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83. 참을 만큼 참았어
1.
사람은 보통 안 하던 짓을 하면 죽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근래에 진짜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
정화자에 이어서 백명교 놈들까지 무력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으로 압박해 들어오니까, 진짜 머리가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아마 나에게 신성력이 없었다면 진작에 스트레스성 탈모가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스트레스 따윈 안녕이다.
“김시우우우우우-!”
“너희들은 그냥 죽어라.”
콰아아아아아앙.
나는 나를 향해 달려드는 백명교의 성기사를 가볍게 주먹으로 으그러뜨렸다.
내가 주먹을 내지르자 갑옷이 종이처럼 찌그러졌고, 그놈은 깔끔하게 절명한 채로 뒤로 날아갔다.
개운하다.
이렇게 개운할 데가 없다.
사람을 죽이는 건 언제나 찝찝함이 동반되지만, 이순간만큼은 거진 해방감까지 느껴진다.
“너희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면 적어도 성의는 보였어야지.”
게이트를 토벌하기 위해 모인 이능관리부의 각성자들, 대형 길드의 각성자들.
그들의 시체와 이종족 들의 시체가 구분 없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모든 참극이 펜리르가 저지른 일이라는 걸 알려 준다.
게다가 이 새끼들은 죄질이 나쁘다.
증거인멸.
펜리르가 시체들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게 함으로써 완벽한 범죄를 꿈꾸고 있었다.
그르르르르.
펜리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나를 노려보면서 침을 뚝뚝 흘렸다.
녀석의 침은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지, 바닥에 닿을 때마다 대지를 녹게 만든다.
신격이라고 하기에는 참 끔찍한 놈이 아닐 수가 없다.
북유럽 신화에 저놈과 같은 이름을 지닌 늑대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눈앞의 놈은 신화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지옥에서 넘어온 광견 같았다.
“인간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 놈이 신격은 무슨. 그냥 악마 새끼지.”
내가 진짜 불쾌한 건, 저딴 짐승의 몸속에 나와 비슷한 신성력이 깃들어 있다는 거다.
지구의 신격으로서 얻게되는 신성력.
고대 신들이 세례를 내린 것이 분명한 그 힘이 저 짐승의 몸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콰우우우우!
펜리르가 거칠게 포효한다.
그 포효에는 빌어먹을 신성력이 가득 담겨 있었다.
“크으으으으.”
“아득히 높은 곳에 계신…….”
그 포효에 무언가 담겨 있었던 걸까?
펜리르의 옆에 서 있던 백명교의 신도들에게 광기가 서린다.
그들의 눈이 희번덕거렸고, 그들은 저마다 처절하게 신앙을 고백하면서 무기를 집어 든다.
아까 전까지 나에게 말을 걸어오던 박중근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중근은 더 이상 무표정한 얼굴을 짓지 않는다. 광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듯,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린다.
“교황아, 교황아, 어리석은 리멘의 하수인아! 어찌하여 그분들께서 너에게 건네준 동아줄을 버리고 맞선단 말이냐!”
펜리르가 직접 내리는 광기의 세례에 백명교의 모든 신도들이 광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시 후.
“새로운 질서를!”
“영광스러운 뜻을”!
그들은 모두가 광전사가 되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그들의 돌진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현이를 향해 가볍게 손을 까딱였다.
“너랑 나랑 반반 하는 거다.”
“왜 굳이 반반입니까, 형님.”
“나 혼자 죽이는 것보다야 너도 같이 죽이는 게 낫지.”
“……공범?”
“비슷해.”
“에휴.”
자현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검을 뽑았다. 그리고 군말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적들의 목이 튀어 오른다.
나는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곧장 펜리르를 향해 달려갔다.
“김시우우우!”
광기에 휩쌓인 무리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
체면을 놓지 못했을 때, 선을 지켜야 했을 때는 처리하기가 참 곤란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순교 축하한다.”
