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84. 초심 되찾기
1.
초심 찾기란 무엇이냐.
그것은 처음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
그렇다면 우리 교단의 초심은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끄아아아아아악!”
물리, 끝도 없는 물리라고 할 수 있겠다.
“성준, 마약 유통, 인신매매, 강도 살인 등등. 저지른 죄가 정말 끝도 없구나.”
“교, 교황이라는 새끼가 증거도 없이-.”
“증거?”
우드드드드득.
나는 내 앞에서 발버둥 치는 빌런의 팔을 한 바퀴 돌리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증거다. 이레귤러 특별법에 따른 즉결심판이란다. 꼬우면 변호사 선임해서 고소해.”
지나친 고통에 정신이 나가 버린 빌런은 게거품을 문 채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 녀석을 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 실장에게 던져 주면서 말했다.
“이 친구, 리멘 교단으로 데려가서 잠시 심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김 실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래에 들어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빌런들을 처리하는 건 저희 이능관리부에서도 충분히…….”
“아, 얘네는 평범한 빌런은 아니거든요.”
“……마약 사범이라서 그러시는 겁니까?”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이 녀석들이 대한민국에 들여온 마약이 어딘가로 흘러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우리 교단이 초심을 되찾기로 결심한 지 어언 한 달째.
시간은 진짜 빠르게 흘렀다.
우리 교단의 공식적인 외부 활동은 잠시 중지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의 전투 인원들이 3기 교육생 훈련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 버리니 도리어 간부들의 시간만 여유로워졌다.
레오나 루나도 틈틈이 훈련만 관리하면 되는 상황이라서, 지금처럼 시간이 나면 부지런하게 빌런을 잡으러 다니는 중이다.
“이건 중국에서 들여온 마약입니다. 저희 쪽 정보원들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백명교가 의식에 마약을 사용한다더군요.”
최근 들어 대한민국에 유입되고 있는 신종 마약.
기존의 마약과는 사용하는 방법도, 효과도 다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하다는 것 빼고는 마약이라고 부르기 애매하긴 하다.
“마약 이름이 회개라는 것부터가 넌센스죠.”
나는 주먹으로 바닥을 깊숙하게 후려쳤다. 그러자 곧 비닐로 포장된 푸른색 가루들이 눈에 보였다.
“회개.”
이 녀석이 우리 교단에 보고된 건 불과 2주 전이다.
파악된 바에 따르면 이 녀석의 효과는 딱 하나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신앙을 받아들이게 해 주는 것.
효과만 들으면 마약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는 건 아주 긍정적인 효과기도 하니까.
하지만 신앙을 받아들이게 해 주는 것.
그게 문제다.
“오로지 백명교만 믿게 되는 약이죠.”
약을 복용하는 순간, 복용자는 오로지 백명교에만 충성하게 된다.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자들이다.
약을 복용하는 순간, 본인들을 괴롭혔던 모든 죄책감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약의 이름이 회개가 아닐까?
“백명교 내부에서 이 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확인해 봐야 할 듯합니다.”
“리멘 교단 측에서 백명교에 인원을 심어 두신 겁니까?”
“대충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단심문관들이 이미 몇몇 백명교 신도들을 포섭해 둔 상황.
직접 침투해서 조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백명교 신도들을 알아보는 것처럼, 그 녀석들도 우리를 알아보거든.
그래서 일단 이렇게 유통책들부터 조지고 있는 거다.
“야, 성준아.”
나는 회개가 담긴 봉투를 녀석의 앞에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이 약을 어디서 받아 왔는지, 어떻게 서울까지 들고 왔는지 정확하게 말해야 돼.”
그러자 녀석은 냅다 내 다리를 붙잡으면서 빌기 시작했다.
“저도 잘 모릅니다. 신의주, 신의주 기지를 통해 반입했다는 것 말고는…….”
“신의주 기지?”
