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81. 새로운 국면
1.
백명교가 내딛는 한 수는 우리로서는 꽤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백명교 놈들은 일도 도움이 안 돼요. 해변 가서 입을 수영복까지 다 샀는데, 어? 휴가 중 소집은 너무하잖아요!”
“비상 상황이잖아.”
“알아요. 아니까 백명교 놈들한테 화를 내는 거지.”
급작스럽게 열린 간부 회의.
라파르트 대주교, 레오, 루나를 포함한 교단의 핵심 간부들은 모두 모였다.
민수 씨와 박지원 고문 같은 관계자들은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인욱이와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교단 대 교단, 그리고 신앙 대 신앙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딱 한 명,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인원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럼 간략하게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이능관리부 소속의 김 실장이었다.
“백명교에서 우리 정부 측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백명교는 전각련 쪽과 협력했던 과거를 진심으로 사과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도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이것이 그들의 공식 성명이었습니다.”
백명교는 전각련과 같은 편에 서서 정부를 압박했었다.
그 때문에 정부 쪽과는 당연히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저쪽에서 먼저 저자세로 나오고 있었다.
“백명교의 교세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리멘 교단도 이 점은 인지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중국의 현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중국 북부에서는 백명교.
중국 남부에서는 리멘 교단.
주요 도시들 대부분이 정화자로부터 해방되었고, 중국 정부는 우리 교단의 개입을 허용함과 동시에 모든 종교들의 포교를 해제해 버렸다.
상해와 그 일대에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우리의 판단보다 훨씬 더 나아간 판단이기도 했다.
그 속에 숨은 중국 정부의 계산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백명교를 통해서 리멘 교단의 영향력을 줄이겠다, 이렇게 들리네요.”
이이제이.
중국 정부는 오랑캐는 오랑캐로 잡는다는 전통적인 병법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거다.
명분도 있다.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하겠다는 명분.
내 말에 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중국 북부 지역에서도 리멘 교단의 신도들이 꽤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래도 백명교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백명교의 이름으로 구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많고, 정보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 쪽 여론도 굉장히 호의적이라고 합니다.”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죠.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중국 남부에서 리멘 교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와 동일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김 실장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건 이겁니다. 그들이 어째서 이곳으로 들어오려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이미 중국 북부에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구 숫자도 적은 대한민국에 굳이 들어올 이유가…….”
“하나 있죠.”
“……무엇입니까?”
“우리 교단을 노리고 들어오는 겁니다.”
백명교가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정화자의 영향력이 사실상 중국 서부 산악 지대에 한정되어 버린 순간, 우리와 백명교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대 신을 숭배하는 자들과 리멘을 숭배하는 우리들이 섞일 수 있을 리가 있나.
처음부터 정화자와의 관계만큼이나 최악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사이였다.
공동의 적이 사라지니 다시 그 관계가 우선이 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조용히 김 실장에게 물었다.
“정부의 공식 입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김 실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참 어렵지만…… 저희로서는 그들의 포교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또한 야당에서도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어째서죠?”
“그래야 리멘 교단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죠. 그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이미 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그들은 이미 기조를 정한 듯 보였습니다.”
야당의 비호를 받는다라.
아무래도 백명교 쪽에서 야당 쪽에다가 미리 작업을 쳐 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이미 국내에서 백명교의 신도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에서는 벌써부터 신전을 건설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신전이라면?”
“백명교의 신을 모시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때다 싶어서 빠르게 파고들 생각인가 보네요.”
리멘 교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성된 지금, 백명교가 승부수를 던지는 거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애초에 백명교와 싸울 전장은 중국 쪽으로 잡으려고 했는데, 도리어 백명교에서 우리 홈그라운드 쪽으로 파고들어 온다.
우리가 중국에서 전쟁을 이어 나가고 있는 사이 미리 사전 작업까지 끝내 둔 것 같았다.
어쩐지 조용하더니만.
“만약에 정부 측에서 백명교의 접근을 막아 버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야당에서 좋아할 일이기도 합니다. 야당 측에서 정부와 리멘 교단의 커넥션을 주장하며 여론을 움직이려 들 겁니다. 그렇게 되면 리멘 교단 역시 타격을 입으니, 야당이나 백명교나 잃을 게 없는 싸움입니다.”
“그동안 일이 너무 잘 풀리기는 했었죠.”
고난과 역경이 없었던 길.
그 길에 본격적으로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외통수네.”
이번엔 한 방 먹었다. 녀석들이 야당 정치인 쪽에 기름칠을 하고, 국내에서 조용히 신도들을 늘리는 걸 방치해 둔 대가기도 했다.
전쟁을 준비하느라고 너무 정신이 없었긴 했지.
이단심문관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정보를 조사하면서 정보 공백이 좀 생겼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간부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 있는 사람?”
