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5.
『김시우』
●소속 성좌: 태초의 신 리멘
●성향: 혼돈 선
●직업: 사도(使徒)
●칭호: 검은 교황 외 32개
-세부 능력치 일람-
◆능력치
힘 Lv. ?>, 민첩 Lv. ?>, 체력 Lv.?>, 신앙 Lv. 7>, 마력 Lv. 0>
◆특수 능력치
신성력 Lv.?>, 항마력 Lv.?>
-보유 스킬 일람-
▲패시브 스킬
마수의 천적 Lv. ?>, 리멘의 가호 Lv. ?>, 성화 Lv. ?>, 교리 해석 Lv. 2> 외 42개
▲액티브 스킬
정화의 날개 Lv. ?>, 신성화 Lv. ?>, 멸악의 의지 Lv. ?> 외 92개
*‘?’로 표기된 것은 현재 시스템 기준을 초과함을 의미합니다. 2차 동기화는 차후 시스템 업데이트와 함께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DLC – 교황>을 이용 중입니다. 해당 인터페이스는 「교단」명령어를 통하여 확인이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론 뭐 바뀐 게 없잖아?”
나는 눈앞에 떠오른 상태 창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귀환 초반에 곳곳에 빈칸이 가득했던 상태 창보다야 뭔가 생기기는 했다.
문제는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 고작 ‘?’ 뿐이었다는 것.
그래도 내가 보유한 능력치와 특수 능력치가 뭔지는 대충 표기되는 것 같다.
특히 저기 레벨 7짜리 신앙>이랑 레벨 2짜리 교리 해석>를 봤을 때 확실히 제대로 동기화된 건 맞는 듯했다.
다만, 에덴에서는 못 봤던 요소가 하나 추가되었다.
혼돈 선>이라고 표기된 성향> 칸인데, 원체 저게 뭔지를 알아야지.
나에게 허용된 인과율 제한을 높여 준 걸 보면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나에게 주어진 인과율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할 수 없지만 말이다.
“어지럽네.”
나는 나에게 벌어진 변화를 잠시 확인한 다음, 슬쩍 메시지 창을 닫았다.
눈에 띌 만한 변화는 없었다.
딱 한 가지, 상태 창 하단에 적혀 있던 2차 업데이트>가 신경이 쓰이는 정도.
진득한 구린내가 풍기는 단어임이 틀림없었으나 지금 당장으로서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니까 뭐 어쩌겠어? 당장에 충실하는 거지.
그렇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레오가 본인의 외눈 안경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저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글쎄다.”
레오가 지칭한 ‘저들’은 언제서부턴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경직된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이 사항으로는 그들이 중앙에 위치한 꽤 큰 폐건물을 기준으로 두 무리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그라운드 제로에서 싸우고 있다는 대형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인 것 같다.
나는 그 두 무리를 바라보면서 잠시 고민한 다음,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던 레오를 말렸다.
“싸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 있겠어?”
“교황 성하의 안전을 위하여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의를 보았음에도 함께 싸우지 않은 자들입니다. 신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오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말이었지만, 나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성직자가 되어 가지고 주먹부터 나가면 쓰나. 이번에는 네 말대로 대화로 풀어 보자고.”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넌 그냥 여기서 저 쓰레기들이나 잘 간수하고 있어. 누가 훔쳐 갈지도 모르잖아.”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유세혁과 ‘인간 종이’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레오는 왼손으로 품속에서 성서를 꺼내면서 대답했다.
“성하의 뜻이 그리하다면,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능관리부에게 선물로 넘길 놈들이다.
아마 가만히 내버려 두고 전각련 놈들이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고 들 터였다.
레오 역시 내 뜻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런 레오의 등을 두드려 주고 나서 슬쩍 앞을 향해 걸어갔다.
구태여 마정석 광산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필요도 없어 보였다.
두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 뒤쪽으로부터 꽤 방대한 마력량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레오가 그라운드 제로에 진입하면서 느꼈던 마기 역시, 그곳으로부터 느껴지는 중이었다.