“예, 예! 저는 그냥 서울까지 배달된 약을 고객들에게 유통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마약인지도 잘 몰랐…… 끄아아악!”
콰드드득.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냐. 마약 유통이 업인 놈이 약을 파는데 마약인지 몰랐다고? 너는 이게 문맥상 맞다고 보냐?”
“죄송합니다. 제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걱정하지 마. 우리 교단이 그렇게 사람 막 죽이는 곳은 아니야.”
안 죽인다는 이야기는 일부러 안 했다.
왜?
교황은 함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니까.
나는 녀석의 머리를 툭툭 건드려 준 다음, 끼고 있던 너클을 벗으면서 말했다.
“김 실장님.”
“예, 말씀하십시오.”
“백명교가 요새 그 말을 많이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구원의 순간. 파괴와 창조의 순간.”
모든 사이비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세상이 멸망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
백명교 놈들이 요새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 메시지라고 한다.
하지만 백명교는 다른 사이비 종교와는 아주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 새끼들은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사이비가 아니다.
진짜로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녀석들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다.
“고대 신들이 이미 제3세계 국가들을 비롯한 지역에서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반으로 갈라진 중국.
우리 교단의 영향하에 있는 남부와는 달리, 중국 북부는 현재 고대 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북부를 다 먹어 치우면 그다음은 어디일까?
당연히 중국 남부와 대한민국이다.
테라는 이미 하루에 한 번꼴로 나에게 경고를 날린다. 그녀가 다급해진 걸 봤을 때, 결전의 순간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걸 느낀다.
“눈 앞의 위기부터 타개하라는 말이있죠. 일단, 대한민국에서 백명교를 지워 버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난번에 제가 부탁드렸던 명단 혹시 있습니까?”
“뇌물 수수 명단 말씀이십니까?”
“예.”
백명교와 결탁해서 백명교를 대한민국으로 끌어들인 자들.
본인의 권력을 위해서, 아니면 이익을 위해서.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은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사정이다.
내가 알 바는 아니잖아.
“자체적으로 조사한 명단이 있습니다. 절반 정도 완성되었지만, 필요하시다면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야당 의원들이라 정치적 반발이…….”
나는 김 실장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언제 그 사람들을 처리한다고 했습니까?”
“그렇다면 왜 그 명단이 필요하십니까?”
“그냥 신전으로 초대해서 차라도 한잔할까 합니다. 리멘 교단의 교황으로서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정치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까 아주 가마니로 보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이야기를 나눠 봐야 묵은 감정도 풀리고, 오해도 풀리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내 말이 뭔가 섬뜩하게 느껴졌던 건지, 김 실장은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오래간만에 신전에 손님을 초대할 시간이었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빌런을 들쳐 업은 다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2.
김 실장이 나에게 제공해 준 뇌물 수수 의원 명단.
나는 그들 중에서 발언권이 센 사람 둘을 골라서 초청을 했다.
사실, 초청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내 초청을 안 받아 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다.
직접 밤에 움직여서 납치해 올까 생각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둘은 기꺼이 내 초대를 받아 주었다.
바로 다음 날 만나자고 했는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수락하더라.
그렇게 해서 다음 날 아침.
“김시우 교황님께서 저희를 직접 초대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평소에 저희들한테 따로 연락이 없으시길래, 저희와의 관계는 아예 포기하신 줄로만 알았지 뭡니까?”
“하하하!”
“하하!”
그 어느 때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내 집무실에는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당 대표 김석훈 의원, 그리고 그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석대만 의원.
저 중 김석훈 의원은 차기 대통령 후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서신우 대통령이 현재 유선호 장관님을 여당 대통령 후보로 밀고 있으니, 잠재적인 경쟁자 되시겠다.
둘 다 정치 경력이 20년은 가뿐히 넘어가는 귀신들이기도 했다.
나는 웃으면서 차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김석훈 의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번 부산에서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로 제가 따로 챙겨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네요.”
