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5.
사망자 1020.
부상자 파악 불가.
이번 전투의 영수증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돌발 게이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자 숫자가 이 정도였던 걸 보면, 이번 게이트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측도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12. 부상자 90. 다행히도 응급조치는 빨랐기 때문에 중상자들은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가족분들에게 전사 통보는 하셨습니까?”
“예. 지난 중국 내전 기간 동안 새롭게 재정비한 규정에 따르고 있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희생자를 낳는다.
중국 내전을 통해 노련해진 우리 교단의 병력조차 이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건, 그만큼 전쟁이 끔찍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들이 전사함으로 인해 가족들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교단의 전력을 다해 서포트해 주세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오로지 그뿐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아.”
중국 내전에 이어 이번 초대형 S급 게이트 전투까지.
내가 애지중지 키웠던 우리의 1, 2기 교육생들이 너무도 많이 사망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더욱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성하.”
라파르트 대주교는 이런 내 표정을 읽는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리멘의 이름을 외치며 명예롭게 전사했습니다.”
누군가를 잃는 것은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 아픔을 견뎌 내는 거지.
그렇게 내가 라파르트 대주교와 전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똑똑똑.
“성하, 레오입니다.”
“들어와.”
레오가 태블릿 PC를 든 채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현재 교단의 모든 대장장이들이 장비 수리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예상 수리 기간은 넉넉히 1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성하께서 결정해 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뭔데?”
“이것부터 보십시오.”
레오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에게 태블릿 PC를 건네주었다.
이번 전투에서 레오는 가슴과 오른팔 쪽에 중상을 입었는데, 그래서인지 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세종일보 쪽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언론 대응 기조를 잡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투가 종료된 지 불과 5시간밖에 안 지났다.
그런데 우리가 대응을 해야 할 게 벌써 생겼다고?
일단 레오가 건네주는 태블릿 PC를 받아서 살펴보았다.
화면 위에는 누가 봐도 백명교가 사주한 듯한 기사들이 떠올라 있었다.
「사상 초유의 초대형 S급 게이트, 토벌 완료.」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승리! 하지만 석연찮은 의혹들이 남다.」
「백명교 소속 각성자들의 비극.」
「그들은 누구에게 죽은 것일까?」
자극적인 기사였다.
리멘 교단의 이름이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 기사들이 겨냥하고 있는 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수많은 언론사에서 문의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성하, 저들은 지금 거짓을 날조하여 선동을…….”
“내가 담근 거 맞아.”
“……예?”
“걔네들, 내가 담갔다고. 펜리르가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도와줬어.”
따지고 보면 거짓 기사는 아니다.
왜?
내 손으로 처리한 건 맞으니까.
나는 레오를 바라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스불재’라고들 하지.”
“스스로 불러온 재앙 말씀이십니까?”
“신조어 공부 많이 했네? 펜리르는 녀석들이 이곳에 끌고 온 놈이야. 백날 증거를 조사해 봐라. 내가 했다는 증거가 나오나.”
유일한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자현이 정도인데, 자현이 그 녀석도 직접 백명교 놈들을 베어 넘겼다.
자현이 녀석도 백명교가 어떤 놈들인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새로운 질서에 순응할 생각이 없는 놈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전부 우리 짓이에요! 이렇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지.”
“그렇습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좀 소극적으로 대응했었지?”
“교단을 비난하고 폄훼하는 이들을 조심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의 특성상, 작은 실수조차 과대 해석 됩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백 번의 선행은 모래 위.
한 번의 과오는 바위에 다 새길 거라고.
안티란 게 원래 그렇다. 우리 교단이 조금만 삐끗하는 순간,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개처럼 달려들 것이다.
이유?
딱히 그럴듯한 이유도 없겠지.
우리 교단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게 한 가지 있다.
“언제까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거야? 우리에게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잖아.”
“맞습니다.”
“세종일보 측에 전달해. 여론전, 가짜 뉴스 등등. 저쪽에서 걸어오는 모든 전쟁에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하십시오.”
“이단심문관들이 백명교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들 있지?”
“예.”
“그 자료들 전부 세종일보 측으로 넘겨 버려.”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지금까지 백명교의 공격을 맞고만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망설일 생각이 없었다.
내가 너무 신중한 나머지 초심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애초에 우리 교단의 스타일은 이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저쪽에서 여론전을 걸어온다고 한다면, 우리 교단 역시 여론전으로 맞받아치면 되는 거다.
“이제부터 우리도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백명교랑 부딪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정화자의 세력이 대부분 궤멸한 지금이야말로 백명교를 이 땅에서 축출해 낼 좋은 기회다.
“우리 교단 교육생들에게 언론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해 주고.”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왜?”
내 물음에 레오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내일부터 3기 교육생들의 훈련이 시작됩니다. 그들이 언론의 인터뷰에 응할 시간이…… 과연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레오의 각오가 심상치 않다.
불쌍한 우리 3기 교육생들.
“지금 미리 고생하면 미래가 바뀔 겁니다.”
“그거 내가 고등학생 때 많이 들었던…… 아니다, 아니야.”
아무튼간에 백명교, 이 새끼들.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고.
6.
대한민국이 초대형 S급 게이트를 토벌한 직후, 전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달아 S급 게이트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미국.
미국에는 총 두 개의 S급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돌발 게이트는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은 진작에 한국에 체류하고 있던 라파엘과 에이든을 소집해 둔 상태였다.
미국이 보유한 이레귤러는 총 넷.