“예상대로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고 있던 폐허에 도착했고, 곧 폐허 사이에서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양쪽에 빠르게 진형을 잡았다.
본인들 딴에는 최대한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려는 생각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을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그들 중 몇몇은 다리를 안쓰러울 정도로 심하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꼴에 대형 길드 소속이라고 진형은 유지하는 듯싶었지만, 그들은 싸울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하긴.
방금 전의 무자비한 폭력의 현장을 보고 나서도 싸울 의지가 남아 있었다면 진작에 달려들었겠지.
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최대한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누가 보면 제가 나쁜 놈인 줄 알겠습니다. 표정들 피세요. 안 펴지시면 제가 직접 펴 드릴까요?”
내 말에 그들은 전부 억지로나마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것도, 그렇다고 울상도 아닌 기괴한 표정.
보기에 참 즐거운 표정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그렇게 저를 반겨 주시니 기분이 참 좋네요. 좋습니다, 혹시 책임자분은 없으십니까?”
내 질문에 잠시 후 양쪽에서 한 명씩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경갑으로 보이는 방어구를 입은 연녹색 머리의 여성 한 명과, 중갑을 입고 있는 검은색 머리의 남성 한 명.
성별부터 시작해서 스타일까지 닮은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한 가지의 공통점은 보유하고 있었다.
둘 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는 것.
나는 그 둘을 여유롭게 살핀 다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이 책임자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예.”
“대형 길드 분들끼리 붙으셨다기에 S급 헌터들도 있나 싶었는데. 막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 봐요?”
유선호 장관의 예상이 맞았다.
이곳에서 대치하고 있던 헌터들은 기껏해야 A급 헌터들.
그건 다르게 말해서 아직까지 길드 간의 분쟁이 전면전까지는 번지진 않았다는 거다.
사실, 그건 당연한 거다.
S급 헌터들이 움직였다면 분명 누군가가 냄새를 맡고 마정석 광산에 대해서 달려들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결국, 채굴량이 줄어듦에 따라 파이를 더 가져가고 싶지만 S급 헌터를 투입할 수는 없었고, 그러니까 결국 만만한 A급 헌터들끼리 국지전이 이루어진 거다.
따지고 보면 결국 이 사람들도 위에서 까라는 대로 한 거다.
나와 레오의 전투를 도와주지 않은 건 괘씸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저 사람들을 강하게 몰아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물론 여러분들이 지금처럼 무기를 내려놓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결말이 많이 달랐겠지만요. 좋습니다. 자, 그럼 두 분은 저랑 같이 마정석 광산이나 보러 갈까요?”
“그건…… 저희 권한이…….”
“상부의 허가가…….”
내 말에 둘은 밍기적거리면서 대답을 회피했는데, 나는 그런 둘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그리고 한껏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저는 지금 당장 보러 갈 생각인데. 혹시 불만이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 아, 맞다. 그라운드 제로가 치외법권 지역이라죠? 하하!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이래 보여도 종교인입니다. 그냥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게 신기해서, 그냥 신기해서 말한 거예요.”
6.
원래 밖에서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이다.
그런데 만약 그 법마저도 없다면?
그 경우에는 그야말로 주먹이 전부라고 보면 된다. 모든 것이 폭력으로 이루어지는, 아주 원시적인 구조.
이 그라운드 제로야말로 그 속담이 참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오성 씨. 혜림 씨도 고마워요.”
“아닙니다.”
한때는 ‘중앙고등학교’라는 학교의 운동장이었던 폐허.
나는 폐허 위에 조악하게 세워진 광산의 입구를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적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충돌했던 대형 길드는 총 두 개의 파벌로 나눠지며, 한 파벌은 1위 길드인 대호 길드를 중심으로 뭉친 파벌, 다른 한 파벌은 2, 3위 길드인 하이브 길드와 태산 길드를 중심으로 뭉친 파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대호 길드 파벌을 대표하는 책임자가 신오성 씨, 하이브, 태산 길드 파벌을 대표하는 책임자가 최혜림 씨.
