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게이트가 크긴 큰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잘 체감은 안 됩니다.”
“네가 돌아오고 나서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S급 게이트라서 그럴걸. 게다가 초대형 S급 게이트라는 거, 전 세계를 놓고 따져 봐도 흔한 일이 아니야.”
자현이는 자신의 천마검을 꺼낸 채로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 출현하지 않은 게 어디예요? 저런 게 서울에 출현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형님?”
“오래간만에 맞는 말 하네.”
게이트 자체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저 너머에서 어떤 놈이 넘어오든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 전력으로 저걸 못 막는 게 더 이상한 정도니까.
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백명교의 전투원들을 바라보았다.
“기성종교도 저쪽에 합류해 있네.”
서 목사를 포함한 개신교 쪽의 각성자들과, 법운 스님을 포함한 불교의 각성자들까지.
그들은 백명교 쪽에 합류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자현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리멘 교단에 대항하는 공동 전선 같습니다. 그런데 저기 두 분, 형님이랑 친하신 분들 아니었어요?”
“개인의 의견과 집단의 의견이 같을 순 없는 법이잖아.”
“그렇긴 하죠.”
“일단 할 일에 집중하자고.”
정부의 배려 덕분에 우리 교단이 담당하는 전선과 저들이 담당하는 전선은 정반대였다.
이번 게이트 토벌 작전의 핵심은 포위 섬멸이었다.
동, 서, 남, 북으로 전력을 분할하여 전방위적으로 게이트를 압박해 들어간다.
그 상태에서 이레귤러 둘을 투입하여 게이트의 코어를 파괴하면서 완벽하게 게이트를 제압.
이 정도가 플랜 A라고 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플랜 B도 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진 않았으면 한다.
“형님.”
자현이는 저 멀리의 먹구름을 다시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전히 불길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
“……그 말을 들으니 저도 살짝 불안한 것 같은데요. 저 게이트에서 조금씩 이상한 게 느껴집니다.”
자현이의 말대로였다.
우우우웅-.
생성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지금까지 희뿌연 상태였던 불안감이 실제가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거대한 마력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는 마치 태풍처럼 주위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단순히 마력뿐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서 잠시나마 격이 느껴졌던 것 같다.
“자현아.”
나는 자현이의 이름을 넌지시 불렀다. 그러자 자현이가 다시 나를 돌아보며 답했다.
“예, 형님.”
“긴장하자.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건 아마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중국 내전 이후로 충분히 쉬기는 했었지.
[거대한 마력 반응이 인근 상공에서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해당 지역의 인과율이 크게 뒤틀립니다.] [이계의 존재들이 접근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지구의 고대 신들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시스템이 계속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저것은 아마 테라가 직접 나에게 보내는 경고일 것이다.
그냥 대놓고 솔직하게 말해 주면 더 편할 텐데 말이지.
“형님, 그러면 이따가 뵙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곧바로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자현이와 정부 소속의 각성자들이 맡은 구역은 게이트의 북쪽.
나는 자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 이따가 보자.”
“예.”
그렇게 자현이가 나에게서 멀어지고, 곧 내 슈트에 내장된 무전기를 통해서 서 대통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의 서신우 대통령입니다. 게이트 토벌 작전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현 시간부로 토벌 작전을 시작합니다. 현장의 지휘권은 국방부 소속의 강채아 각성자에게 넘깁니다.
-강채아입니다. 지휘권 인계 확인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전에 협의된 지역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강채아가 대통령으로부터 지휘권을 인계받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토벌 작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전투를 준비 중인 우리 교단의 병력을 향해 다가가면서 말했다.
“오늘 목표는 다들 크게 다치지 않는 거다. 최대한 동료들을 믿고, 최대한 변수를 제거해 가면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그러자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큰 목소리로 답했다.
“예!”
“예!”
기합이 바짝 들어간 우리 교단의 병력.
그들의 얼굴에서는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중국에서 싸웠을 때보다 훨씬 비장하고 동기부여가 잘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역시, 다른 나라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조국에서 싸우는 게 훨씬 동기부여가 잘되지.
게다가 2기 교육생들 사이에 섞여 있는 일본인들도 한국인들만큼이나 비장했다.
……제2의 조국, 뭐 그런 걸까?
“레오, 루나.”
“예, 성하.”
“너희들이 알아서 판단해서 지휘해. 나는 전투 도중에 코어를 부수러 가야 하니까, 알겠지?”
“염려 마세요, 성하.”
좋아, 확실하게 해 둬야 할 건 다 끝낸 것 같고.
“움직이자.”
“예!”
이제 남은 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마지막 전투준비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병력을 이끌고 게이트의 동쪽을 향해 이동했다.
4.
우리가 게이트의 동쪽에 도착했을 때, 게이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게이트의 모양새가 이상했다.
마치 여러 색의 물감들이 마구잡이로 번진 듯한 모습.
몬스터들이 넘어와야 할 ‘문’이 난잡하게 오염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여태까지 적지 않은 숫자의 게이트를 봤지만, 저렇게 기이하게 생긴 게이트는 또 처음이다.
“저건 또 무슨 혼종이냐?”
