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5.
“그래그래, 그러니까 저 명단에 있는 의원들이 전부 맞단 말이지?”
“예, 예.”
“뇌물 안 받겠다고 버티던 사람들에게는 백명교에서 사람을 보내서 협박했고?”
“예, 예 그렇습니다.”
“스스로 앞잡이 노릇을 했던 놈들. 네가 생각하기에 죄질이 특별히 나쁜 놈들, 여기 표시되어 있는 인원들이 맞지?”
“물론입니다. 단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한번 믿어 본다.”
나는 석대만의 등을 두드리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반항 이후로 석대만의 심문은 아주 무난하게 흘러갔다.
고통에 대한 내성은 약한 놈이었다.
배짱을 부렸던 것과는 별개로, 몇 번 손을 봐 주니 쉽게 입을 열더라.
게다가 심문의 질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왜냐고?
“네가 스스로를 앞잡이라고 말했으니, 너 한번 믿어 본다.”
“제, 제가…… 누구 안전이라고 거짓말, 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이 녀석이 ‘앞잡이’에 자기 자신도 포함을 시켰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 이름은 최대한 빼 두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말이지.
이 녀석은 뭐 그런 거 없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기세다.
거기에 욕심도 많은 녀석이니, 이런 녀석이 백명교에 넘어갔던 건 어찌 보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진작에 이렇게 순순히 말해 줬으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고 좋았잖아. 안 그래?”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후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다시 의자에 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석대만을 바라보았다.
석대만은 화들짝 놀라면서 시선을 옆으로 회피한다.
효과 한번 확실하군.
마음에 든다.
“백명교를 대한민국으로 다시 들여온 죄는 그렇게 쉽게 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을 혼돈으로 밀어 넣었으니,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내 말에 석대만이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죄를…….”
“정치인들이 아주 잘하는 거 있잖아?”
“무슨…….”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할까? 너라면 쉽게 눈치를 챌 것 같은데, 아닌가?”
석대만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가장 원하고 있을 대답을 필사적으로 찾아낸다.
“기자회견.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겠습니다.”
역시, 짬은 무시할 수가 없다.
딱 내가 원하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2프로 부족하다.
“대국민 사과가 끝이야?”
“제가 직접 이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저지른 죄악을 조금이라도…….”
“바로 그 자세야.”
역시, 눈치가 빨라.
구태여 압박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해답을 도출해 내는 석대만.
나는 그런 석대만을 향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나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이인데 말이야. 이런 걸 보고 이심전심이라고 하지?”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백명교의 보복은 내가 잘 막아 줄게. 대국민 발표를 하고 나서, 가족들을 데리고 성지에서 잠시 지내면 돼. 그리고 내가 백명교를 다 청소하면 그때, 그때는 교도소로 가고.”
교도소라는 말에 흠칫하는 석대만.
“아니면 계속 이곳에 갇혀 있든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죄를 저질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요.”
“좋아.”
백명교가 대한민국에 돌아왔던 방법 그대로 한 방을 먹여 준다.
이것이 내가 세운 원칙이다.
“여당 쪽은 이미 준비가 다 끝났어. 이참에 여야 합동 기자회견으로 발표하는 게 어떨까?”
이건 권유가 아니다.
명령이다.
그리고 그걸 잘 알고 있는 석대만은 고개를 대차게 끄덕였다.
“예!”
“마음에 들어.”
백명교와 정치권이 얽혀 있는 엄청난 스캔들.
백명교가 급속도로 교세를 확장해 나가는 원동력이었던 그것을, 대국민 발표를 통해 까발린다.
녀석들의 몰락은 이 지점부터가 시작이다.
“기자회견은 지금으로부터 4시간 뒤.”
“4, 4시간 뒤?”
“백명교 놈들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되니까. 김석훈 의원은 아마 라파르트 대주교가 설득을 하고 있을 거야. 여당 쪽에는 연락 방금 전에 넣어 뒀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초유의 스캔들이 될 거다.
백명교 게이트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사건.
하지만 이건 단순히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이 나라에서 백명교의 모든 걸 지워 낼 것이고, 그대로 밀어낼 것이다.
고대 신 놈들이 전 세계 각지에 현신하고 있는 지금.
최소한의 안전지대라도 확실히 확보해야만 한다.
“보니까 평소에도 기자들이랑 친하게 지내던데…… 잘할 수 있지?”
그러자 석대만이 간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 주십시오! 이 석대만이, 이름 세 글자를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패기 좋네.”
석대만은 백명교에 대한 두려움을 진득하게 품고 있었다.
살면서 자기밖에 모르던 인간. 성공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해 오던 악인에게서 그 두려움을 거두어 내려면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더 큰 두려움을 심어 주는 것.
여기에서 더 악해지면, 내가 직접 심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
누군가는 악인을 직접 심판하겠다는 나를 보고 오만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솔직히 말하면 딱히 상관 안 한다.
나쁜 놈들은 벌을 받아야지.
그래도 이번에는 죄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관대하지 않나?
“이따가 기자회견에 나가야 하는데 상처가 좀 많네.”
나는 석대만의 몸에 새겨진 상처와 멍 들을 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는 안 되지.
누가 보면 내가 고문이라도 한 줄 알겠어.
우우우우웅.
신성력을 끌어 올려서 외부로 드러난 상처와 멍을 치료해 주었다.
“됐다.”
특별히 옷에 묻은 피도 정화시켜 주었고, 석대만은 심문실에 들어오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왔다.