그 둘은 이곳까지 오는 내내 모든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나는 누가 선제공격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들이 내가 이곳에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상부로부터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는 것에 주목했을 뿐.
게다가 그들은 앞서 나와 레오가 처리해 버린 범죄자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상부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윗대가리 새끼들은 지들끼리 짝짜꿍해서 의뢰를 맡기고, 밑에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서로 계속 피 흘리고 있고…… 5년이 지나도 여전한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무슨 말씀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형제자매님 두 분 모두 힘내라는 소리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가볍게 손을 내저은 다음, 다시 마정석 광산을 쳐다보았다.
마정석 광산으로 굳이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느껴지는 마력만으로도 이곳에 마정석이 어느 정도 매장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최상급 마정석이 채굴된다고 했으니, 이 정도 마력이면 대략 7톤쯤인가?
초기에 마정석이 얼마나 매장되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상급 마정석이 7톤이나 남아 있다는 건 나에게 아주 희소식이었다.
평범한 광물이었다면 7톤이라는 수치는 진짜 손톱만큼도 안 되겠지만, 최상급 마정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덴이었다면 아마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마탑에서 경매에 참여하고도 남았을 상황인 것이다.
중간 규모의 마탑이 한 해에 소비하는 최상급 마정석의 무게가 대략 700kg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매장량은 일단 합격.”
마정석은 비단 마법사들에게만 필요한 광석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마력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운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 마정석인데, 이 녀석은 아주 특이한 성질을 지니게 된다.
신성력에 닿으면 마정석은 신성석>이라는, 신성력이 담긴 광석으로 변화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기가 담기게 되면 마정석은 마석>으로 변화한다.
“지금처럼 말이지.”
나는 광산 상층부 쪽에서 느껴지는 마기에 표정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접근하니 마기, 그것도 아주 익숙한 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번 여주의 도플갱어와 구로구에 나타났던 리치도 지녔던 바로 그 마기.
녀석들로부터 간접적으로 확인했던 마기로는 심증만 있었을 뿐이었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고 순수한 마기라면 확신할 수 있었다.
“교만의 마왕?”
에덴의 7마왕 중, 가장 먼저 내가 찢어발겼던 놈.
교만의 마왕.
성화를 피워 올려서 마지막 살점 한 조각까지 재로 만들었던 놈이었는데, 이 광산에서 분명 녀석의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교만의 마기가 마정석 광산을 천천히 잠식해 나가는 중이었다.
아까 전에 나와 레오가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서면서 느꼈던 마기의 원인도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오성 씨와 혜림 씨에게 말했다.
“혹시 최근에 광산에 들어갔던 사람 있습니까?”
아직까지 이 정도밖에 잠식이 안 되었다면 비교적 최근에 마기 잠식이 시작되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내 질문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없습니다.”
“채굴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저런.”
애초에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다.
“안 되겠다.”
원래라면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정할 생각이었다만, 교만의 마기로 인해서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마석으로 변한 마정석은 신성석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빠르게 결정을 내린 후,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리멘의 증표>를 꺼내었다.
우우우우우웅!
리멘의 증표>는 교만의 마기에 반응하며 격렬하게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오성 씨와 혜림 씨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시우 님?”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은 싫다니까.
나는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대신 리멘의 증표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아이템 리멘의 증표>를 사용하여 현 지역에 성역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성역을 선포하시겠습니까?]“성역을 선포한다.”
[해당 지역을 성역으로 선포합니다.]리멘의 증표>에서 뿜어 나온 신성력이 하늘로 쏘아져 올라갔고, 마치 눈이 내리듯 하늘에서 신성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광경.
허물어진 폐허 위로 신성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빛줄기가 내려앉는다.
오성 씨와 혜림 씨는 넋을 잃은 채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 역시 그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말했다.
“저는 이곳을 리멘께 바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말에 그 둘은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오더니, 곧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예?”
“그게 무슨…….”
나는 그들의 반응에 은근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맺었다.
“리멘께서 이 땅을 원하십니다. 그분을 따르는 저로서는 정말 어쩔 수가 없군요. 허허.”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