내 질문에 간부들 중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백명교를 또다시 밀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밀어내더라도 얻는 것보다 잃을 게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한 가지뿐이다.
“받아들입시다.”
이렇게 된 이상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중국에 한정 지으려고 했던 전선이 대한민국까지 확장되어 버린 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추후를 도모할 수 있다.
내 말에 김 실장이 고개를 작게 숙였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께는 제가 직접 전화로 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이렇게 된 이상 판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우리가 잡은 토끼가 아니다.
다시 경쟁을 시작해야 할 때란 소리다.
나는 손으로 머리를 짚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들 백명교의 국내 진출을 가정해 두고 계획을 짜 두도록 합시다.”
내 말에 레오가 손을 들었다.
“성하, 어떤 경우까지 가정해야 합니까? 그러니까…….”
“국내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까지 고려해서 계획을 수립해야 해.”
“알겠습니다.”
국내에서 붙는 건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경우에 대비해 두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오늘따라 소주가 땡겼다.
“당분간은 야근 확정이네.”
“하아아.”
“흐음.”
집무실 곳곳에서 탄식과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2.
긴급회의가 종료된 이후, 나는 곧바로 서신우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전화기 너머의 서신우 대통령은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목소리에 피로감이 잔뜩 섞여 있는 걸 보니,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목소리가 피곤해 보이십니다.”
-요새 야당 쪽의 반발도 심하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조만간 한번 찾아뵙고 축복이라도 해 드려야 하는데, 요새 영 경황이 없네요.”
-하하…… 저도 요새 집무실 밖으로 나가지를 못합니다. 아, 혹시 이번 백명교 건에 대해서는 김 실장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예.”
내 대답에 전화기 너머의 서 대통령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되어 죄송합니다. 제가 꼼꼼하게 챙겼어야 하는 문제인데…….
“대통령께서 잘못하신 일은 아니잖아요. 괜찮습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죠.”
저쪽에서는 앞으로 집요하게 정부와 우리 교단의 관계를 파고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부 측과 살짝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되면 피차 곤란해지긴 마찬가지였으니까.
“중국 내전에 대한 문제도 교단 내부에서 이미 협의가 끝났습니다.”
-어떤 결론에 이르셨습니까?
“휴전입니다. 리멘 교단은 해방시킨 지역의 안정과 전력 재정비를 위해 전쟁을 잠시 멈출까 합니다. 시안과 난징이 함락된 이상, 당면한 위협은 해결되었으니까요.”
내 말에 서 대통령이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현재 중국 북부와 남부의 파벌이 극명하게 갈린 상태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대한민국이 어느 쪽을 지원하길 바라십니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까?”
-이제 그 정도는 됩니다.
“상해 쪽에 집중을 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중국은 사실상 분단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중국과 대한민국의 입장이 서로 바뀐 모양새다.
-교황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백명교가 대한민국으로 다시 진출하려는 이유는 오로지 리멘 교단 때문입니까?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서 들어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 밖의 이유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건 저희도 계속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그 고대 신이라는 존재들을 정말로 이 땅에 강림시킨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됩니까?
예전에 서 대통령에게 따로 그 이야기를 해 줬던 적이 있었다.
고대 신과 백명교.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의 뒤에 서 있는 존재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그 질문에 잠시 숨을 죽였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들을 따르는 자들만이 남겠죠.”
-따르지 않는다면요?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내 대답에 전화기 너머로 다시 한번 크게 한숨이 들려왔다.
-……디멘션 오프닝 이후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만은, 여전히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몬스터고, 신이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정치인들에게는……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
“동감합니다.”
용건은 그것으로 끝.
-조만간 세종으로 초청하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나누면 좋겠군요.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찾아뵙겠습니다.”
대통령과의 통화가 끝났고, 나는 전화기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아.”
나름 열심히 일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난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주인, 힘내.』
어느새 백설이가 내 옆에 다가와서 머리를 비볐다.
나는 백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그런데 백설아.”
『응?』
“가족들 경호는 어떻게 하고 여기에 있냐?”
『걱정하지 마. 분신을 붙여 뒀으니까.』
“……이제는 분신도 쓸 수 있어?”
『당연하지. 지난번에 리멘님이 오셔 가지고 새로운 능력을 주고 가셨다고!』
지난번에 리멘이 현신했을 때 백설이를 껴안고 잔뜩 쓰다듬어 줬던 모습이 떠올랐다.
백설이가 부럽기는 했었지.
그때 새로운 능력을 각성한 건가?
『시연이, 인욱이, 할머니. 전부 나 혼자서 경호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분신을 통해서 가족들 모두를 경호할 수 있다라……. 그래도 백설이 이 녀석, 여태까지 키운 밥값은 톡톡히 하는구나.
나는 계속해서 녀석의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더 빡세질 거야. 괜찮지?”
『난 언제나 괜찮아! 나만 믿어, 주인.』
“그래.”
거친 폭풍우가 우리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