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3.
결국, 정부에서는 백명교의 국내 진출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맞춰서 백명교는 곧바로 부산에 본인들의 신전 건설 계획을 선언했다.
서울에도 신전을 세우기로 약속했으며, 신전에서는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물량 공세.
일반인들에게는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복지 정책으로 호감을 이끌어 내려고 했고, 각성자들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잃어버린 땅을 탐사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사제를 파견해 주기로 했다.
중국 내전으로 인해서 관심이 많이 식기는 했으나, 여전히 잃어버린 땅 탐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저건 우리 교단의 정책 대부분을…….”
“카피한 거지. 조금 더 보완을 한 거고.”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신전에 모여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TV에서는 쉴 새 없이 백명교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백명교 쪽과 사전에 이야기가 되었는지, 많은 언론사들이 일제히 백명교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치킨 게임이네요.”
루나는 뉴스에서 보도하고 있는 내용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네들은 체급에 자신이 있다는 거야.”
“돈이 어디서 그리 많이 났대?”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을 테니, 알게 모르게 힘을 많이 비축해 뒀겠지. 게다가 지금은 중국 정부 쪽과 손을 잡고 있기도 하고.”
중국 정부로서도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백명교 쪽을 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서는 중국 정부와 손을 잡은 백명교가 밀고 들어오고.
안에서는 우리의 힘을 약화시켜서 이득을 보고 싶어 하는 세력들이 꿈틀거리고 있고.
이러나저러나 우리한테 불리한 상황인 건 틀림없었다.
“우리 교단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괘씸하진 않으세요?”
“괘씸하긴 하지만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잖아?”
“인간이란 원래 그렇죠.”
“인간이니까.”
탐욕에 물들기 쉬운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특히, 권력욕은 탐욕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쪽에 속한다.
그래서 딱히 놀랍지도 않다. 그들은 그들의 본능대로 행동하고 있는 거다.
“경쟁자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
여태까지 진짜 탄탄대로를 달리기는 했었다.
기성종교들과는 신도 풀도 달랐고, 초기 경쟁에서도 백명교를 압살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저 녀석들은 중국에서 엄청나게 몸집을 키운 채로 들어왔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 생성되었던 초대형 게이트 역시 자현이가 출동하기 전에 저들이 해결했다.
여론이 좋을려야 좋을 수가 없는 상황.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TV 속의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금발에 빨간색 눈동자.
일전에 만난 적이 있던 백명교의 대교구장이었다.
-저희가 모시는 분께서는 여러분들이 항상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원하십니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들은 저희들이 모두 처리할 테니, 여러분들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산에 설치된 그들의 임시 신전에서 백명교의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었다.
기자들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대놓고 리멘 교단과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리멘 교단과는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리멘 교단의 김시우 교황님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리멘 교단뿐만 아니라 개신교, 불교 등을 비롯한 기성종교들과도 언제든지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누가 보면 언제라도 다른 종교를 포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 줄 알겠다.
저놈들은 그들에게도 본인들의 질서를 강요할 것이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한마디로 저게 다 쇼라는 건데, 문제는 그 쇼가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잘 먹히고 있다는 거다.
“현재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너무 뜨거워요. 아무래도…… 외모의 역할이 엄청 큰 것 같아요.”
“루나 너는 저 대교구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인형 같은 외모긴 하잖아요? 예쁘죠. 저런 걸 보고 인형 같다, 조각 같다고 하는 거지 뭐.”
외모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한 기준을 지닌 루나가 예쁘다고 할 정도면 확실히 예쁜 건 맞다.
물론 내 기준은 리멘이었기 때문에 딱히 예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제목 : 오늘부터 백명교 들어감>
내용 : 대교구장 누나…… 근데 일반인도 각성자로 만들어 준다는 게 사실일까?
└ㅇㅇ중국에서 이미 유명함
└가능한 것 같던데?
└진심으로 믿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그랬음
└ㅋㅋㅋ이제 리멘빠들 정신 못 차리고 처맞겠네. 백명교가 상위 호환 아니냐?
└리멘께서 여러분들의 덧글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예쁜 덧글 부탁드려요
└응~ 백명교 들어갈 거니까 리멘 안 무서워~
딱 봐도 호의적인 여론이 조성되어 있다.
거기에 언론들까지 나서서 지원사격을 가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TV를 지켜보았다.
백명교의 기자회견은 엄숙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이어졌다.
백명교가 어떤 종교인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항후 계획에 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대교구장이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한때, 저희들은 대한민국에 혼란을 가져올 뻔했습니다. 백명교를 대표하여 사죄를 드립니다.
그녀가 허리를 숙였고, 그녀의 옆에 있던 백명교의 신도들도 허리를 숙였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한껏 정돈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이 자리를 빌려 리멘 교단과 기성종교들에게 제안을 하나 건네고자 합니다.
“저년 저거 지금…….”
“일단 들어나 보자고.”
제안이라.
도대체 무엇을 제안하려는 걸까?
-앞으로 대한민국이 훌륭한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1차 종교 회의를 제안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TV 속을 주시했다.
4.
백명교가 공식적으로 제안한 1차 종교 회의는 빠른 속도로 확정되었다.
