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5)
25화
3.
“……씨발.”
도살자>라는 악명을 지닌 청부업자, 유세혁은 본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괴한 장면을 바라보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멀쩡한 하늘에 사람이 날아다닌다. 그건 비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땅에는 반으로 접힌 인간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괴한 장면이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유세혁은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으면서 실마리를 잡아 본다.
‘할 만한 의뢰라고 생각했다.’
전국 각성자 연합의 의뢰는 나쁘지 않은 의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세혁 본인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그로서도 얻을 게 많았던 의뢰였다.
-그라운드 제로 내부에서 의뢰 하나만 수행해 준다면 최상급 마정석을 보수로 지불하겠다. 우리 쪽에서 깔끔하게 세탁을 해 둔 상태이니 걱정할 건 없다. 또한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루트도 확보해 주겠다. 지명수배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지명수배자 신세인 유세혁으로서는 대한민국에서 도피할 수단이 필요했다.
3년 전, 그가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후로 끊임없이 벌여 왔던 살인 행각.
처음에는 고작 D급 헌터에 불과했던 그를, S급 헌터들조차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키워 줬던 건 전부 동족포식자>라는 말도 안 되는 스킬 덕분이었다.
동족을 죽일 때마다 추가적인 능력치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스킬.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능력에 적응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겠지만, 유세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주저 없이 인간을 죽였다.
처음에는 인적이 드문 곳에 사는 일반인들을 죽였고, 플레이어가 더욱 많은 보상을 준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는 플레이어들을 으슥한 던전으로 유인해서 죽였다.
그렇게 그는 불과 3년 만에 S급 헌터급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능관리부의 수사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목격자와 증거까지 싸그리 인멸하는 철두철미한 성격 덕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수사망으로부터 자유로웠지만, 3달 전부터 갑작스럽게 조여 오기 시작한 수사망은 그의 신변을 위협할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때마침 전각련의 의뢰가 들어왔던 것이다.
‘전각련 놈들의 보고서에는 분명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 있었다.’
녀석들은 친절하게 타깃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해 주었다.
「그가 활약했던 게이트 두 곳 모두 정부 주도하에 토벌전이 진행되었음. 그 시각 당시 이능관리부 소속의 환각 계열 마법사 강채아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음. 조작일 가능성 배제할 수 없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세혁은 전각련 놈들의 보고서가 엉터리였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당한 건가?’
보고서에 저 거구의 남자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
“죽, 죽여!”
“이 괴물 새끼이이이이!”
콰아아아아앙-!
사제복을 입은 그 괴물은 성난 황소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문제는 그 쓸려 나가는 놈들도 마냥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각자 신분들을 숨기긴 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본인과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플레이어 범죄자들.
그들 역시 아마 이번 의뢰를 끝내고 한국을 뜰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그라운드 제로에서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그들 모두가 A급 헌터급 이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콰아아아아앙!
‘저 괴물 새끼는 최소 S급. 그것도 상위 서열급이다. 이능관리부에서 비밀리에 키워 낸 놈인가?’
그런 그들을 압도하고 있는 저 괴물의 힘을 어렴풋이 증명해 준다.
그것은 정말로 순수한 폭력이었다.
거구의 괴물로부터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그의 손에 잡히는 족족 사람이 통째로 찌그러졌다.
유세혁은 그 끔찍한 폭력의 현장에 미간을 가늘게 찌푸렸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저 괴물이 김시우를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예의를 지켰다는 걸 떠올렸다.
그것은 누가 봐도 상급자에게 표하는 예의.
그렇다는 말은 저 무방비 상태의 김시우만 인질로 잡는다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생겨날 것이란 뜻이었다.
‘S급 헌터라는 놈이 저렇게 빈틈을 내놓고 있을 리가 없다. 저 새끼는 할 만해.’
공포스러운 힘을 보여 주고 있는 괴물과는 달리, 유세혁이 보기에 김시우는 셀 수 없이 많은 빈틈을 노출하고 있었다.
유세혁은 그 빈틈을 보자마자 곧바로 마력을 응집시키면서 검을 움켜쥐었다.