게이트에선 보통 마력이나 마기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저 게이트에서도 분명히 마력과 마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기운들이 느껴진다.
신성력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생전 처음 마주하는 기운들까지.
뭔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게이트에서 심각한 왜곡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경고! 해당 게이트는 다양한 차원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귀향]●종류 : 메인 – 시나리오
●설명 : 게이트에서 심각한 오류가 감지되었습니다. 해당 게이트는 너무나도 많은 차원과 링크되어 있습니다. 빠르게 게이트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 일대에 심각한 차원 간섭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도래하게 됩니다. 게이트를 반드시 막아 내십시오.
●완료 조건 : 해당 게이트의 소멸
●보상 : ???
다급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퀘스트창.
이 퀘스트창은 설명대로 나에게만 뜬 게 아닌지, 우리 병력도 살짝 웅성거렸다.
그리고 그때, 내 귓가에 테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황, 잘 들어라. 그 게이트, 고대 신들이 간섭하면서 일그러진 거야. 고대 신들이 각자 다른 차원에서 힘을 회복했다는 거 알고 있지?』
하긴, 이런 짓을 할 놈들이라고는 고대 신들밖에 없지.
나는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면서 테라의 설명을 머릿속에 담았다.
『녀석들이 퍼져 있던 차원과 동시에 링크되고 있다. 지금 당장 그 게이트의 코어를 박살 내. 녀석들이 귀향하는 걸 막아야 한다.』
“못 막으면?”
『다양한 차원 출신의 괴물들을 신선한 상태로 맛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가.』
“리멘이었으면 친절하게 알려 줬을 텐데.”
그 말에는 따로 대답하지 않는 테라.
우우우우우웅-!
곧 게이트에서 더욱 많은 기운들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게이트를 물들이는 형형색색의 빛.
그 다양한 색깔만큼이나 다양하게 생긴 괴물들이 천천히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꺄아아악.
끼기기기기기긱.
언데드, 이종족 그리고 그 밖의 처음 보는 괴물들까지.
심지어 로봇으로 보이는 적들까지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내 개인적인 소감평은 다음과 같았다.
“오늘따라 짬뽕이 땡긴다.”
족히 잡아도 수백 종의 몬스터.
게다가 그 몬스터 중 대부분이 지구의 인류는 물론이며, 나에게까지 생소한 몬스터들처럼 보였다.
공략법이 없는 적.
난생처음 마주하는 적.
그런 적들만큼 위협적인 건 없다. 특히, 저렇게 위험한 기운을 마구잡이로 뿜어내는 적들은 더욱 그렇다.
나는 온몸에서 신성력을 끌어 올리며 테라에게 물었다.
“백명교와 관련이 있을 확률은?”
그러자 테라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백 프로라는 소리를 뭘 그렇게 어렵게 해?”
『인류의 배반자들을 조심해라, 교황. 그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미쳐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 온 녀석들이야. 정화자라는 대안을 네가 직접 제거해 버린 이상, 이 비극은 오롯이 너 혼자서 감당해야 할 거다. 그럼, 건투를 빌지. 나는 나대로 해야 할 게 있어서 말이야.』
테라의 목소리는 그것으로 끝.
이제 온전히 인간들의 시간이었다.
“레오야, 잠시 이리 와 봐라.”
내 부름에 뒤에 있던 레오가 빠르게 다가왔다.
“말씀하십시오, 성하.”
“일단 처음 보는 적들이 많으니까 파악을-.”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앙!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기계 같은 놈 하나가 이쪽을 향해 거대한 광선을 쏘아 보냈고, 나는 재빠르게 신성 결계를 생성하면서 그 공격을 방어해 냈다.
순간적으로 신성 결계가 흔들릴 정도의 파괴력.
라파엘의 광자포까지는 아니지만,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위력이었다.
“판타지에, SF에. 그냥 섞일 대로 다 섞였다.”
그 로봇 뒤로 언데드를 비롯한 망자의 군대들이 뛰쳐나왔다.
언데드들은 적이건 아군이건 가릴 것 없이 공격하기 시작한다.
비단 언데드뿐만이 아니다.
“……개판이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동족이 아닌 대상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며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진짜 저것보다 ‘개판’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수가 있으려나?
“성기사들을 중심으로 방어 대형을 펼치고, 사제들이 뒤에서 신성 결계를 전개한다!”
루나는 철퇴를 꺼내 들면서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곧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키고 있겠습니다!”
“백명교를 조심해라. 녀석들이 장난을 치기 딱 좋은 전장이야.”
“그럼, 우리 쪽에서 먼저 장난을 치는 건 어떨까요? 제가 또 그런 쪽으로 전문이긴 한데.”
“그건 일단 나중에.”
콰우우우우우!
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용과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가 거칠게 포효했으며, 그에 질세라 가고일과 하피 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전장은 이미 통제할 수 없다.
게이트에서 넘어온 혼돈들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사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나는 게이트의 중심을 바라보았다.
모든 빛이 뭉치는 중심.
검은색의 원.
그 원에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무언가 그 안에 깃들어 있으나, 그 무엇도 알아차릴 수 없는 존재.
마치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안개를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그 안에 코어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후우.”
나는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혼돈에, 기꺼이 내 몸을 내던졌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