종교 회의에 참가하는 종교는 우리 교단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 곳.
리멘 교단, 백명교, 가톨릭, 개신교, 불교.
이렇게 해서 총 다섯 개의 종교였다.
우리 교단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바람에 1차 종교 회의는 불과 3일 만에 개최되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잘 지내셨습니까?”
“아, 법운 스님.”
“간간이 카톡 주고받는 사이잖습니까. 마음만 같아서는 저도 중국에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위쪽에서 극구 말리더군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이능관리부 본청의 최상층 회의실.
이곳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둘 있었다.
한 명은 오자마자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불교 측 대표 법운 스님이었고, 다른 한쪽은 예전 대전 난민촌에서 인연을 맺은 서 목사였다.
“두 분 다 못 본 사이에 많이 강해지셨네요.”
“불심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하.”
“이게 다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때 김시우 교황님을 저에게 보내 주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리멘을 모시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이 사람들 캐릭터도 참 독특하다.
각각 현재 불교와 개신교를 대표하는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
우리 교단이 잠시 대한민국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열심히 활약하고 있던 에이스들이기도 했다.
아, 그리고 가톨릭 측의 대표는 얘다.
“스승님, 오늘 백명교와 싸우실 생각이면 제가 지금이라도 가서 검을 가져올까요?”
“오! 성녀 그레이스 양 아닙니까? 법운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스님.”
“한국말을 참 잘하시는군요.”
“남자 친구가 한국인이라서요!”
“……성녀에게 남자 친구가 있습니까?”
“네. 뭐, 안 될 거라도?”
개성 넘치는 둘에다가 그레이스가 더해지니 분위기가 진짜 산만하다.
그래도 이 자리에 나온 대표들이 전부 나랑 안면이 있는 이들이라 다행이다.
“다들 일단 앉으시죠.”
“백명교 쪽이 좀 늦는 것 같습니다?”
“아직 회의 시작 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았으니까요. 여러분들이 너무 빨리 오신 거 아닙니까?”
백명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모두 도착했다.
오늘 회의를 주관하는 것은 이능관리부의 유선호 장관이다.
유선호 장관이야 항상 시간이 되어 들어오는 거고.
그나저나 백명교 쪽의 대표로는 누가 나올까?
지난번에 대교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나왔던 걸 보면, 그녀가 전면으로 나서려는 걸까?
“백명교 쪽에서 먼저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서 목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법운 스님이 받았다.
“원래 예전에는 저런 스탠스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각련과 함께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 당시에는…… 굉장히 음침한 느낌이 있었고, 양지로 진출하려다가 실패했었습니다.”
“리멘 교단이 전각련을 무너뜨렸…… 아, 실례되는 표현이겠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법운 스님의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전각련을 무너뜨린 건 우리 교단이 맞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굳이 내색하진 않더라도, 전각련이 무너진 건 결국 내 영향력이 가장 컸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하여간에 리멘 교단에 의해 쫓겨났던 사람들이 다시 국내로 진출한다고 하니…… 개인적으론 좀 껄끄럽습니다.”
“저도 법운 스님과 생각이 비슷합니다.”
그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기성종교들은 현재 우리 교단 때문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백명교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그들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우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우리들은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하얀색 예복을 입고 있는 금발 머리의 소녀가 서 있었다.
바로 백명교의 대교구장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품은 채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의자에 착석하기 전, 우리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넸다.
“백명교의 대교구장, 신지혜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그녀의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대교구장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고, 그런 그녀를 향해 법운 스님이 넉살 좋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분이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저는 또 머리색과 눈동자를 보고 오해를 했지 뭡니까.”
“제가 모시는 분의 은총입니다.”
대교구장은 다른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교황님. 전장에서 뵌 게 아니니 관용을 베푸실 거라 생각합니다.”
“누가 보면 내가 죽여 버린다고 한 줄 알겠어.”
“실제로 전장에서 만나면 죽여 버리겠다, 그리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억력은 좋네.”
“이것 역시 제가 모시는 분께서 내려 주신 은총이지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전히 알 수 없는 얼굴.
나는 그녀의 붉은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뱉어 냈다.
그리고 그때, 다시 한번 문이 열리면서 유선호 장관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일찍 모이셨군요.”
유선호 장관은 살짝 피로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회의실의 중앙에 앉은 다음, 웃으면서 말했다.
“이 회의가 제 마지막 공식 업무입니다. 이 회의를 끝으로 저는 이능관리부 장관의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이런저런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유선호 장관이 물러난다고?
……왜?
“제가 나이도 나이니만큼 이제 은퇴를 하고 쉴까 합니다. 김시우 교황님, 그때 제안은 유효합니까?”
“……충분히 쉬시고 이력서 넣어 주십시오. 제가 읽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하하! 좋습니다. 걱정은 덜었네요. 자, 그럼 대교구장님께서 모으셨으니, 대교구장님께서 회의를 진행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정부 쪽에서는 관망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거고.
백명교의 주요 안건이 핵심이겠군.
유선호 장관의 말에 대교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저희 백명교에서 여러분들에게 일반인을 신성 계열 플레이어로 각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예?”
“……뭐라구요?”
녀석들이 시작부터 폭탄을 던졌다.
그것도 수소폭탄을.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