[액티브 스킬 가속 Lv.9>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모든 속도가 상승합니다.]기회는 한 번뿐이다.
괴물이 다른 놈들에게 정신을 팔린 사이, 김시우의 신변만 확보하면 된다.
거리는 대강 30M.
한달음에 좁힐 수 있는 거리.
여태까지 수많은 놈들에게 꽂아 넣었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검을 찔러 넣으면 된다.
[액티브 스킬 가속 Lv.9>를 중첩하여 사용합니다. 특수 효과 대가속>이 발동합니다!]유세혁은 그 상태 메시지를 보자마자 곧바로 발을 뗐다.
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마력으로 잔뜩 응집된 그의 발이 땅을 박찼고, 순식간에 김시우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리고 그 순간, 유세혁은 주저 없이 김시우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걸렸…….’
정확하게 찔러 넣었지만, 검 끝에 감각이 없었다.
그러나 유세혁에게는 이상함을 느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콰지지직-!
그가 입고 있던 얇은 합금 갑옷이 형편없이 부스러져 내렸으며.
“커허어어어억!”
유세혁의 입에서도 다량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트럭에 치인 듯, 전신에서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으로 점칠된 그의 눈앞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메시지 창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수 스킬 멸악의 의지>가 당신의 악함을 감지해 냅니다.] [경고! 시스템을 정지합니다.] [경고! 시스템을 정지합니다.] [경고! 시스템이 정지합……]그렇게 유세혁이 정신을 잃으려던 찰나, 흐릿해진 그의 시야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너 여태까지 도대체 몇 명을 죽인 거냐?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씹새끼였네.”
“끄으으으으. 살려…….”
“물론이지.”
유세혁은 본인을 내려다보고 있던 김시우를 가까스로 쳐다본다.
김시우의 손이 하얀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손에서 전해져 온 따스함이 잠시 고통을 밀어냈다.
그러나 잠시 후, 그의 귓가에 김시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곱게 죽을 생각이었던 거야? 에이, 그렇게는 안 되지. 그건 공평하지 못하잖아.”
4.
에덴에서 리멘이 나에게 내려 줬던 수많은 은총 중에서 멸악의 의지>라는 스킬이 있다.
스킬의 효과는 아주 간단하다.
내 신성력 범위 내에 들어온 악인>이 지금까지 벌여 왔던 모든 악행을 밝혀낸다.
물론 악인>의 범위가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내 경험상 회생 불가능한 수준의 악인일 경우에만 발동하는 것 같다.
바로 유세혁 이놈처럼 말이다.
[플레이어 유세혁>의 악행을 나열합니다.] [살인>, 강간>, 유아살인> 등 592건]멸악의 의지>를 통해 확인되는 녀석의 죄악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건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차라리 악마에 가까운 놈이었다.
게다가 그 악행의 동기 역시 가관이었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 또는 그저 재미.
이 새끼는 상대가 일반인이고, 플레이어고, 전혀 가리지 않고 죽여 댔다.
콰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말, 말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거 다 말하겠…….”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자들을 죽인 놈인데, 또 제 목숨은 아까운 모양이다.
녀석은 내 발밑에 깔린 채로 비명을 내질렀다.
“전각련, 전각련 놈들이 의뢰를…… 끼아아아악!”
“그래서 뭐, 네가 아는 것들을 알려 줄 테니 살려 달라고? 너 되게 이기적인 새끼다.”
콰지지지지직-!
나는 이번에는 녀석의 다리를 발로 뭉개면서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전각련이 관련되어 있다는 정보?
지금 여기서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전각련이라는 새끼들이 너를 여기에다가 집어넣은 이유가 뭘 것 같냐? 딱 봐도 간 보려고 그런 거잖아. 솔직히 너도 지금 속으로는 느끼고 있을 거 아니야.”
애초에 녀석들에게 내가 조작이라는 확신이 정말로 존재했다면, 녀석들은 아낌없이 본인들이 보유한 S급 헌터들을 투입했을 거다.