엠마 여사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생성 위치를 알려 준 덕분에 미국은 큰 피해 없이 게이트를 토벌하였다.
유럽 역시 영국과 독일에 각각 한 개씩 생성되었으나 어떻게든 잘 방어해 냈다.
문제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었다.
“중국 정부는 백명교의 제안에 따라서 게이트에서 넘어온 괴물들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북경에 침투한 이단심문관들이 보고를 해 왔습니다.”
“토벌을 했다는 보고는 거짓이고?”
“그렇습니다.”
나는 레오의 보고를 들으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각국에서 등장한 신흥종교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대 신들을 숭배하는 놈들이지?”
“예.”
“지독하네.”
힘이 있는 이들은 자체적으로 게이트를 해결했지만, 힘이 없는 이들은 결국 타협하고야 말았다.
고대 신들은 그 누구보다 작금의 지구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 가고 있었고, 그 틈을 파고들며 세력을 확장해 온다.
힘을 갈구하는 자들에게 힘을 건네준다는 소리만큼 달콤한 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질서건 뭐건,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생존이란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다.
이런 세상에서 힘은 생존과 직결된다.
고대 신의 힘을 받아들인 그들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그들도 결국 살고자 발버둥 치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한 가지.
그렇다고 해도 우리 교단의 적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 여론 반응은 어때?”
내 질문에 레오는 대답 대신에 태블릿 PC를 몇 번 더 두드려서 나에게 보여 주었다.
“직접 보시겠습니까?”
「제목 : 리멘 교단 억까들 진짜 죽여 버리고 싶음」
내용 : 솔직히 리멘 교단이 여태까지 혼자 개고생하면서 대한민국 바꾼 건 맞지 않냐?
대형 길드 새끼들끼리 치고받으면서 망해 가던 대한민국 아님? 양심이 있으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리멘 교단 까면 안 되지ㅋㅋ
쟤네가 신도들한테 불법으로 돈을 뜯기를 했어, 아니면 신앙을 강요하기라도 했어?
힘들 때만 ‘도와줘요, 리멘에몽!’ 했다가, 대체품 나올 것 같으니까 개같이 깜?ㅋㅋㅋ
-리멘 교단은 10년간 까방권 줘야지
-리멘 억까들 특)평소에도 불만만 많음
-백명교 X 파일 못 봄? 백명교 쟤네들 가스라이팅도 거리낌 없이 하던데
-ㅋㅋㅋㅋ리멘 교단 알바 새끼들 티 좀 작작 내라~
└ㅋㅋㅋㅋㅋㅋㅋ너는 그럼 백명교 알바냐?
└내가 IQ 추적했는데 얘 백명교 알바 맞음
가장 많은 추천 수를 받고 있는 게시물.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빠른 속도로 여론이 조성되고 있었다.
“혹시 진짜 이단심문관들이 댓글 작업을 한 건 아니지?”
내 질문에 레오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멘께 맹세코 그런 일 없습니다.”
“그럼 저게 자발적인 실드야?”
“그런 것 같습니다.”
좀 얼떨떨하다.
다들 힘을 합쳐서 우리 교단을 까 내릴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훈훈한 모습이 뭔가 어색했다.
“인터넷에서는 보통 다 까 내리는 거 아니었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 준 건 레오가 아니라 내 옆에서 핸드폰을 살피고 있던 인욱이였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리멘 교단 쉽게 못 까지.”
“왜?”
“헌금도 안 받아, 성물들 팔아서 번 돈으로 사회에 기여해, 게이트나 던전 나타날 때마다 그 누구보다 앞서서 싸워.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걸 벌써 잊었을까 봐? 형은 가만 보면 참 무심하다니까.”
내 딴에는 내 생각만 하면서 지내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만 느껴지진 않았나 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랬다.
대부분의 재정을 각성자들한테 물건을 제값 받고 팔면서 벌어들였다.
의뢰비?
의뢰비 역시 정부나 대형 길드로부터 받았고.
그 돈으로 병원을 세우고, 학교를 세우고, 희생자들에게 지급을 하고.
“아.”
우리 교단의 인기는 단순히 던전이나 레이드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게 아니었다.
“나는 그냥 리멘이 좋아할 것 같아서 열심히 했는데.”
내 중얼거림을 들은 인욱이가 작게 웃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걸 선행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뿌린 대로 거두는 거 아니겠어?”
“그래도 다행이네.”
“뭐가?”
“아직까지는 호의를 호의로 받아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잖아.”
나는 웃으면서 태블릿 PC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인욱이는 내 등을 슬쩍 후려쳤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왜?”
“형이 그들을 호의를 호의로 받아 주는 사람들로 만들어 낸 거야. 내려치기 좀 그만해.”
내려치기라…….
“네가 형을 올려 치기 하는 건 아니고?”
“동생이 형을 올려 치는 거 본 적 있어?”
“그럴 리가 있나.”
형과 동생은 언제나 앙숙인데 말이야.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옆에서 가만히 형제의 대화를 듣고 있던 레오와 루나를 향해 말했다.
“3기 교육생들의 훈련 과정에 대신성력전을 포함시켜.”
“대신성력전에서는 역시 그게 중요하죠.”
“피지컬 트레이닝을 대폭 강화시키겠습니다.”
“그래. 물리, 끝도 없는 물리가 답이야. 그게 우리들의 초심이잖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것들?
“싸그리 반으로 접어 버리는 거야.”
상대가 누구라도 말이야.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