콰지지지직.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러서 녀석들의 대가리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들의 피는 내 손에 휘감긴 성화에 의해 즉시 증발한다.
피 냄새 대신 단백질이 타는 냄새가 사방에 가득하다.
같은 신성력끼리의 싸움.
신성력의 근원은 다르나, 신성력 간의 싸움에선 상성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힘으로 승부가 결정된다.
“귀찮게 좀 하지 마.”
나는 한 놈의 멱살을 잡은 채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있는 힘껏 녀석을 펜리르의 아가리를 향해 던졌다.
콰드드득.
펜리르는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처럼, 내가 던진 백명교의 신도를 당연하다는 듯이 잡아먹었다.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대식가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완벽하게 이번 일을 덮을 수 있는 방법.
“이곳에 있는 모든 적을 네가 대신 먹어 주면 되겠네.”
이래서 사람이 임기응변 능력이 참 중요해.
이런 곳에서 갑자기 사육사가 될 줄은 몰랐다만, 제법 괜찮은 방법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지런히 펜리르를 향해 백명교의 신도들을 던져 주었다.
한 놈, 두 놈, 세 놈.
그 모습을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자현이 녀석도 눈치 빠르게 백명교 신도들을 펜리르의 아가리 속으로 날려 보낸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다들 두려움에 떨 만도 한데, 백명교 신도들의 반응이 아주 일품이었다.
“세계를 잡아먹는 늑대시여.”
“제 몸을 기꺼이 당신에게 바치-.”
녀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한낱 늑대의 한 끼 식사가 되었음에도, 녀석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신앙을 증명하려 든다.
저 모습이야말로 진짜 ‘광기’가 아닐까?
리멘이었다면 거부했을 모습이었으나, 저 녀석들의 신들은 그 모습이 굉장히 흡족했나 보다.
우우우웅.
펜리르의 몸에서 더욱더 강력한 신성력이 방출되기 시작한다.
크르르르르.
그리고 마침내 펜리르가 거대한 몸집을 움직였다.
녀석의 노란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두 팔을 벌리면서 말했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늑대 괴물이 코어를 파괴하러 들어온 백명교, 이능관리부, 대형 길드의 각성자들을 전부 잡아먹었다……. 이게 내일 아침에 뉴스에 보도될 기사야. 팩트에 기반한 뉴스가 될 것 같다. 혹시 정정 보도 필요하냐?”
그 말에 펜리르는 대답 대신에 다시 한번 포효를 내뿜었다.
콰우우우우우우우-!
“축생이 인간의 말을 이해할 리가 없지.”
이 와중에도 코어 쪽에서 또 다른 신격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대충 상황을 짐작해 보니, 아마 또 다른 신격이 넘어오려는 듯했다.
지금부터는 타임 어택이다.
펜리르 한 놈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이만한 놈이 계속 넘어온다면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빨리 끝내자.”
빠르게 저 늑대의 목을 뜯어 버린 다음, 코어를 분쇄하자.
간만에 제대로 몸을 풀고 있어서 그런가?
심장이 거칠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2.
신격을 잡아먹은 늑대, 펜리르의 전투력은 딱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촤르르르르륵.
펜리르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신성력들이 촉수처럼 뻗어 나왔다.
고대 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그 촉수들.
녀석이 지나 오는 자리에는 검은색 점액질들이 남아서 내 이동 반경을 제한하려 들었고, 근접하면 녀석의 몸 곳곳에서 이빨들이 솟아올랐다.
펜리르는 몸 전체가 하나의 소화기관이나 다를 바 없었다.
마치 수천 개의 이빨을 피부 밑에 숨겨 둔 것처럼, 쉴 새 없이 산성액이 흘러나왔다.
“튼튼하네.”
방어력 하나만큼은 봐 줄 만한 놈이다.
내가 건틀렛을 끼고 아무리 후려갈겨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주먹을 녀석의 몸에다가 꽂아 넣을 때마다 몸이 움푹움푹 파이지만, 엄청난 속도로 재생이 된다.