하지만 그놈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이딴 쓰레기 새끼들의 손을 빌려 확인을 해 보려고 했던 거다.
“아마 너희들이 실패했을 때의 준비도 다 해 뒀겠지. 본인들이 한 게 아니다, 흉악범들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뭐 이런 식으로,”
“제가…… 증인이 되…….”
“592건의 악행을 저지른 새끼의 증언을 믿어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각련이라.
지난번에 구로구 카오스게이트에서 조우했던 백명교 놈들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놈들이 생겨 버렸다.
콰지지직-!
나는 녀석의 팔다리를 전부 아작 내 버린 다음, 다시 한번 녀석의 몸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곧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의 팔다리에 다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통에서 잠시 해방된 유세혁은 그 추악한 눈알을 굴리면서 소리쳤다.
“회개! 저도 회개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용서를…….”
바퀴벌레 같은 생존 욕구.
유세혁은 몸을 버둥거리면서 용서를 갈구했지만, 나는 그저 녀석의 등에 발을 올리면서 말했다.
“너를 용서해 줄지 말지 결정하는 거, 그건 내가 하는 게 아니야.”
까드드득.
발에 힘을 불어 넣자 녀석의 등이 기괴하게 꺾였고, 척추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유세혁이 몸을 바르르 떨면서 피거품을 내뿜었다.
“끄르르르르르륵.”
나는 더 이상 버둥거리지도 못하는 유세혁을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너를 신의 심판대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지.”
그걸로 끝.
유세혁은 더 이상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나는 녀석의 등 위에서 발을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30명이 넘던 인원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졌으며, 레오와 나를 제외하고서는 더 이상 이 폐허 위에 서 있는 존재는 없었다.
“교황 성하.”
상황을 정리한 레오는 어느새 본인의 외눈 안경을 쓴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인간을 너무 잔혹하게 다뤘다고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레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좀 의외였다.
“어찌하여 이자의 목숨을 끊지 않으셨습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유세혁을 죽이지 않았다.
그저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의외다? 언제는 회개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인두겁을 쓴 악마나 다름없는 자입니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를 인간으로 대우해 줄 이유는 없습니다.”
아마 레오의 눈에도 유세혁의 악행들이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레오 역시 리멘의 총애를 받는 사제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나는 레오의 질문에 그저 슬쩍 웃으면서 답했다.
“아마 이 새끼들의 현상금만으로도 신전은 세우고도 남을 거야. 이능관리부 친구들에게 꽤 좋은 선물도 될걸?”
“고작 그런 이유뿐이시라면 저는…….”
“레오.”
내 부름에 레오는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고, 나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이딴 쓰레기들을 심판하는 게 내 일이긴 한데, 이 새끼로 인해서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도 심판할 권리는 있어.”
“그럼…….”
“그 사람들한테도 이 새끼를 직접 심판할 기회는 주어져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얘네들한테 죽음은 너무 행복하고 편한 결말 아니냐?”
레오는 피거품을 물고 있는 유세혁을 흘긋 바라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일부러 신성력을 넣어 두어 저렇게 목숨을 붙여 두신 겁니까.”
“이 녀석은 누군가 녀석을 죽여 주기 전까지 계속 이 상태로 깨어 있는 거지. 신성력을 머릿속에 살짝 심어 뒀으니 의식도 잃지 않아. 의식은 깨어 있지만, 몸은 절대로 움직일 수 없어. 굳이 표현하자면 의식이 있는 식물인간 정도.”
“죽음조차 이들에게는 아깝다, 그런 뜻이군요.”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오히려 구원이 될 수도 있거든. 이딴 새끼는 구원받아서는 안 되는 거야.”
레오는 내 대답을 듣더니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앞에,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 조금 다른 메시지 창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원계: 에덴>에서 축적한 데이터의 1차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어 「사용자 정보」를 통해 동기화된 당신의 데이터를 확인하십시오.] [차원계: 지구>의 시스템이 당신의 성향을 혼돈 선>으로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차원계: 지구>의 시스템이 당신에게 허용된 인과율 제한을 완화합니다.]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