이 사람들을 나쁘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는 봐야겠지.
나는 임성호의 두 눈을 마주하면서 말했다.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무시할 만큼 저희는 그렇게 독선적인 집단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저에게 만남을 요청하셨으면, 제가 언제라도 시간을 내드렸을 겁니다.”
방법은 분명 잘못된 거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까지 마냥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끈 다음에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성지에 가서 시위를 계속해 주세요. 여러분들이 그곳에 계시면, 제가 일을 끝내고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우리 교단이 중국 내전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설득이 부족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 말에 임성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 그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강채아 씨.”
“예.”
“일단, 작전부터 빠르게 끝냅시다.”
“알겠습니다.”
이게 다 정화자 놈들 때문이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통제 구역 안쪽으로 들어갔다.
4.
“끝나자마자 주원 형제님 동생분을 만나러 가는 건 좀 힘들겠네요.”
언데드 역병 마석을 찾으러 어느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고 있는 중.
나는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주원 씨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미안해서 그럽니다. 약속은 꼭 지키는 성격이라서…… 그분들과 이야기를 끝내면 바로 함께 이동하죠.”
“예.”
아까 전의 시위대가 마음에 걸리는 걸까?
그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복잡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습니까?”
“……고민은 아닙니다. 고민은 아닌데, 그냥 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예비 선지자님께서 궁금하신 게 있으시다는데, 당연히 물어봐 줘야지.
“편하게 말씀하세요.”
“모두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었던 상황 아닙니까? 교황님께서 그들에게 너무 많은 관용을 베푸시는 게 아닐까 해서…… 제가 평소에 보아 왔던 교황님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거, 주원 형제님은 저를 너무 악당으로 보시는 거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드린 말씀이…….”
나는 슬쩍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이 일을 기획한 놈들이 바라는 모습이 바로 그런 부분일 겁니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로, 오로지 목적만을 위해서 밀어붙이는 모습.
그런 모습이야말로 정화자 놈들이 기대했던 것일 터.
중국 내전에 관여하는 명분을 무너뜨리고, 더불어 리멘 교단의 이미지를 박살 낼 수 있을 테니까.
“주원 형제님.”
“예, 교황님.”
“빠른 방법이 항상 옳은 건 아니더라구요. 제 경험상 그랬습니다.”
나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짓누르면서 나아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만약 우리 교단이 교단이 아니라 기업이었다면, 그 방법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교단이다.
리멘의 이름을 따르고, 선과 정의를 추구하는 교단.
“제가 이래 보여도 교황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교황 같지 않아도, 그렇게 막 나가지는 않아요.”
“아, 그런 뜻에서 드린 말씀이 전혀 아닙…….”
“목소리를 들어 주는 거, 오래 걸리지 않아요. 대화가 아니라 주먹, 물리력부터 먼저 나가면 그건 그냥 깡패가 아닐까요.”
어쩌면 설득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이유를 듣고 방법을 마련하면 된다.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강제로 밀고 나가는 건 올바른 해답이 아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놈들이 잘못된 거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건 아니에요.”
“……이해했습니다.”
“좋아요, 우리 주원 형제님.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교황님.”
“예?”
“아까부터 왜 저를 형제라고 부르시는지…….”
“아, 그거요?”
나는 주원 씨의 어깨 위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미리 연습하고 있죠.”
“……연습요?”
“그런 게 있습니다.”
눈빛을 보아하니 거의 다 넘어온 것 같기는 한데 말이지.
조금만 더 푸시하면 되겠다.
그나저나 정화자 놈들, 언제 또 이런 빌딩 지하에다가 이딴 걸 만들어 뒀을까?
“시간 내서 샅샅이 조사를 하든가 해야겠네. 딱 봐도 폐기된 제단 같은데?”
빌딩의 지하에서 발견된 지하 통로를 통해 길게 이어져 있는 비밀 통로.
나름 청소한다고 청소했는데, 깔끔하게 청소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이곳의 구조는 중국에 위치한 제단들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딱 한 가지가 다르다면, 마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정도.
자세히 살펴보니 벽면에 마기를 차폐하는 금속이 도금되어 있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진 제단인 듯했다.
“통로가 꽤 긴데.”
장소가 워낙 협소해서 정부 쪽 병력을 모두 데리고 들어오진 못했다.
나와 함께 이곳에 진입한 인원은 강채아, 주원 씨를 포함하여 총 20명.
그들을 이끌고 기나긴 통로를 걸어갔다.
그리고 곧 통로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피가 묻어 있는 문.
제단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니까 문에 피가 묻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는데, 문제는 그 피의 신선도였다.
“따끈따끈하네.”
그리 오래되지 않은 피였다.
누군가 최근에 이곳에 와서 피를 흘렸다는 뜻.
나는 곧바로 너클을 착용하면서 말했다.
“채아 씨, 병력 데리고 이곳에서 대기하세요.”
문 너머에 무언가 있다.
그것도 보통 놈이 아니라, 아주 큰 놈이 하나 있다.
마기를 지닌 놈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문에 묻어 있던 피, 그 피에서 마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오늘도 편안하기는 글렀네.”
대한민국에 잠시 숨을 고르려고 왔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내 계획대로는 안 된다니까?
이래서 내가 계획을 안 세워.
나는 크게 숨을 내쉰 다음, 곧바로 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했다.
한때 정화자의 제단으로 사용되었을 넓은 공동.
그 공동의 중심에 위치한 진짜 ‘제단’.
그 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와 내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반갑다. 표정 좋네. 우리 구면이지?”
“이건 무슨 장난질이냐?”
“장난질이라니. 누구는 지금 목숨 걸고 잠시 들른 건데…… 좀 섭섭하다. 이 세계는 인과율이 아직까진 멀쩡해서, 시간이 별로 없어. 그러니까 빠르게 본론만 말할게.”
그곳에는 ‘내’가 서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