말끔한 신사.
나는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한 다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그렇지?”
“……예, 예.”
“그런데 왜 아까부터 몸을 자꾸 떨어. 그러다가 복 날아간다?”
“안 떨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보면 치료하고 계속 패고, 또 치료한 줄 알겠다. 내가 너한테 정말 그렇게 했어?”
그 질문에 석대만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소리쳤다.
“아닙니다! 교황님께서는 저에게 제가 저지른 죄를 알려 주셨을 뿐입니다!”
“바로 그거야.”
이거 아주 갱생시킨 보람이 있는 사람인걸.
이렇게 해서 백명교에게 한 방 먹일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팝콘을 먹으면서 백명교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뿐.
나는 석대만의 등을 두드리면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6.
그로부터 4시간 뒤.
대한민국 국회가 비상소집되었으며, 그 소집의 결과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이상 72명의 의원들은 백명교로부터 뇌물을 비롯한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의정 활동을 펼쳤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아직 자정 기능이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께 증명하기 위하여 해당 명단을 발표하였습니다.
여론이 어땠냐고?
당연히 불타올랐다.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종교 스캔들!」
「대한민국, 신정 국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인가?」
「정치계와의 연관을 최대한 피했던 리멘 교단, 정치계를 집어삼키려고 했던 백명교. 종교의 빛과 그림자.」
「서신우 대통령, ‘이번 국회의 발표에 크나큰 상심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건강한 대한민국 국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백명교라는 새로운 거대 종교 집단의 등장으로 안 그래도 정신없던 대한민국에 던져진 새로운 화두.
정치와 종교.
원래부터 떼려야 뗄 수 없던 두 집단의 스캔들 소식에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백명교 쪽에서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과감하게 움직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쉽사리 답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인터넷에서 장작은 활활 불타올랐다.
제목 : 리멘 교단 시즌 13213146호 재평가>
내용 : 백명교가 뇌물을 뿌리고 다닐 때, 묵묵히 그들을 지켜보면서 선행을 이어 나갔던 리멘 교단. 그저 –리멘-…… 오늘도 신전에 가서 기도드리고 와야지.
-리멘 교단도 진짜 대단하긴 함ㅇㅇ 저 정도 덩치면 부패할 법하지도 않나?
-교황 성하와 누나랑 폴더좌를 생각해 보셈. 그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데 부정부패를 저질러? 신종 자살법 아닐까?
└차라리 온몸에 꿀 바르고 벌통을 쑤시는 게 나을 듯ㅋㅋ
└악성 리까들 사라진 거 봐ㅋㅋ
-이게 그 치타는 웃고 있다, 뭐 그런 거냐?
└리멘님은 항상 웃고 계십니다, 형제님. 이번 기회에 리멘님을 영접하시는 건 어떨까요?
이때다 싶어서 리멘 교단을 까 내리던 사람들도 전부 이번 떡밥을 물어 버렸다.
인터넷 곳곳에서 백명교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고, 백명교를 옹호하던 언론사들은 성난 군중의 테러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번 사태로 가장 신난 곳?
그건 누가 보더라도 세종일보였다.
특히, 우리 교단의 신도이기도 한 서 기자는 쉴 새 없이 기사들을 찍어 내기 시작했다.
「돌고 돌아서, 다시 리멘!」
「리멘 교단이 지금까지 숨겨 왔던 선행들.」
거의 공장처럼 기사를 찍어 내기 시작한 서 기자.
그는 뜨거운 신앙심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쉴 새 없이 기사를 썼다.
“여론이 단번에 잡혔습니다.”
레오는 인터넷 반응을 살피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레오가 저렇게 웃는 건 진짜 오랜만에 본다. 우리 교단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근심이었던 걸까?
“이제 시작인데 뭐.”
우리가 준비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백명교에서 비밀리에 유통하고 있는 마약 ‘회개’.
이 약에 대한 증거까지 확보가 된다면, 추가타로 먹여 줄 생각이다.
녀석들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개신교와 불교 쪽에서 백명교를 통해 각성자들을 확보했는데, 그들에 대한 정보는 아직까지 없어?”
“이단심문관들을 동원하여 정보를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느낌이 안 좋아.”
백명교가 정치 쪽에는 뇌물을 비롯한 수단으로 접근했다고 한다면, 기성종교 쪽에는 힘이라는 달콤한 과일을 통해 접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다.
기성종교로 섞여 들어간 백명교의 세례자들.
과연, 그들을 믿어도 될까?
“차라리 물고기를 앞에 둔 고양이를 믿겠다.”
그들 역시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도 일단 백명교 쪽에 한 방 먹인 건 확실…….”
우우우웅.
그때였다.
책상 위에 올려 둔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곧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멘 교단의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너무 귀한 선물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어린 소녀의 앳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백명교의 대교구장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넉넉하게 넣어 뒀어. 어때, 마음에 들어?”
-당신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혼란에 뒤덮이게 될 것입니다.
“나 때문이 아니지. 처음부터 너희들이 중국 북부로 만족했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야.”
-리멘 교단의 입장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이에 맞춰서 저희들도 선물을 준비할 테니,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선물은 언제든 환영이다. 내가 만족할 만한 선물을 준비해 줬으면 하는데, 감당이 되려나?”
-섭섭치 않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래.”
온 힘을 다해 들어와 봐라.
그래야 깨부수는 맛이 있을 테니까.
나는 전화기 너머로 비웃음을 흘려보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