아마 트롤의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저 속도는 못 따라갈 것 같다.
게다가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이 녀석은 일단 고통에 둔감했다.
콰우우우!
내가 때리면 때릴수록 오히려 더욱 성질을 내면서 몸을 비튼다.
고통을 약하게 느끼거나 아니면 못 느낀다는 뜻이다.
이런 특성을 지닌 적들은 꽤 많이 상대해 봤었다.
대표적으로 언데드.
언데드 놈들은 신성력을 제외한 수단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이 녀석은 언데드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을 아예 못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녀석이 공격을 위해 아가리를 벌릴 때마다 그 아가리 속에서 무언가 보인다.
유독 많은 이빨들이 돋아나 갑옷처럼 뒤덮여 있는 회색 수정.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수정이 보였다.
아가리 깊숙한 곳.
인간으로 치면 편도쯤 되려나?
“형님!”
내가 펜리르와 무의미한 공방전을 이어 나가고 있을 때, 뒤에서 상황을 모두 정리한 자현이가 끼어들었다.
자현이는 곧바로 펜리르의 몸에 검을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흩어져 있던 백명교 잔당을 다 처리했는데, 왜 아직까지 미친개를 두드리고 계세요.”
“생각보다 단단한데?”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야…… 아.”
자현이가 찔러 넣은 천마검을 타고 검은색 점액질이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그 장면을 본 자현이가 기겁을 하면서 검을 뽑아냈다.
스르르륵.
검을 뽑아낸 자리에는 다시 이빨이 돋아난다.
그 기괴한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한 자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더럽기는. 그럼 이 미친개는 어떻게 죽입니까?”
“방법이야 있지. 형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계속 시선이나 분산시켜 봐.”
“그건 또 제 전문이죠. 천마군림보 구경이나 하고 계십쇼.”
말하기가 무섭게 이상하게 스텝을 밟으면서 움직이는 자현이.
어찌나 현란하고 빠른지, 잔상까지 남을 지경이다.
본인의 기운을 이용해서 일종의 환각까지 거는 것 같긴 한데, 지금 중요한 건 저 무공의 이름 따위가 아니다.
콰우우우.
펜리르는 짐승답게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자현이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자현이가 눈앞에서 닿을 듯 말 듯 하게 움직이자, 곧바로 아가리를 쩍 벌리면서 자현이를 단숨에 집어삼키려고 들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신성력이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패시브 스킬 신성 보호 Lv.Max>가 상대의 강력한 부식 능력을 방어합니다.]신성력을 끌어 올리자마자 내 몸 주위에 새하얀 빛의 방어막이 생성된다.
그 보호막을 두른 채로 녀석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 내가 피워 올린 성화는 횃불이 되어 빛난다.
펜리르의 거대한 아가리 속에는 반쯤 부식된 해골들이 즐비했다. 나는 그 해골을 밟으며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촤르르륵.
내가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서 날카로운 송곳들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나는 가볍게 그 송곳들을 밟아 부러뜨리면서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이빨들로 뒤덮인 회색빛 수정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체의 내부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보다 더욱 단단하게 보호하고 있는 부위.
이게 급소가 아니면 뭐가 급소겠어?
가만히 보고 있자니 사랑니처럼 보이기도 한다.
“좋아.”
펜리르 이놈의 방어력은 인정해 줄 만하지만…… 이 단단한 놈의 속살은 어떨까?
“겉이 단단해서 안 되면, 안쪽에서부터 찢어 버리면 되지. 들리냐, 펜리르?”
화르륵.
내 손에 성화가 모여든다. 새하얀 성화 위에 내 회색빛의 신성력이 섞여 들어간다.
“사랑니는 내가 대신 뽑아 줄게. 너도 좋잖아.”
겉이 단단한 건 인정해 주지.
하지만 과연 속살은 어떨까?
“발치 시작.”
나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주먹을 내리꽂았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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