부산에서 우리 교단을 사칭했던 이들을 정치인들이 뒤를 봐줬던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정치판에서 내 악명이 빠르게 돌았다고 한다.
여당 쪽은 대통령이 알아서 달래기는 했는데, 그에 비해 야당 쪽에서는 이래저래 불만이 쌓였을 거다.
그리고 그 불만으로 인해 결국 저들이 백명교를 불러들인 거고.
원래 정치란 게 그렇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그동안 제가 많이 신경 못 써 드렸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자 이렇게 모셨습니다.”
내 말에 석대만 의원이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그럴 리가요. 이렇게 불러 주신 것만으로도 저희들은 행복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표님?”
“그렇지요. 우리 김시우 교황님께서는 대한민국의 영웅이지 않습니까? 영웅께서 이리 찾아 주시니, 이 늙은 사람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확실이 야당 대표는 야당 대표라고 할까?
석대만 의원에 비해 김석훈 의원은 뭔가 무게감이 느껴졌다. 유선호 장관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나는 그들에게 가볍게 차를 권했다.
“성지의 정원에서 따 온 국화를 성수를 통해 우려낸 차입니다. 혈액순환에 좋습니다.”
“귀한 차로군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그들은 내 말에 따라 차를 들이켰다.
우리 교단에서 차에 대해 가장 빠삭한 라파르트 대주교가 직접 우려낸 차기도 했으니, 저들의 입맛에 딱 맞을 터였다.
“오늘부터 제가 여러분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가질까 합니다.”
“아주 듣기 좋네요.”
“그동안 리멘 교단이 대통령님과 여당 쪽만 챙기시는 것 같아서 살짝 섭섭해질 지경이었습니다.”
살짝 섭섭하신 건 아닌 것 같던데?
살짝 섭섭하다는 사람들이 백명교를 끌여들여?
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볍게 박수를 쳤다.
“여러분들과 진지하게 논의할 사안도 미리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다들 시간 괜찮으십니까?”
내 질문에 김석훈 의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오전 일정은 전부 비우고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곧이어 레오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레오의 손 위에는 서류들이 있었는데, 나는 레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오는 곧바로 의원들의 앞에 그 서류를 내려놓았다.
“여러분들에게 너무 소홀했던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여러분들게 많은 관심을 드릴까 합니다. 천천히들 읽어 보세요.”
“흐음.”
두 의원들은 서류를 읽기 시작했고,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표정을 들여다보았다.
서류를 읽어 갈수록 그들의 표정이 점점 흙빛으로 바뀌어 갔다.
“……교황님, 이건.”
“보시다시피 백명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원들의 명단입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의 정보기관으로부터 받아 냈던 정보들.
3개국의 교차 검증까지 끝낸 상태이니, 신뢰성이 아주 높은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석훈 의원님께 제가 직접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능관리부의 김동식 실장으로부터 듣기로는, 의원님께서는 평생을 깨끗하게 살아오신 분이라고요.”
김 실장은 이 사람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그에 반해 반대쪽에 앉아 있는 저 석대만 의원.
그의 얼굴은 어느새 잔뜩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석대만 의원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이건 모함입니다! 김시우 교황님께서 야당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시려고 부른 줄 알았는데,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서 부르셨군요. 대표님!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겠습니다. 당사에 돌아가자마자 당장 언론에…….”
“앉아.”
“……뭐라고 하셨습니까?”
“앉으라고. 처뒈지기 싫으면.”
백명교를 쉽게 무너뜨리려면 일단 정치권과의 결탁부터 잘라 내는 게 좋다.
그리고 우리 교단은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당당했다.
정치권에 돈을 뿌린 적도, 뿌리려고 했던 적도 없으니까.
“특히 석대만 의원님께는 제가 신전의 지하실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지하실 좋아하십니까?”
“내가 좋아할 리가 없…….”
나는 찻잔에 남은 차를 마저 목으로 들이켰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닦아 낸 다음,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좋아하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